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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의 마지막 편지, 그 속에 담긴 귀중한 지혜 | 기본 카테고리 2013-04-1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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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사의 마지막 편지, 나를 닮고 싶은 너에게

설흔 저
위즈덤하우스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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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인쇄본을 펼쳐 본다. 세한도는 많은 사연을 담은 그림이다. 그림에 어떤 기법이 쓰였는가, 무엇을 나타내는가 하는 것을 뒤로 하고, 있는 그대로 그림을 볼 뿐이다. 다소 삭막한 느낌이 든다. 추사를 말하는 많은 글들을 만났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해도 실제로는 그리 알지 못한다. 차가운 느낌의 먼저 든다. 꼿꼿한 선비의 느낌만이 강하게 다가온다. 쉽사리 틈을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함을 추구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또 하나의 추사에 관한 글을 만난다. 편지글 형식이다. 쉽게 생각했다. 그러나 몇 문장을 읽자마자 다시 책을 덮었다. 추사라는 단어가 내뿜는 기운이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만치 않다는 생각을 한다. 전후 좌우 사정을 세세히 밝히는 뒷이야기가 아니라 상황에 따른 이야기들이 자리잡고 있다. 추사가 겪은 일들과 그가 지은 글들을 함께 엮고 그가 만난 사람들을 함께 배치시키며 각 상황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가르친다. 단순히 자료를 모으기만 해서 이루어진 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매우 치밀하게 짜인 글이다. 자식에게 주는 말의 형식은 더욱 강하게 그 의미를 전달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한 가르침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글을 여러 번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추사의 시와 편지들에 담긴 의미들을 되새겨야 했기에 읽기는 느려질 수 밖에 없었다. 추사가 남긴 글에 상상을 더한 글이라 할지라도 허투루 넘길 수가 없었다.

 

제주도에 유배된 추사가 도착하는 순간부터 유배 생활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생각을 하나씩 펼쳐 놓는다. 유배지를 찾았던 아들 이야기, 중국 학자들과의 만남, 다산과 초의와의 만남, 이재 권돈인과 황산 김유근과의 교유, 이상적과 소치 허유와의 만남 등 여러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행동 속에서 자식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찾아 정리한다. 매서운 꾸지람과 그 뒤에 숨은 따스한 정, 그리고 일에 대한 무서운 집념과 열정이 함축되어 보여진다. 오로지 저자의 힘이다.

 

‘나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남긴 아들의 글로 시작한다. 닮음의 의미를 찾아 이야기를 풀어낸다. ‘혹독한 관리의 차가운 손을 기억하라, 사물의 올바른 위치를 기억하라,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맹렬과 진심으로 요구하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 등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뉜 글은 제목 만으로도 전하고자 하는 뜻을 내보인다. 각 장은 추사가 겪은 일들을 담는다. 추사의 글에서 찾아내어 저자가 의미를 부여한 것들이지만 추사의 뜻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유배지에 도착한 추사, 유배 생활을 시작하는 추사의 모습에서 유배자의 슬픈 현실을 본다. 그러나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어지는 글에서 추사의 폭넓은 생각과 일에 대한 접근 방법을 볼 수 있다. 특히 ‘아랫목이 그리우면 문부터 찾아서 열어라 ‘라는 3장이 흥미를 끈다. 추사가 중국 학자들을 찾게 된 이유와 방법이 소개된다. 박제가를 통하여 중국 학자들을 알게 되고, 옹방강의 벗 강덕량이라는 학자의 호인 추사를 자신의 자로 사용함으로써 좀 더 용이하게 중국 학자들과 교류하게 되었다고 한다.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일 게다. 이는 이상적과 소치가 추사를 만난 것에도 적용된다고 말한다. 과연 ‘나는 아랫목을 그리워하는가, 문을 찾는 일을 하였는가, 내가 있는 곳이 저절로 따스한 아랫목이 되기만을 바란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다.
 
각 장 말미에 추신이 이어진다. ‘위기와 절망에 처한 너에게, 걱정과 불안 앞에서 흔들리는 너에게 , 목표를 실현하고 싶은 너에게, 사람에게 신뢰를 얻고 싶은 너에게, 예술과 인생의 길을 알고 싶은 너에게’로 되어 있다. 각 장에서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너에게’ 주는 가르침이다. 추사의 생각과 행동에서 뽑아낸 것들이다. 차갑기만 느껴지던 아비의 모습에서 벗어나 진심으로 아들의 앞날을 염려하고 스스로 해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주는 조언들이다. 오늘을 사는 이들에게 오래 전의 추사가 던지는 말들이다. 마음 속에 깊이 새겨 두어야 할 것들이다.

 

글은 세한도로 마무리된다. 세한도 속에 담긴 의미를 재해석한다. 세한도 속의 집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수한 사람이 있다고 한다. 추사와 연관된 모든 이들이 함께 한다고 한다. 이상적에게만 준 그림이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주는 그림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세한도를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세한도를 남겨라’라는 강한, 그리고 매우 중요한 말을 남기며 글을 맺는다. ‘나를 닮고 싶어하는’ 아들에게 ‘추사 자신을 닮기’보다는 아들 스스로의 모습으로 바로 설 것을 요구한다. 앞서 ‘너의 세한도’를 만들어 가기 위한 여러 가지 자세를 말했다. 세한도 인쇄본을 다시 펼쳐 본다. 새롭게 보인다.

 

추사의 삶과 거기서 찾은 삶의 자세가 오버랩되며 잘 어울리는 글이다. 새로운 느낌이다. 늙은 고양이라 자칭하는 자신을 태워서라도 자식에게 가고파 하는 추사의 마음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서얼로 험난한 세상에 맞서야 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그래도 네 스스로, 너 만의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당부하는 아비의 마음을 읽는다. 행동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는 말 속에 진한 아픔이 묻어난다.

 

너에게 보내는, 내 아들에게 보내는, 잘났으나 실은 못난, 모든 것을 알면서도 실은 하나도 모르는 아비의 편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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