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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의 기원 :: 짧지만 강한 빅 히스토리 | 과학 2017-10-3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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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모든 것의 기원

데이비드 버코비치 저/박병철 역
책세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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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중학생 때로 기억한다. 머리를 한껏 뒤로 젖히고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저 별빛이 몇 광년되는 거리에서 왔단 말이지? 지금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별이라니...' 학교에서 별에 대한 이야기를 배우고 나서 올려다 본 밤하늘은 아무 생각없이 본 하늘과는 좀 달라보였다. 광활하고 까만 우주를 생각하면 기분이 너무나 아득해져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자그마한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닌걸로 여겨지곤 했다. 마음이 복잡해질 땐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까마득한 우주를 상상했다. 어린 사춘기 소녀의 꽤나 철학적인 자기위로였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부터 지구과학 과목을 좋아했다. 우리를 둘러싼 우주와 그 속에 속한 지구를 나와 떼놓고 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는건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의 기원>은 그야말로 우주의 탄생인 빅뱅부터 시작해서 은하계와 별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지구는 어떻게 생겨났고 생물이 살아가기 적합한 환경이 될 수 있었는지, 특히나 지구에 우리같은 생명체가 생겨날 수 있었던 가능성과 환경에 대해 300페이지(원문은 100페이지)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쾌속질주하며 알려주는 책이다. 엄청난 빅 히스토리를 짧게 담고 있지만, 그 내용은 절대로 쉽지 않다. 방대한 내용을 대충 대충 쉽게 짚고 넘어가는 식이 아니라 오히려 아주 깊이 파헤쳐 다른 책에서 볼 수없었던 전문적인 지식까지 조목조목 알려주기 때문에 사실 일반인이 보기엔... 어렵다. 읽다가 외계어를 읽는 기분이 들어서 몇 페이지씩 훅훅 뛰어넘으면서 읽기도 했다.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땐 그냥 넘어가는 게 상책! 그렇게 이해할 수있는 부분만 건너뛰면서 읽어도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는 큰 지장이 없었던 듯 하다. 


모든 것의 기원은 예일대의 과학강의 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데이비드 버코비치 교수에게 학생들이 찾아와 막무가내로 이런 수업을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만들어진 수업이라고 한다. 그 학생들은 이 수업을 듣고 정말 다 이해했을까 싶기도 하다. 사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과학도나 물리학도가 아닌) 일반인의 지식 수준을 고려하지 않은 책이라는 생각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근데 요상하게도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니 (물론 띄엄띄엄 읽었지만)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조금은 더 전문적으로 알게된 기분이 들었다. (물론 기분상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p. 85> 그러나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는 '달月'이다. 행성이 위성을 거느리는 것이 뭐가 이상하냐고? 달이 있다는 것 자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달의 질량은 목성이나 토성이 거느리고 있는 가장 큰 위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목성의 질량은 지구의 300배나 되는데 목성의 가장 큰 위성인 가니메데Ganymede의 질량은 달의 2배 밖에 안된다 (2배 정도의 차이는 그냥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3장 태양계와 행성 중에서 > 


지구에 가까이 돌고 있는 달은 실제로 미스테리한 존재이다. 달이 언제, 왜 생겼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지구에서 보이는 다른 별들에 비해 달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크다. 추석 때마다 엄청난 크기의 보름달을 보면 너무 크고 밝아서 놀랍고 경악스럽기 까지 할 때가 있다. 어떻게 저렇게 큰 위성이 우리 옆에 딱 붙어있을까 하고 말이다. 실제로 달은 지구에 중력을 행사해서 조수간만의 차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해 조간대에 사는 생물들이 수상 생활과 육지생활에 모두 적응해서 바다 생명체가 육지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교두보 역할을 했다고 한다.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인간과 동물이 생겨난 것도 어쩌면 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신기하다. 


<p. 179> 희귀 지구 가설에 의하면 지구는 은하수의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은 덕분에 생명체 탄생에 적절한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만일 우리의 태양계가 은하수의 중심에 가까웠다면 초대형 블랙홀이 내뿜는 가공할 복사에너지에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또한 지구는 탄생시기도 적절했고(생명에 필요한 원소들이 모두 만들어진 후에 탄생했다), 물이 고체, 액체, 기체 상태로 모두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태양과의 거리도 적당했다. 천문학적 조건 외에도 지구는 지질구조판을 갖고 있어서 안정된 기후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달의 조력에 의한 조수현상 덕분에 수상생물이 육지생물로 진화할 수 있었다. (...) 뿐만 아니라 지구는 자전축이 공전 면에 대하여 적당한 각도로 기울어져 있어서 계절이 주기적으로 변했고, 그 덕분에 다양한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었다. 

< 6장 기후와 서식 가능성 중에서 >


넓디 넓은 우주, 우리 은하계 너머 어딘가에는 또다른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아는 한 우리 은하계에서는 지구 외의 별에서 생명체를 발견한 일이 없다. 지구는 하필 적절한 위치에서 적절한 기후와 환경을 확보할 수 있었기에 지금의 인류라는 것이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행운 속에서 생겨난 생물체인지도 모른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다가 별거 아닌데 머리에 확 박힌 대사가 있다.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배두나가 조승우와 나누는 대화였다. 

배두나가 조승우에게 

"외계인이 있다고 생각해요?" 라고 묻는다. 

"네"

"왜요?"

"(하늘을 가리키며) 공간 낭비니까?"  

외계인이 있을까 없을까에 대한 대화 중 생각나는 가장 명쾌한 대답인 것 같다. 이 광활하고 끝도 없는 우주에 생명체가 우리 밖에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간낭비 아닌가 말이다. 


<p.259> 이 책의 서두에서 말했듯이 우주의 역사를 24시간으로 축약했을 때, 인간의 역사는 길게 잡아봐야 0.04초 밖에 안된다. 이 책 전체가 우주의 역사라면 인간의 역사는 마지막 문장 끝에 찍힌 마침표쯤 될 것이다. 

< 8장 인류와 문명 중에서 > 


우리 인간이 이 세상에 나타난 건 우주의 역사로 보면 불과 1초도 안되는 시간 전에 갑자기 휙 하고 나타난 꼴이다. 그런 인간들이 짧은 시간에 모든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등극하여, 지구 환경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위치에 올라섰다. 하지만 우리가 밝혀낸 우주의 비밀은 아직 먼지만큼도 안 될 듯 하다. 심지어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렇기에 우주 너머에 뭐가 있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모든 것의 기원> 은 광활한 역사 속 알아야 될 지식들만 쏙쏙 뽑아내서 잘 정리해놓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빅히스토리 책 일 듯 하다. 좀 더 깊게 전문적으로 이 우주와 모든 것의 기원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한번 읽어보기 바란다. 물론 어려운 건 각오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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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가족이란 무엇입니까? | 소설 2017-10-3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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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침이 온다

츠지무라 미즈키 저/이정민 역
몽실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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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핏줄이란 대체 뭘까?" 

<아침이 온다>를 읽고 난 다음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남자친구에게 넌지시 물었다. 

"내가 최근에 입양에 관한 소설을 읽었는데 말이야..." 라는 말을 시작으로 소설의 전반적인 줄거리를 이야기로 들려주었다. 말하면서 중간중간 울컥하는 마음을 되삼키며 마지막 장면까지 얘기를 끝마치자 오빠도 다소 울컥한 표정이었다. 

"야, 이거 이야기로만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네. 한 편의 영화같아. 특히 마지막 장면 진짜 여운이 남는다." 

그 후 둘이서 한참을, 핏줄이라는 것이 대체 뭘까, 가족의 의미는 뭘까 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은 이야기로서의 재미와 매력도 충분했지만 곰곰히 곱씹어 생각해 볼만한 요소들도 많아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핏줄로 이어진 친부모와 말다툼 같은 대화를 하면서 가족이란 노력해서 쌓아 올리는 것임을 깨달았다. 가족은 아무리 핏줄로 이어졌다 한들 오만하게 굴어서는 쌓아올릴 수 없는 관계다. < 아침이 온다 p. 140>


아사토를 입양한지 6년 째, 커갈수록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들을 키우는 행복에 푹 빠져있는 엄마 사토코에게 어느 날 전화 한통이 걸려온다. "아이를 돌려주세요. 그러기 싫다면 돈을 준비하세요." 얼마나 애지중지 키워왔던 사랑스러운 아들인데 이제와서 돌려달라니 이 얼마나 날벼락 같은 말인가. 아사토를 부부에게 맡긴 어린 엄마는 이럴 사람이 아닌데 도데체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사토코는 혼란과 불안에 빠진다. 


사토코 부부는 6년 전 남편의 무정자증으로 인해 자연임신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본래 아이를 갖는 것에 별다른 욕심이 없었던 그들이었지만, 불임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는 알 수 없는 아이에 대한 열망으로 열심히 불임 클리닉에 다니며 갖가지 시도를 해보기 시작한다. 욕심과 달리 인공수정을 통한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막대한 비용과 고통에 부부는 서서히 지쳐간다. 그렇게 부부는 결국 임신을 포기하고 마는데... 어느 날 우연히 부부는 뉴스에서 아이 양육이 불가능한 부모와 불임 부부를 연결해 입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단체 '베이비 배턴'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핏줄을 중요시 하는 일본의 분위기 속에서 입양은 큰 결심을 요하는 일이었다. 부부는 베이베 배턴의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실제 아이를 입양하여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여 자신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얘기해주는 그 표정을 보고 입양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다. 이 부분에서 코끝이 찡했다.


입양신청을 한지 한달 후, 부부는 드디어 사랑스러운 아이를 만나게 되는데, 그 아기의 엄마는 놀랍게도 앳되 보이는 중학생 여자아이였다. 작은 몸으로 사토코의 손을 꼭 잡고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를 잘 부탁합니다." 라는 말만 되뇌이던 작은 소녀는 어떻게 어린 나이에 출산하게 된 것일까. 아사토를 돌려달라며 전화를 걸었던 여자는 정말 이 소녀가 맞는걸까. 


소설 <아침이 온다>는 15살이라는 어린나이에 아이를 출산하게 된 엄마 가타쿠라 히카리의 인생과 입양한 아이를 사랑으로 길러온  사토코 부부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어린 나이에 임신했다고 하면 보통 가정환경이 불우했거나 불량한 아이는 아니었을까 상상하기 쉽지만 히카리는 예상외로 교사 부모를 둔 중산층 가정의 평범한 막내딸이었다. 교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딸들의 자연스러운 이성에 대한 관심에 너무나 폐쇄적이었던 부모님에 대한 반작용으로 히카리는 오히려 자유롭고 자극적인 연애를 꿈꾸는 아이로 성장한다. 그러던 차에 사귀게 된 남자친구와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히카리는 그에게 자신의 순결을 바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히카리의 인생은 조금씩 보통의 아이들과 다른 길로 빠져들게 되는데... 


편견이란 무섭다. 입양한 아이는 내 뱃속으로 낳은 아이보다 애정이 덜 갈 것 같고, 어린 나이에 출산한 여자아이는 왠지 발라당 까진 아이일 것 같고, 바른 부모 밑에서는 무조건 바른 아이가 자라날 것 같지만, 틀렸다. 우리는 잘 모르는 세계를 바라볼 때 잘 모른다는 이유로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본다. 

핏줄이란 무엇일까. 같은 핏줄로 이루어진 가족이면 누구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오히려 같은 핏줄이라는 이유로 서로 적당한 거리를 두지 못하고, 조심성 없는 말과 행동으로 서로 평생토록 안고갈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이다.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서로의 노력과 믿음에서 나오는 것이지 핏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출산을 마치고 돌아온 히카리가 명절에 온 사촌들이 다 모인 외할머니집에서 외삼촌이 자신의 임신과 출산 사실을 들먹이며 같잖은 위로를 건네는 것을 보고 자신의 출산에 대해 상의도 없이 모든 친척에게 알린 엄마를 증오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걱정하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심해하거나 비웃고 있을 그 들의 마음을 히카리는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한편 아사토의 엄마는 아들이 유치원에서 친구를 정글짐에서 밀었다는 오해를 받았지만, 아들인 아사토가 자신이 한것이 아니라고 하자 주변의 비난과 질타를 무릅쓰고서도 아들을 믿어주는 모습을 보인다. 속으로는 '정말 아들이 한 짓이면 어쩌지' 하고 고민하기도 하지만 아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상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준다. 직접 배가 아파서 낳은 아이는 아니지만 자식에게 상처주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로 인한 책임과 대가도 오롯이 지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두 부모의 모습들이 대비되면서 히카리의 삶이 너무 가슴아팠다. 딸이 겪었을 아픔을 이해하기 보다 남들에게 숨기기 바빴던 엄마의 모습, 그럼에도 친척들에게는 핏줄이라는 이유로 딸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쉽게 비밀을 공유하는 모습, 방황하는 히카리를 허락이라는 이름으로 점점 포기하고 방관하는 모습, 이것은 같은 핏줄을 나눈 가족에게 기대하는 바가 아닌 것이다. 히카리가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났다. 


좋은 소설은 낯선 배경과 환경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잘 이끌어 낸 이야기라고 들은 적이 있다. 불임이나 혼전출산, 둘 다 경험해 본 적 없는 낯선 상황이지만 아침이 온다 를 읽으면서는 마치 주인공의 입장에 빙의된 듯 함께 아파하고 공감했다. 아플 정도로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 난 내 머릿속 마지막 이미지는 그래도 아름답고 동화적인 장면이었다. 책을 다 읽고 옮긴이의 말에서 히카리라는 이름은 빛이라는 뜻이고, 아사토는 아침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참 절묘한 이름이다.


그들에게 부디 햇빛 찬란한 아침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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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 소설 2017-10-28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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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저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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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은행업무를 보고, 꽃에 물을 주는 일들의 연속인지도 모른다. 매일 내 눈앞에 펼쳐진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 시간들이 내 삶이 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 단면만 보이기에 뭔가 특별해보이기도 하고 나와는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지언정 본질적으로는 똑같다. '사람사는게 다 똑같지' 라는 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일거다. 살아가는 일상에 관한 담담한 이야기, 소설이지만 별다른 큰 사건이 없는 심심한 이야기, 그렇기에 더 진짜같은 이야기가 이 소설에 담겨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몫의 돌을 굴려 올리며 그 숙명 안에서 자기 존재의 긍지를 찾는다. 세상 누구인들 열심히 살았다고 말하지 못할 것인가. 비굴한 아첨도 허세도 뻔뻔함도, 남의 심장에 대못을 박는 일마저 아무튼 저마다의 고군분투이다. 그런 눈길로 바라보면 모든 삶이 눈물 겹다. 
<작가의 말중 p.8>

소설 속의 '나'는 인구 오천여 명이 사는 작은 읍에서 집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있는 GS 편의점에서 일하는 중년의 남성이다. 밤 10시부터 아침 8시까지 시급 6,500원을 받으면서 일한다. 편의점에 출근해서 오후에 일하는 남학생과 교대를 하고, 가게 안을 둘러보고, 청소를 하고, 담배와 진열대를 점검하고, 마치 혼자 커다란 우주선에 탑승한 기분으로 한밤에 혼자 환하게 불켜진 편의점에서 밤을 지새우며 일한다. 소설은 편의점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모든 과정과 밤새 오가는 손님들의 생김새나 구입해가는 물품의 종류와 가격까지 너무나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단조로운 이야기가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저자도 실제로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걸까? 너무 세부적이라 그 옆에서 같이 밤새도록 편의점 판매대를 지키고 앉아서, 들고 나는 손님을 바라보는 기분이다. 한밤 중에 오는 손님들은 규칙적이지 않고 그때그때 다르지만, 아침 6시가 지나고 출근시간 대가 되면 매일 매일 나타나는 인물들이 정해져있다. 매일 일반적인 통학시간보다 좀 더 이른 시간에 편의점에 와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아침을 떼우는 학생, 아침마다 신문 2부씩 사가는 아저씨, 조기축구가 끝나고 2+1 컵커피를 사가는 아저씨 등 '나'는 매일 비슷한 시간에 들러서 그들이 사가는 제품과 그들의 표정을 보며 타인의 삶의 관찰하고 행운을 빌어준다.

주인공의 아내 역시 동네의 다른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 아내는 오후 3시에 출근해서 오후 11시까지 5700원의 시급을 받으면서 일을 하기 때문에 부부는 어쩌다 쉬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함께 밥 먹을 시간도 거의 없는 셈이다.  주인공은 젊을 적 다니던 회사가 IMF로 망하게 되면서 차라리 잘됐다 싶어 원래 하고 싶었던 '발명'을 하고 했다. 어떻게든 대박 상품을 만들어내면 인생 역전이라는 생각에 많은 시간을 들였지만 지금 그의 상태는 이렇게 편의점에서 밤새도록 일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것이다. 

삶의 이면들에 언뜻언뜻 매혹적인 것이 번득거릴 때 나는 내 앞에 비범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먹고 사는 것에나 매여 있는 시시한 삶은 결코 살지 않을 것이다. 더 높고 더 고결한, 눈부신 무엇을 꿈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돌아보면 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니 평범하기라도 했다면…… 허술하고 조급하고, 때로 시건방지기까지 했다. 늘 추상적으로 더듬거렸을 뿐 발 딛고 사는 세상의 어느 것 하나 성실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박한 휴식조차 만들어주지 못한 구차한 사내일 뿐이었다. 
<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p.176>

주인공은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꼈고 과거 아내와 살아갈 방도를 찾기 위해 살던 집의 전세자금을 빼서 동네 슈퍼라도 시작해 보려고 내놓은 가게들을 여럿 보러다녔었다. 꿈에 부풀어 보러 갔던 가게의 주인들은 하루 매출 15~25만원 정도에 수익율은 매출의 20% 정도된다며 주인공 부부가 간절히 가게를 인수해주기를 바랬지만, 주인공 눈에 비친 그들 삶의 찌들고 지친 모습은 자기들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이 아니었다. 부부가 하루종일 모든 시간을 투자해 한달에 60~70만원을 번다면 그 인생은 과연 어떨 것인가. 그렇게 이들은 지금의 동네로 이사를 와서 새로운 꿈을 품고 열심히 각자의 시간, 각자의 편의점에서 각자의 우주선을 꾸려가고 있다.

책 표지에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 라는 멘트와 함께 가만히 보면 첵 제목에서 중간에 자음 모음 몇개만 까만 금박이 씌어있는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고독'이라고 읽힌다. 그렇다. 살아가는 것은 고독이다. 그런데 상황이 절망적이든, 비극적이든, 기쁘든 슬프든 사람은 어떻게든 먹어야 사는 존재이다. 그러기 위해 사람은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무언가를 한다. 작가는 그 살아있는 삶 자체를 짧은 소설에 담고, 독자가 같이 따라다니며 각자의 삶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준다. 

혹시 쌀이 떨어져 굶어 죽을 상황이 된다면 그 전에 죽으면 된다. 먹는 문제는 산 자에게나 필요하고 위협이 되는 일이지 죽은 자에겐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러니 먹고 사는 일 따위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결혼하기 전부터 '생활'이라는 것을 대하는 나의 태도였다. 
<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p. 125> 

이랬던 주인공이 이제는 아내와 함께 어떻게든 이 삶을 살아내기 위해 혼자 힘으로 편의점에서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점점 익숙하게 대응할 줄 알게 되는 자신을 보며 카타르시스까지 느낀다. 편의점에서 있었던 조금이라도 특이한 일은 아내와의 주말 저녁식사 시간에 얘기해주기 위해 기억속에 넣어둔다. 주인공은 어쩌면 이제야 생의 기쁨을 느끼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인류사의 모든 사건이 먹고 살아야 하는 일로부터 생겨났다. 먹고사는 일을 어떻게 받아내느냐에 비천과 긍지가 갈린다. 희대의 배신도 숭고한 헌신도 다 먹고 사는 일을 둘러싼 발걸음이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다. 
<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p. 206> 

살아가는 한 끝나는 일이란 없다. 
힘들다고 죽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어떻게든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살아가야 할 뿐. 
어차피, 그게 인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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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너어! 씹어먹을테다! | 기타 2017-10-2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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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신왕국 저
다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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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는 왜 아무리 공부해도 여전히 두려운가. 외국인을 보면 입술을 본드로 붙여놓은 듯 입이 떨어지지 않고, 쉬운 아이들 만화조차도 자막없이는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정상회담에 나오는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을 보면 한국말을 잘만 하던데, 왜 우리는 몇 십년을 공부한 영어를 입에서 한마디 떼는 것 조차 어려워하냔 말이다. 너무나 수많은 책들에서 이미 많이 언급되어 왔던 영화로 영어 공부하기! 시중에 나온 수백가지 책들이 이미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영어공부 하라는 내용의 책들을 쏟아내고 있고, 집에도 그런 책들이 몇 권 꽂혀있다. 그런 내용들에 혹해서 몇 달 전 내가 좋아하는 미드 '모던 패밀리' 한편을 정해 여러 번 반복하면서 깔짝깔짝 뜯어먹어 본 적이 있지만, 작심 이틀 천하에 그쳤기에 효과 운운할 만큼 할 말이 있는 건 아니다. 

그러던 차에 알게 된 이 책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 
안 씹어먹어봤는데, 씹어먹으면 진짜 뭔가 달라질까? 라고 묻고 싶었다. 

저자는 학창시절 공부라곤 한 적 없던 사고뭉치였고,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해석하라고 시켰던 'Wait a second'를 '기다려 하나 둘' 이라 해석했던 레알 영알못이었다. 그러던 사람이 독한 마음을 먹고선 외국 유학없이 혼자 방구석에서 하루 10시간씩 미친듯이 영화를 씹어먹고 났더니 6개월만에 영어 귀가 확 트여버렸고, 1년 뒤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CNN 뉴스를 직독직해 할 수 있음은 물론 미국의 UC버클리에 당당히 합격하여 유학을 가게 되었단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싶었다. 몇 십년씩 영어를 공부하거나 심지어 미국에 몇년씩 살던 사람 조차도 아직 영어를 어려워 하는 사람이 많다는데 도대체 어떻게 공부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호기심이 일 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 일단 저자는 엄청 독하고 집중력이 강한 사람임은 확실하다. 학창시절 자주 전학다니던 환경 탓에 새롭게 만나는 친구들에게 절대 지기 싫었던 저자는 싸움에 지기싫어 시작한 복싱이 너무 재미있어 열심히 한 끝에 프로 복서 자격증을 따기에 이른다. 그치만 어느 날 학교 통과의 싸움을 계기로 학교생활에 대해 지루함과 무의미함을 느끼고 고등학교 자퇴라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후 얼마 뒤 저자는 "이번엔 영어다! 영어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며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저자 신왕국은 애니메이션 영화 <라푼젤>을 시작으로 애니메이션 3편과 <타이타닉>,<어거스트 러쉬> 같은 영화를 지나 CNN 뉴스까지 차례대로 끈덕지게 한문장 한문장을 반복하며 문장 씹어먹기를 반복해 영화에 나오는 모든 문장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문장 당 기본 100번 이상을 반복해서 들었고, 문장이 끝나고 따라하는 쉐도잉이 아니라 영화 속 등장인물과 동시에 말할 수 있는 수준으로 똑같이 따라하는 과정을 통해 모든 문장을 씹어먹는다. 저자는 영어의 기초가 없어 문법도 단어도 거의 몰랐지만 이 모든 기초가 영화를 씹어먹으면서 닦여졌다고 말한다. 

<근데, 영화 한 편 씹어먹어 봤니?>를 읽으면서 점점 저자의 방법에 일리가 있다고 느껴졌던 것은 물론 저자의 살아있는 생생한 경험이 한 몫 했겠지만, 아기가 태어나서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을 바탕으로 사람이 언어를 습득하는 단계에 맞게 외국어에 익숙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이었다.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를 계속 반복해서 들으면서 모국어에 익숙해지고, 점점 한단어씩 알아듣다가, 나중에는 어른들끼리 하는 말도 알아듣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도 자유자재로 말을 배워서 할 수있게 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성인이 된 다음에 얻을 수 있는 환경은 바로 '영화 씹어먹기'라고 저자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 모든 것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바로 '듣기'라고 한다. 영어 듣기가 안되는 상태에서 말하기를 공부하는 것은 사상누각이라는 소리다. 책에 나오는 사례를 보면 심지어 외국의 명문대학을 다니면서 몇 년씩 공부한 학생 조차도 원어민들의 얘기를 잘 못알아듣고, 말도 잘 못해서 고민인 사례가 나온다. 최대한 토론 수업 등을 피하고 오로지 읽고 쓰는 것 만으로 점수를 딸 수 있는 수업만을 들으며 버텨왔다고 한다. 외국에서 공부하면 완전 영어환경이니 자연스럽게 영어를 잘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것도 아닌가보다. 모국어가 아닌만큼 성인이 되어서 배우는 외국어는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소리다. 

듣기가 문제였군. 내가 영어를 못하는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나는 영어듣기를 유독 싫어해서 학창시절부터 영어듣기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긴장되어 쉬운 대화조차도 잘 놓치곤 했다. 듣기도 전에 '잘 못 들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을 했던 탓이었을 거다. 반면에 문장을 해석하거나, 단어를 외우거나 잘못된 문법을 알아맞추는건 차라리 듣기보다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내 상태가 영어를 아예 모르는건 아니면서도 막상 외국인 앞에서는 써먹기 애매한 절름발이 영어가 되었을 것이다. 

영어는 한국어와 기본적으로 강세와 발성에 있어서 다르기 때문에 원어민들이 실제 쓰는 언어에 일단 익숙해져야 한단다.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해서 알아듣거나, 말할 때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는 습관을 버려야 진짜 원어민들과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을 듯 하다. 우리가 I love you 를 말할 때 '사랑해'를 영어로 번역해서 말하지 않고 당연하게 말하는 것처럼 모든 대화가 그런 경지가 되어야 한다. 책에서 알려주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보니 다시 한번 영어공부에 열을 올려볼까 하는 열의가 생기기도 한다. 영알못이었던 저자가 영화 씹어먹기로 하늘을 나는 수준까지 되었다면, 나는 날쌔게 뛰어다니는 수준의 영어 수준을 기대하면서 한번 잘근 잘근 씹어먹고 싶어진다.

다른 피부색을 가진 외국인과 친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나눌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영어 요놈! 한번 잘근잘근 씹어먹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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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맥으로 영어공부하기! | 기타 2017-10-2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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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00 WORDS

마이클 그린버그 저/오수원 역
윌북(willbook)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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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단어를 빽빽이 하듯 억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책 읽듯 자연스럽게 외우고 싶다면 이 책이 어떨까? 윌북에서 3권째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지적 리딩을 위한 영단어 시리즈다. 지적 리딩을 위한 필수 영단어 1100 words 를 시작으로 지적 리딩을 시작하는 공식 영단어 504 words 에 이어 이번엔 지적 리딩을 위한 기본 영단어 300 words 이다. 난이도를 따지자면 3권의 시리즈중 1100 words가 가장 어렵고 300 words가 가장 쉬운 축에 속하는 단어장이다. 


이 책에 나오는 300워드를 익히면 <앵무새 죽이기>를 원서로 읽을 수 있다는 컨셉으로 나온 책인데, '단어가 300개 밖에 안들어있다고?'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 챕터마다 필수 영단어들이 사용된 에세이글과 해당 단어를 설명해주는 영어문장과 퀴즈에 나오는 문장들에 나오는 단어들까지 합치면 꽤나 만만치 않은 양이다. 기본 영단어라고 하지만 미국의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단어 위주로 담았기에 우리나라 중학생 수준의 완전 기본단어는 아니다. 원서를 읽다보면 심심찮게 만날 수 있는 단어들 중 살짝 난이도가 있는 단어들을 주로 묶어놨다.  

 


한 챕터에 15개의 영단어가 배정되어 있고, 이 단어들로 쓰여진 에세이 한편으로 챕터가 시작된다. 처음엔 굳이 단어의 뜻을 몰라도 괜찮다. 문맥에 따라 대충 뜻을 유추해보면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평소에 영어 쓸 일이 많이 없으니 알던 단어도 까먹을 지경인데, 기본 단어라기엔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어서 놀랐다. 한편으론 너무 쉬운 단어가 아닌것에 안도하기도 했다. 옆 페이지에서 영어문장으로 다시 한번 단어의 쓰임이나 늬앙스에 대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그 문장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단어의 뜻이 이해가 된다.  



이 부분은 확실히 504워드 보다 친절해진 부분이다. 504워드에서는 해당 단어가 쓰여진 소설이나 잡지의 문장을 그냥 예시로 넣어뒀을 뿐이지만, 300워드 에서는 단어의 뜻을 영어문장으로 다시 풀어서 설명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유의어까지 익힐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서 좋았다. 보통의 영어 수험서처럼 단어에 대한 쓰임이나 인용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장 내에서 어떤 늬앙스로 쓰이는지 느낌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감을 익히기 좋을 듯 하다. 


 



영어 문장을 통한 설명으로 단어의 뜻을 한번 익히고 나면 다양한 형태의 퀴즈들이 기다리고 있다.  해당 단어의 동의어를 찾아보기도 하고, 하나의 문단을 제시하고 빈칸에 알맞은 단어를 형태에 맞게 집어넣는 문제도 있다. 문장을 읽어보고 빈칸에 알맞는 단어를 생각해내어 적어넣는 활동을 반복해서 해보는 동안 자동적으로 단어의 뜻과 늬앙스를 익히게 되는 구조다. 


하나의 단어를 여러개의 문장안에서 반복해서 보기 때문에 보통 단어와 뜻만 달랑 써있는 단어장을 외우는 것보다 늬앙스나 문장 내의 쓰임을 훨씬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더군다나 단어 하나를 외우기 위해 무작정 외우거나 빽빽이를 하는 식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읽듯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구조라서 공부방법에 부담이 없다. 또 퀴즈에 나오는 문장 내에서도 기억해 둘만한 단어들이 많이 등장하기에 낯선 단어들은 체크해서 함께 외우면 더 좋을 것이다. 



단어를 학습하고 퀴즈까지 풀고나면 챕터마다 짧막한 칼럼이 있다. 1챕터의 칼럼은 문맥을 통해 단어를 학습하는 것의 장점에 대한 글이었는데 정말 일리가 있었다. 우리가 한글을 학습하거나, 대화를 나눌때에도 모르는 단어는 앞뒤 문맥을 따져서 '혹시 이런 뜻인가?' 하며 추측하며 학습할 때가 많은 것처럼 영어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학습할 때 가장 기억에 잘 남을 수 있는 것이다.  



책에 뒷부분을 넘겨보면 챕터 앞부분에 나오는 에세이에 대한 한글 해석본과 퀴즈의 답들이 나와있다. 


나는 이런 순서로 공부 했다. 맨 먼저 단어의 뜻이나 내용에 대한 정보없이 무작정 에세이를 여러번 읽어본다. 단어의 뜻은 다 모르지만 '문맥상 대충 이런 내용의 글이구나' 라고 생각한 뒤, 옆 페이지에서 각 단어에 대한 설명 문장들을 보고 단어의 진짜 뜻을 파악하고, 늬앙스나 유의어를 파악한다. 그렇게 파악한 단어의 기억을 바탕으로 퀴즈들을 차례대로 풀어보고 정답을 맞춰본다. 퀴즈 내에서 단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해보고, 퀴즈에서 발견한 새로운 단어들과 함께 단어들을 연습장에 한번씩 써보고 잘 모르는 단어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발음까지 정확히 들어보며 따라해본다. 그런 과정을 한번 마치고 나서 다시 처음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확실히 안개처럼 뿌옇던 글들이 눈에 확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1개의 챕터에서 15개의 단어를 익히라고 하고 있지만, 공부하고 나면 단어 15개의 유의어들을 포함한 늬앙스, 문장안에서 툭툭 던져지는 원어민들의 표현까지 덤으로 익힐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뭔가 빡세게 공부한 느낌도 아닌데 왠지 이것저것 많이 알게된 듯한 느낌이 든다. 


300 words 는 시험을 위한 영어공부 책이 아니기에 영어를 좀 더 재미있고 친근하게 느껴서 영어 원서나 잡지를 쉽게 읽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300워드 가 세권 중에 가장 기본 영단어 책이라고 하지만, 내 생각에 504 words와 난이도 면에서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다만 조금 더 설명이 친절하고, 퀴즈가 더 많아서 공부하기 편한 느낌이 들고, 총 2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기존의 책들이 42챕터, 48챕터로 이루어진 것에 비해서 부담이 적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마지막, 혹은 내년의 시작을 영어공부로 장식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집어들기에 부담없으면서도 뿌듯함을 만끽할 수 있는 적절한 영어공부 책이 아닌가 싶다. 


300워드 를 시작으로 504 워드, 1100 워드를 다 정복해 나가면 얼마나 뿌듯할까. 

영어원서를 한글 읽듯이 줄줄 읽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하며 공부를 시작해볼까?

(맨날 말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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