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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고 우울했던 요조 이야기 | 소설 2018-02-28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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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저/김춘미 역
민음사 | 200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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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내 외롭고, 우울하고, 모든 것이 두려웠던 한 사내가 있다. 무엇이 그렇게 미치도록 불안했을까.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는 길지 않은 생애 내내 스스로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의 집은 지방의 유지로 꽤 부유했으며, 그 자신은 공부도 잘하고, 익살꾸러기라 겉으로 봤을 때는 마냥 밝아보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 아이였다. 하지만 속으로 썩어들어가는 그의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 요조의 이야기는 다자이 오사무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하다. 39년의 짧은 생애동안 다자이 오사무는 5번의 자살시도를 했고, 마지막 5번째 시도에서 비로소 자살에 성공해 원하던 죽음을 맞이했다. 

책 속 요조의 삶은 전체적으로는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스스로를 놔버린 건지 궁금할 만큼 우울함의 연속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기하게도 묘하게 공감되는 부분도 있긴 하다. 뭐라고 설명할 순 없지만, 특히 책의 초반 부분을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 느껴본 감정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저에게는 '인간이 목숨을 부지한다.' 라는 말의 의미가 지금껏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는 얘기가 될 것 같습니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저는 그 불안 때문에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과연 행복한 걸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이지 자주 참 행운아다, 라는 말을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저 자신은 언제나 지옥 한가운데서 사는 느낌이었고, 오히려 저더러 행복하다고 하는 사람들 쪽이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훨씬 더 안락해 보였습니다. 」
< 인간실격 p.16>

어릴 때부터 사는 의미를 전혀 느껴본 적이 없는 요조는 공복을 느껴본 적도 없고, 밥먹는 시간이 가장 싫었으며, 오로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들키지 않기 위한 익살로 그 시간을 버텨냈다. 그에게 익살은 자신의 우울함을 뒤에 감추는 완벽한 가면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익살이었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이란 것이 알 수가 없어졌고, 저 혼자 별난 놈인 것 같은 불안과 공포가 엄습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웃 사람하고 거의 대화를 못 나눕니다. 무엇을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몰랐던 것입니다.」 
< 인간실격 p. 17>

훗날 요조의 사진을 발견한 한 남자는 요조의 어릴 적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애당초 그건 웃는 얼굴이 아니다. 이 아이는 전혀 웃고 있지 않다. 그 증거로 아이는 양손을 꽉 쥐고 서 있다. 사람이란 주먹을 꽉 쥔 채 웃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것은 원숭이다. 웃고 있는 원숭이다. 그저 보기 싫은 주름을 잔뜩 잡고 있을 뿐이다. '주름 투성이 도련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만큼 정말이지 괴상한, 왠지 추하고 묘하게 욕지기를 느끼게 하는 표정의 사진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괴상한 표정의 소년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 
<p.11>

요조는 자신의 공허함을 숨기려 일부러 엉뚱한 행동을 하며 사람들을 웃기고, 자신은 전혀 재미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기억해두었다가 사람들에게 해줌으로써 재미있는 아이로 인기를 얻는다. 겉으로 봤을 때는 재미있고 유쾌한 아이였지만, 그 웃음은 요조의 필사적인 가면이었다. 가끔 그 가면을 알아채는 사람을 만날 때면 요조는 마음 깊숙히 불안감을 느꼈고,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들킬까 두려워했다. 그렇게 평생을 헛깨비처럼 살아갔다. 처음으로 약간의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궁상맞은 여자 쓰네코와 함께 죽기로 결심하고 바다에 뛰어들지만, 그녀는 죽고 요조는 혼자 살아남았다. 

평생동안 세상에 한시도 융화되지 못한 채, 껍데기로만 살아온 요조의 삶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그의 삶은 무너지고, 무너지다 결국은 폭삭 망가져버린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뿐입니다. 
저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습니다. 백발이 눈에 띄게 늘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흔 살 이상으로 봅니다. 」
<p.134> 

인간실격은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로 죽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소설이라고 한다. 젊은 시절 일본에 공산화의 바람이 불면서 공산주의의 적은 바로 자신 같은 부르주아라는 사실을 깨닫고,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매우 부끄럽고, 불행하게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이 다자이 오사무의 5번의 자살시도를 다 설명할 수는 없는데, 책 뒤쪽에 나와있는 해설을 보니 이런 말도 있었다. 

「이때까지 다자이에게 있어 자살은 일종의 "처세술 같은, 타산적인 것"이었던 면이 크다. 도저히 타개할 수 없는 난관에 부딪히면 죽음으로 면책 받으려는 처세술이라는 뜻에서다. 전술했던 자살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회적 합의가 여기에 작용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일본에서는 죽은 이를 '호토케 님'으로 칭한다. 부처님 역시 호토케 님이다. 다시 말해 죽음은 모든 것을 용서하게 하고, 미화시킨다는 인식이라 할 수 있다. 」 <작품 해설 p.177>

나도 한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죽으면 간단하게 모든게 끝나잖아. 그건 어쩌면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근데 그 불행은 나한테서만 끝나는 거지, 내 주변 사람들한테는 모든 불행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예전에 읽었던, 사라지는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간증발>이란 책이 생각났다. 단지 자신 앞에 닥친 일이 자존심 상하고 부끄러워서 어디론가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다자이 오사무가 실제로 어떤 일 때문에 평생을 괴로워하고 아파했는지 알길이 없지만, 앞선 세번의 자살시도는 눈앞에 닥친 문제를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쇼인 것 같다는 해설도 있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생애를 <인간실격>이라는 자전적인 느낌의 소설을 통해 어쩌면 변명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조금 든다. 

작가의 실제 삶이 어찌됐든 <인간실격>의 요조 캐릭터는 꽤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평생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고 끝내 불행하게 저물어가는 그의 모습은 극단적이긴 하지만, 나약한 우리들의 모습과도 조금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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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해서 너무 예쁜 동물친구들! | 에세이 2018-02-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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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환생동물학교 1

엘렌 심 글,그림
북폴리오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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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동물학교 / 엘렌 심 / 북폴리오
착한 동물들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렇다면, 언제나 착한 우리 다림이도 사람이 되는거야?" 
난 그 의견 반댈세. 사람이 모든 동물 중 최고라는 생각은 우리 생각일 뿐이라는 것. 난 다음 생에는 아주 좋은 집사를 둔 고양이로 태어날테다. 하루종일 원하는 곳에서 낮잠을 자고, 맛있는 간식을 달라고 냥냥 울어대고, 어떤 짓을 해도 집사의 눈에는 하트가 퐁퐁 솟아나게 하는, 세상에서 젤 속 편한 냥이가 되고 말테다.  

<환생동물학교>는 네이버 연재 웹툰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고양이 낸시>를 낸 작가 엘렌 심의 두번째 작품인데 전작에 이어 또 귀여운 동물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착하게 살다가 죽은 동물들이 다음 생에 사람으로 환생하기 전에 환생동물학교에 모였다.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습성을 깨끗이 씻어내고 사람의 습성을 몸에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몸은 사람이지만 동물의 습성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얘기다. 강아지, 고양이, 고슴도치, 하이에나 친구들이 환생동물학교 AH-27반에 모였다. 다른 환경에서 다른 습성을 지니고 살아온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공통점은, 매우 순수하고 귀엽다는 것! 때론 너무 순수해서 보는이의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 이들은 어떻게 인간의 모습을 갖춰나가면서 달라질까. 궁금해진다. 

책에는 동물을 키워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동물들의 습성을 담은 에피소드가 곳곳에 숨어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고양이들은 보통 집사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화장실 앞에서 버티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 다림이는 화장실 앞에서 목이 터져라 나올 때까지 울어대곤 하는데, 사실은 화장실 안으로 사라진 집사를 지켜주고 싶었던 걸까? 세상을 떠나와서도 혼자 화장실에 갔을 원래 주인을 걱정하는 쯔양이의 모습이 귀엽고도 짠하다. 

친구들이 모이면 앞다투어 전생의 주인들을 자랑하느라 시끌시끌하다. 주인들이 두손 가득 먹을 걸 장 봐오던 기억을 떠올리며 주인의 뛰어난 사냥실력을 자랑하기도 하고, 집으로 배달오던 먹을 것들을 보며 신기해 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귀여웠다. 다림이도 내가 밖에 한참동안 나갔다 돌아오면
"사냥을 다녀왔으면 간식을 줘야지" 
하는 표정으로 밥그릇 앞에서 응당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간식을 기다리곤 한다.

고양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레이저 포인터 장난감을 아이들은 빨간점 주술도구라고 생각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꼭 잡아야 한다는 집념에 사로잡히게 하는 마법의 빨간점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불빛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되자 쯔양이는 주인이 날 속였다며 엉엉 운다. 

환생동물학교에서는 동물들이 서로의 다른 습성을 이해해나가는 과정들, 동물의 입장에서 본 인간의 모습들이 색다르게 펼쳐진다. 책 속 동물들은 순수한 아이들 같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 동물들은 각자의 습성을 점차 고쳐서 인간에 가깝게 되는 것일까. 아이들이 최대한 동물의 습성을 천천히, 늦게 고쳤으면 좋겠다. 너희는 그 모습 그대로가 너무 예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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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놀기, 어렵지 않아요! | 취미/예술 2018-02-2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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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그림놀기

권윤주 저
21세기북스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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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림 그리는데 재미 붙였다. 여전히 잘 못 그리긴 하지만,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이 있으면 스스로 잘 그리는거 같다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래도 여전히 뭘 그려야 할지 모르겠다는게 함정. 그럴 땐 고민없이 따라그리면서 놀 수 있는 그림놀기 책은 어떨까? 스노우캣은 귀여우면서도 엄청 단순하게 생겨서 그림 초보도 누구나 쉽게 그릴 수 있는 캐릭터다. 그것도 자신 없다는 사람을 위해 귀여운 그림 위에 예쁜 노란색 트레이싱지까지 붙여서 따라그릴 수 있는 친절한 드로잉북이 출시됐다.


스노우캣 드로잉북 / 그림놀기

왼쪽에는 작은 에피소드 만화가 있고, 오른쪽에 커다란 그림이 그려져있는데 그림 마다 앞쪽에  노란 트레이싱지가 붙어 있어서 비치는 그림을 보면서 따라그릴 수 있다. 어릴 때 얇은 기름종이를 대서 따라그렸던 기억이 떠올라서 즐거워졌다. 책의 저자는 어린 시절에 TV에 나오는 스머프를 비디오에 녹화해서 보다가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오면 멈춰놓고 TV 위에 트레이싱지를 올려 따라그렸다고 한다. 어릴때 부터 그런 열정이라니, 그래서 이렇게 어른이 되어 대박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었던 거구나.

공감가는 그림들을 몇개 골라서 따라그려봤다. 시그노 펜의 사각사각 소리를 들으며 종이에 그림을 그리니 기분이 좋다. 별 생각 없이 따라그리기만 해도 예쁜 그림이 완성되니까 뿌듯하다. 스토리도 너무 귀엽다. 혼자 기타 연습을 하고 싶어 몰래 숲으로 들어간 스노우캣은 기타를 치다가 문득 깨닫는다. 나무들이 내 기타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ㅋㅋ 
춤추는 나무도 귀엽고, 기타치는 스노우캣도 귀엽다. 요즘 나도 조금씩 기타를 다시 꺼내서 치고 있는데 실력이 소음 수준이라 이웃을 위해 산속에 들어가서  혼자 쳐야만 할 것 같다.  

ㅋㅋ 도와줘요, 커피파워!!ㅋㅋ 나도 매일 커피를 마셔야 정신을 차리곤 한다. 어쩌다 하루종일 커피를 못 마신 날은 하루종일 잠이 덜 깬 기분이다. 스노우캣 너도 그렇구나!ㅋㅋ

친구가 그림이 안 그려진다고 고민하니까 스노우캣이 기가 막힌 답을 내놓았다. 
“카페가서 해. 집에선 안돼!”
같이 나란히 카페에 가서 그림 그리는 모습이 넘 귀엽다. 카페 놀이는 언제나 신나는 것!

스노우캣 그림놀기를 보면서 다양한 포즈의 스노우캣을 아이패드로 따라그려봤다. 넘나 쉬운데 다양한 포즈가 가능한 캐릭터라 그리면서 놀기 딱이다. 나도 요런 쉽고 귀여운 캐릭터 만들어보고 싶다. 스노우캣을 열심히 연구해봐야 할 듯!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뒷 부분에는 독자가 직접 그려볼 수 있도록 미션을 주기도 한다. 스노우캣의 옷이나 눈썹을 그려보라는 미션을 주기도 하고, 다양한 면발을 그려보도록 하기도 한다. 면발 그리는거 어렵던데, 책을 보면 면발 그리는게 일케 단순한 거였다니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 장에 있던 꽃길 그리기, 스노우캣이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예쁜 꽃들을 가득 그려줘야 겠다. 펜 한자루만 있으면 즐겁고 재미나게 놀 수 있는 그림놀기! 성인은 물론 아이들도 쉽게 그릴 수 있는 그림들이 많으니 가족이 함께 즐겨도 좋을 듯 하다. 

열심히 그림 그리며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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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가 띵가 즐겁게 기타 치는 법 | 취미/예술 2018-02-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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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

통단기 저
책밥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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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한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낡아가고 있는 통기타를 다시 꺼내들었다. 줄을 감아서 다시 음을 맞추고 다시 쳐볼 엄두를 낸 건 좋은 통기타 연주 교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내가 연주해보고 싶었던 최신 음악들의 코드와 연주법이 다 나와있다. 오예~ 하지만 문제는 오랜만에 집어 든 기타는 또다시 처음처럼 새롭다는 게 문제. 기본 코드부터 하나하나 다시 익힌다. 예전에도 기타를 배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게 코드를 잡는 손끝이 너무 아프다는 거였는데, 몇 번 물집이 생겼다 아물고 나면 아프지 않다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또 손끝에 물집이 생겨버렸다.

예전에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서 기타를 배우려고 한 적이 있는데 욕심에 비해 내 실력은 형편없고, 영상 속 선생님의 연주 속도는 너무 빠르고, 그래서 따라갈 수 없어 포기했던 적이 있다. <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는 이런 나 같은 기타 생초보를 위해 조금만 배우고도 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를 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책은 친절하게도 코드를 잡을 때 손가락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다른 줄을 건드리지 않고 해당 줄만 꼭 눌러서 맑고 청명한 소리를 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아이유는 그 작은 손으로도 야무지게 코드를 잡으면서 잘만 치던데 난 왜 이렇게 코드 잡는 게 어려운지ㅋ


기타는 코드만 알아도 거의 반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쉬운 코드부터 어려운 코드까지 하나하나 손가락 순서부터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까지 자세하게 알려준다. 혹시 자신이 내는 소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QR코드를 찍으면 저자가 미리 찍어둔 동영상으로 연결되니 직접 보면서 확인할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이 책의 가장 좋은 점은 최신 노래의 코드들을 정말 많이 실어놓았다는 점이다. 쉬운 코드부터 차근차근 알려준 다음 그 코드를 사용해 연주할 수 있는 음악 코드 악보를 실어놓았기 때문에 방금 배운 코드만 가지고도 바로 꽤 그럴듯한 통기타 연주를 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원래 좀 더 어려운 코드로 진행되는 악보도 저자가 쉬운 코드로 변경 해놓았기 때문이다. 음의 높이와 느낌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연주를 들었을 때 전혀 이상하지 않고 꽤 그럴 듯하다. 이 또한 QR코드를 연결하면 동영상으로 해당 음악의 풀 통기타 연주를 볼 수 있어 악보를 보면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스트로크 주법 같은 경우는 악보만 보면 어려울 수 있는데 연주 영상을 보면 이해가 훨씬 쉽다.

아직 초보 단계라 책의 앞부분만 보면서 연습하는 중인데, 뒷부분을 넘겨보니 역시 아이유의 노래가 있다. 밤편지의 통기타 연주라니, 나도 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날이 올까. 

책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코드도 어려워지고, 알아야 하는 리듬도 점점 많아진다. 역시 모든 것에는 시간이 답이다.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한 곡쯤은 어렵지 않게 연주하고, 더불어 노래도 곁들일 수 있는 수준이 되는 날이 오겠지. 손가락 끝이 아직 아프지만, 이 손끝에 굳은살이 배기고, 기타에서 청명한 소리가  흘러나올 때까지 하루에 10분씩이라도 꾸준히 연습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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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 변방의 젊은이들 | 소설 2018-02-2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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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이정서 저
새움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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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학번보다는 85년생에 더 가까운 세대다. 그래서 그 시절 영수를 모른다. 군대 얘기는 더더욱 모른다. 80년대를 추억하기엔 난 너무 어렸고, 고작해야 <응답하라 1988> 시리즈를 보며 저 땐 저랬지 하며 어설픈 공감을 했었더랬다. 드라마에 나오는 80년대도 정치적 이야기보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웃들의 이야기와 그때의 촌스러웠던 패션이 더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속 덕선의 큰언니 보라만이 시대에 관심을 가지고 학생 운동을 하다가 부모님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저자는 그때 그 시절, 변방의 군대 이야기를 주제에 올렸다. 시대의 중심에서 학생 운동을 했던 현장의 불타는 이야기가 아니라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땅굴을 파고, 끝없이 눈을 치워야 했던 자신의 군대 시절 이야기 말이다.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저자의 말에서 작가 이정서는 그 중요했던 1987년, 절대 권력인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민주주의를 쟁취한 그 해에 역사적 현장에 함께 하지 못했던 자신의 부채감을 내려놓고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변방에 있었지만, 거기서도 작은 역사는 일어나고 있었다고 말이다. 

「대학생활 1년 하고도 한 학기를 끝내고 났을 때, 내게 남은 것은 5학점이 빵구 난 성적표와 급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뒤의 상실감이 전부였다. 일상화된 최루탄과 깨어진 보도블록의 시대. 도서관에 들어앉아 공부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시대를 비켜가려는 당사자나, 타인에게 모두 욕돼 보이던 시대에 나는 어느 순간 질려있기도 했다. 」
<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 p.31>


그 시절은 그랬다. 부모님들은 자기 자식만은 학교 도서관에서 시대에 상관없이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길 바라고 있었겠지만, 그 시절 현장에 있던 학생들은 그렇지가 못했던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이 욕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주인공 이윤은 도피하는 심정으로 군에 입대한다. 

군대는 사회에서의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것이 공평하게 짬밥 순으로 진행되는 사회다. 그런 만큼 온갖 다양한 무리들이 한 곳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이다. 이윤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1980년대와 2000년대를 오가며, 현재 30대 중반의 출판사 사장이 된 이윤이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현재 모습을 찾고 기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윤과 같은 국문과 출신으로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 선임 하치우, 우락부락 무서운 외모를 지녔지만 정 많고 따뜻한 임 병장, 이윤의 같은 학교 후배지만, 어딘가 얼빠진 듯 보이는 고문관 85학번 김영수 등등 이들은 2000년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이 소설은 2000년에 한번 출간되었다가, 2017년 우리 손으로 부패 대통령을 끌어내린 역사적인 사건을 맞아 수정을 통해 다시 출간된 듯하다. 새 천년이 시작된 2000년, 얼마 안 된 것 같지만 그것도 벌써 약 20년 전이다. 벌써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고등학생인 것이다. 그만큼 시대는 또 많이 변했다. 소설 속에서 군대의 남자들이 씹어뱉듯 내뱉는 여성에 대한 표현이 좀 불편했다. 아무리 군대에서는 남자들끼리 별소리를 다 한다지만, 굳이 꼭 필요하지 않은 부분에 그런 표현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기는 하다.  

2018년 지금은, 30년 뒤쯤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
훨씬 더 좋아진 세상에서 지금을 돌아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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