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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을 선물하세요 - [아무튼, 스윙]을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2-0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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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스윙

김선영 저
위고 | 202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처음에 눈으로 스윙에 대해 읽어나가다 보면 스윙음악을 찾아 귀로 듣게 되고, 점점 흥이 고조되면 영상을 보며 근본없는 스텝을 밟고 있는 독자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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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윙을 선물하세요

<아무튼, 스윙>을 읽고

 

 

Swing Swing Swing my baby
빙빙빙 나와 돌아봐
싱 싱 싱그러운 그대의 향기가 내 몸에 베게
Swing Swing Swing my baby
bring bring bring your Love to Me
그대의 맘속에 지울수 없는 밤으로 남게
Let's dance

박진영, 「Swing Baby」 가사 中

 

  "스윙, 아웃!" (사전적 의미를 제외하고) 프로야구에서 타자가 야구 방망이를 흔드는 모습을 일컫는 말로만 알고 있었다. 스무살이 되던 해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왔던 노래 한 곡 덕분에 '스윙'이 재즈 용어로도 쓰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가수 박진영이 노래하고 춤춘 「Swing Baby」를 통해서다. 그 후 스윙은 다시 야구 중계에서나 보일 뿐 일상에서 차차 잊혀졌다. 두번째 스무살을 살고 있는 올해, 아무튼 시리즈를 정주행하던 중에 다시 몸과 마음을 흔들흔들거리게 만들어줄 것만 같은 주제를 발견했다. 그렇다. <아무튼, 스윙>이다.

 

 

<아무튼, 스윙> 혹은 본 서평을 읽으면서 함께 들으면 좋은 곡들

빅 조 터너, 「You're Driving Me Crazy」

루이 암스트롱, 「A Kiss to Build a Dream On」

샘 쿡, 「Shake, Rattle and Roll」

사라 본, 「I Could Write a Book」

엘라 피츠제럴드, 「As Long as I Live」

 

 

 

스윙 바의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다. 나는 블랙홀에 빠져들듯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느낌이다. (중략) 문이 열리는 크기만큼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올 것이다. 나는 현실과의 틈을 크게 벌리고 싶어 문을 한 번에 확 열어젖혔다.(11쪽)

 

  책 만드는 일을 좋아하고 그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저자가 춤도 좋아하게 된 사정부터 들어본다. 무료한 대학생활을 보내면서 남들과 비교해 지뢰찾기 게임만큼은 자신이 있었다는 저자는 어느 날 살사를 배우는 선배의 권유로 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율동이 아닌 진짜 춤을 추고 싶었으나, 살사는 소매없는 옷을 입고 추는 경우가 많아서 소매가 있는 옷을 입고 추는 춤을 찾아나선다. 만약에 소매가 있는 옷을 입고 살사를 췄더라면 책제목은 <아무튼, 살사>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 당시 그는 춤보다 옷이, 옷보다 자신의 몸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있던 터라 여러 스윙 동호회 까페를 찾아다닌 끝에 한 스윙 동호회에 가입하여 강습과 정모에 참여하면서 더이상 지뢰는 찾지 않게 된다.

 

스윙 음악은 1930년대 화려한 빅밴드가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재즈 음악의 한 종류다. 1929년에 시작된 대공황으로 침체된 경기가 1930년대 중반부터 차츰 살아나면서 사람들은 다시 활기를 찾았고 이때 등장한 재즈 연주 스타일인 스윙 음악이 인기를 끌었다. 이 음악에 맞춰 사람들은 몸을 흔들거렸을(swing) 것이고, 스윙 음악을 즐기기 위한 스윙 댄스도 번성했다. 스윙 댄스의 종류에는 지터벅, 린디합, 블루스, 부기우기, 발보아, 섀그 등이 있다.(37쪽)

 

  스윙 댄스는 스윙 음악에 맞춰 두사람이 함께 추는 짝춤이 기본이다. 보통 춤을 이끄는 리더와 그 리딩을 받는 팔로어로 나뉜다. 저자가 주로 추는 린디합의 기본 '스텝'은 지터벅의 '스텝, 스텝, 락스텝'에서 처음 두 스텝을 트리플로 밟아 '트리플 스텝(오른발-왼발-오른발), 트리플 스텝(왼발-오른발-왼발), (오른발을 뒤로 옮겼다 왼발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락스텝'으로 구성된다. 혹시라도 눈으로 문장을 밟는 데 그치지 않고 나처럼 직접 발로 스텝을 밟아본 독자라면 저자가 선물한 스윙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춤에서의 스텝이 친구나 연인과 손을 잡고 산책할 때의 걸음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오면 비로소 춤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된다.(42쪽)

 

  이어서 '원, 투, 스리 앤 포, 파이브, 식스, 세븐 앤 에잇' 8카운트로 진행되는 '스윙 아웃' 스텝까지 익힌 팔로어라면, '스위블(swivel)'이라 불리는 화려하고 근사한 스텝 스타일링을 만들며 스윙이 가진 매력을 무한대로  발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스텝만큼 중요한 것이 앞사람과 손을 마주 잡는 '홀딩'이다. 홀딩을 하고 같이 스텝을 밟아야 함께 추는 스윙이 시작된다. 오픈 포지션, 클로즈드 포지션, 프롬나드 포지션, 스윗하트 포지션 등 여러 방법 중 두 사람이 마주 선 상태에서 팔을 자연스럽게 앞으로 뻗어 한 손, 혹은 두 손을 잡고 서서 춤출 준비를 하는 오픈 포지션이 기본이라고 한다.

  가수는 노래로, 댄서는 춤으로 대화를 나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언어도 필요없이 춤으로 대화하는 순간에는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끼어들지 않으며 춤 실력은 그 다음으로 놓여진다. 몸놀림은 서툴지만 열정으로 가득찬 초심자와 그를 배려하는 고수의 품격이 더해져 저마다의 스윙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래서 춤이 댄서의 됨됨이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간혹 춤 실력을 권력으로 악용하려거나 몸으로 느낀 감정을 실제로까지 연장해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어 스윙의 세계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춤을 단순한 유희의 수단이 아닌 자신과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담아 열과 성을 다해 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킴벌리 커버거

 

  저자는 십 년간 스윙계를 떠나 있기도 했다. 직장인이 되기 위해 떠났고 직장인으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직장인으로 잘 살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언론사 입사시험 준비 - 입사시험 - 탈락 - 탈락 - 탈락 - 취업 - 퇴직 - 취업 - 퇴직 - 취업 - 부서이동 - 부서이동', 지난 십 년의 과정을 요약해보니 마치 스윙의 스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만드는 일이 좋아서 과로하고, 그 과로는 피로를 부르면서 몸과 마음은 지쳐갔는데, 해소되지 않는 스트레스를 겪을 때마다 그는 왕년의 '깔루아'(여기서 잠깐, 대개 동호회에서는 회원들을 본명 대신 닉네임으로 부르기 때문에 자신의 별명을 커피 맛도 나고 술 맛도 나는 멕시코 술인 깔루아로 정함)로 살았던 자신을 떠올리며 스윙에 대한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고 고백한다.
  또 회사 일로 괴로워하던 연말의 어느 날, 깔루아 타령을 하며 같이 술을 마시던 H(깔루아와 같이 스윙을 시작하면서부터 하링으로 불림)가 스윙을 함께 배우자고 제안한다. 일사천리로 스윙 수업을 등록한 뒤 새해부터 매주 일요일 '출빠'(바에 나감)를 하고, 수업이 없는 주중에는 '소셜'(강습이 없이 여러 레벨의 댄서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춤을 즐기는 시간)도 하며 스윙계에 깔루아의 귀환을 알린다. '출빠 후 맥주', 즉 스윙 동호회 뒤풀이는 스윙만큼 중요한 활동이다. 동료 댄서들을 통해 먹는 일에 집나갔던 흥미를 되찾게 되자 그동안 먹고사느라 '먹고' 사는 걸 소홀하게 여겨온 걸 뒤늦게 알고, 끼니를 챙기는 일 또한 나를 챙기는 일이라는 것도 덤으로 깨닫게 된다.

 

스윙을 쉬었던 1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을, 앞선 마음과 뒤처진 몸의 간극을 어떻게 인정해야 하는지도 몰랐던 것이다.(90쪽)

 

  더 일찍 돌아오지 못한 아쉬움과 후회를 만회하기 위해 그는 다시 스윙에 매진한다. 동호회의 정규 강습은 보통 6주의 수업과 마지막 주의 졸업공연(졸공)으로 진행되는데, 졸공 연습을 하면서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못한다는 걸 인정하고 잘 배워서 더 나은 댄서가 되기로 결심한 뒤로부터 스윙 댄스가 더 재미있어질 뿐만 아니라 댄서들과도 몸과 마음을 모두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고 그는 말한다.

  "춤을 추다 부딪히면 사과를 해야 하지만 춤을 못 춘다고 사과하지는 말라"는 어느 스윙 고수의 말씀을 받들어 그 역시 댄서는 미워도 댄스는 미워하지 않는다. 일과 스윙으로 인해 울고 싶은 마음이 들때면 스윙을 떠올리는 게 일상이 된 그에게 스윙 댄스를 추지 못한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발목 부상으로 몇 달간 춤을 출 수 없는 날들 속에서 스윙과 함께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자신이 스윙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더 잘 알게 된다.

  나아가 현재의 나를 기다릴 미래의 스윙을 생각하며 새로운 일들을 계획해나가는 그를 보면서 아무튼 시리즈의 저자들의 모습이 겹쳐보이기도 한다. 각자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그것'을 얼마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잊어버리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것에 대한 애틋함을 키워가며 다시 만날 그날까지 현재 자신에게 허락된 현실 안에서 그것과 관련된 일을 계속 해나가는 태도를 보여준 것이다.

  처음 스윙 바의 문을 열고 댄스 플로어에 올랐을 때는 책속에 놓인 활자를 눈스텝으로 밟으며 댄서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이번에 다시 스윙 바를 찾았을 때는 라인댄스나 소셜을 즐기는 마음으로 잠시 책을 덮고 책에 소개된 음악을 찾아 들었다. 이따금 관련 영상을 보면서 근본없는 스텝도 밟아보면서 스윙 댄스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스윙이라는 선물을 받아보길 바라며, 저자와 함께 외쳐본다. "스윙을 선물하세요!"

 

강습에서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린디합의 스텝과 패턴에 대한 가이드는 물론 있겠지만 실제 음악을 들으며 춤으로 표현하는 데에는 옳고 그르거나 맞고 틀린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하느냐, 서로가 얼마나 즐거운 춤을 추느냐의 문제일 것이다.(139~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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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윙 #2 | 일일독서 2021-12-0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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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윙 #2

라인댄스, 다시 댄서들 속으로

 

 

[출처 : Shim Sham Shimmy featuring Frankie Manning & Erin Stevens,

https://youtu.be/g2FyvoAi2ew]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윙 바에서도 휴식 시간처럼 다른 음악이 나오는 순간이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일제히 줄을 맞춰 서서 솔로 스윙 동작으로 구성된 춤을 추는데, 이걸 라인댄스라고 부른다. 보통은 몸의 방향을 동서남북으로 바꿔가며 같은 동작을 반복하곤 한다. 「Big Apple」이나 프랭키 매니의 「Shim Sham」 같이 전 세계 댄서들이 다 아는 전설의 라인댄스가 있는가 하면, 박진영의 「허니」나 울랄라세션과 아이유의 「애타는 마음」 같은 가요에 맞춘 라인댄스도 있다.

(58쪽, 「과거의 나를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다」中)

 

 

  책속에 놓인 활자를 눈스텝으로 밟으며 댄서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던 지난 번 독서와 달리,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책을 잠시 덮고 책에 소개된 음악을 듣거나 관련 영상을 찾아보면서 이따금 근본없는 스텝을 밟아보며 스윙 댄스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노래 한 곡이 또 끝나간다. 새로운 곡이 시작되면 저 댄서들 속으로 들어가는 저자처럼 나도 책장을 다시 펼친다. 사라 본의 「I Could Write a Book」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에 대해 조금 알아본 결과, 엘라 피츠제럴드, 빌리 홀리데이와 함께 재즈계 3대 디바로 불리며 스윙재즈 시대에 4옥타브를 넘나들며 넓은 음역대를 소화한 보컬로 유명한데, 우리나라 영화 『접속』의 삽입곡인 「A Lover's concerto」를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And the simple secret of the plot

is just to tell them that I love you."

 

 

[출처 : Sarah Vaughan - I Could Write a Book, https://youtu.be/QWmWwuGjve4]

 

 

아무튼, 스윙

김선영 저
위고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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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guitar)를 대신할 기타(其他)는 없다 - [아무튼, 기타]를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2-0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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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무튼, 기타

이기용 저
위고 | 2019년 10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를 안아야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서 더이상 기타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기타리스트에게 위로와 휴식을 주는 친구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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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guitar)를 대신할 기타(其他)는 없다

<아무튼, 기타>를 읽고

 

 

  난생처음으로 기타를 튕기며 노래를 불렀던 그날을 기억한다. 군복무 시절의 어느 주말 내무반에서 김광석의 「그날들」 떼창이 들려온다. 선후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동기가 기타를 치고 나머지는 그의 명곡들을 목이 터져라 부르는 가운데 문득 나도 기타를 치고 싶다는 욕망이 샘솟았다. 그 날 이후로 틈틈이 동기의 지도 하에 김광석의 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은 초심자에게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세계임을 인정한 뒤, 국민 연주곡이라 불리는 '로망스'를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박이도록 연습했고 지금까지도 내가 칠 수 있는 유일한 곡으로 남아 있다.

  나와 기타의 인연은 끝이 났지만 산울림의 노랫말처럼 '기타로 오토바이를(혹은 오토바이로 기타를) 타는' 경지에 오른 기타리스트에게는 기타가 인생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밴드 '허클베리핀'의 기타리스트이자, 예전에 데이비드 보위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다 우연히 알게 된 오디오클립 '이기용의 뮤직 액츄얼리'의 진행자가 쓴 <아무튼, 기타>는 기타와 함께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표지에 그려진 어쿠스틱 기타 한 대와 무지개색 홀로그램의 피크 하나가 반갑고 정겹게 느껴지는데, 책장을 넘기면 기타 악보가 나오고 그걸 함께 보면서 저자가 연주법을 가르쳐줄 것만 같다. 그러나 내 예상은 엠프를 찢고나오는 일렉트릭 기타의 '삐'하는 소리처럼 여지없이 빗나가고, 저자는 기타름 품에 안고 마술 같은 순간을 상상해보라고 말한다.

 

기타를 품에 안고 왼손으로 지판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줄을 튕기면, 내 손에 진동이 전해져 오고 내가 있는 공간에 소리가 울려 퍼진다. 아름다운 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마술 같은 순간이다.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면······(7쪽)

 

 


 

 

"요즘 힘들다면서··· 기타를 조금씩 쳐봐. 도움이 될거야."(18쪽)

 

  병원과 학교를 오가며 혹독한 사춘기를 보내던 어느날 삼촌이 선물한 기타는 저자에게 위로이자 휴식같은 벗이 되어준다. 그날 그는 깨닫는다. 기타를 치기 위해서는 기타를 몸으로 안아야 한다는 것을. 여태껏 기타를 치거나 기타줄을 튕긴다고만 여겼는데, 기타를 안는다는 표현을 책을 통해 뒤늦게 알고 나니 기타의 물성과 그것이 주는 감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기타를 치는 데에는 수많은 코드가 있는데 그를 매료시키며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찾게 해준 코드가 바로 '긍정의 D코드'였다고 한다. 맨 처음 배우게 되는 개방형 코드 중의 하나로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반지의 제왕』에서 아직 평화로운 시기의 샤이어의 아침과도 같은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게 해준다.

  '좌절의 F코드'는 초보자가 첫 번째로 배우게 되는 하이코드(왼손의 검지를 마치 막대기처럼 세워서 1번부터 6번까지의 줄을 한 번에 잡은 후 나머지 손가락으로 각기 다른 음들을 짚어서 소리를 내는 형식의 코드)로, 왼손 검지로 1번부터 6번까지의 모든 줄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 모든 줄을 못 잡더라도 1번 줄만 잡고서 치는 약식 코드로 난관을 넘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그저 기타줄을 튕기기만 해도 원하는 소리가 나길 바라는 게 초심자의 마음이겠으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박일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며 반복해서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단 네 개의 코드만 익혀놓으면 노래를 부르면서 기타로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경험은 무척 중요해서, 어쩌면 모든 기타리스트들은 곡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해봤다는 최초의 성취감으로 오늘날에 이르고 있는지도 모른다.(21쪽)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명대사가 나온다. 반대로 기타는 왼손이 어디를 누르느냐에 따라 음이 결정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기타 소리는 왼손으로부터 나온다고 저자는 말한다. 기타를 칠 때 왼손은 코드를 잡고, 오른손은 (지금까지 '스트로크'라고 알고 있었는데, 더 정확한 표현으로) '스트럼'을 친다. 피크가 기타 줄에 닿을 때 때로는 단번에 모든 줄을 치고 때로는 부드럽게 필요한 줄들을 쓰다듬듯 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스트럼의 기본이라고 한다. 자동차의 엑셀과 브레이크와 같은 뮤트(왼손으로 줄을 살짝 눌러 소리를 죽이는 주법) 혹은 커팅(스트럼 직후 오른손 손바닥 끝쪽으로 줄을 때리듯이 짚어서 소리를 끊는 주법) 을 잘 사용하면 매력적인 스트럼 소리를 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어쿠스틱 기타가 소박한 행복을 일깨워준다면 일렉트릭 기타는 내게 어딘가 밤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욕망과 좌절을 떠올리게 한다. 일렉트릭 기타는 확실히 밤의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악기이다.(37쪽)

 

  저자의 첫 번째 일렉트릭 기타는 우리나라의 노동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2008년 국내의 대표적인 기타 회사로 알려진 '콜트콜텍'에서 노동자들이 전원 해고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그해 12월부터 노동자들의 복직을 기원하는 <수요 문화제>가 열리기 시작했다. 한 공연에서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만든 악기로 어색하고 서툴지만 직접 연주하는 무대를 선보였는데, 함께 공연에 참가했던 저자도 계속 그들을 응원했다. 마침내 노사 양측의 양보와 타협으로 끝이 난 13년간의 싸움을 보면서 그는 '노동자가 없으면 음악이 없고, 음악이 없으면 삶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 대목에서 기타를 치는 사람이 있기 전에 기타를 만드는 사람도 있다는 걸 결코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1981년산 깁스 레스폴 커스텀은 저자의 첫 번째 메인 기타이다. 처음으로 밴드를 결성하고 기성곡을 연주하며 공연을 이어가던 중 밴드 내에서 자작곡을 만들자는 얘기가 나온다. 음악을 하면서도 늘 다른 사람들처럼 안정적인 세계에 있기를 바랐고, 이미 음악을 하고 있었음에도 과연 음악하는 삶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해 불안해하며 고민하던 그는 결국 밴드에서 나오게 된다. 한동안 방황하던 어느 날 침대 구석 벽에 기대어져 있는 레스폴을 보면서 좌우대칭을 이루는 둥글둥글한 곡선의 외형과 묵직하고 안정적인 사운드를 내는 장점들이 자신이 그토록 버리고 싶어했던 어중간하고 평범한 성격과도 닮아보였다고 술회한다. 기존의 세계에서 탈출하고 싶었던 그는 악기점에 기타를 팔기로 결심한다.

 

좋은 곡에는 악보상의 음표로는 표현되지 않는 커다란 에너지와 독특한 감성 그리고 새로운 세계가 잔뜩 들어 있다. 그렇다면 '좋은 곡'은 무엇인가? 자신이 느끼기에 '이 노래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어'라고 느껴진다면 바로 그 곡이 당신에게 다른 세계를 경험하게 해줄 좋은 곡이다.(60쪽)

 

  밴드 탈퇴 후 밤 시간에 클럽에서 손님들에게 맥주 등을 서빙하고 음악을 틀어주는 일을 한다. 당시 그는 음악이 고팠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기보다 음악으로 이루어진 도서관에 간다는 기분으로 출근하며, 20세기를 풍미한 수많은 명반들이 있던 그곳에서 매일 새벽까지 음악을 듣고 손님들의 신청곡을 틀어주면서 음악이 어떤 것인지 차츰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기타가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이라면 베이스는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과 같다.(72쪽)

 

  90년대 중반 홍대를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의 밴드 음악들이 등장한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자우림, 델리스파이스 등과 함께 저자가 속한 허클베리핀도 데뷔한다. 록밴드의 기본은 드럼, 베이스, 기타로 구성되는데, 정작 허클베리핀은 베이스 없이 3인조 밴드로 시작했다고 한다. 베이시스트가 없다는 이유로 한 클럽 공연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경험은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대한 긍정적인 공감대가 생겨나고 있는 시기라고 믿었던 그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만약에 빌리 아일리시, 밥 딜런, 커트 코베인 등이 당시 우리나라에서 음악을 했다면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과연 지금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지 반문하면서 편견과 억압없이 자유롭게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서 베이스라는 악기를 좀 더 들여다보면, 그 중요성과 매력에 비해 사람들에게 저평가 되는 대표적인 악기 중의 하나로,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없으면 반드시 그 빈자리가 티가 나는 사람과 같다고 저자는 비유한다. 베이스의 음역대는 드럼과 기타의 사이에 있기에 둘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며, 베이시스트는 드럼 사운드에도 기타 사운드에도 예민해져서 양쪽의 플레이를 더 잘 이해하는 사람임을 알게 된다.

 

노란 텔레캐스터를 연주할 때 나는, 바디를 몸에 바짝 붙이고 늘 마음을 다해 연주를 했다. 그렇게 노란 텔레캐스터를 연주하면서 나는 내 감정의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보는 경험을 했다. 노란 텔레캐스터를 잃어버렸을 때 나는 음악을 잃은 느낌이었다.(87쪽)

 

  1978년산 노란 펜더 텔레캐스터는 저자의 영원한 메인 기타이다. 자타 공인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리는 기타로 허클베리핀의 2집부터 4집 앨범까지 녹음하는 데 일등공신이기도 했다. 그토록 소중했던 기타를 2008년 어느 공연을 마치고 잃어버리게 된다. 이후 펜더스트라토캐스터, 탐 앤더슨 드롭 탑, 빨간 펜더 텔레캐스터 등 여러 기타를 맞이하지만 그의 헛헛한 마음을 채울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노'란 '텔'레캐스터라는 말을 되뇌다보니 불현듯 '노스텔지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그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친구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했다. 과연 저자는 자신의 최애 기타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한 독자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아무튼, 기타>를 통해 '기타'와 '기타를 치는 사람'에 대해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일테면 다양한 기타의 내력과 기타를 애정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함께 곡을 만들고 연습하고 공연하던 기타를 팔고 다시 사는 일이 빈번하다는 걸 알게 된다. 기타리스트는 자신만의 인생 기타를 만나게 될 수도 있고, 기타는 마치 반려동물처럼 새로운 주인을 만나 잃어가던 빛을 되찾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타를 애정하는 사람들에게 '기타(guitar)를 대신할 기타(其他)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본다.

 

당신도 기타와 친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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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스윙 #1 | 일일독서 2021-12-03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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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스윙 #1

feat. 「You're Driving Me Crazy(빅 조 터너)」

 

 

 

스윙 바의 문을 열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다. 나는 블랙홀에 빠져들듯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그 안에 있는 사람들도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닌 느낌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지하철에서, 일터에서 마주치는 댄서들이 너무나 평범한 모습이어서 화들짝 놀란 경험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바 안의 세상과 현실의 간극은 그다지 생경한 것도 아니다. 문이 열리는 크기만큼 음악 소리가 새어 나올 것이다. 나는 현실과의 틈을 크게 벌리고 싶어 문을 한 번에 확 열어젖혔다.

(11쪽, 「금요일의 습관으로」中)

 

 

추운 날씨와 지칠 줄 모르는 역병의 기세 속에서 몸도, 마음도 움츠러드는 요즘입니다.

금요일 밤 저자가 찾은 스윙 바의 분위기를 상상해봅니다.

스윙 곡에 맞춰 스텝 하나 제대로 밟을 줄 모르지만,

대신 고개와 손가락을 까딱하거나 어깨를 들썩여봅니다.

이웃님들 모두 휴식 같은 불금과 주말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출처 : You're Driving Me Crazy (Remastered), https://youtu.be/RIxV8_y5TUM]

 

 

 

아무튼, 스윙

김선영 저
위고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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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기타 | 일일독서 2021-12-03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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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기타

feat. 「항해(허클베리핀 6집 수록곡)」 

 

 

 

기타의 가장 저음 줄인 6번 줄과 5번 줄로 연주되는 곡으로 드넓은 세계로 두둥실 떠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그 사운드를 내기엔 깁슨 ES-335가 제격이었다. 그 몽글몽글한 소리가 바다 위를 부드럽게 떠가는 배의 움직임과 닮아 있어서 이 곡을 연주할 때는 나는 오직 ES-335만 쓴다.

(127쪽, 「깁슨 ES-335, 나는 천천히 회복해가고 있었다」中)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아주 흥미롭게 보고 난 뒤, 영화 속 삽입곡 중에 계속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데이비드 보위의 「Space Oddity」라는 걸 처음 알았고, 그와 노래에 관한 것들을 찾아보다가 오디오클립 '이기용의 뮤직 액츄얼리'(들러보기) 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방송 진행자가 다름 아닌 밴드 허클베리핀의 기타리스트라는 것도 함께 말이죠. 그가 쓴 <아무튼, 기타>에 소개된 「항해」라는 곡을 계속 듣고 있으면 「Space Oddity」와도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지구와의 무선이 끊기고 우주에서 돌아오지 못한 톰 소령을 노래했다고 밝힌 보위와 달리, 허클베리핀의 주인공은 우주여행을 마치고 무사귀환했을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바다에서 우주로 떠난 항해, 바다와 우주에서의 유영 등 바다와 우주는 닮은 구석이 많아서 항해하고 유영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M/V] Huckleberryfinn (허클베리핀) - Voyage (항해), https://youtu.be/39dN476Fq0U]

 

 

 

아무튼, 기타

이기용 저
위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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