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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와 손주에게도 대화가 필요해 -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를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04-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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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공저/이덕임 역
미래의창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부모와 자식 사이의 대화가 중요한 만큼 조부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그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얼마나 많은 걸 배울 수 있는지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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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와 손주에게도 대화가 필요해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를 읽고

 

 

나는 사실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할머니가 젊은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나이가 들어서 걱정하는 것,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 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가까웠지만, 나는 할머니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았습니다.(5쪽, 「서문」 중에서)


  

  독일의 어느 작은 아파트 문 앞에 서 있다. 문을 노크하자, 집주인이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아니, 시국이 시국인지라 책속에서 다시 약속을 정한다. 오늘의 만남은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의 공동 저자이자 메흐틸트 그로스만의 손녀인 도로테아 바그너의 소개에서 비롯되었다. 그동안 서로 가까운 사이임에도 할머니의 많은 부분을 모르고 살았다는 그의 말에 나 역시 묘한 공감과 궁금증이 일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집안 사정으로 시골에서 외할머니와 살았던 적이 있다. 지금도 그저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미루기 일수인 나에게, 늘 전화로 당신의 외손자와 외증손녀의 안부를 챙기는 걸 일상의 즐거움으로 삼는 외할머니와 메흐틸트 그로스만 할머니가 겹쳐보였던 까닭이다. 책을 펼치자 와인 한 잔과 책 한 권을 양손에 나눠 들고 서 있는 할머니가 나를 반갑게 맞아준다. 간단히 눈인사를 나누고 서로 와인 한 잔씩 기울이며 '나이듦'에 대하여 이야기해본다.

 

{나} 올해로 할머니 나이의 절반을 산 저로서는 아직 노인이 된다는 게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오지 않네요. 아이가 어른이 되듯이 젊은이가 노인이 되면 뭔가 다른 기분이 들 것 같기는 합니다만.

{할머니} 주름살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곧 늙어간다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젊은 시절에 나는 어른이 되면 분명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어서는 노인이 되면 분명 다른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나는 말할 수 있다.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14쪽)

 

{나} 저희 외할머니도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부분 병원에 간 일이나 질병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하며 점점 세상과 단절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세상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할머니} 언젠가 손녀가 전화를 걸어 나이가 드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것이 우리 삶의 크고 작은 순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말해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때 내가 생각한 것은 바로 그것(용기)이었다.(15쪽)

{나} 왜 '용기'가 필요한거죠?

{할머니} 이 용기는 분명히 가치 있는 것이다. 나이에 대한 두려움과 그로 인한 결과를 극복할 때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15쪽)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1 : 봄날은 간다

 

{나} 학창시절에 빨간 립스틱 하나가 할머니의 삶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졌고, 젊을 때는 예쁜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닐 때면 남자들의 시선을 느끼며 자신에게서 마치 빛이 나는 것처럼 느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 기분이 드세요?

{할머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를 그저 '늙은이'라는 서랍에 가두어두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서랍 안에는 '나이는 들었지만 저 분은 아주 우아하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어'와 같은 별도의 칸은 없다.(27쪽)

{나} 그 서랍 속에서 뛰쳐나오기 위해서 할머니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할머니} 육체적 노화에 대한 유일한 정답은 침착하고 위엄 있는 태도다. 또한 단지 불편하다는 이유로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수영복을 입기로 했다. 닭 날개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28~29쪽)

 

{나} 여행자에게는 낯선 세계에 대한 동경과 다양한 경험을 욕망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 중 식도락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할머니는 뮌헨에 있는 손녀를 방문할 때마다 이전까지 먹어본 적이 없는 세계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을 찾아간다고 들었는데, 그 이유는 뭔가요?

{할머니} 내 세계의 경계는 좁았지만 나는 항상 그 너머에 어떤 세상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이제 나는 늙었고 내가 가보고 싶은 나라를 더 이상 여행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러 나라의 음식은 맛볼 수 있고 거기서 상상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노인의 방랑벽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 여행을 하는 것이다.(52쪽)

{나} 다른 나라의 음식을 맛봄으로써 그 나라의 문화를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군요. 음식 여행과 같은 새로운 경험이 할머니에게 기쁨을 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할머니} 다양한 음식문화의 공존은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평화로운 시절을 유지해 왔는가를 보여준다. 전쟁의 종말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나는 언제까지나 이런 풍토가 이어졌으면 좋겠다.(54~55쪽)

 

{나}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는 평생 살면서 경험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적어두는, '버킷 리스트'라는 것이 있는데, 할머니도 그런 게 있나요?

{할머니} 내 버킷 리스트 중 로마는 언제나 우선 순위에 놓여 있다.(중략) 내가 보기에 행복은 큰 행복과 작은 행복,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큰 행복은 나에게 멋진 가족이 있고 내가 여전히 꽤 건강하다는 사실이다. 작은 행복은 인생의 좋은 순간을 맛보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것, 트레비 분수의 찬란한 빛을 보는 것, 일정한 목적지 없이 로마 거리를 어슬렁거리는 것. 저녁에 좋은 포도주를 한 잔 마시는 것.(61~62쪽) 

{나}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마친 로마 여행에 대해 만족감과 동시에 이제 다시는 로마에 오지 못할 것이라며 슬픔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할머니}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나는 작별인사를 싫어하는데 장소와 작별하는 것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모든 이별은 작은 죽음'이라는 프랑스 속담이 있다. 나는 좋아하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으로 작별의 슬픔을 위로하곤 했다.(중략) 그래도 내년에는 암스테르담에 갈 수 있지 않을까?(62~63쪽)

 

{나} 사람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 죽음입니다. 특히 나이가 든다는 건 죽음에 조금 더 가까워지는 것인데, 할머니는 죽음이 두렵지 않으세요?

{할머니} 대부분의 노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으로 가는 과정, 즉 타인의 보살핌을 받고 고통을 견뎌야 하는 일들이지 종말 자체는 아닌 것이다.(97쪽)

{나} 그래도 저는 죽음을 생각하면 두려움이 먼저 밀려오는데, 이것을 조금이나마 떨쳐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할머니}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곁에서 노인의 죽음을 겪어보는 것도 그에 대한 공포를 줄여줄 수 있다.(97쪽)

 

{나} 해가 갈수록 주변 사람들의 부고가 자주 들립니다. 장례식을 찾을 때면 고인을 애도하고 보내주는 게 삶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걸 점점 실감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훨씬 많은 장례식에 참석했을 할머니의 장례식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할머니} 장례식에 방문하는 것은 두 가지 결과를 가져온다. 첫째로 당신이 알던 바로 그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당신이 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가까운 이들에게 도움이 된다.(78쪽)

{나} 최근 '생전 장례식'이라는 걸 알게 되어 훗날 제게 그날이 가까워질 때 고려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기도 한데요. 할머니는 자신의 장례식이 어떻게 치뤄지길 바라세요?

{할머니} 장례식 잔치에서는 나에 대한 웃기는 얘기를 실컷 나누고 마음껏 웃기를 바란다. (중략)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커다란 선물이었어. 그리고 죽음은 우리로부터 그 선물을 앗아갈 수 없단다.(101쪽)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2 : 디너 포 원(Dinner for One)

 

{나} 가끔씩 늙어서 신체 능력이 떨어져 자동차 운전을 못하게 된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때마침 며칠 전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에 관한 기사를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할머니의 생각은 어떠세요?

{할머니} 나는 이제 지하 차고 내 전용 주차 공간도 포기하기로 했다. 자율 주행차 개발이 이렇게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니 나로서는 참 안타까운 일이다. 나로서는 최고의 해결책이 될 수 있었을 텐데·····.(중략) 젊은이들이여, 어서 서둘러 만들어보시게나!(196쪽)
 

{나} 수년간 알츠하이머로 고통받던 남편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됩니다.

{할머니} 돌봄은 커다란 짐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남편 울리를 요양원에 데려가기 전 육체적으로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나는 잘 기억한다. (중략) 그로 인해 내 몸은 으스러졌다. 이런 일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다.(중략) 또한 요양원을 방문하여 울리를 진정으로 돌볼 수 있게 되었다.(중략) 울리와 시간을 보내면서 눈을 맞추고 그의 말을 듣고 그가 원할 때 손을 쓰다듬어줄 수 있었다.(246쪽)

{나} 그렇다면 할머니도 훗날 요양원에 갈 의향이 있다는 말인가요?

{할머니} 내 아이들과 손주들은 자신들의 삶을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 종종 이들이 요양원을 찾아오면 나는 즐겁게 맞이하여 따뜻한 포옹을 나눌 것이다. 이것이 아침에 일어날 때 누가 나를 일으켜 세우는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247쪽)

 

{나} '향수 필터'라는 것이 나이 든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요?

{할머니} 우리의 두뇌가 무엇을 할지 몰라 방황하던 암울한 오후들은 제쳐놓고 오로지 강렬하고 아름다웠던 순간들만 기억하며 과거를 미화한다면 우리의 현재는 그것과 비교해볼 때 매우 불행할 수밖에 없다.(중략) 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 나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모든 것까지 기억하려 한다. 그것이 향수라는 필터에 걸리지 않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다.(209~210쪽)
 

{나} 나이가 들수록 과거보다 경험하는 일은 적지만 삶이 느리게 느껴진다고 들었는데, 그러한 기분이 불쾌하지 않으세요?

{할머니} 오히려 그 반대이다.(중략) 많은 사람들이 명상 수업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명상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한다. 만약 그것이 잘되지 않는다면 걱정하지 말라. 나이가 들면 저절로 그것이 이루어진다. 느린 걸음걸이가 당신의 삶의 속도를 늦추고 순간 속에서 살도록 만든다. 나이는 등록할 필요가 없는 명상 코스이다.(231쪽)

 

{나} 우편 주문용 사업자들이 노인들의 문제에 대한 해답을 카달로그 상품으로 제시한다는 의견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획일화된 옷보다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해야한다는 의미로 읽혀졌는데요.

{할머니} 늙은이가 되면 옷을 입을 때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노년에도 품위 있고 스타일리시하게 옷을 입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우리 사회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옷을 구입하는 일은 나의 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다.(254쪽)
 

{나} 할머니 세대의 남성과 여성의 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할머니의 솔직한 발언을 통해 노년의 성과 그것이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 할머니가 바라는 상대는 어떠한 사람인가요?

{할머니} 이 세상은 젊은 여성들의 아름다움에만 너무나 집중하므로 이미 수십 년 동안 나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아왔다. 게다가 일상 속에서의 부드러운 접촉도 줄어든다.(중략) 나는 침대에서 같이 곡예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다. 하지만 잠들기 전 나를 꼭 껴안고 잘 자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좋겠다.(262쪽)
 

{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맺기를 어려워하고 그로 인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여기저기서 자신을 먼저 다독이고 챙겨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도 한데요. 할머니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할머니} 이 모든 세월이 흐르고 늙은이가 된 후 나는 마침내 나 자신과 친구가 되었다. 내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내가 크니게의 책에 나오는 인물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해서 스스로를 들볶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나는 실패할 수 있다.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또한 나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다.(267쪽)

 

  대화 중에 힐끗 시계를 보던 할머니가 이제 낮잠 의식을 준비할 시간이라고 말한다. 하루 루틴 중 오후 낮잠은 할머니에게 더없는 행복을 가져다준다. 침대가 아닌 소파에 기대어 햇빛 대신 스탠드 램프를 켠 뒤 전자책을 몇 페이지 읽다가 잠드는데, 30분을 넘겨선 안된다는 철칙을 지킨다. 다음 번에는 손주들에게 보여주기로 한 앨범사진을 보며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기로 약속하고 책을 덮는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손녀가 할머니의 삶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대화가 중요한 만큼 조부모의 말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책은 전한다. 그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어린 세대는 자신이 겪거나 겪게 될 일들을 비추어 보고 참 괜찮은 조언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듦에 대한 할머니의 솔직발랄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비록 다른 공간이지만 같은 세월을 살아낸 외할머니가 불쑥불쑥 떠올랐다. 할머니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았다는 손녀의 말은 나로 하여금 더 늦기 전에 외할머니와 더 많이 대화하기를 채근하는 것만 같다. 어쩌면 외할머니가 팔순이 넘어 비로소 깨달은 것들이 나의 오래된 미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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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2 | 일일독서 2021-04-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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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2

디너 포 원(Dinner for One)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되는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해 전날에 점점 더 많은 새해 결심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175쪽, 「멋진 결심(노년에 세우는 목표) 중에서」]

 

 

  새해가 되면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을 계획하기 마련이다.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의 주인공 할머니의 말을 보면서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많은 새해 결심을 하게 되는 까닭이 무엇일인 문득 궁금해진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남은 생의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마음은 더 조급해져서 그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삶을 관조하게 된다는 말과는 대조적이라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둬야할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하면 TV방송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방영되는 『나홀로 집에』를 빼놓을 수 없다. 꼬마 소년 케빈과 2인조 도둑의 숨막히는 추격전은 언제봐도 즐겁고 유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독일에 사는 할머니 역시 새해 전날 멋진 결심을 세우는 동시에 TV로 매년 보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디너 포 원>이다. 젊은 시절부터 알고 지낸 두 사람이 어느덧 노년이 되었고, 그동안 곁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 이제는 둘만 남은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영화 제목에서 유추해보자면, 한 사람을 위한 만찬이 겉으로는 집사가 부인을 시중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두 사람 모두 각자에게 소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고 있음을 표현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번 새해 전날은 느긋하게 보낼 것이다. 보통 새해 전날 저녁에 나는 옷을 차려입는 편인데 번쩍걸리는 요란한 드레스보다는 옆이 길게 트인 짙은 청색 드레스 차림을 선호해왔다. 올해는 운동복 바지를 입을 것이다. 그리고는 TV로 <디너 포 원>*을 볼 것이다. 이 영화는 그 자체로 새해 전야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1963년에 처음 상영된 이 영화를 나는 매년 보는데 집사가 꽃병에 담긴 술을 마실 때마다 나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다.

[179~180쪽, 「멋진 결심(노년에 세우는 목표) 중에서」]

 

* 독일인들은 12월 31일 , 이른 저녁부터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며 집사 제임스의 우스꽝스러운 말과 행동에 폭소를 터뜨린다.

 

 

 

[출처 : Dinner for one - original with Freddie Frinton and May Warden, https://www.youtube.com/watch?v=BN9edpdCH7c]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공저/이덕임 역
미래의창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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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1 | 일일독서 2021-04-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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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1

봄날은 간다

 

 

그 코트를 입을 수 있는 따스한 봄날이 나에게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겠다. 이는 나에게 앞으로 남아 있는 봄날이 얼마나 되는가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때 나에겐 삶이 끝없는 나날의 연속처럼 보였다. 이제 더 이상 그렇지 않다. 내 앞에 남아 있는 날들은 이제 어느 정도 헤아릴 수 있을 만큼의 숫자로 줄어들고 있다.

[19쪽, 「나는 아직도 필요한 것이 많은가?(노년의 쇼핑)」 중에서]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는 손녀(도로테아 바그너)가 팔순을 넘긴 할머니(메흐틸트 그로스만)의 나이듦에 관한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젊었을 때라면 망설임 없이 코트를 계산하고 말았을텐데 요즘은 망설이게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지금 이순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자신이 죽고 나면 버려질 것이 분명한 물건들이기에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패드, 핸드백, 보석과 같은 물건들은 자신이 죽은 후에도 입지 못할 옷과는 달리 그 주인을 쉽게 찾을 거라고 유쾌하게 얘기한다. 결국에 그녀는 '내 인생에도 봄날이 필요해.'라고 외치는 마음의 소리를 따라 옷가게로 달려가 자줏빛 코트를 입어본다.

  봄날은 간다. 올해의 봄날도 가고 있다.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의 봄날은 가고, 또 다시 온다. 저마다의 인생에도 봄날은 필요하다. 앞으로의 봄날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른다 하여도.

 

 

봄날은 가네 무심히도

꽃잎은 지네 바람에

머물 수 없던 아름다운 사람들

....

봄은 또 오고 꽃은 피고 또 지고 피고

아름다워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

....

김윤아, 『봄날은 간다』중에서

 

 

[출처 : [EBS 스페이스 공감] 미방송 영상 김윤아 - 봄날은 간다, https://youtu.be/ZoCvT9A-HI4]

 

 

늦게라도 시작하는 게 훨씬 낫지

메흐틸트 그로스만,도로테아 바그너 공저/이덕임 역
미래의창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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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루틴을 위하여 | 단상(혹은 일상) 메모 2021-04-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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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루틴을 위하여

 

 

  <루이의 특별한 하루>를 보고 나서 일상과 루틴에 대하여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평일에는 아이나 어른 모두 자기만의 생활공간에서 일과를 보낸다. 그러다가 주말이 오면 어김없이 이 곳을 찾게 된다. 바로 동네 어린이 도서관이다. 한지붕 두 소녀 가운데 큰 소녀는 2층에서 그림책 대출의 임무를 수행하고, 난 작은 소녀와 함께 1층 실내 놀이터에서 노는(?) 일을 담당한다. 봄꽃수집가의 특별한 하루가 담긴 사진을 그러모아 본다. 

 

 

 

 

  지난 주에는 4월을 맞아 2층에서는 '비밀의 책'이라는 지역 어린이를 위한 작은 이벤트가 진행중이었다. 매주 도서관에서 추천하는 스무 권의 책 중 한 권을 빌리면 커다란 꽃 풍선을 선물로 주는 것이다. 말 그대로 포장지에 둘러쌓인 책은 빌리고 난 뒤 끌러서 확인할 수 있는데 아이디어가 참 좋은 것 같다.

 

 


 

 

 

 

  1층에서는 다양한 팝업북을 전시해놓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매 주 오면 펼쳐보던 『오즈의 마법사』는 현재 대출중이라 이번 콜렉션에는 빠져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신이 나서 이 책 저 책 펼치고 넘기며 신기해하는 눈치다. 내 시선을 사로 잡은 팝업북은 다름 아닌 『모비딕』이었다. 모비딕을 찾기 위해 애이햅 선장과 선원들이 피쿼드호를 타고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이 입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집에서 찬찬히 살펴보고 싶었으나 이미 대출리스트가 정해진 관계로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렸다.

 


 


 

 

 

 

  오늘은 주차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 도서관 아래 작은 공원 근처에 차를 대놓고 나와 작은 소녀는 공원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놀며 큰 소녀를 기다렸다. 작은 소녀는 집에서나 밖에서나 한시도 양(이라고 쓰고 멍멍이라고 읽어야 한다)을 놓지 않는다. 지난 번에 사랑님께서 선물해주신 바로 그 멍멍이다! 5월에도 어린이 도서관에서의 특별한 루틴을 차곡차곡 쌓아나갈 것임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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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으로의 초대 - [루이의 특별한 하루]를 아이와 함께 보고 읽고 | 그.리.고(그림책 리뷰 창고) 2021-04-24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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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루이의 특별한 하루

세바스티앙 무랭 글/박정연 역
진선아이 | 2021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늘 반복되는 하루를 보내는 아이에게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줘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일상 혹은 루틴에 대해서도 다양한 상상을 하게 만드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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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일상으로의 초대

<루이의 특별한 하루>를 아이와 함께 보고 읽고

 

 



 

 

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이를 닦자 윗니 아랫니 닦자
세수할 때는 깨끗이 이쪽저쪽 목 닦고
머리 빗고 옷을 입고 거울을 봅니다
꼭꼭 씹어 밥을 먹고 가방 메고 인사 하고
유치원에 갑니다 씩씩하게 갑니다

『둥근 해가 떴습니다』

 

 

  저희 아이는 동요 『둥근 해가 떴습니다』를 좋아합니다. 반주에 맞춰 한껏 목청을 높여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신통방통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에 그림책 한 권을 보고 나서 이 노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눈을 떠서부터 유치원에 가기 전 준비과정, 유치원에서의 생활까지 아직 어린 아이가 소화해내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만, 점점 청소년과 어른의 무한반복되는 생활을 예습하고 있는 것만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림책 <루이의 특별한 하루>에는 여느 어른 못지 않게,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꽉 짜여진 시간표 위를 묵묵히 걸어나가는 '루이'라는 아이가 나옵니다.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맞는 아침 풍경이 루이에게는 그리 즐거워 보이지 않습니다. 간단한 식사 후 고양이 세수를 하고 학교에 다녀온 루이의 일과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에 혹여나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예체능(피아노와 테니스)과 제2외국어(중국어)까지 꼼꼼하게 익혀둬야 합니다.

 

 

  루이는 늦은 저녁이 되고서야 샤워와 식사(오늘 저녁은 루이가 가장 좋아하는 송로버섯 파스타이군요!)를 하며 고단한 몸을 달래줍니다. 일 때문에 파푸아뉴기니에 있는 부모님과의 영상 통화를 끝으로 고된 하루가 끝이 납니다. 오늘밤도 루이의 지치고 슬픈 마음은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듯합니다. 

 

 

  다음날 아침, 오늘따라 하루의 시작이 더 힘들게만 느껴지는 루이입니다. 학교 앞에 도착할 때쯤 루이를 태운 리무진이 부릉부릉 소리를 내며 방향을 돌립니다. 우회전, 좌회전, 커브, 쭉 직진! 

 

"루이, 오늘은 숲속 학교야!"

 

  이 목소리의 정체는 바로 엑토르 아저씨입니다. 그는 루이 가족이 사는 저택의 일등 집사이자, 언제나 루이의 곁을 지켜주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백미러로 루이의 슬픈 눈빛을 알아챈 엑토르 아저씨는 루이에게 '특별한 하루'를 선사하기 위해 열대 식물원으로 자동차를 돌린 것입니다. 

 


 

둘은 유리로 된 식물원 안으로 들어갔어요. 

흙은 따뜻했고 공기는 촉촉했어요.

마치 열대 정글처럼 말이죠.

루이는 흙 내음과 열대 꽃들의 향기를 맡았어요.

 

  루이는 식물원이 엑토르 아저씨에게 아주 익숙한 공간 같다고 생각합니다. 엑토르 아저씨도 루이처럼 답답하고 힘들 때면 이곳을 찾아 몸과 마음을 달랬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엑토르 아저씨는 루이에게 온갖 식물과 나무, 꽃들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그들과 하나되고 또 함께 노는 법들을 알려줍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나무 위에서 한 발로 균형을 잡고 서는 법'을 저도 아이에게 알려주고, 둘이 함께 베란다 화단 위에서 연습해봅니다. 위험하니까 어서 내려오라는 아내의 말은 잠시 못들은 걸로 합니다.

 


 

  루이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만큼 감탄하며 엑토르 아저씨가 모험가처럼 보입니다. 계속되는 두 사람의 모험이 궁금한 분들은 직접 책에서 확인해보거나, 식물원에서 어떻게 모험을 할 수 있을지 직접 상상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바탕 신나는 모험을 끝내고, 엑토르 아저씨는 루이에게 바닥에서 주운 씨앗 세 개를 선물로 줍니다. 그리고나서 둘은 곧장 집으로 돌아와 작업을 시작합니다.

 


 

 

 

  며칠 전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상추씨가 불현듯 떠올라서 저도 아이와 함께 화분에 흙을 담고 씨앗을 심은 뒤 물을 뿌려줍니다. 이제 싹이 나오길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루이와 엑토르 아저씨는 피곤했는지 기다리다 잠이 들었고, 밤이 지나 다시 아침이 밝습니다. 과연 두 사람의 눈 앞에는 어떠한 광경이 펼쳐질까요?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한 분들을 위해 힌트(라 쓰고, 그림책의 물성(구성)'이라고 읽겠습니다.) 하나를 보여드립니다. 책표지 가운데 동그란 구멍이 있고 그 뒤로 루이와 엑토르 아저씨가 서 있습니다. 책장을 넘기면 공간이 바뀌게 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이렇게 책장을 여닫는 놀이를 하며 연신 즐거워하고 신기해한답니다.

 


 

  일상, 이 두 글자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뜻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날마다 반복되는 지겹거나 혹은 힘겨운 하루로, 또 어떤 사람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시간이자 허투루 보낼 수 없는 하루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림책 속 루이와 엑토르 아저씨의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잊고 살았거나 놓치고 있던 것들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아울러 요즈음 '루틴'에 관한 이야기도 종종 듣곤 합니다. 그저 날마다 반복되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 삶의 의미를 더해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그림책의 제목이기도 한 '루이의 별한 하루'에서 루의 초성 'ㄹ'과 특의 초성 'ㅌ'을 떼어내어 재조합해보면 '루틴'이라는 낱말이 만들어집니다. 어쩌면 이 그림책에 숨겨진 또 다른 메시지가 "긍정적 루틴을 만들어라"는 아닐런지 모르겠습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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