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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오가는 사람들 | 소설 2018-09-2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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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임재희 저
작가정신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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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인싸'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인싸는 무리 안에서 잘 어울려지내는 사람들을 나타내는 '인사이더'의 줄임말로 반대말로는 '아싸'(아웃사이더)가 있다. 인터넷에 '인싸 되는 법'이라던가, '인싸 용어집'이 돌아다닐 정도로 사람들은 어딘가에 강력히 소속되고 싶어 하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임재희 소설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일명 '아싸'들의 이야기가 비슷한 변주를 반복하며 이어진다. 한국을 떠나 타국에 사는 사람, 타국에 살다가 한국에 귀환한 사람, 한국에 살지만 온전한 인싸가 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자의 말이 맞았다. 동희는 미국에 살아도 한국에 나와있는 지금도, 뭐가 하나는 쑥 빠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뭘까. 그 커다란 빈 구멍은. 한국 국적을 재취득하면 좀 나아지려나. 동희는 자신도 모르게 상념에 빠져들었다. 」
< p.30, 『히어 앤 데어』 중에서>


처음에는 소설집인지 알지 못하고 한참을 읽다가 단편 세 편쯤 읽었을 때 뭔가가 이상해서 다시 책 표지를 봤다. 장편소설로 착각할 만큼 비슷한 상황의 주인공들이 연이어 등장하는 단편소설이 이어진다. 저자는 왜 이렇게 어디에 속하지 못하는 경계인들, 주변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이토록 많은 소설을 썼을까. 작품 해설을 읽다 보니 저자도 하와이로 이민 간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마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했던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이야기에 꾹꾹 눌러 담았으리라. 특히나 작가의 말에서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내게 영어는 밥벌이와 생활을 책임진 '생존'의 언어였다고. 오랜 시간 외국에 살면서도 나는 줄곧 모국어로 사유하고 있었다고. 생존의 언어와 사유의 언어가 같은 사람들은 그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아득함을 어쩌면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이해하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지만 내게는 그 힘으로 뭔가를 쓰게 되었다고. 
아이러니하게도 '생존'의 장소들에 관한 얘기들을 내 '사유'의 언어로 쓰게 되었을 때, 그제야 나는 '쓰고' 있다는 위안을 얻게 되었다. 그리고 비로소 '내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을 쓸 수 있었다. 
< p.270 작가의 말 중에서>

소설 속의 다양한 주인공들을 보며 이들을 하나로 묶으면 무슨 메시지가 남을까 한참 생각했다. 다행히 작품 해설을 읽으며 괜찮은 답을 찾았다. 성 빅토르 휴고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직 미숙하고, 모든 곳을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미 강하며, 전 세계를 타향으로 여기는 사람은 완벽하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 -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살다 미국에 정착하게 된 사람들, 한국인으로 미국에서 살다 한국에 돌아오게 된 사람들, 한국인으로 한국에서 평생 사는 사람들은 고향으로 인해 촉발되는 세 가지 정동을 횡단한다. 그들은 때로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고, 때로 모든 곳을 고향으로 여기며, 때로 전 세계를 타향으로 여긴다. 이들은 미숙하고, 강하고, 완벽한 면모를 지닌 사람들이다. 」
<p.266 ,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폴의 하루>

우리 모두는 어딘가에 속해있는 동시에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며 한국이라는 나라에 속해있지만 나 외에 누구에게도 속해있지 않다. 고향을 떠나고 터전을 이동하는 것은 크나큰 정체성의 이동을 뜻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원래 인간은 유목하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조금 더 낯선 곳에서, 조금 더 낯설고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되는 것뿐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는 괜히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미숙하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완벽하다는 말일 수도 있으니까.  소설 속 미숙하고 강하고 완벽한 존재들을 하나하나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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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 위에 땅부자 있다! | 사회과학 2018-09-2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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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난생처음 토지 투자

이라희 저
라온북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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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면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애들이 심심찮게 있다고 한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부동산의 위상이 대단하다.  최근 경기도에 타운하우스를 구매하게 되면서 부동산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난생처음 가져보는 내 집이라 기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잘 구매한 게 맞는지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쿵쿵 내려앉는다. 주택이라서 땅과 집을 함께 구매했기에 처음으로 내 땅을 가지게 됐다. 실수요자로서 집을 구한 거긴 하지만 내심 살다가 집을 팔 때쯤 되면 땅값이 잔뜩 올라있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다. 

비싸디 비싼 서울 땅값에만 익숙해져 있었는데 서울을 조금만 벗어나도 땅값은 많이 저렴해진다. 부동산 투자나 토지투자 라는 말, 부자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나 같은 보통 사람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이사 가면 짝꿍과 부지런히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앞으로 개발될만한 괜찮고 저렴한 땅을 꾸준히 사서 땅테크를 해보자며 설레발치는 중이다. 그러던 중 토지투자에 관해 실질적인 조언이 가득 들어있는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 《난생처음 토지투자》를 읽다 보면 지금 당장이라도 어딘가 땅을 사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000만 원으로 100억 만들기 플랜을 잡고 단계별로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데 꽤나 실질적이고, 쉽고 재밌다. 

토지 투자는 어쩌면 100% 정보력 싸움이다. 어느 지역에 어떤 개발이 일어날지, 또는 그 개발로 인해 어떤 지역이 호재를 입을지 미래의 땅 모습을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그 땅의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다. 땅은 부동성으로 인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희소성을 지닌다. 그렇기에 그 땅의 개발가치가 증명된다면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것이다. 현재 서울의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서 치솟는 중이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서울로 계속해서 몰리고 있고, 인구가 몰린다는 것은 계속해서 개발될 여지가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미 너무 높아진 땅값 때문에 일반인들의 소액 토지 투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지방에 자리한 토지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있지 않을까? 

저자는 땅을 구매하기 전에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계속해서 정보를 얻고 좋은 땅을 찾고 걸러낼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준다. 지역 뉴스와 경제뉴스를 꾸준히 구독하고, 각 지역의 개발 계획도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지역이 개발될 것인지 보는 방법이다. 또한 같은 지역의 땅이라도 용도지역에 따라 땅 가격은 몇 배나 차이가 날 수 있음도 알려준다. 요즘은 토지 투자하기 참 좋은 시대라고 한다. 정부에서 도시개발계획과 토지에 관한 거의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무료로 오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이트에 들어가서 주소만 쳐봐도 해당 지역의 지도와 용도, 공시지가, 개발 가능 법률까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먼저 가능한 구체적인 정보를 먼저 수집한 다음 실제 방문해서 살펴봐야 헛걸음하지 않고 알 수 있는 정보가 더 많다고 한다.  

세계에서 개인이 토지를 소유할 수 있는 나라는 의외로 몇 안된다고 한다. 중국 같은 경우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있고, 개인은 임대하는 개념으로 쓸 수밖에 없어 그들이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제도를 매우 부러워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수도권 중심의 불균형 발전으로 서울 땅값 가치만 한없이 올라가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국가는 기본적으로 지방 균형 발전을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엔 지방의 토지가치도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정부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하고 나서 세종시의 일부 땅값은 약 100배까지 올랐다고 한다. 이 모든 개발 일정은 이미 정부의 도시개발계획에 발표되어 있었고, 그 정보를 통해 분석하고 투자한 사람은 막대한 이익을 올렸을 것이다. 

토지 투자는 투자 후 짧아도 3~5년, 길게는 10년 이상 두고 봐야 이득이 날 수 있는 투자다. 그렇기에 당장의 이득을 바라고 투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해야 한다. 이 땅 어딘가에서 쑥쑥 몸값을 불리고 있을 내 땅이 하나쯤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든든하겠는가. 

나의 노후를 위해, 혹은 내 자식을 위해 마음 든든한 자산 하나쯤 만들어놓고 싶다면 토지 투자에 도전해보자. 
이 책을 읽고 나면 아마도 당장 땅을 사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할 것이다. 
사촌이 땅 샀을 때 배 아파하지 말고, 내 땅을 사자. 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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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쉴 틈없이 페이지가 넘어간다! | 소설 2018-09-14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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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이기호 저
현대문학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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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하면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다 읽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몰입감을 자랑한다. 소설 첫 페이지를 열자마자 워밍업 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훅 들어온다. 
「"아, 진짜 제가 불을 낸 게 아니라니깐요! 씨발, 진짜 환장하겠네, 환장하겠어....."」
진짜 읽다 보면 환장한다. 도대체 누가 범인이란 말이야. 이 사람이 범인인가 싶다가도 저 사람 말을 들어보면 또 아닌 거 같고. 같은 사건을 두고도 마을 사람들이 보는 입장에 따라 상황이 매우 다채롭게 펼쳐진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 녹취록 같은 글 만으로 이루어진 소설이기에 작가는 서술자로서 작품에 한마디도 개입하지 않는다. 사건에 관계된 마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의 전반적인 흐름과 인물들의 상관관계를 양파껍질 까듯이 알아가는 것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각 인터뷰마다 그 사람의 성격과 생긴 것까지 눈에 보일 듯 말투와 개성이 살아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나 주목할만한 점은 ????살 먹은 직업 무직인 하나님의 인터뷰도 있다는 사실이다. 신이 인터뷰어로 등장하다니 이기호 작가의 이런 익살이 마음에 든다. 하나님은 이 소설에서 전능하진 않지만 전지적 작가 시점을 대신하는, 하나의 히든키 같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는 내가 최근 들어 읽은 책 중 단기간에 가장 빨리, 거기다 재밌게 읽어내려간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이기호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이 소설이 성경 <욥기>의 후속편 정도 된다고 밝히고 있다. 자식을 다 잃고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던 욥이 자기 발바닥에 악창이 나자 하나님을 원망했다는 이야기?! 또한 하나님은 왜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받고 목숨을 잃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기만 하는가. 정말 아버지 맞나?! 이런 이야기들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단다. 난 기독교가 아닌 터라 정확히 <욥기>가 어떤 맥락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문득 며칠 전에 일기장에 썼던 글이 생각난다. 
질문 : "신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답변 : "아니요, 신이 있다면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일 리가 없죠."


어쨌든 소설로 다시 돌아가 보자면, 교회에 큰불이 나서 여러 사람이 죽는다. 최근직 장로의 하나뿐인 아들 최요한 목사도 죽고, 교회 건물 위층 원룸에 세 들어 살던 사람들도 여럿 죽었다. 이 불은 누가 낸 것일까.  소설은 방화범을 찾기 위한 미스터리로 시작하는듯하지만 읽다 보면 정작 범인이 누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진다. 마을 사람 각자의 눈으로 보는 진실은 다채로운 만화경으로 현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각자 자기 마음대로 생각하는 현실을 지켜보다가 숨어있던 진짜 진실이 갑툭튀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읽다 보면 어느새 방화범이 누구인지 따위 별로 중요하지 않아진다. 

다소 무거운 주제로 쓰인 소설이라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채롭고 유머러스하고 가독성은 정말 갑이다. 너무 빨리 읽혀서 오히려 살살 아껴가며 읽었던 소설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추천합니다.

현대문학 pin 핀 시리즈 소설들이 대체적으로 재밌는 것 같다. 
읽고 모으며 컬렉션을 완성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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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움직이는 거야 | 에세이 2018-09-09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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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어

가오리,유카리 공저/하라다 스스무 감수/박선형 역
북폴리오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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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아-무 생각이 없다는 것은 '멍 때리기' 같은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감정에 휘둘림이 없는 평온한 상태를 말한다. 누가 나를 싫어하든 말든,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말든 나 자신은 마음이 편한 상태다. 그런 경지에는 어떻게 오를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딱 오르고 싶은 경지,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마음 편히 살고 싶은 사람을 위한 마음 클리닝 방법을 담고 있다. 


글자는 적고 그림은 많은 책이라 자기 전에 누워서 호로록 한입에 다 읽어버렸다. 뻔한 얘기만 담겨있네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분명 생각할 거리는 준다. 책을 읽으면서 최근에 나를 괴롭히던 생각에 대해 순간 아! 하면서 답을 찾은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림 에세이 형식으로 가볍게 쓰였지만 REBT(인지 감정 행동요법)의 ABC 이론을 토대로 하여 쓰였기에 실제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데 있어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는 어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건이 우리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마음 안경이라는 머릿속 정보처리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한다고 할 때, 그 사건 자체가 나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안경이 작동해 나에게 속상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어떤 사람이 나를 미워하는 것 자체는 죄가 없다. 다른 사람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내 생각 자체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나를 괴롭히는 모든 감정의 원인은 나에게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좀 억울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문제가 나에게 있다는 것은 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오히려 희망이 있다. 

모든 사람에게는 마음 안경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문제는 마음 안경에 때가 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시작된다.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다니 분명 나에게 문제가 있을 거야', 혹은 '저 사람이 나를 미워하니 분명 다른 사람들도 나를 미워할 거야' 같은 이상한 생각이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고통이 시작된다. 물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객관적인 이유를 알고 있다면 고치면 될 일이지만 어차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매력적이고 인기 많은 연예인도 안티팬은 있기 마련인데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너무 상처받지는 말자. 

마음 안경에 때가 타기 시작하면 각종 비이성적인 생각들이 자리 잡기도 한다. 편견이나 성급한 일반화 같은 과정을 통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일도 스스로가 점점 크게 부풀려가는 것이다. 내가 최근에 했던 생각들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별로 심각하지도 않은 일에 괜히 의미 부여를 하고, 점점 큰일로 부풀려가는 것이다. 잠깐만 바꿔서 생각해봐도 우스울 만큼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말이다. 

마음이라는 건 의외로 바꾸기 쉬울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보면 되니까.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니? 그게 틀림없니? 정말 그러니? 
묻다 보면 어느샌가 알게 된다. 그것이 스스로가 만들어낸 감옥이었음을... 

혹시 지금 스스로가 만든 감옥 안에서 괴로워하고 있다면 마음 안경을 한번 쓰윽 닦아보자. 
생각보다 세상은 밝고 깨끗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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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읽는 영화같은 일본 누아르 소설 | 소설 2018-09-03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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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독한 늑대의 피

유즈키 유코 저/이윤정 역
작가정신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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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펼쳐지는 실감 나는 사건과 액션들로 이루어져 이 소설은 흡사 글로 이루어진 영화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 일본에서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가 개봉을 했고, 2018년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단다. 《고독한 늑대의 피》는 무서운 야쿠자와 경찰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다소 복고적인 분위기로 이어지는 소설의 초반 부분을 읽다 보니 옛날 영화 '투캅스'가 생각났다. 양아치 기운을 풍기는 선배 형사 안성기와 기합 바짝 든 신참 형사 박중훈의 좌충우돌 콤비 이야기가 떠오른다. 소설에는 야쿠자보다 더 야쿠자 같은 오가미 형사와 이제 막 폭력계 신참으로 들어와 군기가 바짝 든 히오카 형사가 등장한다. 이 둘의 티격태격 브로맨스가 전체적으로 복잡한 야쿠자 이야기 속에서 주요 흥미 포인트다. 히오카의 눈에 보이는 오가미 선배는 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마음을 졸이게 하지만 범죄 검거율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능력 있는 형사다. 하지만 일부 야쿠자와는 깊은 친분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야쿠자에게 돈을 받고 뒤를 봐주기도 하는 오가미 선배가 히오카는 불안하기만 하다. 

소설에는 실제를 방불케하는 복잡한 야쿠자 조직과 관계들이 등장한다. 소설 앞 부분에 야쿠자와 경찰 조직 관계도를 미리 그려놓은 것을 보고 살짝 각오하긴 했지만 읽으면서 눈이 뱅글뱅글 돌 정도로 많은 조직과 야쿠자 인물들이 나와서 복잡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 특히나 일본 이름을 어려워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좀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사건이 또렷해지고 무게감 있는 인물들로 이야기가 좁혀지면서 읽는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소설에서 가장 많은 매력을 뽐내는 존재는 단연 오가미 형사다. 능글능글하고 야쿠자같이 거친 면이 있지만, 오래전 사고로 아내와 딸을 잃은 아픔을 지닌 고독한 사내임과 동시에 후임 히오카를 챙기는 따뜻한 면을 지닌 사람이다. 반면에 히오카는 소설 내에서 관찰자 또는 화자의 역할 외에 별다른 역할이 없어 보인다. 그것은 소설 끝부분을 보면 왜 소설이 그렇게 이루어져 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독한 늑대의 피》는 딱 영화로 만들기 좋은 이야기 구조를 가졌다. 복잡한 야쿠자 세계의 다양한 액션 장면과 매력적인 원탑 주인공,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영화 플롯으로 딱 좋은 흐름을 가진 이야기인듯하다. 《고독한 늑대의 피》 작가 유즈키 유코는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의리 없는 전쟁>이라는 야쿠자 영화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소설도 그 영화가 없었다면 결코 나오지 못했을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흥미로운 건 이런 남성성 짙은 소설의 저자가 여자라는 것이다. 저자는 야쿠자 세계의 어떤 면에 매력을 느껴서 이만큼이나 그 세계를 깊이 파고들어 제대로 누아르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일까. 옮긴이의 말에서처럼 '악당은 악당대로 멍청이는 멍청이대로 개성이 살아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이쯤 되니 영화가 매우 궁금해진다. 
영화 속 오가미와 히오카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졌을지 조만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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