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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일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데에서 오는 매일의 활기 | 기본 카테고리 2022-07-3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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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저
자이언트북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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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어떤 한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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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장르에 대한 애정 고백을 하며 살았다. 한국 SF작가와 작품들이 귀하다는 것이 늘 아쉬웠는데 어느 순간 주목 받는 작가도 작품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초엽 작가의 전작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싶게 생경한 단편 분량이었음에도 무척 설레며 읽었고, 새롭고 재밌는 상상을 시작한 작가를 장편으로 다시 만나 그 세계를 제대로 방문할 수 있길 내내 고대했다. 이야기 속 아영처럼.

 

하지만 어떤 기묘하고 아름다운 현상을 발견하고, 그 현상의 근거를 끈질기게 쫓아가보는 것 역시 하나의 유효한 과학적 방법론일지 모른다. 실패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대부분은 실패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가보지 않으면 발견하지 못할 놀라운 진실을 그 길에서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한 애정과 기대와는 별도로 최근 SF작품세계에 대한 관심이 많이 저하되었다. 즐겁고 반갑게 만날 수가 없었다. 작품들은 배경을 근미래나 초근미래로 잡는 설정이 많았고, 이는 기술과학의 빠른 개발에 기인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 기시감과 현실 밀착도가 아주 높아 불안했다.

 

특히 여름 내내 세계 곳곳이 불타고 물에 잠기는 현실은 디스토피아와 판데믹을 이야기 소재로 즐기는 시절의 종말을 고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아는 곳들에서 현재발생하는 기후 위기의 영향들이 두렵기만 하다.

 

그래서 전 사람은 누구나, 모두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위치에 따라 좋은 사람인 척할 뿐이라고요.”

 

내가 보는 것이 현실인지 혼란스러운 엄중한 시절, 그동안 갖가지 주장으로 환경위기는 없다고 했던 이들은 드디어 침묵하는 것인지, 그조차도 위기의 실증처럼 느껴져서 불길했다.

 

대형 산불들, 폭우, 폭염으로 캐릭터들이 아니라 현실의 사람들이 죽었다. 기후란 단지 불편한 기상현상만이 아니다. 21세기에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한 전쟁이 발발했고, 인류는 아직 그 전쟁조차 멈추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를 외부에서 얻어야 체온조절을 하고, 스스로 광합성을 할 수 없는 인간은 식량도 외부에서만 조달한다. 그런 생물로서의 생존 조건을 위협하는 전쟁이란 식량과 냉난방 에너지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세상은 망해 가는데, 어른들은 항상 쓸데없는 걸 우리한테 가르치려고 해."

 

과학은 분명한 답을 내놓았고 상황은 심각한데 사람들은 여전히 빙하가 갈라져서 북극곰이 물에 빠져 죽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뭐가 대수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화석연료도 펑펑 쓰고 쓰레기도 대량생산하고 우주로 놀러갈 계획에 즐겁다. 물론 그럴 수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 살아남은 철저하게 이기적인 인물들처럼.

 

돔 안의 사람들은 결코 인류를 위해 일하지 않을 거야.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만이 돔에 들어갈 수 있었으니까. 인류에게는 불행하게도, 오직 그런 이들이 최후의 인간으로 남았지. 우린 정해진 멸종의 길을 걷고 있어. 설령 돔 안의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그런 인류가 만들 세계라곤 보지 않아도 뻔하지. 오래가진 못할 거야.”

 

인간이 만들어서 심은 덩굴줄기식물 모스바나는 독성이 있고 전파력이 빨라 지구를 뒤덮을 지도 모를 위험한 존재이다. 더스트 역시 연구소에서 나노 연구를 하던 인간의 실수로 탄생한 인공 물질이다. 어떤 인간들은 더스트에 내성이 있는 다른 인간들을 내성종 실험연구 대상으로 삼아 가두었다.

 

인류 종말을 초래하는 것은 모두 인간의 활동이다. 제 죽을 길을 이토록 부지런히 마련하는 이상한 생물종으로서 우리는 어쩌다 이런 진화의 여정을 걷게 된 것일까.

 

어떤 의미인지 무척이나 궁금한 20% 이하의 생물 구성을 가진 80% 이상의 기계 혹은 여전히 인간인 레이첼의 존재와 행위와 연구 동기는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 메시지일까.

 

생의 어떤 한순간이 평생을 견디게 하고, 살아가게 하고, 동시에 아프게 만드는 것인지도 몰랐다.”

 

저자 자신도 과학을 전공했고 이번 작품에 다룰 식물 분야에 관해서는 원예학을 전공한 부친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과학 연구처럼 조사하고 분석하고 재구성하고 논리적 결론을 내리고 실험에 영향을 준 모든 요소들을 고려하고 언급하는 방식의 치밀한 아름다움과 완결성을 갖췄길 기대했다.

 

정교한 SF는 개연성과 논리로 가득한 스토리 퍼즐과 같아서, 구멍이 보이거나, 논리가 실종되거나, 감정이 폭발하거나, 뜬금없는 사랑이야기가 없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기대한대로 섬세하게 창조된 멋진 작품이었지만 도저히 분리할 수 없었던 현실의 상황이 문장을 뒤덮고 감상을 흐리게 했다. 존재했던 모든 SF 작품들이 예언서가 되지 않길 바란다.

 

관련 분야 과학자들이 예측하는 모든 것들이 다 틀렸으면 하고 바라며 사는 나날을 보낸다. 부디 인류에게 과오를 바로잡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충분한 시간이 있기를.

 

지수는 자신이 조금씩 사람들이 가진 어떤 활력에 물드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수년 뒤의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내일의 삶만을 생각하는, 그러나 그 내일이 반드시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데에서 오는 매일의 활기에.”

 

그래서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상을 유지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내겐 책임져야할 꼬맹이들이, 미래의 사람들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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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고민도 말도 아니고 ‘한다’는 행동 | 기본 카테고리 2022-07-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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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산이 주는 위로

이미숙 저
지식과감성#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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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고민도 말도 아니고 ‘한다’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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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들은 정말 많이 가보았다한 때는 산행 지도를 구해 표시해가면 다녔다동네 뒷산처럼 간 곳들도 있고한번으로 족한 곳도 있고 여러 번 가고 싶은 곳들도 있었다.

 

여태 기억에 남은 것은 하필 해병대 훈련 중인 걸 모르고 놀러 갔다 산 정상이 해병대 트레이닝복으로 붉게 물들 희귀한 장면을 본 가을 오대산(같이 도시락 먹음),

 

운동화와 원피스 입고 산책하듯 가다 정상에 도착해서 너무 놀랐고높이에 비해 험산이 전혀 아니었으며음료수 한 병들고 슬리퍼 신고 동네 마실 나오듯 오신 분도 계셨던 여름 한라산(대신 내려올 때 무릎 쪼개지는 줄),

 

정상에서 몸집이 큰 까마귀들이 먹을 거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와중에등에 낫 하나씩 꽂고 등장하신 심마니 부부를 만난 스릴러의 배경과 같던 용화산(까마귀에게 과자 다 뺏겼고 부부는 친절),

 

눈이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는 경사 가파른 오색코스로 대청봉에 도착은 했지만 저체온증에 탈진으로 기절해서... 깨지 못했다면 헬기타고 방송도 탈 뻔했던 겨울 설악산(잘 자고 일어나서 커피 마시며 일출도 봄),

 

마지막 산행은 역사교사인 친구 부부와 폭염에 경주 답사 여행 갔다가 열사병으로 안 쓰러지고 다행히 한옥 숙소에 도착해서 기절했던 2018년 여름 경주 남산(친구의 역사문화 강의 아무 것도 기억 안남뜨거운 황남빵과 국밥 먹자는 친구에게 화냄).

 

유럽은 언덕과 산의 구분이 아주 엄격해서내 기준에선 산인데 공식 표기는 hill이나 moor였던 영국의 필드워크 현장들스코틀랜드는 어디가 산이라기보다 여기부터 highland라고 하기에 그런 줄 알았다그리고 히말라야나 에베레스트 이런 산은 못 가봤다기회가 있어도 안 갔을 것이다.

 

친구는 마스크 상태라도 산에 가면 위로가 된다고힘을 받는다고운 좋으면 향기로운 야생화도 만난다고몸의 통증도 줄어든다고 하지만나는 도저히 마스크 속에서 헉헉 댈 엄두가 안 났다산책도 하다보면 마스크 착용 상태에 몹시 파괴적인 기분이 든다.

 

저자의 글을 읽다 보니 앞서 걷는 친구의 흰 등만 보고 따라 걷던 야간산행도 기억난다한번으로 족한 경험이었지만잊지 못할 기억이다정상에서 친구를 와락 안을 뻔겁먹었단 얘기다.

 

그럼 산이 주는 위로는 무엇일까왜 산에 가는 것일까물이 좋고 물속에 잠겨 있는 걸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데 부지런히 산에 다닌 이유는 무엇일까누가 물으면 주저 없이 물이 좋다고 한다는 저자의 글에 웃으며 나는 내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나무가 있으니까공기가 달콤하니까높이가 달라지면 시선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고 호흡이 달라지니까잠시라도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숨을 쉬는 정직한 움직임이 좋으니까거기엔 어떤 속임수도 비법도 지름길도 있을 수 없으니까.

 






 

전염병은 끊이지 않을 듯하고 등산은 여전히 정신적으로도 쉽지 않다가고 싶은 산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나는 찾기 어려운 식욕처럼 확실히 무언가를 잃은 것도 같다위로가 더 필요한 상태인가저자가 정답은 고민도 말도 아니고 한다는 행동이라고 해서 조금 설득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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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말보다 강한 행동 | 기본 카테고리 2022-07-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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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백만 번의 상상

김지윤 저
다산북스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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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가 선택한 인생 마지막 연주곡은 어떤 곡인지 궁금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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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머니의 초중고 절친이 계셨다. 사범대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셨지만 어릴 적엔 그런 줄도 모르고 그저 친척보다 가까운 가족 같았다. 당연히 그 집 자매와 우리 집 자매 역시 언제 만나도 늘 같이 산 것처럼 자연스럽게 놀았다.

 

그러다 미국 이민이 결정되고, 내 삶에서 이들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것이 몹시 당혹스러웠다. 2년에 한번 정도 귀국해서 만나긴 했지만, 서로 어떻게 살았나 얘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아쉬운 사이가 되었다.

 

어릴 적 학교를 같이 다녔음에도 전혀 재능을 몰랐는데, 친구가 성악을 전공한다고 줄리아드 음대에 입학했다. 한국의 지인들은 이미 성공을 거둔 듯 축하 일색이었는데, 졸업 공연에 당시 미합중국 대통령 부부가 보러 왔음에도 이후 활동은 순탄치 않았다.

 

그렇게 20대를 애쓰며 보내고 뉴욕의 좁은 아파트에서 나와 친구는 처음으로 혼자 긴 여행을 떠났다. 일정의 한부분도 함께 할 수 없어 마음이 쓰렸지만, 방해하지 않아야할 시간이라고, 아는 삶과 일상을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조금은 들은 얘기가 있어서, 다른 분야라고 쉬운 곳이 있을까 싶지만, 확률만 따져보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클래식 음악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세상을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짐작해보려 애썼다.

 

저자인 피아니스트 김지윤님의 삶도 실력과 무관한 여러 시난고난 굴곡들이 이어진다.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음악에 대한 간절함, 두려움, 실패, 쉽지 않은 환경,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인간관계, 삶의 풍랑을 마주하고 휩쓸리기도 하고, 그래도 실종되지 않았다.

 

한번이라도 최고가 되는 일도 어렵지만, 언제 어디서 더 실력이 있다고 평가받는 이가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가차 없이 냉정하기도 한 예술의 세계에서, 어디서 힘이 생기는지 신기할 정도로 계속 꿈을 꾸고, 자기 연민에는 빠지지 않고, 감사할 일들을 찾아낸다.

 

비교와 경쟁이 계속되는 세계에서 열등감은 피할 도리가 없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집중과 훈련을 마쳤는데도 부족하다는 외부의 평가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참 강인한 사람이다.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찾는다.

 

내 집에 무단으로 누군가 쓰레기를 투척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평가, 피드백, 영향들은 단칼에 무단 쓰레기 취급! 듣긴 들었으나 휘둘리지 않겠다. 에너지 낭비를 하지 않겠다. 조금도 마음이 상하지 않겠다. 쓰레기일 뿐이니 깨끗하게 치우면 그만이다.

 

약속, 계약, 목표 없이 의지만으로 뭘 잘 못할뿐더러 연구결과나 지식정보 이외의 남의 의견에 중요도를 크게 두지 않는 나는 공감할 내용들에 반가우면서도 서로가 애틋했다. 이건 생존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어서 나온 결심.

 

반복 연습은 언제나 통해요.”

 

제발 그랬으면. 연습 없이 끼어들어 결과물만 채어가는 반칙은 엄벌에 처했으면, 아니 아예 발붙일 여지가 없었으면. 묵묵하게 꾸준하게 노력하는 사람이 실패는 하더라도 배신감은 느끼지 않을 사회이기를.

 

아마도 대단한 도전과 새로운 선택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나는 다른 이들을 힘껏 응원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세상이 어떤 웃기지도 않은 꼴일지라도 자신이 할 일을 해나가는 분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 늘 존경한다.

 




 

 

피아니스트가 선택한 인생 마지막 연주곡은 어떤 곡인지 궁금하시죠?”

 

궁금해서 모든 악장마다 소개된 곡들을 들어보았다. 나는 잘 이용하지 않지만, 간편하게 QR코드로도 들을 수 있다. 가사 없고 연주 시간이 비교적 넉넉한 음악이 참 좋은 여름날이었다.

 

1장 인터미션: 프레데리크 쇼팽, 왈츠 7(Op.64 No.2)

https://www.youtube.com/watch?v=w9Q5mt20u_c

 

2장 인터미션: 요하네스 브람스, 인터메조(Op.118 No.2)

https://www.youtube.com/watch?v=FF1poMN_io8

 

3장 인터미션: 클로드 드뷔시, 파고다

https://www.youtube.com/watch?v=VwchLlhWheA

 

4장 인터미션: 프란츠 슈베르트, 즉흥곡(Op.90 No.3)

https://www.youtube.com/watch?v=xqcucaN98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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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밤과 꿈 혹은 삶 | 기본 카테고리 2022-07-3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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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모리미 도미히코 저/서혜영 역
작가정신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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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책은 이어져 있어. 헌책의 바다는 그 자체가 한 권의 커다란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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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록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은 낮에 잃은 것들을 돌려 달라 청하는 대상이다낮에 잃은 것들이 무엇일까밤에 그것들을 어떻게 찾는다는 것일까예전이라면 막막하고 비합리적으로 느껴졌을지 모를 이 구절이 이제는 좀 다르다.

 

우주는 이 디폴트기본값이기 때문이다우리는 낮의 빛에 잠시 눈을 멀어 우리가 가진 것을 다 잃어버리고 사는 건지도 모른다낮에 활동하도록 진화된 특정 주파수만 볼 수 있는 인간은 그래서 생존에 중요한 것들을 모두 망치고 있는 것일지도.

 

낮에는 보인다는 이유로 서로를 상처내고 해치고 갈라 칠 수 있다어둠이 오고 밤이 되어야 이 모든 활동을 잠시라도 멈추고 회복과 재생의 잠에 들 수 있다그러니 밤에 안 자고 깨어있는 모든 활동은 사건이다사람이 많을수록 일은 커진다.

 

술과 밤정신을 잃기 좋은 조건이다술고래지만 이미 무의식에 이끌리는 주인공의 걸음과 반응은 그대로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에 일치한다그러니 이해하려 하지 말고 끝까지 걸어 다니며 보는 수밖에.

 

모든 게 다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고술주정으로 느껴질 수도 있고어지러운 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혹은 망상이나 상상다행인 것은 요란함과 소란함이 잦아들어 고요한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더 오래 전인 것 같은데 2017년 개봉작이다이것도 꿈같네.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59834

 

있는 줄 몰랐던 원작 소설은 처음 읽는다. ‘아가씨처럼 계속 걸어서 교토의 고서 연구회납량 헌책 축제장에 도착한다꽃나무와 바다가 함께 있던 곳헌책들이 가득하던 곳책들은 정말 다 이어져 있을까아니면 책을 읽은 사람들이 다 이어져 있는 것일까.

 

모든 책은 이어져 있어헌책의 바다는 그 자체가 한 권의 커다란 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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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고민을 일상의 방법으로 풀어내다 | 기본 카테고리 2022-07-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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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상한 목욕탕

마쓰오 유미 저/이수은 역
문예춘추사 | 202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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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가는 것, 일을 하는 것, 세상은 젊은이들에게 그중 하나를 요구하고, 거기서 벗어나면 '니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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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여섯 살 어린 동생이 있고 나는 해고를 당했다현실이라면 암담하다작품 속 주인공도 막막해서 부모님 묘비 앞에 서 있다소설이라 다행스럽게도 얼굴도 모르는 큰삼촌의 유언과 유산을 전해 줄 변호사의 조수가 등장한다.

 

학교에 가는 것일을 하는 것세상은 젊은이들에게 그중 하나를 요구하고거기서 벗어나면 '니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일종의 동경을 가진 옛날식 공중목욕탕이 유산이다추억이 별로 없어서 더 궁금하다너무 달아서 못 마실 것 같은 바나나 우유도 한번쯤은 목욕 후 마시고 싶었다다 커서(?), 실은 30대에 친구들과 세신사가 일하는 목욕탕에 가서 세신을 경험했다.

 

상상보다 무척 민망한 일이었지만 워낙 사람을 편하게 해주시는 입담을 가진 분들이라서 다행이었다미용실에서 타인이 머리를 감기고 말려 주는 일이 무척 기분 좋은 호사라고 늘 느끼는데세신 역시 참 호사스런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바나나 우유 대신 맥주를 마셨다.

 

이 상속에는 조건이 있다경영을 가능한 계속하고근문 중인 직원 두 명을 유지하는 것상속 받은 건 단지 건물이 아니라동네 전체인 듯해서 또 부러웠다현실 이사는 무서운데 자매가 이사 오는 장면이 좋았다물론이제 본격적으로 무슨 일()’이 생긴다.

 

스포일러라 소개할 수는 없다세상의 혼란을 막는 작전이 동네 목욕탕에서 펼쳐지다니심각한데 재밌어서 많이 웃었다일상 미스터리답게 수수께끼를 일상적으로 풀어 나가는 즐거움이 있다비밀과 단서를 찾아보시길!

 




 

가능하면 샤워 시간도 줄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욕조에 물을 가득 받아 몸을 담근 지가 오래다몸살감기가 올듯하면 시도하는 드문 일이다따뜻한 물이 체온을 올리고 근육을 풀고 긴장을 흘려보내는 목욕탕은 일상의 피곤과 피로를 두고 쉬는 노곤하고 느긋한 시공간이다.

 

사람들의 실질적 접촉이 점점 줄어드는 시절이라는 새삼스럽고 뒤늦은 생각을 해본다목욕탕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는 이웃이란 동네사람 이상의 관계였을 거라고 상상해본다몸이 풀어지면 마음도 풀어져서 고민과 어려움도 나누고 돕기도 하고 그랬을 거라고.

 

결국 남자가 나쁜 짓을 해도 단순히 장난으로 치부하잖아당한 사람이 오히려 마음을 쓰거나 친구를 잃기도 해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그런데도 남자들은 여자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잖아.”

 

운이 좋아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고 양육의 책임은지지 않았지만 내게도 여섯 살 어린 동생이 있다그래서 내내 작품 속 동생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그렇다고 남들처럼 살아야지하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었다스포일러라서 소개할 순 없지만 다행이다.

 

나는 사오가 사람들하고 잘 어울릴 수 있도록 극복하면 돼라고 말하지 않았다그렇게 쉽게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그게 쉬우면 얼마나 편할까.”

 

여름이지만 따뜻한 물이 그리워지는 내게는 부재한 것들이 가득한 부러운 곳의 이야기였다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정을 알고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도 물리칠 수 있는 혼란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해서 현실이 더 쓸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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