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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젊은 날의 숲

김훈 저
문학동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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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다. 산등성이를 건너 온 바람이 나무 위를 스치다 가지들이 내미는 손을 잡으며 숲 속으로 내려온다. 숲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구별이 되지 않는 채 숲과 하나가 되어 있다. 모든 것이 정지한 듯 고요하다. 세밀화를 그리는 펜의 사각거림만이 가득하다. 다달이 주어지는 과제는 고요함의 시간을 그려낸다. 시간은 꽃과 나무 속으로 스며들어 그림자를 드리우고, 마음의 그림자는 나무와 꽃을 건너며 사람 사이로 스며든다. 나뭇잎 사이로 빠져 들어온 빛은 젊은 날을 기록하는 필기구가 된다. 고요함을 깨뜨리는 것은 환한 햇빛에 반사하는 꽃잎들이다. 따사로운 빛에 간지러운 듯 소리를 낸다. 잔뜩 웅크렸다가 갑자기 모든 것을 펼쳐 낸다. 쟁쟁쟁.

 

숲은 도화지다. 자연의 붓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도화지다. 그 위에 자연은 빛으로 색을 칠한다. 빛은 도화지 위에 온 몸을 던진다. 여러 색들이 산과 나무와 꽃을 휘감는다. 각각의 사물들이 멋진 색으로 바뀌어 우리 앞에 나타난다. 눈에 비친 사물은 마음에 담겨 그림이 된다. 허나 색에 취하여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빠르게 바뀌는 시간은 숲의 계절을 보게 하며 내 앞에 놓인 과제의 마감일을 가리킬 뿐이다. 관찰과 만남과 헤어짐이 한 축을 차지하며 시간은 내일을 향하여 나아간다.

 

숲은 살아있다. 고요하고 도화지처럼 모든 것을 새롭게 그려내는 숲은 생각보다 시끄럽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 생물학적 현상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나무를 설명하고 나무에 기대던 이의 육체적인 생명은 사라져도 숲에 의존하는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다. 낙엽이 되어 나무 밑에 쌓이는 이파리들도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계절의 바뀜을 맞는다. 처음 만난 이에게서 나는 기름 냄새도, 치열하게 벌어지는 개미들의 전쟁도 숲이 살아 있음을 알린다. 수십 년 전 서로에게 총칼을 겨누고 죽음을 맞이하던 이들이 뼈로 나마 서로를 부둥켜 안고 있던 숲이다. 세밀하게 도화지에 사물을 그려나가 듯 흙 속에서 보물을 찾듯이 붓질해 나가는 군인들의 손길도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몸짓이다. 숲 속의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숲에 묻으며 살아간다.

 

많은 이야기가 숲에 들어 앉는다. 숲을 드나들며 이야기는 서로 다른 듯, 서로 연결된다. 아버지의 구속과 가석방과 죽음, 어머니의 행동과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쏟아내는 처연한 울음, 자신의 세상을 껴안고 사는 요한 실장만의 시각과 생각, 숲과 숲을 지나며 군 생활을 하는 김민수 중위와의 만남, 계약직 세밀화가 조연주의 일과 생각들이 숲 속의 나무들처럼 빼곡하게 서 있으면서 서로의 가지를 맞대며 자란다. 이미 썩어 흙으로 변화한 나뭇잎들과 유골들 속에 가까운 이의 죽음과 이별을 섞으며 자란다.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는 새들처럼 새로운 환경으로 떠나는 이들, 깊게 뿌리를 박고 살아온 굵은 나무들처럼 여전히 그곳에 자리하는 사람들, 그것들을 보며 겪으며 하나의 나이테를 키워 나가는 이들. 이들의 이야기가 꽃과 함께 들어 앉는다.

 

숲은 삶의 고단한 층을 안아낸다. 생전에는 비록 비열한 삶을 영위했어도 죽어서 한 줌의 재로 바뀐 다른 모습의 삶을 껴안는다. 그 위에 내려 쌓이는 잎들로 그것을 덮어낸다. 우리의 삶이었음을 증명하듯이 내치지 않는다. 숲은 현실을 담아낸다. 계절에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을 담아내고 소리 없이 몸통을 살찌우는 나무들의 힘찬 소리를 담아낸다. 직업이건 의무이건 삶의 수단이건 숲에 기대는 이들의 숨소리를 그대로 껴안는다. 죽어가는 동물들을 기다리는 또 다른 동물들의 삶조차도 모두 품 안에 허용한다. 숲은 미래를 꿈꾸는 자들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대상을 통하여 연구하는 이들에게 좋은 연구 결과를 꿈꿀 수 있게 하고 내일의 일을 준비하는 자들에게 꿈을 실어준다. 이처럼 보이지 않지만 숲에 존재하는 것들은 억지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짓지 않는다. 그 속에서도 성장을 위한 치열함이 존재하지만 그저 계절에 따라 새 옷을 입고 옷을 벗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풍성한 숲을 보고 포근함을 느끼거나, 메마른 모습의 숲에서 삭막함을 느끼는 것은 사람들의 일일 뿐이다. 숲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삶의 연속성을 지켜낼 뿐이다. 같지만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 내면서. 쟁쟁쟁.

 

숲으로 가는 길은 단순하다. 복잡한 도시로부터 한 번만 회전하면 된다. 그래서 숲에서 나오는 길도 단순하다. 그런데 회전이 만들어 내는 세상은 판이하다.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정도의 고요함이 맞을 뿐이다. 그러나 숲 속에서도 나무와 꽃들, 동물들의 생존을 향한 몸부림을 만난다. 회전이 만들어 낸 세상은 어쩌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타고 떠난 좆내논이 자동차로 바뀌었을 뿐. 인생의 순간 마다 함께한 한 마리의 말은 식구들의 의식 속에서 살아 꿈틀거리며 연계의 표상으로 남는다. 숲과 바깥 세상을 연결하는 엄마의 전화 속에서 건너온다. 힘들고 지친 형상으로 다가오지만 끝까지 내칠 수 없는 끈으로 남는다.

 

강한 문체가 아닌 듯 하다. 그러나 시각적으로 사물을 분리하고 각각에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강함이 느껴진다. 삶에 대한 의미를 더욱 생각하게 한다. 무조건 밀어붙이는 태도가 아니지만 자연과 함께 하는 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삶을 대비시켜 나가는 것이 내게는 더욱 끈질기고 강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내 젊은 날의 숲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희미한 추억 속에 남은 것들은 산뜻하고 화려한 색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둡고 칙칙한 색은 더욱 아니다. 계절이 바뀌며 밀어 온 내 젊은 날은 쟁쟁쟁 소리를 낼 만큼 그런 날이었던가? 밖으로 밀어내며 성장하는 나무처럼 나도 밀어낼 것이 있는가? 비록 아픈 기억일지라도 젊은 날의 추억을 밀어낸다. 그 빈 공간을 새로운 생명이 차지하리라는 믿음으로 공간을 만들어낸다. 눈으로 본 사물의 형상이 도화지를 메워가는 것과 함께 마음의 공간도 추억으로 채워지는 것을 느낀다. 삶의 방식일 게다. 숲을 나오는 연주의 발길은 어느 곳으로 향할까?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여러 모습으로 다가온 숲은 여전히 내게는 동경의 대상이고 신비의 장소이다.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이고 현재에 대한 재인식이다. 삶에 대한 포괄적인 관망이다. 소리 없이, 그러나 끝없이 변화하는 숲은 그래서 우리가 걸어가는 길의 대명사가 된다. 새로 생성되고, 그만의 생명을 다해 스러지는 존재들 앞에서 나 또한 생명을 위한 손을 내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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