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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둔황

이노우에 야스시 저/임용택 역
문학동네 | 2010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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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은한 조명 아래 두루마리가 펼쳐져 있다. 깨알 같은 글씨를 바라본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보았던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다. 발견된 장소인 막고굴의 모형, 두루마리 경전들 사이에 서있던 왕 도인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기억난다. 희미한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던 왕오천축국전은 그 시대에 있던 많은 일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듯싶었다. 그런데 이것이 어떤 사연으로 석굴 속에 보관되었을까?

 

<둔황>은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가 1959년에 쓴 역사소설로 송나라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과연 그 시대의 역사에서 무엇을 찾으려고 했을까? <둔황>은 한 젊은이가 삶과 죽음에 대한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내면적으로 변화하고, 종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전쟁의 한 가운데서 경전을 보전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소설 속의 승려들은 죽음으로써 경전을 보관하려 한다. 그들이 보관하려고 했던 문서들 중에 왕오천축국전이 있지 않았을까? <둔황>이 왕오천축국전을 다룬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둔황>이 엄격한 구도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옛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단지 출세를 위해 공부했던 한 젊은이, 조행덕이 잠깐의 실수로 벼슬 길을 놓치고 우연히 마주친 여인, 그 여인이 건넨 한조각의 천에 쓰인 글자를 찾아 서하로 떠나 그곳에서 겪는 일들을 그린다. 여러 인물들이 그려진다. 조행덕에게 서하 문자가 적힌 천 조각을 주고 홀연히 떠난 서하의 여인, 서하의 이원호와 주왕례, 조행덕을 비롯한 세 사람과 연관된 위구르 왕족인 여인, 사라진 나라지만 출생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상인 위지광, 흐름에 피동적으로 몸을 맡기는 태수 연혜 등이 서로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그려진다.

 

, 서하, 토번 등이 서로 전쟁을 계속하던 시기, 그 속에 휩쓸린 조행덕은 위구르 여인과의 만남과 그녀의 죽음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다. 전쟁터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서하 문자를 배우면서 불교에 관심을 둔다. 그리고 경전을 서하 문자로 옮기는 작업을 한다. 전쟁터에서는 용감했지만 한 여인을 사랑했고 마지막에는 반란의 실패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주왕례는 조행덕에게 지시하면서도 조행덕에게 의지한다. 모든 것이 파괴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이득 만을 취하던 위지광을 이용하여 조행덕은 많은 경전들을 안전하게 도피시킨다. 비밀을 감추기 위해 많은 이들을 죽였던 위지광은 자신의 보물 창고 앞에서 벼락을 맞아 목숨을 잃는다. 그렇게 모두 한 시대를 자신의 모습으로 살고 죽음으로써 각자의 시대를 마감한다. 동굴 속에 보관된 경전들은 시간이 흘러 여러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세계 여러 나라로 흩어진다.

 

죽음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은 것은 아니지만 한 젊은이의 생각에 영향을 준 것 만은 확실하다. 우연히 얻게 된 한 조각의 천에서 시작된 삶은 만남과 이별, 사랑과 죽음 사이를 오가며 한 젊은이의 생각과 행동을 변화시킨다. 인간이 하잘것없는 존재임을 깨닫고, 무의미함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종교에 흥미로움을 갖게 되고 드디어는 어느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경전에 매달린다. 여러 상황 속에서도 위구르 여인과의 끈을 놓지 못하던 그는 위지광과 몸 다툼 중에 여인과 연결되었던 목걸이의 구슬을 놓치며 그녀와의 끈을 모래 속에 묻는다. 속세의 인연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다. 그가 잃은 것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들이다. 그가 지키고자 한 것은 보이지 않지만 영원히 지속되는 무한한 정신이다.

 

권력이나 재물 만을 좇는 이, 세상의 흐름에 무기력하게 몸을 싣는 이, 전투에서는 강하지만 사랑에는 한없이 약했던 이, 죽음으로써 자신을 입증한 이 등, 다양한 인물들이 보이는 행동들은 인간의 행동들이다. 각 인물들의 행동은 그에 걸맞은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종교라는 큰 명제 속으로 스며든다. 조행덕이 서하 문자를 만나게 한 여인, 조행덕이 끝까지 간직하려 했던 목걸이의 주인공, 조행덕이 서하 문자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 주왕례, 조행덕이 경전의 번역 작업을 할 수 있게 해준 연혜 등은 결국은 조행덕이 무한한 생명을 갖는 경전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마지막 행동으로 모인다. 그의 행동 속에서 미약한 인간의 존재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며 다시 살아 무한히 남는다.

 

구성은 그다지 치밀하지 않게 느껴지고 무언가 빠뜨린 것 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을 앞에 놓고 싶다. 역사 소설이라는 방법을 통해 접근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여인들, 싸움과 권모 술수, 탐욕과 변화가 그대로 드러나는 역사 소설 속에서 다양한 성격의 인물들을 그려내고 궁극의 종착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죽음이 주변을 맴도는 가운데서 한 가지 일에 집착하는 선천적인 정열을 보이며 변화하는 조행덕의 모습은 시대의 소용돌이 속을 헤쳐나가며 자신에 대한 참모습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가 남긴 말이 남는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없이 작고, 또한 그들의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는 단순히 무의미하게 느낀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존재인 인간의 인생을 더욱 의미 깊게 하는 길을 찾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경전을 지키려는 이들과 함께 하며 영원을 지켜낸다. 그렇게 지켜낸 영원은 이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난다. <둔황>을 덮으면서 왕오천축국전을 다시 생각한다. 비록 가까이에 두고 볼 수는 없지만 이 세상 어느 곳인가에서 아주 오랜 역사를 담아내고 우리에게 전해주는 살아있는 정신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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