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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링과 스파링하다. | 기본 카테고리 2017-01-1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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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파링

도선우 저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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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없는 줄 알았다. 이물(異物). 보육원 아이. 그의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 번의 주먹질로 존재를 각인시키기까지 아무도 그의 이름을 제대로 부르지 않았다. 그도 이상하게 생각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태어나 바로 버려진 아이. 그에게 주어진 이름이었다. 이름이 불리면서 그의 삶은 변화한다. 환경에 의해서,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이물은 그 속에서 파괴되고 깨지며 괴물이 된다. 하지만 자신을 찾는, 살아있는 이물이 된다.

 

재미있다. 참 재미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함이 마음 속 깊이 가라앉는다. 무언가를 써보려 하지만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날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우리 곁에 실재하는 모습들 속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헤집는다. 관자놀이에 큰 펀치를 맞아 잠시 휘청거리고 머리가 띵한 기분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시작(분명히 보았다. 고속터미널 화장실의 이야기에서), 그렇게 세상에 나온 아이가 거쳐가는 삶의 길, 그가 얽히는 사건들, 만남과 성취와 이별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아직 젊은 이의 삶의 이야기는 쉽게 넘길 수 없을 만큼 크고, 많으면서 정말로 무겁다. 그의 이야기 속에 존재하면서도 모습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손가락질하는 많은 사람들처럼 내가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장태주. 그의 이름이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이름이다. 그가 이름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이겨내지 못하면 깨질 수 밖에 없는 세상과의 한 판에 거는 이름이다. 미스터 티라는 닉네임이 미스터 개새끼 티, 미스터 몬스터 티 등 여러 가지로 바뀌는 모습은 아프면서 슬프게 한다. 겉모습만 보고 지적하는 세상에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한 인간을 그리 쉽게 구렁텅이로 밀어 넣을 수 있는 힘에 분노하고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감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좌절한다.

 

많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여러 체급을 석권한 세계 챔피언. 꼭 그래야 했을까? 빠른 성공과 대비되는 좌절을 보여주기 위하여 너무 급한 그래프를 그려낸 것은 아닐까? 사람 냄새를 제대로 맡을 시간을 너무 빨리 지나가게 한 것은 아닐까? 장태주는 그러한 것도 누릴 수 없는 존재였을까? 여러 생각들이 뒤섞인다. 장태주 곁의 사람들을 그렇게 보낼 수 밖에 없게 한 사건들은 잠시 멈칫거리게 만든다. 한 사람이 기대고 있던 존재들을 인정사정 없이 그렇게 쉽게 보낼 수 밖에 없던 것은 장태주의 운명 때문이었다고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그러한 상황에서 대중이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그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감쌀 수 있는 것인가? 사각의 링 위이라는 공간이 아닌 외부 공간에서 휘두르는 주먹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장태주의 응징이라고 하기에 그는 너무 나약한 존재이다. 자신의 분노를 나타낸 것이라고 하기에는 그가 너무 불쌍하다. 이 많은 질문들에 답하는 것은 짧은 시간에 될 것 같지는 않다.

 

장태주의 주먹은 정직하고 묵직하다. 승부를 위한 주먹은 묵직하다. 옳지 못한 일에 대한 주먹은 정직하다. 과할 정도로 정직해서 탈이지만 말이다. 정직한 주먹질 후에 따르는 무력감은 오롯이 태주의 몫이다. 스스로 이겨내야 할 짐이다.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귀중한 존재들을 잃어버린 태주의 주먹은 슬픈 주먹이다. 상실감에 휘두르는 주먹질 속에 태주의 모든 아픔이 담긴다. 우리는 그의 상대가 주먹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만을 볼 뿐이다. 주먹질 속에 담겨있는 깊은 고통과 슬픔을 헤아리지 못한다.

 

소설의 앞부분은 저돌적인 힘을 보이는 인파이터의 모습이다. 피하지 않고 날것을 그대로 들이미는 전진뿐이다. 후반부의 사건들은 전반부만큼이나 강렬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하지만 전반부와 달리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아웃복싱을 생각나게 한다. 핵심을 찌르며 여러 상황을 만나는 아웃복싱. 너무도 견고한 세상의 여러 면에 대응하는 아웃복싱. 인파이팅이나 아웃복싱이나 세상을 마주하는 형태이다. 오늘도 세상과 단 한 번 밖에 없는 스파링을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정해진 답은 없다. 하지만 생각한다는 것사랑을 찾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답을 찾아가는 방법이다

 

해가 진 그늘 속에 홀로 핀 해바라기처럼 빛이 사라진 곳으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어느 곳을 봐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느 곳을 바라봐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스파링>과 한바탕 스파링을 하고 녹초가 된 기분이다. 지금은 알 수 없었겠지만 반드시 바라볼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야 한다. 현실 속에서 견디며 사는 또 다른 장태주인 우리 자신을 위로하고 믿을 수 있게 하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장태주가 바라보는 곳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그가 홀로 남겨지지 않았으며 결코 외로운 괴물이 아님을 알았으면 한다. 이 세상을 사는 우리들 또한 모두 이물이며 괴물일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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