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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의 식욕자극 에세이 | 에세이 2018-07-30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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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구스미 마사유키 저/최윤영 역
인디고(글담)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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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더우면 식욕이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계속되는 식탐과 먹부림으로 최고 몸무게를 자꾸 갱신해가는 중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먹는 것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자꾸만 참을 수가 없는가 ㅋㅋㅋ 유쾌한 책 제목대로 먹는 즐거움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법!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참으로 위험한 책이다. 어찌나 맛깔나게 각각의 음식들을 표현해놨는지 내가 익히 아는 맛에 대한 글은 너무나 먹고 싶어서 침이 질질, 내가 모르는 맛은 궁금해서 인터넷을 폭풍 검색해가며 읽었더랬다. 고독한 미식가의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는 실제로 음식을 너무나 좋아하고 자신만의 음식관이 확고하다. 그런 사람의 글을 보면 왠지 똑같이 따라 먹고 싶어지지 않는가. 요즘 잘 나가는 먹방요정 이영자님의 음식 먹는 법은 말만 들어도 침이 입안에 가득 고여서 당장이라도 와구와구 먹고 싶어지는 것처럼.


꼴깍꼴깍 자꾸만 침이 넘어간다!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는 음식 종류별로 챕터를 나누어 저자가 음식을 먹는 고유의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평소에 자주 먹는 익숙한 음식인 돈가스, 샌드위치, 카레, 컵라면부터 시작해서 나에게는 약간 낯선 고양이 맘마, 낫토, 오차즈케 같은 음식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이라도 저자의 글을 보면 왠지 좀 더 새롭게 느껴지는 것도 같다. 남자답고 호쾌하게 배를 채우고 싶은 날 먹는다는 돈가스! 나도 무지 배고플 때 빵빵하게 배를 채우고 싶은 날 찾는 음식이다. 집 앞에 새로 생긴 돈가스 집에 가면 그야말로 얼굴보다 더 큰 왕돈가스가 나오곤 하는데, 끝까지 다 먹는 사람이 대단하게 느껴질 만큼 크다. 짝꿍이랑 같이 돈가스를 조각조각 잘라서 냉면 한입, 돈가스 한입씩 후루룩 먹다 보면 어느새 배가 터질 것 같다. 내 살들에겐 미안하지만 그야말로 아주 호쾌한 한 끼다!   

도시락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재밌다. 

「내가 상상하는 도시락은 바로 이거다. 도시락은 참으로 귀여운 음식이다. '용기에 담는다'라는 게 귀엽다. '들고 간다'는 부분이 기특하다. 게다가 '간단한 음식'이라는 점이 부담 없다. 
그런 도시락을 들고 걸어가는 그 시간이 좋은 것이다. 아침에 싼 도시락을 점심까지 들고 다니며 묵혀지고, 그 사이에 나는 배가 점점 고파오고, 이미 더는 못 참을 만큼 배가 고파온다. 그러나 나에게는 도시락이 있다! 아, 든든하다. 
"자, 이제 식사들 할까?"」 
<p.39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도시락편>

#도시락 은 그 안에 들어있는 음식보다 그 기대감이 더 좋다. 음식을 용기에 담아 도시락으로 싸 들고 간다는 건 정말 좀 귀엽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라면 오늘은 무슨 반찬이 들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피크닉을 갈 때면 예쁜 잔디에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 먹을 시간만을 기다린다. 그 작은 설렘과 기다림이 음식을 더 맛있게 만드는 게 아닐까.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그들에게만 익숙한 음식이 많이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낫토다. 낫토는 예전에 한번 맛보고는 다시는 안 먹는 음식인데, 책을 보고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낫토에 간장과 잘게 송송 썬 파를 넣어 휘휘 저어서 입에 넣으면 끈적끈적한 풍미가 느껴진다는데 다시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도 든다ㅋ 저자는 낫토만 있어도 밥 한 그릇은 무조건 뚝딱이란다. 
또 하나 저자가 좋아하는 일본 음식은 #우메보시 다. 매실을 소금에 절인 장아찌 같은 건데 일본인들은 맛있다고 밥반찬으로도 많이 먹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오만상을 찌푸리는 것을 봤다. 그 맛도 왠지 궁금해진다. 익숙해지면 그거 하나만으로도 밥 한 그릇 뚝딱할 수 있는 내공이 정말 생기려나.

맛있는 걸 먹는 즐거움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꽤나 큰 즐거움이다. 먹방이 유행하면서 음식 맛있게 먹는 연예인들이 뜨기 시작하고, 세계 곳곳의 맛있는 음식들이 TV를 통해 매일 소개된다. 

다이어트가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역시나 
"먹는 즐거움은 포기할 수 없어!" 

하나를 먹더라도 맛있게 먹자. 
먹는 게 남는 거니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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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번 힐링! 색연필 손그림 | 취미/예술 2018-07-21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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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일 1손그림

신은영 저
책밥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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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밥에서 나온 《1일 1드로잉》 시리즈를 보고 너무 좋았던 터라, 이번에 새로 나온 시리즈 《1일 1손그림》도 만나보게 되었다. 드로잉 시리즈가 좀 더 러프하게 펜으로 스케치하고 색칠하는 식이었다면, 이번에 나온 《1일 1손그림》 시리즈는 전체적으로 정갈하고 깔끔한 느낌의 색연필 손그림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의 작품이나 ing 영상들을 자세히 관찰했더니 모두 자기만의 그림 스타일과 자주 쓰는 색상도 정해져있는 것 같더라.  

이 책의 저자 일러스트레이터 신은영님(바이냉)도 자기만의 그림 스타일이 있었다. 그녀가 그리는 정갈한 느낌의 손그림을 처음부터 똑같이 따라 그려보는 식으로 매일 한 장씩 예쁜 손그림을 완성할 수 있게 구성되어있다.  백지에서 시작해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모든 단계를 하나하나 그림과 글로 설명해놓았기에 순서만 잘 따라가면 아무리 똥손도 그림 하나 뚝딱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소품들과 꽃, 귀여운 동물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예쁠까? 
우선 하나하나 따라가 보는 걸로! 

저자의 노하우에 따르면 하나의 그림에서 따뜻한 색깔의 계열과 차가운 계열의 색깔을 함께 쓰면 더 따뜻한 느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하나의 그림에 너무 많은 색깔을 쓰지 않고 미리 색깔을 정해놓고, 그 색깔만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러면 좀 더 깔끔한 느낌의 그림이 나온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기 전, 저자가 사용한 파버카스텔 색연필의 색깔 번호를 다 알려주고, 그 색깔만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린다. 많은 색을 사용하지 않아도 다채로운 느낌이 드는 건 아마도 색의 조화를 잘 살려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에 앞부분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색연필이 파버 카스텔이라는 말에, 드디어 나의 파버 카스텔 색연필을 쓸 수 있겠구나 했는데, 안타깝게도 책에서 사용하는 색상이 내가 가진 36색 색연필에는 하나도 없었다ㅠ 역시나 더 큰 세트가 필요해.... (이러면서 더 큰 색연필 세트를 지를뻔했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워이워이) 


전체적으로 그림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식이라 초보가 따라 그리기에도 쉬운 편이다. 한 장에 여러 개의 소품을 같이 그려 넣어 예쁜 그림을 한 장 완성하면 무지 뿌듯하지 않을까.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씩만 투자하면 1일 1손그림이 가능한 것이다. 

비슷한 색상의 색연필로 따라 그려봤지만 영 느낌이 살지 않아, #아이패드프로 에 있는 #스케치스앱 을 이용해 #애플펜슬 로 색연필 손그림을 그려봤다. 요즘 100만 원짜리 To do list로 전락한 나의 아이패드 프로가 오랜만에 빛을 발하는 순간 ㅋㅋ 꼼꼼하게 따라 그리고 색칠해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고 나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림을 저장해서 짝꿍이한테 카톡을 보냈다. 
"이거 내가 그린 거야! 잘 그렸지?"
"오! 잘 그렸당!" 

이 맛에 그리는 거지. 비록 예쁘게 못 그려도, 따라 그린 거여도 내 힘으로 하나의 손그림을 완성한다는 것! 
요즘 일이 많아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야밤에 집중해서 그림 하나 후딱 완성해놓고 보니 뿌듯하기도 하고 힐링이 따로 없다.
휴식이 필요할 땐, 1일 1손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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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분노위에 지어진 무서운 스릴러 | 소설 2018-07-20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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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무저갱

반시연 저
인디페이퍼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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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분노가 많이 쌓이긴 했나 보다. 극악한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나 검찰과 변호사가 돈의 노예가 되어 무전 유죄, 유전무죄를 만들어대는 세상에 아주 제대로 돌직구를 날리는 스릴러 소설이 등장했다. 사회가 처리하지 못하는 악을 대신 처리해주는 회사가 있다. 그것도 단순히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 훨씬 더 극악무도한 방법으로 말이다. 아무도 모르는 숲속에 지어진 건물의 지하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범죄 피해자의 제보를 받아 잡혀온 가해자들은 법망은 운이 좋아 용케 피해왔을지 모르지만, 이곳 지하실에서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잔인한 고통을 받는다. 온몸의 뼈가 부서지고, 살이 터지고 잘리고 죽기 직전이 되면 어디선가 초록색 옷을 입은 의사들이 나타나 상처를 치료해준다. 어느 정도 상처가 치료되면 또다시 고문이 시작된다. 미지의 공포심을 자극해 끊임없이 가해자를 극한으로 몰아가는 하얀 가면의 사내 일명 '사냥꾼'은 단 한마디만 반복해서 내뱉는다. 
"네 죄를 말해."

소설 초반을 읽으면서 '아주 골 때리는 작가가 나타났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긍정적인 의미로) 이 사회에 꽤나 쌓인 분노가 많았나 보다는 생각이 들 만큼 책에 나오는 장면과 말투들은 꽤나 저돌적이고 많이 잔인했다. 아니 이렇게 고문해도 사람이 안 죽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센 장면들을 보면서 소름 끼치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책에 등장하는 범죄 중에는 최근에 일어난 실제 사건에서 가져온 듯한 이야기가 많았고, 그래서 더 분노지수를 높인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싶은 범죄들이 이 세상엔 실제로 많이 존재하고, 아마 우리가 모르는 더 심한 일들도 있을 것이다. 

무저갱에는 우연히 자신의 숨어있던 폭력의 재능을 발견한 '싸움꾼', 범죄자를 미지의 공포로 몰아넣어 고문하는 '사냥꾼', 죽음을 원하는 자에게 고통 없는 죽음을 선물하는 '파수꾼'이 등장한다. 그리고 정말 대책 없는 범죄자 노남용이 있다.  

그중 '싸움꾼'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흥미롭다. 일생 동안 어떤 일에서도 성공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으며, 나름 착실하고 성실하게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시장 구석에 박힌 허름한 복국집에서 하루에 12시간 야간 알바를 하면서 130만 원을 받아 겨우겨우 살아가는 일명 '야간 삼촌'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일주일에 하루 쉬는 휴일에도 추가 수당 없이 불러내 당연한 듯 일을 시키는 사장 밑에서 일하면서도 다른 대안이 없기에 매일을 꾸역꾸역 살아간다. 어느날 일을 하다가 가게에 방문한 미친 정신질환 살인마를 우연히 죽이게 되면서 그는 전기 통하듯 자신의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된다. 바로 폭력과 살인에 대한 선천적인 능력 같은 것이다. 자신의 힘으로 누군가를 해하고 죽일 수 있다는 것에 알 수 없는 희열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살면서 처음 알게 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나름의 정의감을 발휘하며 즐겁게(?) 사회의 인간쓰레기들을 응징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싸움꾼의 천부적인 재능도, 사냥꾼의 지하실 미지의 공포도 통하지 않는 인물이 한 명 있다. 바로 범죄자 노남용이다. 그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나 부족한 것 없이 자랐지만 여자와 아이들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강간하고 폭행하고도 전혀 죄책감이 없는 인물이다. 심지어 사디스트에 마조히스트라 고통받는 것에 성적 희열을 느끼는 인물인 것이다. 그는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빵빵한 집안 환경 덕에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단 몇 년의 징역형만 받았을 뿐이다. 대책 없이 센(?) 이 남자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이야기는 퍼즐처럼 조각조각 나있다가 소설의 끝에 다다를 때쯤 하나의 큰 그림으로 맞춰진다. 신기한 건 처음에 느꼈던 사이다 같은 기분이 뒤로 갈수록 점점 찜찜함으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문제를 뛰어넘어 점점 그 폭력적인 묘사에 익숙해지는 것도, 나중에 가서는 어느 쪽이 악인지 잘 모르겠다는 점도 한몫한 것 같다. 

끝에 가서야 '무저갱'이라는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나온다. 
「지독하게 깊은 구멍, 바닥이 없어 끝없이 추락하는 시커먼 구멍」 <p.399>
성경에서 등장하는 용어인 것 같다. 사전을 찾아봤더니 죽은 사람들이 가는 곳, 지옥으로 가는 구멍 같은 것이란다. 

그 지독한 무저갱에 빠진 것은 과연 나쁜 범죄자 뿐이었을까? 폭력에 정의라는 이름을 붙여 무차별적으로 휘두른다는 것 자체가 주는 시원함에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나 보다. 사이다 같은 시원함에서 시작해 결국 남은 건 끈적끈적하고 축축한 감정이었으니. 

무저갱은 영화로 따진다면 아마도 『악마를 보았다』와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그 영화를 보면서 몇 번이나 극장을 뛰쳐나갈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너무 무섭고 끔찍해서 앉아있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저갱이 영화로 나온다면 딱 그런 느낌이지 않을까.
각오 단단히 하고 보시길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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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도 언제나 거기에 있지 | 소설 2018-07-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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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저/노진선 역
북폴리오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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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새하얀 종이 같았던 청소년기, 그때 느꼈던 미래란 어쩌면 미지의 세계 같은 거였을지 모른다. 장차 난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또한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내가 내 주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무엇도 판단할 수 없었던 때였던 것 같다. 물론 당시에 나는 나름의 심각함을 안고 진지하게 고민했었던 것 같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역시나 여물지 않은, 순수하다 못해 좀 부끄러워지는 시절인 것이다. 그 푸릇푸릇한, 만지면 톡 터질 것처럼 청량감 있는 청소년 시절은 반드시 시간이 오래 지나야지만 '그때가 좋았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누구나 지나쳐온 하나의 터널일 것이다. 

여기에 자신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라 생각하는 주인공 '에이자 홈즈'가 있다. 실제로 그녀는 이 소설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에 등장하는 인물이긴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소설의 주인공도 아닌 단짝 데이지의 친구역을 맡은 조연이라고 생각한다. 에이자는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아이지만 한가지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세균이 자신의 몸에 침투해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레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가운뎃손가락 끝을 엄지손가락으로 찍어눌러 피를 내고 반창고 붙이기를 반복하는 소녀이다.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그 무엇이(예를 들면 세균 같은 것) 자신의 몸을 구성하고 있고, 자신은 환경에 지배당할 뿐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고 느낀다.

「"전 제 생각을 통제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그 생각들은 진짜 내가 아니에요. 난 땀을 흘릴지 말지, 암에 걸릴지 말지, 클리스트리디움 디피실레에 감염될지 말지도 결정하지 못해요. 그러니까 내 몸도 사실은 내 것이 아니죠. 이들 중 어느 것도 내가 결정하지 못해요. 외부의 힘이 결정하죠. 그러니까 난 그냥 소설 속 인물인 거예요. 내가 곧 환경이라고요."」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p.182>

스타워즈를 좋아해 그 분야의 팬픽을 써서 나름의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에이자의 친구 데이지는 그에 반해 조금은 더 적극적인 아이로 보인다. 자신이 작가가 쓰는 대로 움직여지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는 에이자와 달리 데이지는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의 위치에 있으니까 말이다. 어쨌든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절친 소녀의 모험 이야기가 전개될 것처럼 소설이 시작된다. 하지만 실상은 그 시절 친구들 간의 사랑과 우정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다. 데이지와 에이자는 옆 동네에 사는 억만장자 CEO 러셀 피킷이 실종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그를 찾는 자에게 현상금 10만 달러가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실종된 러셀 피킷의 아들 데이비스와 어릴 적 친구인 에이자는 혹시 모를 기대를 품고 데이지와 함께 친구 데이비스의 넓은 저택을 찾아간다. 그렇게 다시 만난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너 자신이 막 미워? 너로 사는 게 싫어?"
"미워할 '나'조차 없어. 내 안을 들여다보면 진짜 '나'가 없어. 그저 생각과 행동과 환경만 한 다발 있을 뿐이지. 그리고 그 대부분이 내 것으로 느껴지지 않아. 내가 생각하고 싶은 생각 혹은 하고 싶은 행동이 아니야. '진짜 나'는 어디에도 없어. 마트료시카 같아. 안이 텅 비어있고, 열어보면 더 작은 인형이 나오고, 그 인형을 열어보면 또 더 작은 인형이 나오지. 제일 작은 인형이 나올 때까지. 그리고 그 인형은 실체가 있지만 내 경우에는 실체가 없어. 그저 계속 작아질 뿐이야."」 <p.267>


「그렇게 지구와 지구에 사는 생명체의 역사에 대해 연설하고 끝으로 관객에게 질문이 있냐고 물었어. 그러자 뒤에 앉은 할머니가 손을 들고 말했지. '잘 들었습니다, 과학자 선생님. 하지만 사실 지구는 거대한 거북이 등에 세워진 평평한 땅이랍니다.'
과학자는 할머니를 골려주기로 마음먹고 이렇게 물었어. '글쎄요, 만약 그렇다면 거대한 거북이 밑에는 뭐가 있습니까?'
그러자 할머니가 답했지. '더 거대한 거북이가 있죠.'
(중략...)
나는 깔깔 웃었다. "그 아래로 계속 거북이들이 있구나."
"거북이들만 존나 있는 거야, 홈지. 넌 맨 밑에 있는 거북이를 찾으려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
"왜냐하면 아래로 계속 거북이들이 있으니까." 나는 영적 깨달음에 가까운 무언가를 얻은 기분이었다. 」 
<p.268>

책을 읽다 보면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는 떡밥일 뿐 핵심은 딴 데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마트료시카 인형, 거북이 밑에 끝없이 이어지는 거북이, 또 에이자가 겪는 한없이 좁아지는 나선형에 갇힌 기분 같은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인생의 첫 출발점에서 겪는 다양한 혼란과 철학적인 고민들, 하지만 그 모든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구원하는 건 어쩌면 사랑과 우정이 아닐까. 

「네가 첫사랑을 기억하는 이유는 네가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음을, 이 세상에서는 오로지 사랑만이 가치 있음을, 사랑을 통해 그리고 사랑 때문에 네가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었음을 첫사랑이 보여 주고 증명했기 때문이지. 」
<p.311>

세상에 태어나 '나'라는 본질을 처음으로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어쩌면,
바로 사랑이라는 녀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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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땐 꺼내 읽어요 | 에세이 2018-07-1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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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저
흔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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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후부터 마음 한 켠에 우울함 한 스푼은 항상 가지고 살았던 것 같다. 언제나 사람들 앞에서는 밝은 척, 센 척 웃으면서도 혼자 있을 때면 괜히 눈물이 그렁그렁 서러울 때도 많았고, 수많은 좋고 나쁜 인간관계를 겪어보면서 서서히 겁도 많아지고, 그만큼 자기검열도 강해졌다. 세상에 마냥 밝기만 한 사람이 존재할까. 원래 남의 인생은 좋은 면만 보이는 법이라 나 말곤 다 행복해 보이기 마련이다. 화려한 인스타그램 스타들의 사진들을 조금만 훑어봐도 내 인생이 괜히 구질구질하게 느껴져 우울해지지 않던가.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누구나 슬픔의 결을 안고 산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훗!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죽고 싶을 만큼 우울하긴 한데, 또 떡볶이는 먹고 싶은 그 마음을 똑같이 느껴봤기 때문이리라. 우울하면 원래 먹을게 더 당긴다. 다이어트고 나발이고 먹고 죽자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재미난 제목의 책 속에는 바로 저자의 '정신과 상담 일지'를 글로 옮긴 내용이 담겨있다. 저자 백세희는 기분부전장애(심한 우울 증상을 보이는 주요 우울 장애와는 달리, 가벼운 우울 증상이 지속되는 상태)를 앓고 있다고 한다. 차라리 극심한 우울증이라면 주변의 관심과 걱정이라도 받을 텐데,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계속해서 혼자만의 애매한 우울증이 지속되다 보니 저자는 더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에 기분부전장애 라는 병명이 붙은 걸 보고는 오히려 안심했단다. 이것도 병이구나, 치료할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책 내용은 저자와 치료자의 실제 대화가 거의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저자의 개인적인 가정사나 조금은 말하기 민망할 듯한 고민들도 가감 없이 나와있다. 그런데 그런 고민들을 읽다 보면 마치 내 얘기 같아서 뜨끔뜨끔한 순간들도 꽤 자주 나온다. 책 뒤쪽에 실린 '책을 읽은 독자의 한마디'를 살펴보면 마치 내 일기장 같다느니, 발가벗겨지는 기분에 부끄럽지만 개운하다는 말도 쓰여있다. 필명이 아닌 실제 이름으로 책을 내면서 이렇게 솔직해도 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저자는 충실히 솔직하게 자기 이야기를 풀어간다.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은 낮은 것 같다는 이야기, 끝없는 자기검열에 빠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면 항상 녹음을 해두고 집에 와서 혼자 들어보면서 안도하거나 혹은 이불킥을 한다는 이야기, 남에게 의존적이면서 동시에 독립적이고 싶은 마음, 사람들을 대할 때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 눈치 보는 심리, 외모에 대한 고민 등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본 적 있는 감정 아닐까 하는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다. 



자존심은 센데 자존감은 낮은 것 같다는 이야기에 나도 혹시 그런 상태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슬쩍 들고, 녹음을 해서 들어볼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을 만나서 내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고 온 날에는 혹시 실수 한건 없을까 하는 왠지 모를 찝찝함이 남는 날도 많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어느 날엔 스스로 쓰담쓰담해주고 싶을 만큼 자랑스럽다가도, 어떤 날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인간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감정의 문제는 참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책에서 상황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태를 진단해주는 상담을 보면서 나름의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다른 사람들도 때로 이런 걱정을 하면서 사는구나 하고 말이다. 하지만 책 속 상담은 2권에서 계속된단다. 열두 번의 상담으로 저자의 상태가 완치되기에는 과연 무리가 있었나 보다. 우리네 인생이 그런 것처럼 저자의 상태가 완치되는 드라마틱하고 사이다 같은 결말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자신을 돌이켜보고 좋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한 사람의 인간을 지켜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던 이야기였다. 


다만 저자가 20대라서 그런가 20대 특유의 걱정처럼 보이는 요소들도 보인다. 나이 어린 여동생의 걱정 상담을 해주는 느낌이랄까. '나도 저랬었지'하고 공감은 가지만, 그런 건 시간이 해결해줄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점들도 분명 있긴 하다. 20대를 벗어나 30대가 되고 보니 그 당시엔 몰랐던 걸 저절로 깨닫게 되거나, 혹은 마음 편히 내려놓게 되는 부분도 하나 둘 생기기 때문이다. 


어쨌든 솔직함을 무기로 한 이런 유의 에세이가 나온 것은 환영한다. 삶의 빛나는 부분만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어둠을 발견한다는 것도 꽤나 괜찮은 경험이니까.


"괜찮아, 그늘이 없는 사람은 빛을 이해할 수 없어"

난 이 말에 적극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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