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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소설의 절묘한 만남이 전해준 즐거움 | 기본 카테고리 2010-03-04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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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운몽도

정병설 저
문학동네 | 201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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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게 구운몽에 대해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서포 김만중이 쓴 소설. 천상에 있던 성진이 벌을 받아 지상으로 내려와 여러 여인들을 만나고 공적을 쌓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데, 후에 보니 하나의 꿈이더라는 이야기. 그것이 전부다. 이야기로만 보면 그러하다. 저자는 이제까지 구운몽을 대하던 우리의 태도를 정확히 짚어낸다. ‘구운몽을 읽어 보았으나 모두 안다고 하지 못하고라고 표현한다.

 

왜 하필 구운몽인가? 저자는 여러 해 동안 구운몽도를 수집하였다고 한다. 구운몽 자체의 문체나 내용을 가지고도 충분히 연구 주제가 될 텐데 그림은 왜 찾아 다녔을까? 이에 대한 저자의 답과는 별개로 삼강행실도에 관한 글을 읽었던 기억에서 이유를 찾는다. 삼강행실도의 내용을 그림 속에 담아 민간 교육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림을 읽는 방법 또한 처음 만났을 때 새로운 충격으로 받은 적이 있다. 한 장의 그림에 이야기를 연속으로 그려내는 것, 하단부터 상단으로 또는 상단에서 하단으로 그림을 읽어나가는 것 등이 신기하기까지 하였다. 구운몽도가 백성을 교화하는 내용이 아니기에 이유가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운몽도에 대한 내용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연구의 결과에 몰입하게 된다.

 

그림을 통해 구운몽을 읽는다. 왕까지도 읽었던 베스트셀러 구운몽을 읽는 하나의 방법이다. 멋지다. 그림은 항상 무한한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화려하면서도 재미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설을 그대로, 흐름에 따라 그리고 배치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재해석하여 재창조한,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내면에 그림 실력과 해학을 함께 담는다. 구운몽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던 차에 이렇게 그림을 통해 구운몽을 다시 읽는다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문학과 미학과 역사와 뒷이야기까지 모두 섭렵하며 풀어주는 구운몽도의 이야기는 어느새 가까이 와 있다.

 

구운몽이 표현하는 방식, 그 속의 이야기에 따라 여러 판단들이 있어 왔다. 외설 소설, 불효 소설이라는 판단도 있고 무언가 교훈을 주고자 하는 소설, 성찰 소설이라는 평도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구운몽에 어떤 짐도 지우지 않는다. 그저 재미있는 소설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그 동안 찾았던 구운몽도를 통하여 읽는 재미를 선보인다. 돌다리에서 팔선녀를 만나는 모습, 여러 여인들을 만나는 모습, 전쟁터에서 싸우는 모습, 하늘을 가르고 내려오는 모습, 고뇌하는 모습들이 그림에 담긴다. 화려한 색채와 무한한 상상이 만들어낸 결과물 속의 인물들은 당장이라도 그림 속에서 뛰어나와 한바탕 놀음을 할 것 같다. 그저 예쁘기만 한 것에 그치지 않고 환상적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행동들이 다양하게 표현된다. 구운몽의 이야기를 그대로 따르기 보다 새롭게 가공한 또 하나의 이야기다.   

 

구운몽도는 다양한 취향과 수준을 보인다고 한다. 중국풍의 그림이 있는가 하면 한국풍의 그림도 있다. 또한 자수로 만든 것도 있다. 그들은 각각의 개성을 펼쳐 보인다. 특히 병풍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은 이유와 이것들을 소유했던 계층에 관한 이야기 또한 당시의 문화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정보이다. 자수의 아름다움과 규모의 예술을 함께 본다. 참으로 많은 자료 그림과 사진들이 함께 한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그린 그림도 있고 중국 문헌에서 보이는 그림을 참조한 그림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은 조선 양식으로 변화한 구운몽도를 구성한다. 게일이 지은 구운몽의 영문판에 대한 이야기와 그곳에 실린 그림들 또한 구운몽도를 함께 이해하는 좋은 자료가 된다. 구운몽의 미학에서 저자가 정리한 내용들은 구운몽을 이해하는 도구가 된다. 속임수의 미학, 환상과 현실의 넘나듦, 재미, 이것들은 구운몽에 그치지 않고 구운몽도의 범위까지 연장된다. 억지로 그림 속에서 구운몽의 이야기를 찾으려 하기보다는 구운몽을 바탕으로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읽어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저자는 구운몽의 정신을 자유로움에서 찾는다. 주인공뿐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활달하고 분방한 생각과 행동이 자유로움을 만든다. 이러한 자유로움이 음악, 그림, 시각 예술 등 모든 예술 장르를 활용하여 표현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글자로 구성된 구운몽이 구운몽도와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기막힌 효과이다. 여러 그림에서 보고 설명을 들었듯이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를 넘나들면서 낭만적인 세상이 펼쳐진다. 구운몽은 살벌하고 메마른 현실을 살짝 빠져 나오게 하는 탈출구라고 한다. 유배지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구운몽을 쓰고자 했던 서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구운몽도의 해설을 들으며 얻은 소득이다.

 

스스로 해석하지 않았던 말들이 세상에서 마음대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구운몽은 우리에게 친근하면서도 멀다. 이 거리감을 저자가 좁혀준다. 이것 저것 생각하지 말고 재미있는 소설로 바라보라는 의미를 담아 낸다. 그림 읽기와 그림을 통한 소설 읽기의 재미를 맛보았다. 그림과 소설의 절묘한 만남이라고 표현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구운몽과 구운몽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림 속에 이야기를 넣어보고 글 속에서 그림을 그려보는 놀이에 한껏 취해보았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자그마한 책자가 가져온 기쁨을 맘껏 누려도 되는가 싶다. 구운몽의 자유로움을 한껏 누려도 좋은가 싶다. 저자가 힘들게 연구한 구운몽도에 대한 연구결과가 가져다 주는 즐거움을 마음대로 즐겨본다. 낭만과 조화의 세계를 넘나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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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의 세계에 흠뻑 빠지다. | 기본 카테고리 2010-03-0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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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 만져지는 한 글자, 예술 예(). 이 한 글자가 책의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라는 부제만큼이나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그린 그림, 세한도, 과연 세한도의 어떤 점이 많은 주목을 받게 할까? 추사라는 이름만으로는 그것을 답하지는 못한다. 세한도 속에 담긴 뜻은 무엇이고 그 가치는 무엇인가? 고문헌연구가인 저자가 여러 측면에서 세한도의 내면으로 접근한다. 때로는 망원경으로 보듯이 전체적으로, 때로는 현미경으로 살피듯이 세세하게. 그러면서 우리는 세한도 속에 숨긴 비밀을 하나씩 엿보게 된다. 추사가 그림으로 말하고자 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세한도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다.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 특별 전시실 중앙에 길게 펼쳐진 채 조명 아래 놓여 있던 그림과 글들. 마른 붓으로 찍어낸 듯한 나무 몇 그루, 자그마한 집 한 채, 그리고 길게 이어지는 여러 글들. 어떤 내용의 글인지 알지도 못한 채 세한도라는 이름에 눌려, 그리고 처음 맞는 기회이기에 한참을 들여다 보았다. 유리 아래 놓여져 있었지만 한 획, 한 점이 모여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추사 서거 150주년 기념전이었던 만큼 전시실 내에는 다른 작품들도 있었지만 내게 있어 그 날의 주인공은 단연 세한도였다. 그림 옆으로 쓰인 글들은 단순히 조그맣게 붙어 있던 해설판을 통해서 알 수 밖에 없었지만 책에서 보던 그림을 직접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정말로 행운이었다.

 

책을 펼치니 글과 그림들이 먼저 반긴다. 뒤이어 세한도라는 작은 글씨가 흰 여백을 누르며 버티고 있다. 고적함보다 강함이 느껴진다. 세한도를 읽어 나가는 여정은 모두 8개의 길을 거친다. 시대 상황을 이야기하며 역관 이상적과 정희의 관계를 살펴본다. 연행을 하였던 추사, 그와 옹방강의 만남은 학문을 하는 이들의 뜻 깊은 만남을 보여준다. 이어 김정희가 겪는 고난의 이야기를 들추어 낸다. 김정희가 유배가기 전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이어서 세한도가 만들어진 제주에서의 유배 생활이 그려진다. 친구, 부인 등 아끼던 이들을 하나씩 떠나 보내면서 비통에 빠져드는 추사의 모습에서 고독감을 흠뻑 느낀다. 오직 배로만 육지와 연결할 수 있었던 제주에서의 유배 생활. 그곳은 초의, 허련 등이 뒤를 봐줄 뿐이고 우선 이상적이 보내주는 책들이 유일한 낙이었다. 이렇게 세한도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모두 살펴본 후 세한도 속으로 들어간다.

 

소동파가 쓴 <언송도> 찬문이 세한도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새로 밝혀낸 사실이다. 이처럼 세한도는 어느 한 순간의 생각을 표현한 것이 아니라 추사가 끊임없이 찾고, 생각했던 결과이다. 그러한 집념이 그가 처한 환경 속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추사가 글과 그림을 생각하는 자세는 당시에는 매우 새로운 일이었다. 그림을 무시하는 경향을 비판하며 시화일체의 자세가 궁극적인 예의 자세임을 강조한다. 문경이라는 용어가 이를 말한다. 원천부터 따져 들어가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야말로 학자의 본 자세이다. 추사의 성격은 여러모로 까칠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과 많은 마찰을 일으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자세가 초묵법과 적묵법 등의 기법을 완성하며 그림 속으로 응집된 것이 아닐까?

 

세한도 감상으로 들어간다. 그림의 구성과 기술적인 면을 설명한다. 여기서 새롭게 본 것은 글씨와 인장의 배치에 관한 설명이다. 전체적인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여러 유형의 인장을 사용하고 글씨조차 그림의 한 부분으로 만들어 낸 추사의 경지에 다시 한 번 감탄한다. 이런 세한도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우리 품에 있다. 오디세이 세한도라는 장으로 이를 살펴본다. 추사가 이상적에게 주었던 그림은 여러 손을 거쳐 지금 우리 앞에 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되기까지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손재형이 세한도를 입수하는 경위는 단순히 미술품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여러 손을 거쳤다. 이제는 편안한 곳에서 그 속의 깊은 뜻을 품어내기를 바란다. 부록으로 세한도 제영의 해석이 곁들여져 있다. 추사와 심적으로 교류했던 이들이 그림을 보고 느낀 감정을 담은 제영은 그 속의 뜻을 찾아내는 재미를 준다. 이렇게 모두 해석된 것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또한 중간 중간에 나타나는키워드 속의 키워드를 놓치면 안 된다. 본문에서 설명할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였지만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일들이 따로 모여 있기 때문이다.

 

추사가 제주도 유배 시절, 우선 이상적에게 주었던 그림 한 점. 그 그림과 글이 주는 울림은 단순히 명작이라는 이름 때문이 아니다. 글과 그림 속에 담긴 추사의 고독을 느낄 수 있고 지조와 절개를 볼 수 있고 더 나아가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했던 김정희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깊은 공감대를 만들며 교류했던 당시의 학자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인연이 만들어 낸 결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른 붓질의 느낌과 텅 빈 집이 주는 고적감 속에 강하게 축적되어 있는 것은 한시도 학문적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은 추사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세한도를 그저 유명한 그림으로, 추사의 명작으로만 알고 있던 것을 완전히 새롭게, 내면을 볼 수 있도록 한다. 내면을 보는 것은 추사의 삶을 다시 살펴보고 그의 정신을 되새겨보고 그가 처한 시대적인 상황을 아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한 학자의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과 학문에 대한 열정과 시공간을 넘는 학술적 교류와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 나가는 선구자적인 모습을 보는 것이다. 세한도라는 작품이 단순히 그림 한 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학자의 모든 것을 모은 결과물의 하나인 이유이다. 그 속에 숨어 있던 것들과 지금까지의 험난한 여정 등을 알 수 있게 한 저자의 노력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보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데 있다는 말이 절실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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