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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의 이면저면을 알고 먹는다면 - [1일 1면식]을 읽고 | 마흔의 서재(수리중) 2021-06-2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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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일 1면식

길정현 저
빈티지하우스 | 2021년 06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다양한 면(麵)의 여러 면(面)을 들여다봄으로써 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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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의 이면저면을 알고 먹는다면

<1일 1면식>을 읽고

 

 


 

 

[면식전]

 

  날마다 밥심으로 살아간다. 그럼에도 면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끼니를 밥이 아닌 면으로 때우는 면식 수행(麵食遂行)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름에는 더운 날씨 탓에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먹는 일이 쉽지 않다. 이럴 때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고 맛도 좋으며 설거지 거리도 줄일 수 있는 게 바로 '면'이다. 특히 오른손이나 왼손, 혹은 두 손으로 비벼 먹는 비빔면의 매콤달콤함을 애정한다. 자칫 맛이나 모양새가 심심해질 수도 있기에 매 때마다 오이, 열무, 양배추, 사과, 배, 씻은 김치, 미역 등을 곁들이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지금껏 면에 진심이라고 자부해온 나와 일면식(一面識)도 없던 저자가 1일 1면식(一麵食)을 권한다. <1일 1면식>은 국수 한 가닥을 건져 올려 입 속으로 가져가기 전, 면발에 고루 밴 인문학 이야기를 음미해본다면 그 맛이 배가 되리라고 말하는 책이다. 개인의 소소한 일상 같은 담백한 맛에서부터 한 사회의 시대상과 문화사 같은 깊은 맛까지, 국수 한 그릇에 우러난 면에 관한 이야기를 후루룩 맛보려 한다.

 

 

차림표(차례)

     칼제비 / 라면 / 잔치국수 / 차오멘 / 팟타이 / 냉모밀     

쌀국수/ 막국수 / 소면 / 우동 / 콩국수 / 잡채

탄탄면 / 중화냉면 /컵라면 / 쿠스쿠스  / 짜장면

냉면 : 그지없이 고담하고 슴슴한 기억의 맛

떡볶이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빨간 맛

파스타 : 먹는 것이 바뀌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우울할 땐 울면, 짜증날 땐 짜장면"은 아재 개그라기보다는 과학이다. 이는 "맛있는 걸 먹어서 기분이 풀렸어" 같은 애매한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탄수화물이 우리의 두뇌에 부리는 마법에 대한 이야기임을 이제는 이해하셨으리라.

(12쪽, 프롤로그 중에서)

 

 

[면식중]



(41쪽, 「잔치국수」)

 

  조선시대 풍속화가라고 하면 단원 김홍도나 혜원 신윤복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작품의 수나 주제의 다양성 면에서 이들을 압도한 기산 김준근을 국수 덕분에 처음 알게 된다. 그림처럼 눌러서 면을 뽑는 방식을 '압면'이라 부르며 압면으로 뽑은 국수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냉면이다. 잔치국수는 압면이 아니라 반죽을 길게 늘여서 막대기에 감아 당기면서 만들어내는 방식이지만, 어떤 면이든 그 면을 뽑고 삶아내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국수는 잔칫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긴 국수 가락처럼 오래도록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낸 것이 바로 잔치국수이다. 그동안 결혼식 뷔페에서 불어터지고 서로 엉겨붙어 돌이 된 국수를 보면서 썩 내켜하지 않았던 저자도, 이제는 그 또한 둘이 꼭 붙어 떨어지지 않고 단단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꺼이 먹고 있다.

 


(46쪽, 「잔치국수 : 행복을 빌어주는 마음」)

 

  잔치국수로 애용되는 소면의 이름에는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다. 하얗다, 소박하다 등의 뜻을 지닌 '소(素)'자를 쓰는 소면을 하얀 국수와 소박한 국수 중 어떤 걸로 불러야할지 헷갈린다. 또한 소면(小麵)이 아님에도 마트에 가면 중면(中麵)이 있다보니 그 다음 두께의 면인 대면(大麵)을 찾으려고 하면 그것은 또 없고, 대신 왕면(王麵)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현재 단종되었다고 한다. 소면보다 더 얇은 세면(細麵)은 아직 나온다는 사실은 덤으로 알게 된다.

  소면은 고기붙이를 넣지 않은 국수를 일컫는데, 저자는 일본식 소면에서 딸려온 의미는 아닐지 조심스레 추측한다. 일본의 소면은 그대로 삶아내어 차가운 쯔유 국물에 찍어 먹는 방식으로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본래의 것'이라는 '소(素)'자의 또 다른 뜻에 주목한 것이다. '가족'보다는 밥상 공동체, 즉 '식구'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 영화 『어느 가족』에도 소면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일상적이고 평범하게 식구들과 함께 먹는 소면이 지닌 의미를 재발견하게 된다.

 

(106쪽, 「소면 : 밥상 공동체를 위한 소박한 위로」)

 

 국수는 제면 방식에 따라 납면, 소면, 압면, 절면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절면 가운데 밀가루 반죽을 대패질하듯 칼로 깎아낸 도삭면이 있다. 저자는 중국식 볶음면인 차오멘(炒麵)으로 도삭면이 잘 어울린다고 말한다. 열 번도 넘게 본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도 차오멘이 등장한다. 오래된 연인인 남녀 주인공이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종이 상자에 담긴 차오멘을 다 먹고 난 뒤, 빈 종이 상자와 일회용 나무젓가락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장면을 통해 저자는 차오멘을 둘의 관계를 암시하는 장치로 본다. 영화 속 도삭멘이 생각나서 한 접시를 뚝딱하고 식당을 나와 주차된 차를 빼다가 그만 타이어가 터져버린 어느 날, 가차 없이 찢겨져 나간 고무 조각이 조금 전 자신이 삼킨 도삭면의 가장자리를 꼭 빼닮았다고 회상하는 저자를 보면서 과연 면식가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58쪽, 「차오멘 : 기억 외에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더 큰 힘」)

 

  차오멘이(우육면은 책에서 다루지 않았기에) 중국을 대표한다면, 팟타이는 태국의 국민 면 요리라고 부를 수 있다. '팟'은 '센 불에 볶다', '타이'는 '태국'을 뜻하는 이름에서부터 태국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일찍이 태국은 프랑스, 영국, 일본, 미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대나무 외교를 펼쳐왔는데, 1970년대에 들어서며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의 나라들이 공산주의로 돌아선 시기에도 태국은 친미 노선을 강화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이뤘다. 태국의 이러한 태도는 팟타이, 즉 '태국볶음'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간장 대신 피시 소스로 간을 하고, 설탕 대신 팜슈가로 단맛을 내고, 식초 대신 타마린드즙으로 신맛을 내고, 고기 대신 새우를 쓰는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형한 조리법을 통해서 수용하고 흡수하되 그대로 베끼지 않고 자신만의 노선을 추구하는 태국이란 나라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저자의 해석이 퍽 흥미롭다.

 

(70쪽, 「팟타이 : '다움'에 대하여」)

 

  서평을 쓰고 있는 오늘 오후 점심 메뉴는 냉모밀이었다. 모밀은 메밀의 사투리로 표준어는 메일이라고 한다. 메밀 하면 자연스레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필 무렵》 속 한 문장이 떠오른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모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책에 따르면 처음 소설이 발표되었을 때는 《모밀꽃 필 무렵》이었으나, 모밀이 메밀의 사투리라는 이유로 문학적 허용이 되지 않은 채 제목과 내용에 쓰인 모밀이 모두 메밀로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메밀꽃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된 이유로 드라마 <도깨비>를 들 수 있다. 드라마를 두 번이나 정주행했으면서도 극중에서 김신과 지은탁이 처음 만났을 때 김신이 들고 있던 꽃다발이 메일꽃다발이었다는 것을, 둘이 사랑의 서약을 주고받으며 부부의 연을 맺은 곳 또한 메밀꽃이 만개한 메밀밭이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전해지는 설화에 따르면 도깨비가 소화가 잘 되는 메밀묵을 광적으로 좋아해 도깨비를 모시는 제사상에 메밀묵을 올렸다고 하니 도깨비 김신에게 메밀이 각별한 존재임을 이해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82쪽, 「냉모밀 : 변하지 않을 그 밤의 정경과 분위기」)

 

[면식후]

 

  책 말미에 지금까지 살면서 여러 시련에도 면 사랑을 멈추지 않은 저자가 임신성 당뇨 진단을 받고 면식 생활에 최대 고비를 맞았던 순간이 나온다. 수소문 끝에 저자가 찾은 방법은 면을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를 찾고 그와 궁합이 맞는 조리법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체 면식'을 통해 건강은 물론, 여태껏 자신이 좋아해온 것이 어쩌면 밀가루가 아니라 면의 식감과 비교적 간단한 조리법, 그리고 적은 양의 설거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깨달음도 덤으로 얻게 된다.

  책을 덮으며 불현듯 '면을 먹고 나면 금방 배가 꺼진다'는 말이 생각났다. 밥과 달리 함께하는 반찬의 가짓수가 적다보니 포만감도 덜하고 영양적으로도 충분하지 못하다는 뜻이리라. 조금 다른 관점에서 볼 때, 몸속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1일 1면식>이 소화되는 과정이라면 또 다른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몸 속에서 면이 소화되면 활동 에너지가 생기듯, 머릿 속에서는 다양한 면(麵)의 여러 면(面)을 들여다봄으로써 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면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이 책을 읽기 전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절대 공복이나 잠들기 전 시간대는 피하길 바란다. 눈으로 면을 읽다보면 어느새 입안에 도는 침과 뱃속의 출출함으로 독서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을테니까 말이다. 아무튼 서평을 마쳤으니 이제 냄비에 물을 올려볼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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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면식 #3 | 일일독서 2021-06-29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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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1면식 #3

파스타 : 먹는 것이 바뀌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225쪽, <1일 1면식>)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은 현실의 열등감을 과거 로마 시대의 찬란한 전통에 기대 정신승리를 하는 데 그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에 미래주의 수장이었던 마리네티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하기 위해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을 모두 없애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더니, 1930년에는 삶을 통째로 바꾸기 위해서는 먹는 것부터 달라져야 한다며 《미래주의 요리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224쪽)

 

  흔히들 이탈리아 하면 파스타, 파스타 하면 이탈리아를 떠올린다. 20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아방가르드 사조 중 하나인 '미래주의'가 주도한 '파스타 추방운동'이 있었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미래주의는 현대화된 도시와 기계 문명을 찬양하며 과거와 전통에서 벗어나자고 주장한 급진적인 사조라고 한다.

  《미래주의 요리책》에 따르면 파스타는 씹지 않고 삼키는 음식이라 췌장과 간의 소화기능에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해 장기간의 균형이 깨져 사람들을 노곤함과 무력감에 빠지게 만들기 때문에 이탈리의 발전을 방해하는 주범이다. 즉 먹는 음식이 달라지면 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이해하기 힘든 주장이지만 일본에서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이 퍽 흥미롭다.

  메이지 유신을 겪으며 근대화에 발을 내딛은 일본은 서양인들처럼 고기를 주식으로 하면 그들처럼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국가가 나서서 육식을 권장했다고 한다. 오랜 세월 일본인들은 밥을 주식으로 해왔기에 서양 요리들을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스타일로 변형하였다. 이를테면 프랑스의 오믈렛을 오므라이스로, 독일의 슈니첼을 경양식 돈가츠로, 영국의 카레를 카레라이스나 하야시라이스로 응용한 것이 그러하다.

  파스타의 운명은 20세기의 이탈리아에서와 달리,  21세기의 우리나라에서는 대중화에 성공하여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면요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른다. 불현듯 2010년 파스타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 『파스타』 속 「운명」이라는 삽입곡이 떠오른다. '맛있는 사랑을 요리하는 드라마'라는 부제처럼 영상을 통해 파스타의 세계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렸던 기억과 함께.

 

 

[출처 : Pasta OST:운명 命運, https://youtu.be/bIItJV6T8sM]

 

 

1일 1면식

길정현 저
빈티지하우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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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면식 #2 | 일일독서 2021-06-28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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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면식 #2

떡볶이 :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빨간 맛

 

 

(194쪽, <1일 1면식>)

 

 

(조선시대에) 신당동은 시신이 성 바깥으로 빠져나와 가장 먼저 마주하는 동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위치에 있었기에 자연히 묘지도 많았고 죽음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어 귀신이 많은 동네이니 자연히 무당집도 많았다.(192쪽)

 

  언제부턴가 서점가에는 떡볶이에 관한 책들이 많아졌다. 맛있는 떡볶이 만드는 법에서부터 외롭고 힘들 때 찾게 되는 소울푸드로서의 떡볶이 예찬론까지, 떡볶이는 뭇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별미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저자는 떡 혹은 면, 아니면 '떡 면'인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떡볶이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도 찾아낸다.

  책에 따르면 100여 년 전 신당동은 동네에 무당집이 많아서 '신당'의 한자를 '神堂'로 썼다. 신당동의 이미지를 지금처럼 바꿔놓은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빨간 떡볶이를 개발하고 '신당동 떡볶이'라는 고유명사를 만들어낸 마복림 여사이다. 떡볶이 맛의 비결에 대해 "아무도 몰러, 며느리도 몰러"라고 답하던 그의 유행어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DJ DOC가 부른 『신당동(허리케인 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가 떡볶이를 좋아한 이유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출처 : DJ DOC 신당동 (허리케인 박), https://youtu.be/Py5a1AUlvXg]

 

 

1일 1면식

길정현 저
빈티지하우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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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면식 #1 | 일일독서 2021-06-2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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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면식 #1

냉면 : 그지없이 고담하고 슴슴한 기억의 맛

 

 

(116쪽, <1일 1면식>)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굴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국수」中

 

 

  저자는 일요일마다 온가족이 모여 즐겨 먹었던 인스턴트 냉면에 대한 추억을 떠올린다. 여기서 냉면의 감칠맛이 감성이나 추억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글루탐산, MSG 조미료와 같이 과학적으로 실재하는 맛임을 알려준다. 냉면 이야기는 백석 시인의 시로 마무리된다. 이 시에 나오는 국수가 평양냉면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시인이 국수를 통해 가족에 대한 향수를 표현했음을 저자는 짚어준다. 혼자 먹는 음식이 아니라 함께 나눠 먹는 음식이 바로 국수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더위를 날려줄 냉면(冷麵) 한 그릇과 함께 들으면 더없이 좋은 노래 한 곡이 떠오른다. 2009년 여름, 무한도전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에서 명카드라이브가 부른 『냉면(冷面)』이다. 노랫말을 듣다 보면 시원한 '면'발과 차가운 '면'상이 절묘하게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여름은 더우니까, 아무튼 냉면!

 


 

[출처 : 냉면(명카드라이브박명수,제시카,E TRIBE), https://youtu.be/fMvMarhwpJs]

 

 

1일 1면식

길정현 저
빈티지하우스 | 2021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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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말들 | 타자의 말들 2021-06-26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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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의 말들

 

 

  지난 봄 김훈 작가의 <개>라는 소설을 알게 되었다. 2005년에 쓴 글을 고쳐 써낸 것인데, 개정판을 읽기 전에 첫판을 먼저 만나 보았다. 공교롭게도 아이의 추천(?)으로 이수지 작가의 <강이>라는 그림책을 보고 여운이 가시지 않은 때라 더욱더 <개>가 궁금했다. '보리'라는 개가 견(犬)지적 시점 혹은 전지적 개의 시점으로 견생(犬生)을 풀어낸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겠다.

  개정판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저자가 글을 고쳐 쓰면서 '들뜬 기운을 걷어내고, 거칠게 몰아가는 흐름을 가라앉혔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다. 첫작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일 역시 책이 가져다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보리의 첫사랑인 '흰순이'가 맞게 되는 결말 부분에서 들뜨고 거칠었던 서사가 이번에는 잔잔하고 부드럽게 그려진 게 눈에 띈다. 둘 다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에 우열을 논하고 싶지는 않다.

  보리와의 만남은 그들만의 삶과 세상에 대해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보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오늘날 반려동물의 시대를 사는 뭇사람들에게 저마다의 깨달음과 울림으로 전해지리라 생각한다.

 

 

  개의 공부는 매우 복잡하다. 개는 우선 세상의 온갖 구석구석을 몸뚱이로 부딪치고 뒹굴면서 그 느낌을 자기 것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눈, 코, 귀, 입, 혀, 수염, 발바닥, 주둥이, 꼬리, 머리통을 쉴 새 없이 굴리고 돌려가면서 냄새 맡고 보고 듣고 노리고 물고 뜯고 씹고 핥고 빨고 헤치고 덮치고 쑤시고 뒹굴고 구르고 달리고 쫓고 쫓기고 엎어지고 일어나면서 이 세상을 몸으로 받아내는 방법을 익힌다.(28~29쪽)

 

 

  신바람은 개의 몸의 바탕이고 눈치는 개의 마음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보는 사람을 치사하고 비겁하게 여기지만 그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람들도 개처럼 남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한다. 남들이 슬퍼하고 있는지 분해하고 있는지 배고파하고 있는지 외로워하고 있는지 사랑받고 싶어 하는지 지겨워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척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31쪽)

 

 

  사람들은 개처럼 저 혼자의 몸으로 세상과 맞부딪치면서, 앞다리와 뒷다리와 벌름거리는 콧구멍의 힘만으로는 살아가지를 못한다. 나는 좀 더 자라서 알았다. 그것이 사람들의 아름다움이고 사람들의 불쌍함이고 모든 슬픔의 뿌리라는 것을.(48쪽)

 

 

  나에게는 현재의 주인이 영원한 주인이다. 주인이 가끔 바뀔 수도 있는데, 어떻게 지금의 주인이 영원한 주인일 수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개의 마음을 모르는 자들이다. 개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일 뿐이다. (중략) '영원'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인데, 개들의 나라에서 '영원'이라는 말은 한 주인 곁에 끝까지 눌어붙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현재의 주인을 향한 마음이 '영원'하다는 뜻이다.(65~66쪽)

 

 

  사람들은 구두가 낡으면 헌 구두를 내버리고 새 구두를 사 신지만 개들은 발바닥 굳은살을 도려내고 새 살을 붙일 수가 없다. 굳은살은 한 벌뿐이다. 등산화도 축구화도 조깅화도 장화도 군화도 없다. 그래서 내 발바닥 굳은살은 이 세상 전체와 맞먹는 것이고 내 몸의 모든 무게와 느낌을 저장하고 있는 것이다. (102쪽)

 

 

 

김훈 저
푸른숲 | 2005년 07월

 

김훈 저
푸른숲 | 2021년 04월

 

강이

이수지 글그림
비룡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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