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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 [섬]을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12-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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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섬 LES ILES

장 그르니에 저/김화영 역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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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섬>을 읽고

 

 

  누군가 "당신이라는 사람은 섬인가, 섬이 아닌가?"라고 묻는다면, 그 경계를 오가며 섬(some)타는 관계처럼 선뜻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섬을 노래한 시인들의 언어를 빌리자면, 17세기 영국의 시인 존 던(John Donne)은 '사람은 섬이 아니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中).' 라고 말했고, 정현종 시인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섬」 전문)' 라고 털어놓았다. 섬의 어원을 찾아보면 '고립시키다'는 의미가 있는데, 인간이 고독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사람에게 섬은 더 각별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을까 싶다. 이 물음에 대한 작은 실마리라도 찾고 싶어서, 어느 시인이 가을마다 꺼내 읽는 에세이를 쓴 장 그르니에가 누군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섬>이라는 책을 집어들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펼쳐 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내 방까지 한걸음에 달려갔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섬』을 펼쳐 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15쪽, 『섬』에 부쳐서-알베르 카뮈)

 

  20세기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그르니에가 『이방인』, 『페스트』 등을 쓴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라는 점이 퍽 흥미롭다. 카뮈는 <섬>의 서문을 쓰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해 책이 출간되는 걸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섬'에서 서는 곳이 바뀌면 감성의 풍경도 달라진다. 섬 밖에서 바라보는 그곳은 외따로 떠 있어서인지 왠지 모를 외로움과 고독감이 느껴지지만, 막상 섬 안에 들어서면 육지가 주는 포근함과 안정감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섬이 전하는 양가적 감정과 더불어 그르니에 자신이 여러 섬에서 지내며 겪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고민과 통찰을 충실히 <섬>에서 이야기한다.

 

나의 최초의 기억은 여러 해에 걸친 시간 속에 흩어진 꿈처럼 어렴풋한 기억이다. 나에게 새삼스럽게 이 세계의 헛됨(vanite)을 말해 줄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보다 더한 것을, 세계의 비어 있음(vacuite)을 느꼈으니 말이다.

(25~26쪽, 「공(空)의 매혹」中)

 

  어린 시절 무심코 바라보던 하늘이 허공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처음 무(無)를 느끼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바다와 드넓은 해안을 보며 공허(空虛)를 느낀다.  그는 무심(無心)과 무감각에 대해 몽상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무심'의 순간에서 '선택'의 순간, 일테면 상표가 서로 다른 펜 두 자루를 놓고 선택해야만 하는 참혹(?)한 순간이 어김없이 찾아오는 게 인생이라 만사에 무심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처럼 공은 시작이자 끝, 아니면 둘 사이에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인간의 삶이란 한갓 광기요, 세계는 알맹이가 없는 한갓 수증기에 불과하다고 여겨질 때 '경박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만큼이나 내 맘에 드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살아가는 데,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루하루 잊지 않고 찾아오는 날들을 견뎌 내려면 무엇이라도 좋으니 단 한 가지의 대상을 정해 그것에 여러 시간씩 골똘하게 매달리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

(61쪽, 「고양이 물루」中)

 

  집 꼭대기에 위치한 다락방은 그만의 무인도(島)이다. 침대에 누워 있거나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방구석 여행자로 살던 그가 어느 날 동네의 무덤을 지키는 사람에게서 받아온 새끼 고양이 물루의 충실한 집사가 된다. 그 섬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연구한 물루의 일대기를 통해 고양이의 자유분방함과 그 속에 자리잡은 고독과 불안을 엿볼 수 있고 인간의 그것들과도 연결지어 생각해보게 된다.

 

가장 아름다운 명승지와 아름다운 해변에는 무덤들이 있다. 그 무덤들이 그곳에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곳에서는 너무 젊은 나이에 자신들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는 그 엄청난 빛을 보고 그만 질려 버린 사람들의 이름을 읽을 수 있다.

(99쪽, 「행운의 섬들」中)

 

  파리의 무덤 투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찬란한 삶의 가운데 죽음이 있다는 걸 일깨워주기 위해서라는 걸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 인식(reconnaissance)에 도달하고 나면 여행할 때 배멀미나 기차 안에서의 불면을 잊어버리는' 것처럼 우리는 쉽게 그 사실을 잊곤 한다. 여기서 '자기 인식'이 반드시 여행의 종착역에 있는 것은 아니며 자기 인식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여행이 완성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도살장에서는 양들을 연달아 잡지요." 하고 그는 말하곤 했다.

"그런데 '저들은' 나를 혼자 죽게 만들어요."

(112쪽, 「이스터섬」中)

 

  이스터섬에 머물 때 만났던 정육점 주인이 죽음을 앞두고 저자에게 건넨 말이다. 고기는 씹어야 맛이고, 말은 해야 맛이라고 했던가. 그러나 이번에는 그의 말을 곱씹어봐야할 것만 같다. 그에 따르면 죽음이란 결국 혼자 감당해야할 몫으로 타인에게는 그저 또 다른 타인의 일로 치부되기에 죽어감은 몹시도 외롭고 불안하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를 지켜보던 저자도 섬을 생각하면 숨이 막힐 것 같다고 토로한다. 섬이 가져다주는 황홀경에도 불구하고 섬에 가면 격리되거나 자신을 고립시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문득 섬에 사는 정육점 주인의 숙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유럽인의 눈으로 보느냐 혹은 인도인의 눈으로 보느냐가 아니다.-도대체 그것은 터무니없는 야심이다. 인도는 코르네유와 바레스가 스페인을 보았던 것과 같은 눈으로 보아야 한다. 인도를 어떤 '상상의 나라'로 간주할 때 비로소 그 실체와 가장 가까워질 수 있다.

(127쪽, 「상상의 인도」中)

 

저 말랑말랑한 펼친 손들 말고 좀 굳게 쥔 주먹을 보았으면 싶다. 인도는 그 같은 성년의 발육 상태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인도는 우리들 눈에는 영원한 유년 같은 모습이다. 인간으로서는 어른다운 척도에까지 이르지 못한 것 같다.

(136쪽, 「상상의 인도」中)

 

  넓은 인도땅의 면적처럼 <섬>에서도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상상의 인도」는 인도(印度)라는 유인도(有人島)로 인도(引導)하는 이야기다. 지리적인 시각 말고 문학적인 시선으로 상상할 때, 어른의 잣대가 아닌 유년의 감수성으로 다가갈 때 비로소 인도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인도 작가가 인도인은 기후 때문에 명상을 하게 되었다고 말하자, 간디는 비슷한 기후에 사는 아프리카인은 명상을 하지 않고 히말라야에 성인들은 명상을 하기에 기후가 영혼을 만드는 게 아니라 영혼이 기후를 이용할 뿐이라고 응수했다고 한다. 또한 어떤 인도인은 인도를 누가 통치하든 말든 그 누군가가 집안 살림을 맡아주면 자신들은 그저 쉬기만 하면 된다고 얘기했다는데, 인도인은 비록 정복당할지언정 일체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을 세계로부터 소외시키는 야심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태양과 바다와 꽃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나 나에게는 보로메의 섬들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너무나 무너지기 쉽고 너무나 인간적인 보호인 마른 돌들의 담벼락 하나만으로도 나를 격리시켜 주기에 족할 것이고, 어느 시골 농가의 문턱에 선 두 그루의 시프레 나무만으로도 나를 반겨 맞아 주기에 족할 것이나······ 한 번의 악수, 어떤 지성의 표시, 어떤 눈길······ 이런 것들이 바로-이토록 가까운, 이토록 잔혹하게 가까운-나의 보로메 섬들일 터다.

(174쪽, 「보로메 섬들*」中)

*스위스 국경에서 가까운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지방의 마조레 호수에 있는 다섯 개의 섬들로 15세기 이래 그중 가장 큰 섬 둘을 소유하고 있는 롬바르디아 지방의 보르메오(Borromeo) 가문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다섯 개 섬들 중 마드레, 벨라, 페스카토리만 방문 가능하다.

 

  어느 낯선 고장에서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저자는 한 꽃가게의 간판에 쓰여진 '보로메 섬으로!'라는 문구와 마주한다. 가장 먼 곳과 이제 작별하라는 경고와도 같이, 멀리 있어 가닿기 힘든 곳의 아름다움을 욕망하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존재들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는 게 자신만의 낙원을 가꿔나가는 일임을 일깨워준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고독들 속에는 각별히 중요한 장소와 순간들이 깃들어 있다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인식하고 내가 바라보게 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저자에게 그곳이 바로 섬이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섬>에서 나오며 처음 던졌던 물음에 다시 답해보려 한다. 사람(혹은 개인)은 미완의 (어쩌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도) 섬이 아닐까 싶다. 삶이란 각자가 온전히 하나의 섬이 되어가는 과정 혹은 그 섬을 찾아가는 여정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전에 스스로 섬이 되거나 섬에 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이 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섬이자 섬과 섬을 오가는 배, 혹은 그 뱃길을 인도해주는 등대처럼 느껴진다. 언제든 배를 타고 그 불빛을 좇아 가닿은 나만의 섬 위에 놓인 활자들을 거닐며 섬과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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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남은) 책 | 단상(혹은 일상) 메모 2021-12-0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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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한 해도 어느덧 12월 한 달만 남겨 두고 있습니다. '아니, 한 달씩이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구요.^^; 어제 예스티비 너튜브를 통해 예스이십사 올해의 책 1위로 오은영 작가님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가 선정된 걸 보고, 문득 저만의 올해의 책 투표를 해봐도 재미있겠단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읽은 책들에 대한 서평을 다시 보니 그야말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러다 불현듯 아직 12월에 읽을 책들을 빼놓으면 그 책들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사실 올해를 시작하며 독서리스트에 넣어두었던 책 중에 여태껏 미루며 외면했던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바로 칼 세이건이 쓴 『코스모스』입니다. 제 나름 우주를 주제로 한 책도 읽으면서 우주여행 준비를 했지만, 책멀미(?)가 겁나서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올해가 가기 전에 완독은 어렵더라도 틈틈이 읽어보려 합니다. 이웃님들께서 우주의 기운을 모아 나눠주신다면 완독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ㅎㅎ;; 모쪼록 이웃님들께서도 연말까지 올해 못다 읽으신 책들과 즐거운 만남의 시간 이어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추신) 올해가 가기 전, 이웃님들께서는 어떤 책을 꼭 읽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출처 : 예스티비, https://youtu.be/eCNAac_HE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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