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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없어진 지구가 꾸는 슬픈 꿈 | 기본 카테고리 2022-06-3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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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서윤빈 등저
허블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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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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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의 자산과 권력을 차지한 남성권력자들은 친절하게도 여성들의 할 일을 남겨 주었다. “우리를 돌보라!” 현실의 바다생물을 쓸어가는 거대 원양 해양 업체들은 남성의 일이고, 맨 몸으로 숨을 참는 채집은 해녀들의 일이다. 우주 바다에서 한국의 해녀들이 유영하며 채취한 희토류는 어느 남성 권력의 연료가 될까.

 

우주의 시공간을 통과한 조우처럼 1961년의 <솔라리스>가 서윤빈 작가의 <루나>의 세계에 섞여들었다. ‘충격을 받으면 점액질로 환원되는 충격적인 의태와 명멸’, 지구로 보내진 바다의 조각, 위성의 이름을 가진 우주를 떠다니는 존재...

 

지구에 가면 네가 찾는 것도 있을 거야. 그가 헬멧을 대고 말하곤 했다.”

 

왜 구했나 싶게, 태도도 말도 마음에 들지 않은 켈빈을 따라갈 셈이냐고 루나를 말리고 싶어 안달을 내며 읽는다. 역사란 그렇게 돌발 행동을 하는 존재로 인해 풍성하고 다채로워지기도 하지만, 대신 네가 원하는 삶이 있으리란 약속은 믿지 말라고...

 

네가 뭘 찾는 진 모르겠지만, 거기엔 없어.”

 

내 심정을 나눈 듯 명줄이라는 단호한 상징을 버림으로써 진심을 전한 이오가 있다. 전 존재를 건 사랑이 맞다. 불안과 과절과 견딜 수 없는 상실과 외로움, 이오는 루나가 떠나기 전 상상 속에서 이미 고통과 죽음을 맛보았을 것이다. 너무 처절해서 문득 설렜다.

 

적어도 루나에겐 제안도 삶도 선택할 기회가 있었다. 정말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바다? 엄마? 자신의 시원? 사랑? 혹은 어쩌면 자신의 꿈과 기대가 실재할 지도 모른다는 망상이 채워지는 순간?

 

루나는 켈빈의 소설을 다 읽지 않고 덮었다. 정해진 결말을 모르고도 괜찮다. 결말이 곧 답은 아닐 수도 있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우연들을 인간은 굳이 서사로 만든다. 인간의 뇌가 그렇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인간이 찾아낸 확률은 확률적 의미가 없다.

 

작품 속에 머무는 동안 어두운 공간을 들여다보는 벌을 받는 듯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두려웠다. 모두가 미쳐버린 것이 진실일까. 존재기 찰나일 뿐이라면 잠시 떠올랐던 환영이나 망상과는 뭐가 다를까. 무한은 무한한 두려움만을 낳는다.

 

보이지도 않은 가련한 행성 지구에서 우리가 소속감이라고 부르는 것을 우주 언어로 표현하면 궤도에 들다일 지도. 잠시 잠깐 유영을 멈추고 어느 궤도를, 궤도 사이를 반복하는 것이... 의식을 가진 생명체들의 사랑이고 삶의 전부일지도.

 

지구 안에 살면서 지구 밖을 올려다보고, 우주를 상상하며 알지 못하는 것을 그리워하고, 우연과 의미 없음이 우주의 미학인가 보다고, 인간인 나는 기어이 뭐라도 명명하고 싶어진다. 현실보다 아름다운 여성공동체... 달이 없어진 지구가 꾸는 꿈 같아 슬프다.

 




 

배운 대로 살 수 없다는 건 아주 오래된 절망이다. 그렇게 사는 이들도 많으니 이건 내 절망이다. 신기하게도 30년 전 만난 경고대로 세상은 망해가고 있다. 존경하는 학자들마다 인간의 힘으로 돌릴 수 없는 티핑포인트를 예견하고, 짧게는 5년 남았다고 한다.

 

보고서와 발표에 충분히 설득되었음에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일상을 유지하는 일에 체력의 대부분을 쓰는 일이다. 이 일상을 바꾸어야 미래가 있다는데, 모순과 이율배반의 날들은 날마다... 고민하는 이들만 상처 입힌다.

 

인간은 육지에서 살지 말 걸 그랬다. 형제자매를 모두 살해하고, 제 호흡을 넘어서는 욕망을 집어 삼키며, 제 깜냥을 모르고, 인간을 제외한 모두를 제물삼아……. 인간이 바다생물로 살았다면 누구의 삶도 쓰레기로 뒤덮이지 않았을 것이다.

 

나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건 돌아오는 것이다.”

 

인간은 돌아올 곳이 없다. 이전에 살던 대로 살아 이 모든 문제를 만들었다. 현실의 선택은 과거보다 못하니 기다릴 미래도 없을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제 형체를 잃어버리고 빛나지 못할 별이 될 것이다. 한국은 가장 빨리 그 미래를 만날 거라고 영국의 학자는 확언한다.

 

우주의 시공간 속에 다음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현명하고 지혜로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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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해야 할 것은 텍스트에 대한 거짓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거짓 | 기본 카테고리 2022-06-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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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저/김병욱 역
여름언덕 | 200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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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창조가 있기 위해서는 비평 정신이 발동되어야 하고 그것 없이는 예술적 창조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 비평은 사실상 창조적이자 독립적인 것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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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를 회피하거나 싫어한 적은 없지만, 전공과 관련이 없는 책 읽기와 쓰기를 기록처럼 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읽는 행위야 독자인 내가 달라지지 않는 한 크게 변할 게 없지만, ‘쓰는 일은 원래도 과문했지만 쓰기 시작하니 무척 다양한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3년 전의 글을 봐도 문장들이 나는 이들을 읽는 이들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안 읽히는 어휘들이 가득하다. 글로도 대화한다는 걸 배우는데 오래 걸렸고 늦게 배웠다.

 

지금은... 자기검열 없이 쓰는 내 글이 궁금해서, 그리고 노화로 날로 약화되는 기억을 채울 용도로 여긴다. 오타만 많고 여전히 잊어버리는 결과를 반복하긴 하지만.

 

망각이 개입하는 대상이 책의 내용이 아니라 독서 행위 자체이기 때문이다. (...) 결국에는 그 대상과 관계된 것은 무엇이건 모조리 다 먹어치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예 읽는 행위 자체를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전공 서적 읽기에 고생(?)을 한 덕분인지, 그것도 일종의 훈련이 되었는지, 읽기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고, 안 읽히는 책을 만나도 거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뻔뻔하고 자기 합리화에 강한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

 

사실 책이라는 것은 주변에서 회자되는 얘기와 무관하지 않으며 그런 것들에 의해 수정되는데, 이를 테면 대화의 시점도 텍스트를 변화시키는 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안 읽히면 안 읽으면 그만, 지금 내게 중요한 주제가 아닌 가보다, 대강 이렇게 정리된다. 간절해서 무리하는 법이 거의 없다. 대부분의 책들이 비겁한 현실 도피용으로 이용당하는 독서라 그런 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두 사람의 내면의 책이 서로 부합될 수 없는 거라면 (...) 두 존재가 얼마나 서로 분리되어 있는지를 확인시켜 줌으로써 (...)”

 

어쩌면 내게 장르 구분은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고민하고 현실을 바로 보는 시간이 무서워 책 속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지도. 그러다 현실을 바로 보라는 꾸지람을 저자로부터 문장으로 듣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진실보다는 자기 진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우리의 내면을 억압적으로 지배하며 우리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것, 즉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한다는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자만이 자기 진실에 이를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지 않아 부끄럽지도 어떤 책을 읽어 자랑스럽지도 않다. 재밌고 즐겁고 모르던 것을 배워 좋았고 잘못 알던 것을 바로 잡아 기쁠 뿐이다. 독서에 대한 내 태도가 지나치게 진정성이 없나... 잠시 반성해본다.

 

아주 영리하게 아닌 척 하는 심리학 설문 조사에 응해서 자발적으로 답변하고 있는 기분도 문득 든다. 물론 불쾌하진 않다. 그렇다고 해도 독자로서 네 자신에 대해 알아가라는 목적이니까.

 

그나저나 이번엔 시험도 본다고 클럽장님이 예고하셨는데, 예상 문제를 예상할 수가 없구나... 얼맥이나 한 잔 더하자...

 

예술적 창조가 있기 위해서는 비평 정신이 발동되어야 하고 그것 없이는 예술적 창조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 비평은 사실상 창조적이자 독립적인 것이라네.”

 

흔히서평을 쓴다고는 하지만, 실은 감상문과 소개글이 아닌가 한다. 이 글은 물론 다른 모든 책들에 관한 글이 다 그러하다. 서평이란 단어는 무척 무겁고 어렵다. 잘 모른 채로도 하는 일이 이것만은 아니지만.

 

마지막으로... ‘일독은 이해하는데 완독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 다 알게 되는 경우가 많을까. 읽히는 것만 읽고 모르는 것은 넘어가는 내 독서방식 탓에 나는 완독이란 단어를 이해할 수 없는 지도 모르겠다. 모르고도 완독했다고 몇 번 쓰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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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도축이라는 괴이함과 통쾌함을 흡입하는 즐거움 | 기본 카테고리 2022-06-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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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2 제5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서윤빈 등저
허블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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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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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회째인데 무럭무럭 잘 커야 하는데

작년에 작품집을 못 만나서 속상했다.

마음 아플 정도로 엄청난 가성비로 돌아온

두근두근 설레는 한국’ 과학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다.

 


 

개인이 당장 할 수 있는 육식줄이기/채식도

어느 구석에서 들리는 소음인가 무시당하고,

축산양식어업 동물들을 생산도축섭취하는 방식도 잔인하기 그지없다.

이 시절에 부끄러운 먹방은 기후위기와 환경부담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현재도 미래의 생존도 불안하다 생각하니

날로 마음이 뾰족해지고... 미움이 거대해진다.

.

.

반가운 책의 목록을 보다 [후루룩 쩝쩝 맛있는]*에 먼저 눈이 머문다.

 

목차에는 쩝접’ 맛있는 으로작품 시작 페이지에는 쩝쩝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처음엔 일부러 외계적 설정이랄까 - ‘쩝접으로 표기하셨나 설렜으나... 작품을 읽고 보니... 아무래도... 오식misprint인 듯합니다설마 제 책만?!

 


 

방금 손질한 신선한 인간입니다.

아직도 살아서 움직이는군요.

꿈틀대는 게 맛있어 보이네요.”

 

이런 무시무시한 경고의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첫 번째로 펼쳐 보았다.

 


 

크게 웃는 것으로 모자라서 이리저리 구르며 배가 아프게 웃었다.

어둡고 잔인한데 비틀고 빈정대며 쿡찌르는 내 취향의 작품이다.

 

짐작한 바외계인의 인간 도축이 맞긴 한데...

와중에 ’ 타는 설정!

 

친구하고 싶은 우주 최강 캐릭터 주인공은

지방이 축적된 자신의 (ㅇㅇ*)’ 주고 건강한 인공 (ㅇㅇ)을 받아 건강 챙기고,

남자 친구도 만들고,

호텔 베개도 챙겨서 퇴소했다.

 

최대한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애써봅니다.

 

가능한 작품을 읽기 전 소개글이나 후기를 읽지 마시길!

혈관이 팽팽해질 때까지 혼자서도 민망하도록 웃고 즐길 수 있다.

후루룩 쩝쩝 맛있게 엽기적으로 웃긴다.

 

전두엽이 멍해지는 웃음의 풍랑이 지나고 정신을 차리니,

호랑이에게 잡혀가도 정신 차리고

우주인을 만나도 이득 보며 거래 트는

이렇게 당차게 잘 사는 법도 모르고... 여태 헛살았단 후회가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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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이미 결정된 채로 별에 새겨져 있다는 식의 이야기를 전혀 믿지 않는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6-2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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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퀀텀 라이프

하킴 올루세이,조슈아 호위츠 저/지웅배 역
까치(까치글방)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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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사진에는 없지만, 그들 바로 옆에 자랑스럽게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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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고 단단한 선입견을 깨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그렇다고 해서 어떤 상황이건 한 개인의 노력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그건 마치 합격자가 10인 시험에 노력만 하면 100명이 모두 합격할 수 있다는 명백한 거짓말과 같다.

 

다만 모든 선택의 순간에조금씩 아주 조금씩이라도 삶의 방향을 틀었던이상적이게는 자신의 꿈이 도착할 방향을 향하는 그런 순간들이 빛나 보인다어쩌면그런 삶을 만나는 것으로 누군가의 삶도 문득 그 방향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그런 여지가선택의 힘이 전해지지 않을까 바라는 마음이 커진다.

 

유독 영재가 강조되고 가치 있는 과학적 발견은 젊은 시절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분야에서 소설보다 기막힌 이야기와 반전이 들린다가난폭력빈민가갱스터흑인 등으로 불리던 이가 저명한 물리학자가 된다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이 가장 심했던 과학계에서나사NASA에서 연구하고 교육하게 된다.

 

저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독학했습니다그리고 베이식으로 프로그래밍하는 방법도 혼자 익혔어요. (...) 그리고 저는 어떻게 해야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입력값을 넣고 결과값이 나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너처럼 불쌍한 흑인 꼬맹이가 이런 백인들이나 할 법한 위대한 아이디어를 시도하다니 그거 참 인상적인걸!”

 

순탄한 해피엔딩 스토리가 아니다자식의 재능에 기뻐하며 가능한 지원최소한의 격려를 보내는 양육자는 없었으며천재를 알아보고 손을 잡고 길을 이끌어주는 스승도 없었다주어진 환경은 자각으로는 변하지 않았다혼자서 살아남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대마초를 팔았다.

 

이 세상에는 짐승 같은 놈들이 있다한 손으로는 악수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는 칼을 찌르는 놈들이지. (...)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센 놈이 되어야 했다.”

 

장학금과 진학을 약속 받은 해군은 아토피 피부염으로 배 위에서 근무할 수 없어 제대했고스탠퍼드 물리학과 대학원에 입학 한 뒤는 인종차별에 시달리다 마약에 빠진다마약 중독자로 아무 길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

 

그의 진짜이자 마지막 기회는 그때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그에게 주어진 이름은 제임스였다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기로 한 그는 하킴 무아타 올루세이*가 되었다.

 

하킴(북아프리카에서 지혜롭다는 뜻), 무아타 (진실을 추구하는), 올루세이(신이 행하신 일이라는 요루바어)

 

언젠가 내가 과학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면나는 사람들이 내 이름만 들어도 내가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라는 것을 알기를 바랐다.”

 

어릴 적부터의 그에게 간절했던 한 사람도 만났다마치 상징적인 의미의 태양처럼태양물리학자 아서 워커는 하킴의 능력과 호기심과 학문에 대한 사랑을 보고 믿었다피부색과 계급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꿈이 현실이 되기 시작한 우주적 순간이다.

 

나는 아무리 가능성이 희박한 일이더라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라면그것은 분명 일어날 수 있는 범주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양자역학에는 양자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있다. (...) 벽을 통과할 수 있는 확률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아주 낮다그러나 분명 아주 희박하게나마 벽을 통과할 확률이 아주 조금은 있다나의 삶은 (...) 벽을 통과하는 데에 성공하는 진동 패턴과도 같았다.”

 

과학자와 연구자로서만이 아니라 교육자로서 산 시기가 좋았다그와 같은 외톨이 가난한 흑인 책벌레 호기심 천재들이 지난한 과정을 겪고 마침내 배우게 되었을 때그를 만나게 되는 장면을 상상하면 가슴이 저릿하다여성물리학교수를 찾기 어려웠던 여성물리학도였던 시절의 내가... 뭉클해진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SKA 연구진 사진을 보면맨 앞줄에 내가 가르쳤던 아프리카 학생 네 명이 당당하게 웃고 있다나는 그 사진에는 없지만그들 바로 옆에 자랑스럽게 우뚝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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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bones about it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6-2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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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 본스

애나 번스 저/홍한별 역
창비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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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bones about it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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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조금이라도 덜 오독하기 위해 명칭 정도만 알던 북아일랜드 전쟁 상황에 대해 이것저것 찾아 읽으며 중복되는 내용들이 요약으로 기억에 남기를 바랐다<노 본스>는 귀가 아플 정도로 쾅쾅 울리는 질문들을 던진다.

 

모든 일이언제나 그렇듯그다음의새로운과격한 죽음에 묻혔다.”

 

일상이 왜 사투여야 하는지 묻는다.

폭력의 무게는 왜 가장 약한 존재들에게 가장 무겁게 내려앉는지 묻는다.

 

[The Troubles]는 시작되었고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잔혹 호러 작품을 읽는 것인지정신이 너덜거리는 건 참상을 겪는 그곳의 사람들인지 여기의 나인지 판단이 몽롱해졌다손가락을 뻗어 읽고 있는 것이 거친 망상이 아니라 작가가 기록한 상황이라는 것을 문득 확인했다.

 

폭력이 난무하고 지속되자 사람들 속에서 죄책감이 죽어 사라졌다근력의 차이가 삶도 죽음도 관재했다힘이 약한 존재들에겐 가차 없는 폭력이 쏟아져 내렸다법도 도덕도 윤리도 설득력이 없는 상황에서 독자만이 기막혀 숨이 멈춘다.

 

그 아래 노란색 걸레에 싸인 조그만 덩어리가 있었다아기 머리의 일부였다그때 곤죽 덩어리 속에 오리발처럼 생긴 오그라진 발이 보였다가운데는 검은색 탯줄이 있었다.”

 

구병모 작가의 경고가 이제야 붉게 제 빛을 찾아 머릿속에서 울린다. “쌀알만한 평화도 없는 세계에서머리가 울리고 영혼은 옥수수처럼 털릴 테니까.”

 

어른들이 망가지고 미쳐가니 보호자 노릇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아이들은 그런 어른을 보고 따라하며 농도가 진해진 잔인함을 체득한다나는 이 전장에서 발을 옮길 곳이 없다.

 

미나가 간청했다"좀 도와줘"

 

대개는 현실에서 달아나기 위해 책 속으로 도피하는 게 내가 하는 일인데... 이 책에는 입구만 있고 출구가 없다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진창이 된 기분을 현실로나마 빼내어 올 수밖에 없다.

 

사물이나 사람은 네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서 해체되지 않아. (...) 좋아하든 아니든 삶은 계속되고사실 등 돌리고 떠나는 건 너 자신일 때가 많잖아.”

 

현실에서도 학살과 전쟁이 진행 중이다전해들은 내용만으로도 참혹함이 덜하지 않다눈 감고 사는 와중에도 내 무탈함과 태연함이 소름끼치는 순간들이 없지 않다미소와 인사와 함께 나누었던 인간애에 대한 발언이 모두 거짓이 아니라면 멈추기 위한 노력을 멈춰서 안 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약한 이들이 죽어 나가고함께 사는 세상을 가장 확실하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증명하려는 듯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사망하고 있다이전보다 더 많이 더 빨리... 사인은 아사 굶어 죽었음.

 

만약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만 정신이 팔려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아프리카의 뿔에서 아동 사망이 폭발할 것.” 유엔아동기금

 

인간의 섭식이란 다른 존재의 생명을 끊고 마는 방식이지만 채식이라 하더라도 오늘 걸어 지나온 길의 푹푹 고아내는 누군가의 살과 뼈 냄새에 속이 뒤집히려했다육식을 혐오해서가 아니라 그 생명을 길러 죽인 인간의 현재 방식이 잔혹하기 그지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도 인간보다 약해서 그런 일을 당한다힘의 논리는 인간 사이에도 인간과 다른 생물들 사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슬프다슬프다.

 

“No bones about it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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