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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지만 특별한 존재, 조선 노비들 | 기본 카테고리 2013-03-3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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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노비들

김종성 저
역사의아침 | 201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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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노비들. ‘천하지만 특별한이 눈에 들어온다. 노비는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있다. 주인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야단 맞고 잡일들을 하는 이들이 노비라고 알아왔다. 그런 노비들에게 특별한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다. 물론 시를 잘 쓴 노비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단순히 몇 가지의 특이한 예가 있다고 해서 특별한을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무엇 때문일까? 노비들에게 어떤 점이 있기에 이런 부제를 사용했을까?  

 

저자는 노비는 천하고 사람도 아닌 존재라는 선입견들을 완전히 깨뜨린다. 아무런 근거 없이, 무조건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조선의 노비들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앞세우고 이를 이용한 적절한 논리를 펼친다. 모두 18개의 에피소드가 보인다. 이야기 자체도 새로운 이야기이고 생각지도 못하던 것들이다. 노비에 대한 옛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이들은 에피소드로만 봐도 좋을 듯싶다. 시를 쓰며 제자를 두고 가르친 노비, 맞아 죽은 노비, 공주에서 노비가 되었던 이, 관리가 된 노비, 부자가 된 노비, 노비 위의 노비, 관가의 기생, 도망친 노비, 저항하는 노비 등 여러 유형의 노비들과 그들의 행동이 보여진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으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이야기를 뒤따르는 것은 노비에 대한 여러 측면에서의 고찰이다. 이야기의 상황에 대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추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들을 별도로 묶어 보면 노비에 관한 이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떤 노비가 있었고 어떻게 행동하였는가가 아니라 노비라는 단어에 내포되고 그들의 활동이 보여주는 사회적인 의미이다. 상당히 광범위한 논제이고 위험할 수도 있는 발상이다. 저자는 거의 모든 범위에 걸쳐 노비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내 짧은 지식으로는 전문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그간 단편적으로 언급되고 다루어졌던 사항들을 재미있고 눈에 띄게 정리하여 제시한 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노비는 타인에게 신분적으로 예속된 상태에서 노동에 종사하는 존재’ (23)를 지칭한다고 한다. 타인은 개인, 관청 또는 왕실일 수도 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신분적 예속이다. 얽매임의 강도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이야기 중에도 나타나는 맞아 죽은 노비뿐 아니라 결혼 허가, 매매 등의 상황은 예속이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노동에 종사하는 존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시의 경제 활동을 고려하였을 때 생산에 종사하는 부류의 상당수를 차지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노비들은 국가나 개인의 노동력이고 군사력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노비가 무엇인가를 살펴본 후 그 기원, 누가 노비가 되는가, 노비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가, 노비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는 어떠하였는가, 노비의 의무, 노비의 재산, 노비들의 저항을 거쳐 노비제도가 사라지기까지 노비에 대한 많은 것들을 다룬다. 특히 노동력의 확보라는 커다란 명제를 앞세워 노비를 만들어내고 그 수를 유지하려고 강하게 얽매는 상황은 매우 의미 깊게 보아야 할 것 같다.

 

조선시대의 신분구조는 양인과 천인으로 구성될 뿐, 사농공상은 신분의 구별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는가, 즉 직역의 구별(148)이라고 한다. , 양인도 어느 직업에서나 일할 수 있고 노비도 어느 직업에서나 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시를 쓰는 노비도 있을 수가 있고, 재산을 늘려 부자가 된 노비도 있을 수가 있던 것이다. 갑자기 허생전이 떠오른다. 이를 단순히 실학 사상과 연관되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던 것은 너무 좁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개인에게 속한 노비의 수도 상상 이상으로 많은 경우도 있었다. 이 경우 이들이 모두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생활을 하면서 주인에게 공납을 하는 노비들도 있었다. 이를 관리하는 노비도 있었다. 노비 생활을 피하여 도망치고 신분 세탁을 하여 새로운 삶을 찾는 노비도 있었다. 노비의 수를 유지하기 위한 교묘하게 종모법을 적용하는 사례에서는 사회 체제 유지에 대한 방편을 볼 수도 있었다.

 

노비는 시대의 변화 흐름과 함께 변한다. 노비들의 저항이 거세지고 경제 활동의 양상이 달라짐에 따라 이전의 방식으로는 통제할 수 없고 유지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는 노비제도의 폐지로 이어졌다. 주인을 위해 일하되 그 대가를 지급받는 형태로 변화한다. , 임금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이는 주인이 언제나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한다. 전보다 예속력이 약화되며 경제 활동의 형태가 새롭게 바뀌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저자가 말하듯 노비는 산업의 기반이었음을 알게 된다. ‘오늘날의 서민이 노동자 대중이라면, 옛날의 서민은 노비 대중이었던 것이다’(264)라고 말한다. 노비에 대한 사실을 정리하고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들이 이 한 문장에 들어있다고 보인다.

 

노비는 조선 양반들의 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의 생활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알려지지 않았었다. 이 책을 통해 조선시대 노비들에 대한 명확하고 체계적인 정리를 보았다. 이제 노비에 대한 생각을 바꾼다. 경제적인 상황이 노비를 만들고 그러한 노비들에 의해 경제 활동의 기반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직시한다. ‘무조건 주인을 위해 일만 하는 노비가 아니라 어엿한 경제 활동의 주체로 보고 그들의 삶을 다시 본다. 그래서 천하지만 특별한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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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우는 묵직한 돌직구 | 기본 카테고리 2013-03-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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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

표창원 저
다산북스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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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스. 저자는 약자와 억울한 사람을 도와주고 나쁜 사람의 잘못을 밝혀내는 명탐정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 읽은 책에서 셜록 홈스를 만나고 그와 같은 탐정의 길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간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으려고 애를 쓰는 모습은 범인을 찾아내려고 온갖 지혜를 다하는 셜록 홈스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경찰대 교수직을 그만 두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광화문 거리에서 프리 허그를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TV 속에서, 신문 지상에서 프로파일러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로 만난 저자의 행동이다. 도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어떤 이유가 있길래 안정이 보장된 자리를 버리고 추운 곳으로 뛰어 들까 매우 궁금했다. 심리 마술을 하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상을 들썩였던 처참한 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언급할 때마다 꼭 나타났던 모습이 겹쳐지며 더욱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러한 궁금증은 저자의 소리가 담긴 한 권의 책에서 풀리기 시작한다.

 

저자가 살아온 길을 보았다.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다만 어떤 행동 뒤에 자리잡고 있는 무언가를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는 있다. 그런 시점에, 왜 그러한 행동을 하였는지, 그것이 자신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다. 저자의 경우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돌직구 바로 그것이다. 셜록 홈스가 돌직구를 뿌려댔는지는 모르겠다. 어렸을 때 읽은 셜록 홈스에 대한 글이 그의 길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나 원칙을 따르며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저자의 삶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의 인생 나의 공부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의 인생, 저자의 공부 이야기이다. 인생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한 사람이 살아온 이야기이고 그 속에서 배우고 익힌 공부 이야기이다. 성공이라는 화려한 단어로 포장된 삶이 아니라 피 터지게 싸우고 고민하고 치열하게 도전하고 전진해온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글 속에 펼쳐지는 사회 환경은 내가 크던 때의 모습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생각과 행동까지도 나와 비슷하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다소 반항적인, 그러나 매우 원칙적인 사고 방식은 오로지 그 만의 것이다.

 

글은 크게 4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경찰대 재학 시절, 경찰대를 졸업한 후 현장에서 일할 때, 그리고 영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지금까지의 시기로 나뉘어졌다.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버릴 것이 없다. 우선 재미있다. 무협 소설을 보는 것과 같은 기싸움이 있고 비슷한 연배들이라면 한 번씩 겪었을 만한 일탈도 있다. 연극처럼 멋진 결말을 맺는 경우도 있고 생각지 않은 결말을 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내게 더욱 가깝게, 아리게 다가온 부분은 민주화 운동이 활발할 때, 경찰대생의 신분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같은 시대를 겪으며 나는 어떠했는가를 되돌아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원칙과 현실 사이의 고민은 그들 만의 것이 아니었다.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회에서나 혹은 다른 사람들 생각에도 옳은지, 깊이 생각해보는 습관을 길렀으면 좋겠다. 그리고 행동하기 전에 반드시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87)

 

저자의 행동은 일관된 생각과 함께 한다. 원칙을 따르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쉬운 듯 하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황에 따라 그 원칙이 슬쩍 변형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의 행동을 무수히 보아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용납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렇게 깨지면서도 똑바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저자의 모든 행동을 미화할 생각은 없다. 오로지 저자의 도전적인 정신과 그것을 바탕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고등하교 시절 은사로부터 들은 한 마디의 말을 가슴 속에 간직하는 모습에 호응할 뿐이다.

 

작은 도전과 그 뒤에 따라온 작은 성공은 더 큰 조건을 할 힘과 용기를 주었고, 도전과 함께 찾아오는 고통과 어려움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290)

 

최선을 다한 도전 뒤에 찾아오는 실패가, 포기에 뒤따르는 후회와 절망보다 훨씬 달고 견딜 만하다. (291)

 

저자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선도자로, 때로는 중재자로 맞는 상황이었다. 성과를 얻는 때도 있고 실패를 한 경우도 있다. 절대로 일희일비 하지 않는다. 꿋꿋이 걸어가는 길에서 만나는 것에 당당하게 대할 뿐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난다. 그들에게서 사랑이라는 중요한 점을 배운다. 그것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학창 시절 만난 친구들에게서, 대학 재학 중 방문한 대만에서, 현장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게서, 유학 중에 만난 사람들에게서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 속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뒤따르기도 한다.   

 

삶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살 가치가 있다.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351)

 

저자의 이 말이 또 다른 환경으로 바꾼 데 대한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도전과 전진한다는 것이 존재하고 살아 있는 이유라는 저자의 말에 귀 기울일 때 저자의 결정이 절대로 순간적인 충동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저자는 새로운 도전의 길을 걸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도전의 길이 저자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명백히 밝힐 것이다. 책을 덮으며 아주 강한 돌직구에 맞은 기분을 맛본다. 그러나 전혀 기분 나쁘지 않은, 오히려 삶의 이유, 존재의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된다. 이 책을 보는 모든 이들은 여전히 변화하며 전진하는 저자의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자세를 바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 자신의 공부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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