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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굿이 나무를 톺아보면 들리는 사람살이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0-02-2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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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무를 심은 사람들

고규홍 저
휴머니스트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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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굿이 나무를 톺아보면 사람살이가 보이고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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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굿이 나무를 톺아보면 들리는 사람살이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읽고

 

 

[들어가며] '나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책으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잠언으로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유행가로는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이 그러하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나무의 이미지는 '한결같음'이라고 생각한다. 한 아이가 자라서 노인이 되어서도, 불확실한 내일이지만 오늘도 묵묵히 살아가는, 오래도록 사랑한 연인을 그리는 그 누군가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삶을 기억해주는 존재의 한결같음을 나무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나무 인문학자' 고규홍은 이러한 나무의 가치를 알아보고 20년 넘게 나무와 대화하며 그들에게 담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녔다고 한다. <슈베르트와 나무>, <고규홍의 한국의 나무 특강> 등 나무에 관한 여러 책에서 '나무'를 매개로 다양한 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준 그가 신작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통해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 나무와 그 나무를 심고 돌보며 살아간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무를 찾아 나무 앞에 머물던 시간에 나를 찾아온 것은 나무보다 먼저 그 나무를 심은 혹은 나무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나무를 찾아갔지만 나무보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6쪽)

 

    <나무를 심은 사람들>에 소개된 나무와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무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 땅에 자리잡는다. 하나는 말 그대로 사람이 나무를 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의미 있는 장소에 꽂으면 거기서 나무가 자라나는 식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민간에서 전해지는 설화나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다보니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나무와 그 이야기에는 상징과 은유로 표현된 사람살이의 중요한 가르침이 담겨져 있다고. 그래서 과학의 시대를 사는 우리가 나무의 전설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인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1-선비]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즐겨 심었던 나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은행나무라고 한다. 유학의 대명사이자 아이콘이기도 한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치며 학문을 설파하던 자리를 '행단(杏壇)'이라고 불렀던 유래에서 알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오래된 향교나 서원에서도 은행나무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같은 까닭이라고 한다.

 

    사라져가는 하나의 생명을 포근히 품어 안은 소수서원 솔숲은 그래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사람살이의 평범하면서도 깊은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철학의 숲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73쪽)

    개인과 개인이 모여 사회를 이루듯 소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모여 솔숲을 이룬다. 그 군집 속에서 줄기를 뻗어나가는 묘목이 있는가 하면, 수명을 다한 고사목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나무가 서로 연대하며 삶과 죽음을 마주하는 법을 가르치고 터득하는 것처럼 사람이 사는 세상도 나무와 다를 바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소수서원의 솔숲에는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과 더불어 이루어진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소수서원 솔숲

 

    나무는 앞에 나서서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지만 오래된 문화재 안팎에서 옛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참으로 소중한 자연문화재다. 물론 그 깊은 속내를 들춰내는 것은 사람에게 주어진 몫이다.(85쪽)

    저자는 오죽헌에 있는 율곡매와 배롱나무가 신사임당과 율곡의 자취와 숨결을 고스란히 지켜주는 존재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문득 떠올랐다.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한 문화유산에 켜켜이 쌓여있는 이야기를 읽고 나면 당장이라도 그 곳으로 달려가 문화유산의 숨결과 그들이 주는 감동을 흠뻑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일곤 했다. 그런데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과의 만남도 좋지만 같은 공간에서 우리와 같이 살아 숨쉬는 나무와도 대화를 해보고 싶어진 것이다.

 

    평범한 백성들이 심은 나무에는 백성의 살림살이가, 학자들이 심은 나무에는 그들의 철학이, 종교인이 심은 나무에는 종교적 신앙이, 정치가들이 심은 나무에는 정치의 역사가 담겨 있다.(101쪽)

    나무에게 곁을 내어준 사람의 '사람살이'를 나무가 묵언으로서 증언해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아꼈던 백송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어 중국 밖에서는 자라기 힘든 백송이 왜 우리나라에서 자랐으며, 또 굳이 이 나무를 이 자리에 심고 애지중지 키운 이유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는 건 나무 안에서 우리의 역사를 찾아보는 일이 된다고 강조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2-민중]

     "아가야! 살아서 입으로 먹지 못한 쌀밥, 죽어서 영혼이 되어 눈으로라도 실컷 먹으라!"(156쪽)

    아기 무덤을 지켜주던, 쌀밥을 닮은 꽃이 피어나는 이팝나무에는 보릿고개로 인해 아이를 떠나 보내야만 했던 아비의 가슴 깊이 맺힌 한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저자는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를 바라보며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이팝나무 꽃처럼 풍성하게 피어날 수 있도록 부모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지친 나무들을 사람처럼 여기고, 사람에게 힘이 되는 막걸리를 나무에게 나눠주며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의 정성으로 생각하면 아름다운 풍습이라 할 수 있겠다.(214쪽)

    30여 년 전 경북 청도 운문사에 있는 처진소나무(천연기념물 제180호)의 악화된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막걸리 공양'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막걸리가 나무의 생장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알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영향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더불어 사는 멋을 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마다 봄이면 맛난 막걸리를 흠뻑 마시고 겨우내 지친 몸을 추스르는 장한 나무다. - 청도 운문사 처진소나무

 

[지팡이를 꽂은 사람들-스님]

    '세상사 모든 일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로 유명한 원효대사의 인생 나무는 비자나무라고 한다. 특히 비자나무의 쓰임이 꽤 흥미로운데, 비자나무의 열매인 비자는 구충제로 쓰이며 비자나무는 귀한 목재로서 바둑판으로 더없이 좋은 재료라고 한다.

 

    나무를 심는 건 분명 스스로를 위한 일이 아니다. 아무리 빨리 자라는 속성수(速成樹)라 하더라도 나무로부터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나무를 심는 사람의 수명보다는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는 나무를 심을 수 없는 일이다.(193쪽)

    저자는 후손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심이 있어야만 한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를 몸소 실천한 사람으로 풍수지리설의 연관 검색어라고 할 수 있는 도선국사가 있다. 나무를 심는 것과 마찬가지로 풍수지리도 한 사람의 삶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자자손손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도선국사가 전국을 누비며 풍수가 좋은 곳을 표시하는 방법이 바로 좋은 나무를 심는 것이었다고 한다. 경기도 이천 도립리에 남아있는 반룡송으로 불리는 소나무는 도선국사가 나무를 심으며 장차 이곳에서 큰 인물이 태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는 이야기를 품고 있다. 여기서 저자는 고단한 삶을 살아내던 당시의 민중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도선대사의 배려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어느 누구에게라도 한 가지의 소원은 꼭 이루어준다는 전설이 함께 전한다. -이천 도립리 반룡송

 

    반면에 보조국사 지눌의 인생나무로 불리는 고향수(枯香樹)는 고사목(枯死木), 즉 말라 죽은 나무라고 한다. 스님의 발이 되었다가 다시 스님에 의해 생명을 되찾은 이 나무는 현재 우리나라 삼보(三寶) 사찰의 하나로 알려진 송광사에 있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은 눈여겨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기 십상일만큼 앙상한 줄기의 모습으로 남아있지만 그 옛날 중생을 위해 불교의 대중화에 힘썼던 지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다.

 

[나무를 심은 사람들3-항일운동가]

    이제 고작 100년을 채 못 살았지만 앞으로 이 나무가 살아갈 세월은 그 몇 배가 넘을 것이다. 풀어내는 만큼 자신의 결 안에 담아야 할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만큼 클 것이다.(357쪽)

    근대사로 넘어오면서 조금 더 현실감 있는 인물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 그 가운데 백범 김구 선생과 <상록수>를 지은 심훈 작가 모두가 애지중지한 나무가 향나무로 똑같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마라토너 손기정 선수가 금메달과 함께 부상으로 받았던 작은 화분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깊었다. 그가 화분 속 작은 나무의 나무잎으로 가슴에 붙여진 일장기를 가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역사의 치욕을 가려준 나무가 대왕참나무였으며 당시 독일 베를린 지역에서 월계수를 구할 수 없어 참나무(오크, Oak)로 대신했다는 일화도 알 수 있었다.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당시 올림픽 시상식의 흑백 사진을 수도 없이 봐왔으면서도 미처 눈여겨 보지 않았던 그 자리에 바로 나무가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이 사진을 볼때마다 나무가 전하는 역사에 귀 기울여보기로 다짐해본다.

 

손기정 선수와 역사의 치욕을 가려준 대왕참나무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나무를 심은 사람들4-이색적인(異色的人)]

    한 그루 소나무의 유전자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 혼례를 치르고, 그 후계목을 키워나가려 애면글면한 정성은 우리 민족이 얼마나 소나무를 아끼는 민족인지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만하다.(339쪽)

    정이품송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소나무에게 정이품의 벼슬을 내린 것도 신기하고 이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 혼례식을 치뤄 후계목까지 키워냈다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특히 혼례의 주례는 산림청장, 신랑과 신부의 혼주는 각각 보은 군수와 삼척 시장이 맡았다는 저자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났다.

 

    천리포수목원은 마이클 폴란의 말대로 사람과 자연 혹은 자연과 문화의 중간지대에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창조적 지혜'를 실현시킨 대표적 숲이라 할 수 있다.(383쪽)

    천리포수목원은 책이나 언론 기사를 통해 이따금씩 접했지만 수목원의 전반에 관한 이야기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로 불리는 칼 페리스 밀러, 민병갈(한글 이름)이 평생에 걸쳐 충남 태안반도에 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을 심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사설 수목원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곳은 1만8천 종류의 토종식물과 외래식물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숲을 이루고 있으며

인공미와 자연미의 절묘한 조화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수목원이라고 한다. 책을 일고 천리포수목원 관련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면서 더욱 현장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꼭 함께 가서 저자가 말했던 감상을 직접 느껴보고 싶다. 

 

민병갈 흉상과 완도호랑가시나무 -사진 출처: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

 

    세상이 열리고 그 안에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나무를 베어내고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무를 심어야 했다.(383쪽)

 

[나오며] 작년에 읽었던 나무의사 우종영의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에서 '실제로 나무는 성장하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마치 자서전처럼 나이테에 고스란히 남긴다'는 문장을 보면서 나무의 나이테는 그 나무의 일기와도 같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이번에 <나무를 심은 사람들>을 읽으면서 나무는 자신의 삶, 즉 나무살이를 나이테라는 일기장 또는 자서전에 써내려감과 동시에, 자신의 곁을 내어준 이의 사람살이를 마치 사관이 역사를 기록하듯이 나이테에 한 글자 한 글자 기록하는 존재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만일 그렇다면, 현재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의 일상과 삶을 우리가 매일같이 지나치는 가로수가, 혹은 숲과 산 속의 나무들이 기록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를 결코 허투루 보내서는 안될 것이며 나아가 오늘을 어제보다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내내 입 안과 머리 속에 맴돌았던, 나무라는 존재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두 단어를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바로 '수굿하다''톺아보다'이다. 지금까지 말해보거나 들어보지 못했던 터라 처음에는 낯설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계속 책을 읽어나가면서 어느덧 '수굿이' 나무와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톺아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고개 숙여 찬찬히 나무가 전하는 '나무를 심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가 왜 나무와 끊임없는 대화를 나눠야 하는지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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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 할 동물들

마틴 젠킨스 글/톰 프로스트 그림/이순영 역
북극곰 | 2020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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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안 놀아

김유강 글그림
오올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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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유자와 초보 아빠의
엉뚱 발랄 밀당 이야기!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사랑스러운 순간, 그 순간을 위트 있게 그린 책이에요. 5살 유자는 생생한 표정과 몸짓으로 쉴 새 없이 사랑 에너지를 발산하죠. 그에 반해 아빠의 평범함은 더 하지도 덜 하지도 않아요. 그래서 보는 사람에게 기분 좋은 공감을 선사하죠. 간결하면서 깔끔한 그림체로 가족 간의 소통과 애정을 한 가득 담았어요. 나의 동생, 귀여운 조카, 혹은 나의 사랑스러운 딸인 유자, 귀여운 유자와 아빠의 평범하지만 특별한 사랑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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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전

정철 저
허밍버드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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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단어에는 사람이 산다.”

국어사전은 들려주지 않는 진짜 ‘사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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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이야기를 나누다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0-02-16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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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살갗 아래

토머스 린치외 저/김소정 역
아날로그(글담)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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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을 들여다보고, 내 몸과 이야기를 나누게 만드는 힘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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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이야기를 나누다

<살갗 아래>를 읽고

 

  

    [들어가며] 저는 도시생활자로서 올해로 6년차 허리디스크 환자이기도 합니다. 대개 사람들은 몸의 한 구석이 아프기 전까지는 그 곳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역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잘못된 자세와 습관이 쌓여 디스크 판정을 받기 전까지 몸이 제게 속삭이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허리가 보내주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조금 더 제 몸에 관심을 갖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나본 <살갗 아래>'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여러 기관에 대하여 영국이 주목하는 15인의 작가가 저마다의 상상력과 관찰로 풀어낸 이야기입니다. 책 제목부터 무척 독특하고 강렬하여 원서의 제목을 찾아보니 <Beneath the Skin>로, 부제가 'Love Letters to the Body by Great Writers','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게 눈길을 끕니다.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또 사랑해야한다는 작가들의 말이 들리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출판사(아날로그)의 책 소개 중 '삶이 우리 몸에 남긴 흔적'이라는 표현도 퍽 인상적입니다. 나무의 나이테와 같이 사람도 살아온 일상과 삶의 흔적을 자신의 몸에 남기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 흔적이 흉터로 남기도 하고 때로는 무늬로 남아서 자신에 대해 성찰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개인의 크고 작은 생활 습관과 성격, 성향이 세월과 함께 우리 몸에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전체이자 부분으로서. 한 종류의 일원이자 하나종류다. 부분은 전체의 본질에 관해 어느 정도 드러내 보여준다. 그렇기에 의사와 해부학자만큼이나 작가와 독자도 인간이라는 존재를 이해하고, 고뇌를 치밀하게 보여주는 부분을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을 수 있다.(22쪽)

 

 

[책속으로] <살갗 아래>의 작가들은 말합니다. 우리 몸에 대해 이해하는 게 궁극적으로 인간과 인간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라고. 책 속의 이야기를 눈으로 쫓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작가들이 주목한 각 기관에 제 신경과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떤 기관은 간지럽거나 메쓰꺼운 느낌을 주고, 또 다른 기관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에 대해 알려주고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분들도 유사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보며, 개인적으로 15개 기관들이 들려준 이야기 중 기억에 남고 인상적이었던 대목에 대한 저의 단상을 적어봤습니다.

 

피부

    아이의 피부는 어른의 심장을 환희로 뛰게 할 수도 있고 보호해주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도 하지만 공포에 사로잡히게도 한다.(31쪽)

    아이의 볼살을 만지거나 살짝 꼬집어 볼 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아이가 넘어지거나 부딪혀서 상처가 생긴 걸 볼 때 느껴지는 공포심, 이 양 극단의 감정을 사람은 '피부'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피부는 우리가 할 수 없는 말을 대신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38쪽)

    피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메시지와 경고를 보내옵니다. 그 때 즉시 반응하고 소통하느냐, 아니면 소홀히 하거나 무시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가 됩니다.

 

    나는 시인으로서 시는 그 시의 풍성함으로 읽는 사람이 제대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일시적인 호흡 장치 역할을 해준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51쪽

    문학으로서 시가 주는 효력 중 작가는 호흡 장치로서의 기능을 말합니다. 삭막하거나 팍팍한 일상에서 시 한 편이 안겨주는 위로와 치유의 힘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맹장

    의학계에는 '흔적 기관은 병에 걸리기 쉽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특히나 쓸모없는 맹장에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말처럼 들린다.(67쪽)

    맹장은 사랑니나 몸소름, 꼬리벼같이 특별한 기능이 없는 흔적기관 중 하나로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작가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맹장이 갖고 있는 위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위생의 관점에서 볼 때, 선진국은 위생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맹장이 아무 이유없이 장난을 친다고 표현합니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 장염 발생율이 높아 모든 박테리아가 장에서 사라질 뿐만 아니라 면역계가 지루할 틈이 없어서 맹장도 장난을 칠 겨를이 없다는 작가의 설명이 꽤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귀는 단순히 우리 몸 안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라고 부르는 모든 일이 일어나는 뇌로 들어가는 입구이자 문이자 현관이다. 귀는 항상 열려 있다. 귀에는 몸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막을 차단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77쪽)

    귀는 장소다. 집이, 미로가, 궁전이 방과 복도와 통로로 가득 차 있는 장소인 것처럼 귀도 똑같다. 귀의 일부는 머리 바깥에 있고 일부는 머리 안쪽에 있으니 공적이기도 하고 사적이기도 한 장소다. 귀는 물과 비와 바람이 들어 올 수 있게 허락해준다.(80쪽)

    몸은 하나의 유기체지만 각각의 기관이 독립기관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관점으로 보일 수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작가는 면봉으로 귀지를 파낼 때 얻게 되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느낌이 무엇인지 잘 알아서 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리고 받아들여야지만, 나는 진정한 나로 존재할 수 있다.(98쪽)

    잠비아 출신의 작가는 유년시절 혈액질환으로 죽은 부모를 지켜보면서 자신도 보균자가 아닐까 하는 고심 끝에 받은 검사 결과, 자신의 몸에는 HIV가 없음을 알게 되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자신에게 일어난 수많은 문제를 오롯이 받아들여만 진정한 자아가 성립되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혀졌습니다.

 

담낭

    우리 신체 기관 가운데 어느 부분이 의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일까? 나는 내 몸이기는 한 걸까? 나는 내 신체 기관을 어느 정도나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을까?(114쪽)

    예전에 읽었던 여러 책에서 나온 '타자화'라는 개념이 떠오릅니다. 작가의 말처럼, '몸이 나인가, 내가 몸인가? 혹은 몸을 이루는 여러 기관은 개별적인 나로 볼 수 있는가?'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이뤄진 것이 몸이라고 볼 때, 이 물음에 대해 쉬이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거나 불편함을 느껴 병원을 찾을때면, 우리는 이렇게 묻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 너는 아픈거냐? 왜 이렇게 나를 힘들게 하느냐?' 내 몸의 일부를 타자화하여 부정함으로써 일종의 위안이나 안도감을 얻고자 하는 사람의 심리적 방어기제라고 했던 어느 작가의 말이 기억납니다.

 

    '간'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전 퍼뜩 들었던 생각이 바로 인간에게 불을 전해주었다는 까닭으로 제우스로부터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는 벌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는 간의 탁월한 재생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 이야기를 소환하였습니다. 간은 25퍼센트 이하로 잘라낼 경우 아주 빠른 속도로 다시 자라는 유일한 내부 장기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창자   

    장의 한쪽 끝에는 여러 가지 다른 즐거움을 만끽하는 장소인 입이 있다. 그 반대쪽 끝에는 항문이 있다.(134쪽)

    입과 항문,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창자는 아름다움을 부패로, 군침 도는 식욕을 구역질로 바꾸어버린다.(중략)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지막 유산이 될 부패와 부식을 매일같이 경험한다.(136쪽)

    작가의 창자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을 보면서 문득 사다리 타기 게임이 떠올랐습니다. 입 안으로 어떠한 음식을 넣느냐에 따라 항문으로 나오는 대변의 질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창자의 양 극단에 위치한 입과 항문 모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기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은 맛있는 음식을 음미하면서, 항문은 쾌변의 과정을 마무리하면서.

 

   '코 성형 수술'이 엄청난 인기라는 사실은 사람들 앞에 내놓는 기관을 완벽하게 보이게 하는 일이 사람의 자부심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151쪽)

    작가의 말처럼 코는 몸 밖으로 드러난 기관으로서 사람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또한 몸 안으로는 호흡과 후각의 기능이라는 생존을 위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러한 코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떤 면에서는 마치 북극의 빙산과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면 위에 보이는 모습은 그저 단편적인 외형일 뿐, 수면 아래에는 보이지 않지만 얼음산을 지탱해주는 근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눈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과 연결해주지만 아주 묘한 외로움을 드러내는 기관이기도 하다. 눈은 두개골 안에 자리 잡고 뇌라는 단독의 특이점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가 보는 것은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는 특별함을 지닌다.(중략) 눈은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그저 스크린 뒤에서 지켜보게 함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외로운 존재인지도 깨닫게 해준다.(168쪽)

    의학적 설명과 함께 문학적 감수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눈이 외로운 존재라는 표현이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조금 엉뚱한 반론을 제기해보자면, 그래도 눈은 두 개, 한쌍이라 얼굴에 함께 이웃하고 있는 코나 입보다는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 것 같기도 합니다.

 

콩팥

    작가는 동물의 콩팥을 이용한 요리인 콩팥 플람베를 만드는 방법과 서양 소설 속에 나오는 콩팥들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어떠한 이유로 말미암아 사람의 몸과 마찬가지로 각 기관이 유기적으로 이뤄진 동물을 요리해서 먹는 존재입니다. 굳이 책 속의 15가지 기관 중 먹거리로 적합한 것을 찾아본다면 피부, 피, 창자, 간, 콩팥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 중에서 서양인에게는 콩팥 요리가 식성에 맞는 반면에 동양인 중 한국인은 주로 돼지 껍데기(피부)를 구워먹거나 창자에 속을 넣어 간과 함께 삶아서 순대를 만들어 먹는 식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갑상샘

    티록신의 기능은 왠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에나 나올 법한 마술처럼 느껴진다. "이걸 마셔, 그러면 아주 커지고 강해질 거야. 마시지 않으면 넌 아주 작은 채로 살아가야 한다고."(201쪽)

    티록신은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을 조절해 성장과 발달 속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문득 생각나기도 합니다.

 

대장

    작가는 열여덟 살 때 대장 탈출증으로 대변 주머니를 차면서 겪었던 고통과 불편, 치료를 위한 여러 검사, 그리고 몸 밖으로 나온 창자와 수술 후 흉터에 대한 기억을 꺼내 보여줍니다. 직접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지만, 당시 작가의 고통과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뇌'에서는 전두엽 절제술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수 있는데, 과거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활용하여 수술이 불러온 끔찍한 결과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발전과 더불어 뇌지도라는 것을 제작하여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궁

    정말로 모든 요람은 우리에게 어디에서 왔는지 묻고 모든 관은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는다.(중략) 때때로 조롱박처럼 생긴 배 모양을 하고 있으며, 몇 센티미터도 안 되고, 호르몬이 관여하고 위대한 본질이 수정시켜 우리 존재의 여정이 실제로 시작된 자궁 안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우리 모두의 소망을 실현한 것이다.(252쪽)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문장입니다. 보통 사람과는 정반대의 시간을 살아냈던 버튼의 일대기를 통해 삶과 죽음이 결코 단절된 것이 아니라 연결된 것이라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나오며] <살갗 아래>는 다양한 소재를 통해 일상의 재발견 또는 깨달음을 주는 여느 에세이와 달리, 몸과 이를 이루고 있는 기관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무척 흥미로운 책입니다. 눈으로 보고, 코로 냄새를 맞고, 귀로 듣고, 머리(뇌)로 생각한 것을 글로 풀어낸 것이 보통의 에세이라면, 이 책은 그 눈, 코, 귀, 뇌라는 도구적 성격이 강한 몸의 각 기관이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등장하는 에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나 자신의 바깥 풍경을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속을 들여다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과연 국내에는 몸에 관한 에세이가 얼마나 있는지도 문득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저는 작년에 읽었던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한 황선미 작가의 <익숙한 길의 왼쪽>가 생각납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손가락, 손톱, 다리 등 자신의 몸에 남은 통증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살갗 아래>의 출간에 힘입어 앞으로 국내에도 몸에 관한 에세이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우리는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임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사람과 일로 인해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고통을 받고 있는 몸에 대해서 우리가 무관심했던 건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일상의 익숙함과 고됨으로 잊고 지냈던 내 몸이 나를 향해 하고 있는 말에 귀 기울여보는 계기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자신만의 몸에 관한 에세이를 적으면서 내 몸을 조금 더 이해하고 내 몸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무척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허리 · 흙속에저바람속에(도시생활자) : "금이 간 기둥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집은 점점 무너져 내리기 시작할 것이다. 몸의 기둥인 허리의 소중함을 서둘러(hurry) 알게 되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많이 아이를 안아주고,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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