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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 일일독서 2021-10-05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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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소설이나 시를 쓰려면 1년에 5백 파운드와 문을 잠글 수 있는 방 한 칸이 필요하다.(146쪽)

 

 

  새우 껍질을 까면서 <자기만의 방> 오디오북을 들었다. 지난 주말 백신 2차 접종 후 나만의 방에서 새우처럼 움추린 채 이틀 내리 추면(秋眠, 가을잠)에 빠져 있었다. 접종 전에 가까스로 종이책을 일독하였으나 뇌리에 남는 문장은, 너무도 유명해져 책을 읽지 않더라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작가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그 문장이었기에, 미처 짚어내지 못한 또 다른 메시지가 있을까 싶어 다시 오디오북을 열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전업작가를 포함한 누구나 글쓰기에만 전념하려면 일정한 고정수입과 집필 공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저자가 살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는, 특히 여성에게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음을 당시 세계사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다음으로 쇠고기에 채소와 감자가 곁들여져서 나왔습니다. 소박한 삼총사는 진흙탕 장터에 나온 소의 엉덩이, 끝이 누렇게 말린 싹양배추, 월요일 아침 흥정하고 값을 깎는 망태기를 멘 아낙들을 연상시켰습니다.(27쪽)

 

 

  새우 껍질을 까면서 문득 오늘 저녁에 내가 먹게 될 새우부침개는 (유럽에도 이런 종류의 요리가 있다면) 당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차별을 보여주는 음식 중 하나였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가 어느 대학에서 '여성과 소설'이라는 강연의 내용을 에세이 형식을 빌어 쓴 작품이다. 에세이 속에 허구의 화자인 메리 비턴(이든 메리 시턴이든 메리 카마이클이든 좋을 대로 부르라는 저자의 말이 있었지만)와 가상의 공간 옥스브리지(옥스포드+케임브리지)가 등장하지만, 이는 곧 저자의 소설가다운 설정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화자는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된다는 결론에 어떻게 도달한 것인지를 이틀 간의 여정을 통해 보여준다. 첫째날 옥스브리지 강둑에 앉아 물살 속에 낚싯줄을 내려 강연 주제에 대한 번뜩이는 생각을 낚아올린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잰걸음으로 잔디밭을 지나다 관리직원으로부터 연구원과 학자들만 출입할 수 있다는 첫 번째 저지를 당한 후 자갈길을 걷게 된다. 뒤이어 찾은 도서관에서도 여성은 연구원과 동행하거나 소개장을 구비해야 입장이 가능하다는 두 번째 저지까지 당하면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당시 사회에 만연되어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그 옥스브리지 방문과 오찬과 만찬이 질문들을 끌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왜 남성들은 포도주를 마시는데 여성들은 물을 마실까? 왜 남성들은 그렇게 번성하는데 여성들은 그렇게 궁핍한가? 빈곤은 소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가?(36쪽)

 

 

  이튿날 화자는 영국 박물관에서 여러 방을 지나며 서가에 꽂힌 책들을 하나씩 집어들면서 자신이 마주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당대 영문학에 대한 이해나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조금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듯하지만, 나 같은 문외한이라면 그의 서가탐방을 쫓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화자가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꽂혀 있는 서가에 멈춰서서 "셰익스피어에게 뛰어난 재능을 가진 누이(주디스)가 있었다면, 과연 그는 셰익스피어 희곡과 같은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에 대한 대답(은 책속에 있다)을 유추해나가는 과정은 그동안 답답했던 머리에 서늘한 바람이 들게 하였다. 또한 <오만과 편견>를 제인 오스틴에게 전용 서재가 없어서 대부분 거실에서 온갖 소소한 방해를 받으면서 집필을 해야했다는 회고록과 함께, 저자는 경첩이 삐걱대는 소리에 자신이 쓴 원고를 숨겨가며 소설을 썼던 제인 오스틴이 만일 손님들에게 원고를 들켰다면 더 좋은 소설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답정너와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자기만의 방>을 나오며 다시 책날개를 펼쳐본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발전시킨 모더니즘 작가이자 페미니즘 비평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버지니아 울프,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등 그의 대표작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 알고 있으나 아직 읽어보지 못했기에 그에 대해, 나아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 말하는 건 먼훗날에야 가능할 듯하다. 다만 <자기만의 방>을 읽어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텐데, 일테면 성별, 빈부에 관한 대립이나 차별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들 각자에게 '자기만의 방'이 어떤 의미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는 책과 일상에 대해 이웃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예스마을에 자리한 나만의 방 한 칸이 그런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세트 : NOON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조지 오웰,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저/황현산,박경서,이종인 등역
열린책들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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