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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피, 그 뜨거움과 쓸쓸함 | 기본 카테고리 2016-09-30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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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뜨거운 피

김언수 저
문학동네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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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다를 떠올린다. 바다는 많은 일을 알고 있지만 아무런 티를 내지 않는다. 많은 이들의 꿈과 좌절을 보았지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그저 온몸으로 받아들여 조용히 간직할 뿐이다. 이미 사라진 이들에 관한 기억을 묻어가고 새로운 이들의 추억을 담아갈 뿐이다.

 

다시 보는 김언수 작가의 글이 반갑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더 가까이 있는 삶을 무심한 듯 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한없이 무겁고 축 늘어지고 피곤하기만 한 삶 속의 인물들이 내뱉는 막말과 농담 속에 진심을 담는다. 그저 유쾌하고 발랄한 삶을 지향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삶, 그 누군가의 삶을 그답게 그려낸다. 툭툭 던지는 말 속에 담긴 그 가벼움 속의 묵직함과 날카로움이 무척이나 좋다. 그저 흘려 보낼 수 없게끔 잡아 끄는 묘한 매력이 좋다.

 

사내들의 피 튀기는 이야기다. 폭력과 속임수와 야합과 배신이 난무하는 이야기다. 그 속에 서있는 한 인물의 이야기다. 한 구역 내의, 그 구역 속의 작은 구역 내에서 두 발을 굳게 딛고 버티어내기 위해 피 튀기게 싸우는 이들의 이야기다. 조직과 조직을 구성하는 이들의 목숨을 건 치열한 싸움은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고,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는 싸움이다. 철저한 계획과 전략에 따르는 무시무시한 싸움이다. 살아 남는 자 만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걸고 하는 싸움이다. 그렇다고 이긴 자가 영원한 승자로 남지 못한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그 자리를 넘보기 때문이다. 그들의 참모습을 알지 못한다. 작가가 전해주는 이야기를 따라갈 뿐이다. 인물과 사건들의 팽팽한 긴장감은 읽는 속도를 늦춘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치하는 모습에서 역설적으로 안도감을 느낀다. 서로 웃고 떠드는 모습에서 그 속에 숨겨진 욕망이 분출되는 시간이 가까워짐을 느낀다. 그렇게 조임과 풀어짐이 반복되며 한 사내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가의 전작 속 캔 맥주들과 산 속의 소각로에서 느꼈던 고독과 허무함을 다양한 종류의 술들과 다른 장소와 소재들 속에서도 여전히 느낀다. 시공간을 넘으며 수 없이 얽힌 관계는 그러한 고독을 더욱 강하게 느끼게 한다. 자신이 딛고 서 있는 장소와 시간은 오롯이 자신 만의 것이기를 바라지만 결코 그러하지 못하다. 그것이 한 사내의 행동을 정당화 시키지는 않는다. 그 또한 정당함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더욱 쓸쓸하다.

 

살아있는 동안의 피는 뜨겁다. 차가워짐은 죽음을 의미한다. 뜨거운 세상은 뜨거운 피의 존재들로 가득하다. 뜨거운 존재들이 뜨거운 세상에서 지지고 볶아댄다. 자신이 볶음의 재료가 되는지도 모르고 볶아댄다. 그러면서 살아간다. 자신이 변화되는 모습을 보는 순간은 자신이 세상을 떠날 때다. 그 조차 느끼지 못하고 떠나는 생도 많다. 사내는 밀려드는 사건 속에서 끊임없이 자문한다. 반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맺어지는 결과는 옳고 그름을 떠나 그러한 생각의 산물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다. 사내의 방식임을 인정하여야 한다.

 

건달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조용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이를 짓밟으며 나의 이익을 추구한다. 결코 그러한 행동이 건달들의 행동과 같지 않다고 강변한다. 그들은 나와 다른 부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 칼을 휘두르고 주먹을 쓰지는 않더라도 누군가에게 무언의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누구도 배신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속이지 않았다고 스스로 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 앞에 닥친 상황에 바로 몸으로 반응하지는 않더라도 음흉하게 무슨 꼼수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언가를 손에 쥐었지만 소중한 존재를 잃은 한 사내의 쓸쓸한 뒷모습에 가만히 나의 마음을 겹쳐본다. 뜨겁다. 여전히 뜨겁다. 그의 피는 여전히 뜨겁다. 과연 이 사내가 좋은가 이 사내의 삶이 좋은가. 작가가 묻는다. 싫다. 사내의 뜨거운 피 속의 쓸쓸함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사내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하지는 못한다. 나 또한 이제까지의 삶이 그들의 이야기와 별로 다르지 않았음을 자각한다. 삶이 그러하다. 자신 만이 진실되고 깨끗하다고 자랑할 것도 아니다. 자신 만이 치사하고 더럽다고 스스로를 낮출 것도 아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그들이 그들의 세계에서 생각하고 겪는 일이나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생각하고 겪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명제는 영원히 지속된다. 정답은 없다. 자신 만의 해석, 자신 만의 방식으로 그 명제에 접근하고 풀어갈 뿐이다.

 

손바닥으로 표지를 가만히 쓸어본다. 말라서 엉겨 붙은 핏덩이의 느낌이다. 뜨거운 피를 가졌던 이들의 기구한 이야기를 품은 핏덩이다. 우리가 쉽게 마주하지 못한 곳, 의식적으로라도 거리를 두고자 했던 곳에서 나름대로의 꿈과 야망을 이루려 했던 이들의 뜨거운 핏덩이다. 그 뜨거움이 쓸쓸함과 함께 손바닥을 통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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