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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끈, 뜨거운 마음도 함께 남는다. | 기본 카테고리 2010-05-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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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은교

박범신 저
문학동네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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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누구에게도 보이기 힘든, 그러나 꼭 보여야 했던 사랑과 아픔의 기록이다. 배신과 좌절의 흔적이다. 그 글을 너무 쉽게 열지 않았어야 했다. 그들의 애틋하고도 서글픈 사랑의 기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그들의 모든 것은 우리에게 펼쳐진 터, 이제 우리는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아야 한다. 타인의 일기를 보는 것은 재미를 넘어 위험한 지경에 이르게 한다. 더욱이 그것이 너무도 가까운 이들의 이야기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서로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맞물려 있기에 서로를 향해 날카롭게 찌르고 드는 칼날이 너무나 날카롭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노트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정신적인 대립을 보며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러나 그대로 마음 속에 간직하고픈 기록이다. 그래서 한 줌의 검은 재로 바뀌었을지라도 그것이 세상에 존재하였음을 기억하고 싶다. 세월과 함께 잊혀질 수 있는 시인의 존재에 대한 마지막 예우이다. 그 곁에서 끝없이 자기를 찾았던 한 청년의 욕망을 바라보는 자세이다. 그 사이의 빈 공간을 연결하던 은교에 대한 사랑이다.

노트에 적어 내려간 일기는 다른 이의 손을 통해 서로 만난다. 비어 있는 틈을 서로 메운다. 그 노트는 우리를 갈망이 뒤섞여 만드는 혼란 속으로 이끈다. 특히 너무도 가까운 이들이 너무도 멀리 떨어지는 모습을 보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시인의 노트와 서지우의 일기는 그렇게 이어진다. 시인의 시선으로, 시인의 말투로, 서지우의 시선으로, 서지우의 말투로. 엄청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하더라도 일기가 건네진 순간 그 비밀은 그들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열려지기를 바라는 듯 만들어진 일기이다. 그래서 일기는 읽기가 된다. 마음 읽기가 된다. 흔들리는 마음의 행로를 따라 힘든 여행을 한다.

 

인과

시작과 끝은 하나다. 원인은 결과를 만들고 그 결과는 또 다른 일의 원인이 된다. 그렇게 일어나는 일들은 서로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순간 오해를 만들고 방향은 틀어진다. 그들의 관계 또한 이런 관계로 엮여 있다. 서로에게 없는 것들을 다른 이에게서 찾는 순간 질투와 어긋난 욕망으로 변질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끼어들지 못하는 존재로서 인식한다. 이는 차이에서 비롯한다. 나이의 차이, 재능의 차이, 성별의 차이, 위치한 곳의 차이에서 생긴다. 그 차이를 메우는 힘은 바라보는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애정의 힘이다. 쉽게 사그라질 지라도 반드시 뽑아내야 할 근원적인 힘이다. 이적요 시인, 서지우 그리고 은교가 만들어가는 관계는 죽음까지도 부를 정도로 처절하고 끈끈하다. 그것은 시인과 서지우가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인의 속에 서지우가 있고, 서지우 속에 시인의 마음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은교는 그 사이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은교 또한 그들 속에 이미 존재하는 관계의 핵심이다.

 

암굴, 안개

시인의 암굴은 그의 마음 속에 있다. 쉬고 싶은 곳, 도파하고 싶은 곳은 그의 마음 속에 있다. 오직 몸 하나를 누일 수 있는 공간은 시인의 마음의 공간이다. 끝없이 꺼낼 수 밖에 없는 창작의 끄나풀을 재여 놓는 공간이다. 그 공간은 시인 스스로 만든다. 시인이 육체를 누이고 되돌아 보는 공간이다. 세월의 흐름은 정신의 새로움을 얻는 것을 방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정신은 시인을 힘들게 한다. 그것은 스스로 좁혀 버린 마음의 공간 때문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새롭게 솟아오르는 사랑의 마음을 감당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세월과 상관없이 맺혀지는 희구와 바람 때문이다.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들의 일기를 읽어 나갔지만 모든 것을 재로 만든 지금 눈 앞에는 뿌연 안개 만이 가득하다. 모호함의 안개인지 애틋함의 방울인지 모르겠다. 잘 짜인, 그러나 삐걱거리는 삼 인의 유희 속에서 흔들리는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하기만 한다. 뽀드득 소리가 들린다. 유리창을 닦는 소리이다. 맑은 날에는 안개가 끼지 않는다. 그러나 정신적인 안개는 여전히 서로를 감싸고 있다. 서로가 다른 곳을 향하는 듯 하면서도 한 곳을 바라보고, 그 눈길이 마주쳤을 때 딴청을 부리는 것이 느껴진다. 영원히 희미함 속에 감출 수는 없다. 가까이 하지 못함에 화를 내고, 배신감에 살의를 느끼고, 허망함을 단절로 표현해도 희미한 실체는 어느 새 비어져 나온다. 그렇게 비어져 나온 감정은 노트에 담긴다. 시 한 구절에 담긴다. 

 

은교

연약함으로 상처받기 쉬운 존재일 것 같은 은교는 시인 이적요와 서지우의 교집합 자리에 위치한다. 세 사람의 고리는 미묘하다, 서지우는 시인의 부분집합이다. 매여 있다. 시인이 억지로 묶어두지 않았어도 서지우는 쉽게 떠나지 못한다. 놓아 보내고자 할 때 조차도 쉽게 뜨지 못한다. 서로를 교차하는 세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은교는 손을 잡는다. 시인의 큰 손 안에 자그마한 주먹을 놓고 시인의 손가락을 하나씩 오므린다. 그 온기는 주먹을 타고 은교의 가슴으로 향한다. 가슴에 품고 있는 말 못할 사연을 그 따스함으로 녹인다. 시인은 손을 통해 세상을 다시 보는 눈을 연다.

가슴에 품은 헤나는 세상을 향한 내면의 찌름이다. 찌름은 세상에 대한 손짓이기도 하다. 시인의 마음으로부터, 서지우의 몸짓으로부터 받은 교감을 품는 열쇠이다.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노트의 끈 만을 붙들고 있지만 재로 바뀐 문자들의 의미를 너무도 절실하게 느끼는 은교이다. 그저 눈물로만 말할 수 밖에 없는, 가슴에 품을 수 밖에 없는 추억이다. 계속해서 다가오고 때로는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 속에서 미처 자리하지 못했던 아쉬움의 눈물을 남긴다.

 

그리고, 연결

사랑이란 무엇일까? 따스한 햇살 아래 그네에서 잠든 이를 만나며 시작된 것, 그것이 사랑일까? 어느 새 가슴 속에 들어와 있는 존재에 대해 다른 이의 눈길이 미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것, 그것이 사랑일까? 차이를 넘어 그것을 지키는 것이 가능할까? 치열한 마음 속의 싸움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사랑일까? 글에 대한 치열한 고뇌의 모습 또한 사랑 때문일까?

잊었던 욕망과 본능이 서로 충돌하고 풀어가는 그들 속에서 사랑을 본다. 자신에 대한 사랑과 동경하던 것에 대한 사랑과 목표에 대한 사랑을 본다. 함께 오는 혼돈은 시인이 풀어 놓는 시구들로써 정리되어 간다. 한 편의 시들은 이정표이고 현재를 나타내는 표지이다. 분노와 용서 속에서, 평화와 싸움 속에서, 그리고 미처 하지 못한 용서에 대한 죄의식 속에서 처연한 본래의 모습을 만난다.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을 누르고, 버리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낀다. 그러나 그 조차도 언제나 함께 하여야 하는 존재임을 다시 인식하게 한다. 그것이 서지우건 은교이건 시인 자신이건.

남은 것은 끈 하나이다. 끈은 이어짐을 남긴다. 육체의 사라짐이 정신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 은교가 가지고 싶어하던 노트, 그 노트는 이미 그녀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 있다. 헤나를 통하여.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아픔의 눈물을 통하여. 그렇게 그들의 이야기는 남는다. 여전히 뜨거운 마음을 안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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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범신 『은교』 200만원 리뷰대회!! | 기본 카테고리 2010-05-1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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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저 | 문학동네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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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진정한 의미는 | 기본 카테고리 2010-05-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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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날, 예스블로그에서 책을 찾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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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조건이라는 달콤하면서도 어려운 제목을 달고 있다. 무엇이 행복이며 그러한 행복을 이루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저 몸 건강히, 맘 편히 지내다가 일생을 마치는 것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과연 지금 나는 행복한가라는 질문도 해 본다.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다.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철저히 분석한 결과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서 판단한 결과이다. 그래서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매우 특별한 실험의 결과이자 분석이다. 1930년 대부터 최근까지 일정 집단 내의 대상자들의 일생을 살펴보면서 성공적인 삶과 행복에 대한 조건들을 조사하고 분석한다. 그 대상은 하버드 졸업 집단., 보스턴 이너시티 소년원에 있던 집단, 천재아들의 집단인 터먼 여성 집단이다. 연구에 참여한 집단은 각기 매우 다른 잠재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각 집단 내에는 상당한 동질성을 보인다. 각 집단들에 대한 연구는 별도로 시작되었지만 결국은 하나로 통합 운영되어 매우 흥미로운 결과들을 내 놓는다. 그것은 행복이라는 것이 결코 주위의 환경이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며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 그랜트 집단인 하버드 졸업생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산 것이 아니며 이너시티 집단에 속해있던 인물들이 모두 불행한 삶을 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성인발달연구라는 이름으로 수행된다. 이 연구에는 내과의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학자, 사회인류학자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각 개인에 대한 생활을 문의하고 면담하면서 각각의 생각을 정리한다. 또한 신체 건강이 삶의 행복 지수와 얼마나 연관되는지도 살펴본다. 각 대상 인원들의 다양한 면을 여러 시각으로 관찰함으로써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찾아내고 분석한다. 아주 오랜 기간을 관찰하고 수집한 자료들에서 어떻게 노년을 맞이하는가에 초점을 둔다. 대상자들이 청장년기를 어떻게 보냈으며 그 이후 현재는 어떤 상태에 있는가를 조사한다. 그들의 생활에서 행복의 조건을 찾아내고 이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매우 많은 사례들이 각 조건을 부연 설명하고 있다. 성인발달은 나와 우리 이웃들이 어느 지점에 와 있는지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지도라고 한다. 따라서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앞부분에서는 유년기부터 청년기, 중장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생활이 노년기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다. 유년기의 어려움이 노년기까지 그대로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한 때의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건강한 노년기를 맞는 경우들이 있는지, 그렇다면 그렇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함이다. 또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도 살펴본다. 후반부에서는 건강한 노화를 맞이하는 법을 말해준다. 건강한 노화는 노년기의 행복을 이루는 바탕이 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수행한 이 연구는 긍정적 노화를 정의한다. 노화는 쇠퇴, 자연의 흐름에 따른 변화, 죽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다. 신체적으로는 약해지지만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변화해가면서 사회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계속 성장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매우 중요한 정의이다. 늙는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아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와 세대를 연결해 주는 통로로써,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이루는 끈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밝혀 준다.

 

노화를 정의한 후 다시 일생을 살펴 본다. 성인으로 발달해 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야 할 여섯 가지 과업을 이야기한다. 이론을 전개하고 증명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이다. 이는 정체성, 친밀감, 직업적 안정, 생산성, 의미의 수호자, 통합의 과업이다. 청소년기에 부모로부터 독립된 존재로 설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상호관계를 통해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친밀감을 키우며, 성인으로써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직업적 안정을 이루어야 한다. 이 후 사회 영역을 통해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생산성 과업을 이루고, 다음 세대에 과거의 전통을 이어주는 의미의 수호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통합이라는 과업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온 세상의 평온함과 조화로움을 추구하여야 한다.

 

생산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생산성은 만족한 노후를 뒷받침해주는 버팀목이 된다. 이는 다음 세대를 돌보는 것을 포함한다. 행복한 노후를 보낸다고 판단한 인물들은 자녀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답을 한다. 이는 유대 관계의 힘을 보여주는 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업의 단계를 기준으로 하여 연구 대상자들의 상황을 파악해본다. 과업의 성취 여부와 각 과업에서 부족했던 점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분석도 행해진다. 과업의 단계를 다시 살펴 본다. 개인에 대한 확실한 의식 확립을 한 이후에는 모두 외부와의 관계와 연결된다. , 노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유대 관계가 될 것임을 인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항에 대한 정리를 마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건강한 노화, , 노년기의 삶에 대해 논의한다. 건강의 의미를 신체 질환 유무를 넘어 정신 건강 및 사회적 유대 관계 그리고 삶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도까지 확장한다. 이러한 기준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삶, 불행하고 병약한 삶으로 구분한다. 중요한 사항은 사회적 유대 관계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롭다 하더라도 자기 만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것이다. 은퇴 후에도 새로운 사회적 만남을 통하여, 놀이 활동을 통하여,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활동을 통하여 그리고 평생 공부를 통하여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얻는 지혜는 성공적 노화의 필수 요소가 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종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종교적 믿음이나 영성이 성공적인 노화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다소 놀라운 결과이다. 그보다는 사랑과 희망이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 성공적인 노화로 향하는 길은 세속적인 인간 관계에 있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풍부해지며 세월이 흐른 뒤에야 체득되는 것이 있다. 따라서 노화는 쇠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회적 지평을 확장하고, 인내심을 강화하며, 무의식적 방어기제를 성숙시키는 과정이다.

 

성인발달연구의 모든 사례들이 해피엔딩으로만 끝을 맺는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매우 안타까운 조사대상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각 개인이 처한 나쁜 상황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주저 앉아 불행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불행한 상황을 딛고 회복하는 능력을 회복탄력성이라 부른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성공적인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이를 강하게 하는 것은 미래지향성 감사와 관용,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능력, 사람들과 어우러져 함께 일을 해나가려고 노력하는 자세이다. 결국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한 인간의 행복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서양의, 그것도 백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지만 결론으로 도출되는 항목들은 동양의 그것과도 유사하다.

 

각 집단에 속한 이들의 삶을 보았다. 각 단계별로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그것이 이후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았다. 여러 분야의 연구원들이 다각도로 파악하고 의견을 내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찰함으로써 인간의 삶의 여러 유형을 볼 수 있었다. 물질적인 면을 충족하였다고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었다. 언제나 자신의 뚜렷한 의지를 바탕으로 주위의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지속해나가는 데서 행복을 찾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여 어떤 틀로써 만드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러 부류의 대상자들, 여러 형태의 삶, 여러 분야에서의 활동, 좋거나 나쁘거나 많은 사례들이 보여주는 과정과 결과들을 볼 때 행복을 찾는 하나의 지표로 삼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시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지금 행복한가? 관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부족한 것 같다. 성공적인 노년기를 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이들의 사례를 다시 살펴 본다. 각자의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니라 활짝 열고 밖으로 향하고 있다. 항상 먼저 손을 건넨다. 나이가 드는 것이 두렵지는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그러한 날을 맞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의미의 수호자가 되고 통합의 단계에서 진정한 행복을 얻기 위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들이다. 행복의 조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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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근대사 속의 황후들 | 기본 카테고리 2010-05-0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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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황후 삼국지

신명호 저
다산초당 | 201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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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이다. 이제까지 단편적으로 보았던 것들을 3D로 바라본다. 역사 속의 한 사건을 한 편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후에 조합했던 것을 한 번에 볼 수 있게 해준다. 급변하던 시기의 한, , 일의 역사를 바라본다. 사건을 살펴보지만 중심에는 각 나라의 여왕을 두고 그녀들이 어떤 자세로 시대를 바라보고 대응했는지 살펴 본다. 과연 그녀들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했는가? 과연 그녀들이 꿈꾸었던 것은 무엇이었는가? 개인적으로는 나라의 안정과 권력의 유지라는 단순한 목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주위의 변화하는 환경, 서로 다른 방향으로 대립하는 세력들과의 복잡한 양상을 여러 면으로 찾아 들어가면서 저자는 황후삼국지를 그려 낸다.

 

조선의 명성황후, 청의 서태후, 일본의 하루코 황후의 이야기이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근대화의 시기에 그 중심에 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이들을 같은 시선으로 보고 평가할 수는 없다. 삼국의 위상과 그녀들이 처한 시대의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격한 개화의 물결 속에서 대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각 황후들의 개인적인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운명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의 멸망과 청의 쇠락과 일본의 부상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책은 황후를 맞이한 삼국, 왕권을 강화하는 삼국, 외세와 부딪히는 삼국, 운명이 엇갈린 삼국의 4부로 나뉘어 있다. 약간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더라도 제목만으로도 어떠한 내용이 어떤 형태로 기술될 것인지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코 황후에 대한 내용은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던 내용은 아니다. 각 장은 명성황후, 서태후, 하루코 황후에 대한 내용을 교대로 포함한다. 이는 같은 사건에 대해 각각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모습을 비교할 수 있게 한다. 각 황후가 사건과 연관된 정도가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들이 각 황후들의 행동 반경이나 행동 양식에 영향을 주고 있음은 틀림없다.

 

이를 다시 인물 위주로 풀어 읽는다. 명성황후의 삶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고종의 왕권 강화를 위한 노력, 대원군과의 끊임없는 견제와 대립, 청이나 일본의 간섭에 대한 대응 등 쇄국과 개화의 소용돌이 중심에서 매우 혼란함을 겪는다. 스스로가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간에 명성황후의 생각과 행동은 당시 상황에 대한 처세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날로 쇠약해지는 왕권을 다시 확고히 세우기 위하여 청, 러시아, 일본 등 주변의 환경을 서로 이용하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스스로 어떠한 힘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고 마는 모습은 언제까지나 가슴 한 켠에 큰 응어리를 간직하게 한다.

 

서태후는 자신의 권력 유지에 모든 힘을 쏟는다. 전면에 황제를 앞세우고 섭정을 통해 전권을 행사한다. 그러나 근시안적인 태도로 대외적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으로써 나라를 어려운 지경에 몰아 넣는다. 모든 힘을 한 곳에 쏟을 수 없는 이면에는 권력 유지에 대한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왕권 유지만을 위해 끝없이 욕심을 부리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보여준다. 내부적으로 서양 여러 나라들의 개화 요구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잃고, 청일전쟁에서 패배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의 패권도 잃는다. 그것이 청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하루코 황후는 명성황후나 서태후와는 많이 다른 삶을 살았다. 명성황후나 서태후가 권력 다툼의 중심에 있던 반면에 일본의 황후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일본의 환경과 관습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그녀 스스로도 순종적인 삶으로 제한된 역할만을 수행했다. 그것이 일본 왕실의 유래였다. 일본 왕실의 상황은 다른 곳보다 안정적이었다. 번주를 폐하고 현을 만드는 과정에서 일어난 반발을 물리치고 일찌감치 개화를 이룬 일본은 짧은 기간 내에 막강한 힘을 비축하며 동아시아를 휘어잡는다.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서 황후는 왕실 내에서 조용히 지원하며 외부적으로는 사기를 북돋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긴 시간의 역사는 아니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가 있던 시기의 일들이다. 조선을 둘러싼 청, , , 그리고 서양의 세력 다툼장이 되었던 조선 땅, 그 땅에는 서태후, 하루코 황후의 힘도 미치고 있었다. 그녀들이 서로 다른 정소에서, 다른 시각에서 행동하고 바라보았다 하더라도 한 나라가 외세에 휘둘리는 것이 큰 불행을 초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각 황후들의 성격이나 행동들을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주위의 환경과 당시의 위치가 결과를 다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명성황후의 삶이 제일 아프게 느껴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단순히 우리나라의 역사이기 때문일까? 명성황후의 욕심과 야망이 한 축을 이루는 것으로 느껴졌다. 이는 고종의 왕권을 보다 강하게 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본인들에 의해 시해될 정도로 큰 표상으로 인식되었던 그녀의 삶이 새롭게 보인다. 서태후의 경우를 보면서 끝없는 욕심이 가져오는 쇠락을 보았다. 하루코 황후의 경우에서는 여왕의 역할의 한 면을 볼 수 있었다.

 

자료의 차이 또는 새로운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일지 몰라도 각 황후들에 대해 기술한 분량이나 그 상세함의 차이는 보인다. 일본 왕실의 예법 등이 굳이 한 장을 차지하지 않아도 될 듯하지만 이 또한 하루코 황후의 행동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본다. 남성 위주의 체제 속에서 그녀만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것은 분명하나 책에 기술된 것 이상의 고민과 참여가 있었을 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이 있던 시기의 각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보는 것보다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황후들의 행동과 생각을 통해 여러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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