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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고 말하기 이를지 몰라도 | 기본 카테고리 2010-01-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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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너는 모른다

정이현 저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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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 불안했다. 떨림과 긴장의 연속이었다. 무언가 일이 터질 듯한 긴박감에 맞닥뜨린다. 어느 새 사건의 중심 속에 들어가 있지만 좌우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희미한 안개에 뒤덮인 듯 모호하다. 그것이 각자가 만들어 놓은 장막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는 모른다라는 제목에서 처음 받았던 단절의 느낌은 소설 내내 이어졌다. 가족들은 마치 하나의 원을 에워싼 채로 서로 침범하지 않는 원들처럼 각자의 중심을 따로 잡고 있다. 원들은 서로 호를 맞대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서로의 영역 내로 몸뚱이를 들이밀지 않는다. 누군가 그 내면을 들여다 보려 하는 것을 굳이 막지는 않더라도 일부러 문을 열어 환영하지 않는다. 도리어 내면으로 들어오려는 손짓을 강하게 거부한다.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그들의 원은 그들 자신의 범위 내에서만 그려진다. 그러한 간극이 공허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김상호와 그의 부인 진옥영, 첫째 부인에게서 얻은 김은성과 김혜성, 현재 부인 사이에서 얻은 막내딸 김유지.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가로막이 쳐있는 한 가정의 이야기이다. 세밀하게 묘사되는 생활과 사물들은 소설의 긴장감과 느슨함을 동시에 가져다 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깨닫지 못하게 하는 작은 공간 속의 침묵들. 그것은 현실이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은성과 혜성은 항상 공중에 떠 있다. 애써 두 발을 땅바닥에 붙이려 하지 않는다. 아니 무언가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라는 존재와 새어머니, 이복 동생의 존재가 만들어 낸 공간 속으로 쉽게 들어서지 못한다. 확실한 끈이 되어야 할 아버지의 정신적 부재가 한 몫을 한다. 그저 한 울타리 속에서 하루 하루 삶을 사는 존재들로써만 존재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자신도,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느낀다. 이는 옥영과 유지도 마찬가지이다. 그들끼리는 중국어로 대화하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는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은 어울림이 아니라 어긋남을 보게 한다. 생활 속의 여러 면에서 화교라는 특수성은 발을 딛고 있는 현실조차도 쉽게 어찌하지 못하는 존재로 만들어 버린다. 언제나 이방인처럼 만든다. 그래서 옥영은 너무 쉽게 놓아 버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것을 피하는 방법이 밍밍과의 만남이다. 애써 말하지 않아도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동지애를 느낀다. 그러나 그 실체는 불분명하다. 필요할 때 만나고 속마음을 풀어 놓은 후 헤어지는 그들의 관계는 영원한 동반자적인 걸음을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한가운데 김상호가 존재한다. 장기밀매라는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기 때문에 유지의 실종 시에도 내놓고 찾지 못하며 안타까움을 더한다. 도리어 커넥션에서 이용당하며 한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마음은 표현하는 것 이상으로 애틋하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들이 그러하듯이 스스로 나서서 표현하지 못하고 자식들이 알아주지 않음을 서글퍼한다. 그래도 자식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나름대로 애쓴다. 이것이 그 만의 방식이다. 김상호의 원은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중심이 흔들리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원들도 따라서 흔들리고 흩어진다. 유지의 실종 후에 김상호가 기댔던 문영광의 존재는 김상호 스스로의 약함을 드러내는 도피이다. 영광이 찾아내는 가족 구성원들의 비밀은 한 울타리에서 서로를 바라보지 못했기에 생긴 것들이다. 오히려 그 비밀이 알려짐으로써 원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

 

김상호의 가족이 만드는, 서로 어긋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며, 급기야는 서로 타인처럼 되어 버리는 현실은 이 시대 가족의 위기를 보여 준다. 단지 부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첫 부인의 아이들이어서가 아니라, 재혼이어서가 아니라, 화교와의 결혼이어서가 아니라, 이복 남매 간의 문제여서가 아니라 그들 스스로를 옭매고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어설픈 사랑 때문만도 아니고 굳이 가족애라는 표현을 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 때문도 아니다.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정신적 지주의 부재 때문이다. 어느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기대는 것이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으나 비바람이 불 때 잠시 피할 수 있는 곳, 힘들고 어려울 때 잠시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어깨가 없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서로에게서 그러한 힘을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하기에 동그라미 밖의 원들은 독자적인 움직임의 행로를 만들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독자적인 행로의 어긋남은 일련의 실종들과 함께 새롭게 자리한다. 여러 인물들의 실종은 서로 물고 물리며 각기 다른 형태로 귀착된다. 삶과 죽음과 속박이 그것이다. 우연한 실종에서 시작된 사건은 여러 사람들을 힘차게 끌어 당기고 그 속에서 헤어날 수 없게 한다. 그것이 그들의 운명이고 그들이 제자리를 찾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법에 어긋난 행위를 하던 김상호의 실종은 진정한 실종은 아니지만 한 곳에 묶여버린 실종이다. 그 실종은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어하지 않던 그 만의 비밀이었으나 그것이 그의 행위를 정당화하지는 못한다. 진옥영이 겪은 마음의 실종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그녀가 원하는 자리였거나 아니었거나 한 아이의 엄마로써, 한 지아비의 지어미로써 가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자리로 회귀한다. 은성과 혜성은 이미 여러 차례 마음의 실종을 겪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불안함을 간직하던 그들은 이복 동생을 향한 아픔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리로 들어 선다. 막내 유지의 실종은 멀리만 가려던 가족들의 원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한다. 밍밍의 실종은 소설의 처음을 열고 끝을 닫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유지를 위해, 사랑했던 위링을 위해 스스로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그 원인이 김상호에게 있건, 자신에게 있건 그것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쓸쓸한 뒷모습의 혜성에게서 느꼈던 아픔을 대신 짊어지고 가는 그 만의 몸짓이다.

 

그래도 언제나 희망은 존재한다. 실종에 대응하는 방식 또한 가족 구성원들의 특징만큼이나 다르지만 한 마음으로 연결되게 하는 계기가 된다. 서로의 원이 어떠한 크기로 어디에 존재하는 지 제삼자를 통하여 알게 되지만 그 사실들은 하나의 큰 원으로 묶여지는 시간 속의 지나침으로 그칠 뿐이다. 유지의 부재와 시차를 두고 아버지는 물리적 부재로 돌입한다. 모두에게 공통이었던 원이 사라진 것이다. 이 때 따로 떨어져 있던 원들은 유지의 원을 중심으로 모여든다. 막연한 기대 속의 존재가 아니라 더 구체적인 실체를 향해 집결한다. 그리고 새로 만나는 것은 희망의 힘이다. 비록 그 원이 오그라들어 제 모습을 온전히 갖추고 있지 않더라도 상처 입은 이들이 간직한 원은 자연스럽게 모여 들며 새로운 원을 만든다. 그들 나름대로의 안식처를 만든다. 아직 아픔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들은 치유의 걸음을 한 걸음 내딛는다.

 

책을 덮고 난 후 너는 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아니다. 여전히 모른다. 다 읽고 나서도 그 느낌을 완전히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들이 원의 중심 이동을 시킨 것만은 안다. 서로 가까이 하려는 움직임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낸다. ‘모른다는 이제서야 비로소 새로운 단계로 들어선다. 여전히 힘들지라도 그들의 발걸음을 바라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이를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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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미래, 이야기를 듣다 | 기본 카테고리 2010-01-15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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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사이트 2010

SBS 디지털 포럼 편
살림Biz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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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털포럼 리포트를 두번쨰 만난다. 2008년에는 상상오디세이라는 책을 통해서 만났고 2009년의 포럼은 인사이트2010”이라는 책을 통해서 만난다. 이틀 간에 걸쳐 열린 포럼의 내용들이 다시 묶여 보기 좋게 만들어져 우리 앞에 놓인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쉽고도 재미있게 해당 포럼의 주제를 이끌어간다. 여기서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상황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고, 앞으로의 변화를 읽을 수도 있다. 자연스럽게 아주 좋은 포럼의 마당에 함께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연사들은 그들의 상황을 예를 들면서 우리나라와 연계된 사항들을 논의한다.

 

이틀에 걸쳐 연사들이 풀어낸 이야기들을 여섯 마당으로 모았다. 주제가 이야기였던 만큼 이야기꾼들이 시작한다. 그들이 이야기를 대하는 마음은 어떠한가, 또 그것이 디지털 시대에서 어떤 모습과 역할을 하는가에 대한 솔직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황석영은 영원한 콘텐츠인 우리들의 몸과 삶에 대하여 잊지 말자는 뜻임을 인식하고 현장의 다양한 이야기가 각양각색을 이루어 낼 세계를 꿈꾼다는 말로 이야기와 현장을 말한다. 신경숙은 세계가 문명화되고 디지털화되고 현대 사회일수록 더욱더 이야기가 필요해지는 것은 우리가 이야기를 통해서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이야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문열은 이야기에는 나눌수록 커지는 위대함이 있고 이야기는 어느 시대에도 패배하지 않는다고 하며 이야기의 힘을 말한다. 윤호진은 이야기는 그 강렬함을 극대화하고 시의성을 최대한 부각시키며 보편성의 폭을 최대로 넓히는 과정을 통해 더욱 큰 힘을 갖는다고 결론을 맺는다. 소설가와 극작가가 말하는 이야기에 관한 의견들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이 디지털 시대에서 생각하는 이야기에 대한 견해이다. 이어지는 건축과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는 다양한 시각에서 만들어낸 건축물들과 그것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말해 준다. 모든 건축물들이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간직하고 있지만 혁신적이면서도 어울리는 건축물들일 디자인해 온 연사의 메시지에 귀 기울일 가치가 있다.

 

다음 장은 미디어, 영원한 이야기 공장이라는 제목으로 모바일 환경, 광대역 환경이 가져다 주는 변화와 그 속에서 이야기가 표출되는 방법들에 대한 큰 그림을 보여준다. 아이어맨의 진화에서부터 로이터사의 개인화, 검색 가능한 유선방송서비스 등 미디어에 대한 전략 그리고 우리나라 정보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구상하는 환경 등을 볼 수 있다. 아마추어 스토리 텔러들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소셜 네트워킹과 서비스 융합, 전통 엔터테인먼트 환경에서 통합,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이 주목받고 있는 동향을 정리하며 미디어를 두고 일어나는 경쟁을 레이어-마스터, 도미네이터, 인테그레이터로 나누어 설명하는 것을 보며 새로운 개념 정립에 도움을 받는다. 3장은 기술 혁신이 여러 분야에서 가져오는 변화들을 살펴본다. 의료 분야에서 로봇을 사용하는 예를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다. 얼마 전에 국내 기업이 미국의 의료 로봇 회사를 인수하여 성공 단계까지 이르렀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기에 그 효용성과 경제 효과에 눈길이 갔다. 로봇이 의료분야에서 사용되면서 보여지는 변화는 새로운 시장뿐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도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멀티터치를 이용한 사용자 환경의 변화는 새로운 응용들을 많이 볼 수 있게 한다.

 

4장은 경제 위기에 대한 논의를 한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경제에 대한 주제가 큰 자리를 차지한 것 같다. 강사들의 면모도 대단하다. 경제 위기의 원인을 이야기 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이야기 하고 있으며 희망적인 이야기들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우울한 느낌을 받는다. 경제 위기를 맞아 많은 이들이 원인과 해법을 말해준다. 단순히 경제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의 권력의 재편을 예측해볼 수도 있다. 특히 서울에서 열린 포럼이니만큼 아시아의 역할에 관한 논의가 한 축을 이룬다. 5장에서는 아시아의 부상과 역할을 말한다. 여전히 미국의 힘이 가장 강하지만 중국 등의 약진으로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에 정말로 아시아가 세계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이다. 아직 아시아의 힘이 그 정도까지 올라오지 않았다는 의견과 나름대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보인다.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앞의 이야기들과는 다른 측면의 이야기를 만난다. 정명훈으로부터 지휘가 만드는 이야기를 듣고 구글 로고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평소에 보았던 구글 로고의 기억들을 되살려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끝은 이원복의 만화가 장식한다. 꿈이라는 글자에 이제까지 우리 곁에서 즐거움을 주고 생각하게 하고 실현해왔던 캐릭터들과 상상 속의 캐릭터들이 함께 모여 하나의 별자리를 만들었다.

 

꿈은 꾸는 자의 것이고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매년 연례 행사로 열리는 포럼에서 모든 분야의 이슈들을 다룰 수도 없고,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을 바랄 수도 없다. 그러나 여러 경로를 통하여 볼 수 있던 유명 인사들이 같은 주제에 관한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 모이고 함께 이야기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더욱이 그들 중 몇몇과의 인터뷰는 리포트를 더욱 충실하게 만든다. 포럼이 열리고 여러 달이 지났다. 이미 당시와는 다른 상황이 일어나는 분야도 있다. 그러나 2009년 포럼의 주제였던 이야기는 여전히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꿈으로, 현실로 존재한다. 아무리 디지털 시대의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그것을 이루는 바탕은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2010년에의 포럼은 어떤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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