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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이어지는 삶의 연속들. | 기본 카테고리 2022-06-13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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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노래

이슬아 저
위고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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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작가의 <아무튼, 노래>는 삶의 요소요소마다 자리를 잡으며 추억이라는 흔적을 진하게 남기는 ‘노래’를 향한 예찬을 담고있다. <아무튼, 노래> 속 이슬아 작가의 노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읽는 이의 삶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들을 향한 기억들이 자연스레 샘솟게 된다. 특별히 나는 기억 속에 자리매김한 노래에 얽힌 수많은 에피소드들 중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던 마음에 관한 기억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척들의 증언에 따르면 나는 4살 때부터 타인의 시선을 즐기듯 노래를 부르며 이상우의 ‘그녀를 만나는 곳 백 미터 전’과 신승훈의 ‘미소 속에 비친 그대’와 같은 발라드곡부터 태진아의 ‘거울도 안 보는 여자’와 같은 트로트곡까지 섭렵했다고 전해진다. 아버지의 작은어머니, 즉 나에게 작은 할머니라 불리던 할머니의 환갑잔치 때 나는 마이크를 쥐고 노래(남행열차)를 부른 유일한 꼬맹이이기도 했다. 이처럼 나는 태생부터 (이슬아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지극히 ‘노래방적인 사람’이었다.

중학교 1학년 시절, 나는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MP3 플레이어를 소유했었다. 총 서른 두 곡의 노래를 담을 수 있는 용량이었기에 한 곡 한 곡을 선택해나가는 과정에 심혈을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곡 선정에 심혈을 기울인 또 다른 이유가 있었는데, 당시 마음 깊이 좋아한 친구가 선호할 곡들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나의 MP3는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용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을 틈타 내 옆자리에서 나의 MP3 플레이어를 통해 노래를 듣던 그녀가 MP3에 담긴 조성모의 ‘To Heaven’을 듣고선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었다. 망설임 없이 불러줄 수 있다고 답한 나는, 그녀 앞에서 노래를 잘 불러야겠다는 부담감에 얼마 남지 않은 쉬는 시간이 주는 압박감이 더해져 “괜찮은 거니”로 시작되는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버벅대고 말았다. 이에 그녀는 “괜히 부담을 줬다보다”라고 말하며 나를 향한 시선을 거둔 채 수업 준비에 몰두했다. 그 이후 언젠가 그녀가 나에게 “너 나한테 ‘To Heaven’ 다시 불러줄 수 있어?”라고 물을 날을 고대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지만 그녀 앞에서 노래를 부를 기회는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조성모의 ‘To Heaven’을 우연한 계기로 듣게 될 때마다 미련 비슷한 감정이 샘솟곤 한다.

한편 한경일의 ‘내 삶의 반’을 하루에 서른 번 넘게 들을 정도로 좋아했던 학원 친구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오락실 노래방에서 5천원 넘는 금액을 ‘내 삶의 반’을 연습하는데 사용한 적도 있다.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연습에 들이는 노력과, 그렇게 연습한 곡을 누군가에게 불러주는 용기가 결코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가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외에 봉사활동이라는 명목 하에 잠시 몸 담았던 노숙인을 위한 무료병원의 직원들과 함께 했던 회식자리에서, 청춘을 오롯이 이 병원을 위해 쏟아 부은 실장님에게 헌사하듯 불러드렸던 봄여름가을겨울의 ‘Bravo, My Life’와 세월의 무상함 앞에 주눅들어 보이는 선배들에게 불러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도 애틋한 기억으로 남는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고픈 마음이 샘솟는 요즘이다. 평소 코인노래방에 홀로 방문하거나 유튜브 노래방 채널을 통해서 노래 연습을 즐기며 ‘노래방적인 사람’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음이 다행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책에서도 언급되었던, 가라오케를 발명한 이노우에 다이스케가 <타임>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아시아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것에 더해서 코인노래방에과 유튜브 노래방 채널에도 가라오케와 맞먹는 영예를 안겨주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담아 심혈을 기울여 한 곡 한 곡을 노래를 연습해나가는 내 모습이, MP3 플레이어에 심혈을 기울여 노래를 채우던 오래 전 나의 모습과 맞물려서 아련하게 다가온다.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는 이슬아 작가의 말에 기대고 싶어진다.

여담으로 살아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못하는 친구를 향해 ‘그래도 최대한 늦게 죽어줘’라는 말을 건냈다는, 이야기 속 이슬아 작가의 마음이 노래가 우리네 삶에 선사하는 위로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어쩌면 노래는, 우리가 최대한 늦게 죽고 싶은 마음을 갖도록 이끌어주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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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르는 사회를 위하여. | 나의 리뷰 2022-06-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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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는 2020년 대한민국 사회를 분노하게 만들었던(혹은 부끄럽게 만들었던) N번방 사건의 최초 보도자이자 신고자인 ‘추적단 불꽃’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이 책은 N번방을 처음 발견한 이후 공론화되기까지의 추적단 불꽃의 활동 과정과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낸 1부와 3부, 그리고 불과 단이라는 닉네임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맞선 추적단 불꽃의 두 인물이 에세이를 써나가듯 자신의 마음에 귀를 기울인 이야기를 담은 2부로 나뉜다.

1부와 3부를 통해서 드러나는 N번방 사건의 끔찍함에 분노하고 절망하게 되다가, 그 끔찍함을 온 몸과 마음으로 맞으며 사건을 끊기 있게 파헤치고 피해자들의 보호에 앞장서며 사건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노력한 추적단 불꽃의 활동 과정에 경이로움을 느끼며 한 가닥 희망을 맛보게 된다. 또 2부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평범했던 그녀들이 우리 사회에 숨겨진 악의 소굴을 세상에 밝혀냈듯이 (한나 아렌트가 말했듯)평범함으로부터 발현되기 시작하는 거대한 악의 흐름과 다르지 않게 그 악에 대항하고자 하는 선의와 정의 역시 평범함으로부터 충분히 발현될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추적단 불꽃에게 큰 빚을 졌음을, 나아가 빚을 진 마음을 빚은 진 데서 그치지 않고 이제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더 큰 선의와 정의를 위해 차근차근 갚아나가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만약에 ‘소명의식’과 ‘사명감’이라는 개념을 누군가의 활동과 활약에 맞추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면 추적단 불꽃의 N번방 추적과 취재 이야기만큼 적합한 이야기는 없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추적단 불꽃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오래전 감상했던 영화 <베로니카 게린(2003)>이 떠올랐다. 이는 실제 아일랜드의 저널리스트였던 베로니카 게린(Veronica Guerin, 1958~1996)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케이트 블란쳇이 베로니카 게린을 분하여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베로니카 게린은 교회 비리와 부패법인과 같은 아일랜드 사회에서 민감할 수 있는 사안들을 취재해서 이름을 알린 저널리스트이다. 그러다가 불법 마약 거래와 관련된 심층취재를 시작하면서 이에 연류된 갱단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게 된다. 결국 게린을 매수하려다 실패한 갱단으로부터 베로니카 게린은 살해를 당하게 되는데, 게린의 죽음을 계기로 아일랜드 사회에 만연해있던 불법 마약 거래를 향한 아일랜드 사회의 격렬한 반대 움직임이 시작된다. 수천 명의 시민들은 마약 반대 집회를 열어 갱단과 마약상들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고, 그녀의 사망 1주일 후 긴급 국회가 소집되어 본격적으로 정부차원의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게 된다.

의로움을 뜻하는 ‘의(義)’는 ‘양(羊)’과 ‘나(我)’를 합친 글자라고 한다. 그 옛날, 하늘을 향해 제사를 올리던 시절에 제물로 바쳐진 양과 같은 일을 행할 때 이를 의로움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결국 의로운 일, 정의로운 일은 자신의 처지 혹은 이익 따위를 염두에 두지 않고 더 많은 사람과 더 큰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활활 타오르는 본연의 임무를 마치면 미련 없이 사그라드는 ‘불꽃’처럼 말이다.

희대의 악의 소굴 N번방을 들추어내어 우리 사회를 일깨운 추적단 불꽃과 목숨을 걸고 사회를 일깨운 베로니카 게린의 정의를 향하여 질주하는 모습을 반추해보며, 누군가가 우리 사회의 불꽃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다가도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 이르러서는 스스로의 안위를 살피는데 급급했던 나의 이기적인 모습들이 떠올랐다. 세상의 진보를 외치다가도 정작 삶의 자리에서는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한 배타적인 태도를 일삼았던 모습들도 밀려왔다. 타인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바라보기 보다는 표면적인 인식과 나의 선입견과 편견에 따라 판단하려 들었던 태도도 부끄럽게 느껴졌다.

희생과 성찰을 전제로 삼지 못하는 정의가 만연한 세상에 추적단 불꽃의 이야기는 참된 ‘義’의 의미를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혼자가 아닌 ‘우리’였기에 가능했다는 메시지와 (기성 언론들과는 달리)누구보다도 피해자들 보호에 섬세한 태도로 임했던 그녀들의 모습은 진정성으로 가득한 깊은 연대가 선사하는 위로와 용기를 함께 전한다.

추신: 안일함에 사로잡힌 채 자기기만에 빠진 (자칭 진보주의)기성 세력에 맞서려는 의지로 자신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한 추적단 불꽃 출신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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