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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럽고 또 부럽다. 그 약속과 실천이 | 기본 카테고리 2012-08-1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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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딩 프라미스

앨리스 오즈마 저/이은선 역
문학동네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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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라도 이 책을 읽고 '아이에게 책을 강제로 읽어주려 결심하는 이'가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단순히 '책 읽기에 관한 기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도 걱정이 된다. 아주 틀리지는 않겠지만   여기에서 그치기에는 너무 아쉽다. 책을 읽는 과정, 그 과정 속에서 보이는 관계, 무엇보다도 한 어린 아이의 성장 기록이 더욱 크게 보인다.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생각하는 힘이 자라남을 본다. 그래서 단순히 책 읽기에 대한 기록으로 남겨두기에는 그 울림이 매우 크다.

 

어느 날, 아빠와 따른 백일 동안 하루에 10분씩 책을 읽기로 약속하고, 실천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3218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계속된다. 3218일 동안 매일 정해진 시간에 짧으나마 책읽기를 하였고, 딸은 그 과정을 기록하였다. 시간 속에서 한 소녀가 아빠와 책을 통해 대화하면서 아빠의 삶을 보고, 세상 속에 들어간다. 책읽기가 계속되는 동안 엄마는 집을 떠나버렸고 언니 또한 학업을 이유로 따로 산다. 아빠는 직장을 잃고 새로운 길을 찾아간다. 저자 또한 자신의 길을 걸어갈 준비를 한다. 이렇게 한 아이의 커가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속에서 억지로 독서의 필요성, 독서가 끼치는 영향 등을 끄집어 낼 필요는 없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아빠와 딸이다. 초등학교 도서관 사서인 아빠는 그렇다 치자. 딸은 왜 책을 읽는 것, 아빠가 읽어주는 책을 듣는 것을 좋아했을까? 아빠가 책의 내용에 맞추어 실감나게 읽어주는 동안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일까? 자신 만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일까? 그들의 약속은 단순히 책읽기였다. 힘든 일이 있더라도 지켜내려 한 굳은 약속이었다. 서로에게 한 약속, 우리 자신에게 한 약속. 항상 그 자리를 지킬 것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 희망이 없던 시절에 낮은 희망의 약속. 모든 게 불안하던 시절에 맺은 안정의 약속이라고 말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책읽기를 멈추지 않는 모습들이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함께 보여진다. 이러한 경험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속에서 깊이 숙성되는 자산으로 성장한다. 서로 강요하지 않고 존재감을 인정하며, 서로를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상상했던 생활과 현실 사이의 차이를 잘 극복해나가는 모습에서 이해와 배려와 소통의 귀중함을 만난다. 그들의 한 가운데에는 책이 있고 책은 사이 사이의 공간을 메운다. 귓가에 울리는 아빠의 목소리는 마음을 건넨다. 아빠의 말함이 있고 딸의 들음이 있다. 아빠와 딸 사이의 무언의 교류가 있다. 딸의 들음은 생각으로 바뀌고 바라봄으로, 행동으로 바뀐다. 아빠의 말함은 긍정으로 바뀌고 의미 있는 행동으로 바뀐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은 것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책의 내용이 어떤 상황에 대하는 열쇠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 자신의 성장과 부모의 늙음과 가족의 변화와 사회에 적응해가는 속에서 조용히 나타날 뿐이다. 3218, 아이는 컸고 부모는 늙어갔다. 더욱이 부모는 이혼했다. 언니는 다른 곳에서 공부를 하느라 집을 떠났다. 이제 곧 하나 남은 딸도 아버지의 곁을 떠날 예정이다. 딸은 아빠의 뒷모습을 본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는 아빠의 등을 본다. 딸의 책읽기는 자신의 삶뿐 아니라 타인의 삶도 의미 있게 바라보는 힘을 키워준다. 아빠의 책읽기는 책이라는 존재의 근본 정신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게 한다.

 

마라톤은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다. 마라톤에는 페이스 메이커가 있다. 어느 정도까지 선수들을 이끌어주고 중간에 빠지는 사람이다. 아빠는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충분히 하였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신념 하에 자신의 길을 걷는다. 딸은 이제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페이스메이커의 등을 바라보며 달려온 마라톤을 마치고 등 뒤로 사라지는 페이스메이커를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의 앞 길을 바라보고 나아간다. 단순히, 무조건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살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곳을 주시하며 같이 호흡하고 때로는 속도를 늦추고 때로는 속도를 내며 함께 달린다. 단순히 글자가 아니라 글자들 사이에 숨어있는 것들을 만난 진심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저자는 기나긴 독서 마라톤을 마치고 새로운 마라톤을 시작한다.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길일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가 새로운 용기로 새로운 길을 찾아 가듯이 독서 마라톤의 동반자인 딸도 멋진 길을 걸어나갈 것이다.

 

책을 읽어준 아빠의 말과 아빠와 함께 책을 읽은 딸의 말을 되새겨본다. 부럽고 또 부럽다. 그 약속과 실천이.

 

아이의 성장과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을 몇 번이고 증명해 보인 부모는 아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책은 허구의 이야기가 담긴 것이라도 늘 아주 훌륭한 지식과 정보가 있었다. 완벽한 진실이든 아니든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알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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