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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 삶의 파노라마, 이 시대 최고의 소설! | 소설,시 2007-12-26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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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코끼리에게 물을

새러 그루언 저/김정아 역
두드림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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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에 휩쓸려 지난 인생의 모습이 그대로 내 몸에 쌓여 탄력 없는 노쇄한 피부와 윤곽이 허물어진 얼굴을 바라보는 그 때에 떠오르는 뚜렷한 하나의 삶의 줄거리는 어떤 것일까? ‘새러 그루언’이 쫒았던 1930년대 미국의 서커스단속에서 강렬하고 매혹적인 삶의 파노마라와 애틋한 낭만, 쓸쓸히 사라진 인생의 이면에 대한 공감이 형성된다.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의 흐름, 치밀한 짜임과 섬세한 묘사, 강요되지 않는 감정이입, 그리고 작품전체에 스며있는 주제의식, 완벽하다 할 정도의 최고 소설이라 찬사를 보냄에 주저할 길 없는 작품이다.

70세의 아들을 비롯해 5남매를 둔 93세의 노인‘제이콥’에 대한 사고의 패턴과 과거에 대한 회상이 이처럼 진실 되게 그려 질 수 있을까, 나이 들어 타인에게 보내는 비틀린 표현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진정함에 대한 그리움, 마냥 가까이 느껴지는 젊은 날의 영상들, 풋내기 청년에 드리워진 삶의 굴곡과 다가온 숨 막히는 사랑 앞에서의 전율...

삶이란 것에 어쩔 수 없이 부딪혀 그 앞에 펼쳐지는 우여곡절에서 한 참이나 시간이 흐른 뒤 바로 그것이 생의 행복이고 축복이었음을 깨닫는 것 아닐까? 살아있다면 그 한참이 50세가 60세가, 70세가 아니 80,90세가 되어있을 때 우리는 감히 사랑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추악한 서커스단장‘엉클 앨’과 포악한‘오거스트’가 있는 <벤지니 형제 서커스단>이 ‘제이콥’의 찬란한 추억으로 어느덧 소중하고 친밀감 어린 언어로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소녀 코끼리‘로지’의 고난과 소통의 교감, 서커스단의 화려함 속에 묻혀져 있는 인간 군상들의 애환, 사랑스런 여인‘말레나’와의 절박하고 격정적인 사랑이 대서사시를 무색케 한다. 작품속의 이들의 묘사는 그대로 한 장면씩 스크린에 영사되는 듯, 손에 닿을 듯 가깝다. 동물단장‘오거스트’의 아내‘말레나’와의 그 떨리는 스칠 듯 한 첫 키스, 폭풍속의 긴장감 같은 두려움속의 애절함이 이루어내는 격정적 사랑의 몸짓은 문학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예술표현의 극치이다.

머리가 허옇게 샌 아흔세살의 ‘제이콥 얀콥스키’, 큰아들‘사이먼’이 자신을 찾아오던 날을 잊었다. 그가 꼭 보리라 다짐했던 그 날의 서커스는 보고야 말리라. 더없이 소중했던 그 날들의 또렷한 상실감과 분노, 그리고 사랑, 아내와 아이들의 시끌벅적한 일상이 밝게 지나간다. 이 느낌이 어떤 수사(修辭)로 표현 될 수 있을까?

‘새러 그루언’이 빚어낸 이 문장들에는 인생의 진정함이 빼곡히 묻어있다. 한 웅큼씩 마음에 꼭 쥐고 갈 그런 추억이 우릴, 우리의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최고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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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기술에는 보다 신중하고 균형된 시각 필요해 | 인문,사회 2007-12-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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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을 뒤흔든 최대 역모사건

신정일 저
다산초당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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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를 전후한 조선조 역사에 대한 많은 저술들이 출간되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우리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는 측면,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로 인한 다양한 역사적 시각들을 통해 균형 잡힌 사관(史觀)을 사유케 한다는 긍정적 인식을 환영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저술자들의 식견이나 전문성, 연구자세에 따라 여과 없이 근본적 곡해가 출간되는 것을 볼 때 무시할 수 없는 안타까움도 한 측면이 랄 수 있겠다.

이 저술의 의도는 다분히 이데올로기에 집착한 한 인물의 영웅 만들기와 사료의 선택적 사용을 통한 불균형의 시각이 또 하나의 혼란스런 참고 사료가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다만, 당시 조선조 사회의 많은 인물들에 대한 다채로운 평가와 해석이 한 측면에서의 바라봄일 수 있다는 정도에서 유익하다.

기축옥사의 발단인 정여립 사건을 조명함에 있어 역모가 사실이니 서인에 의해서 조작된 사화로서 인식하여야 하느니는 별론으로 하고서라도 정여립을 ‘민주공화정’을 시도한 인물로서 대동계를 그 주장의 배경으로 하는 것에는 다소 미흡한 무엇이 있다. 즉, 민주와 공화정에 대한 의미를 다분히 왜곡 할 수 있으며, 대동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이고 근원적인 이해가 요구된다 할 수 있겠다.

이 저술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의 설명에 있어 당시 서인들에 의해서 작성된 내용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듯하다. 또한 동인측의 저술들이 부분적으로 활용되고는 있으나 서인들의 그것에 직접적으로 대응하는 저술들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의미에서 첨예하게 대립되어 상대의 붕당을 1,000여명이나 죽음으로 내몬 당쟁의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변론을 위해 윤색하고 조작한 내용에 근거하는 것은 역사의 균형성을 심하게 해칠 수 있다는 점이다.

율곡의 십만 양병설은 이미 많은 사학자들의 연구에서 근거 없는 내용임이 정설로 이해되고 있음에도 신정일은 그대로 율곡의 충정과 선견지명으로 이야기하는 오류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유성룡에 대한 인물평에 있어서도 서인들 및 북인의 저술을 중심으로 편향된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조일전쟁(임진년 일본의 침략)이 발발하자 천박한 임금 선조의 도망과 이에 야합한 서인들의 각색된 언어를 빌려 백성이 경복궁을 불태웠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그대로 기술하고 있기도 하다.

근자에 출간된 이이화의 ‘역사’, 이덕일의 ‘설득과 통합의 리더 유성룡’, 박은봉의 ‘한국사 상식 바로잡기’에 기술된 동시대의 상황과 인물에 대한 해석이 각기 양극단을 보여주고 있음을 볼 때 역사의 균형적 시각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하여준다. 율곡을 수장으로 정철, 송익필등 서인의 사악하고 파렴치한 상대방의 대학살은 실로 끔직한 대 사건임에 틀림없다. 조선실록중 유일하게 수정실록이 편찬될 정도로 그 역사의 곡해가 심한 사료도 없다. 바로 서인들에 의해 의도되고, 조작되어 진실성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러한 사료들의 사실성에 대한 보다 정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자칫 이들만이 역사적 진실인 듯 기술할 경우 그 곡해의 책임은 누구일지 자못 의심스러울 수 있다. 주자의 교리에 맹목적, 교조적 권위를 가지고 자신들의 학풍이란 어줍지 않은 세력싸움에서 시작된 붕당의 시초에 율곡이 있다. 율곡에 대한 역사적 재 평가와 인식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그는 서인의 수장이었다. 정여립은 바로 그러한 서인들과 자신의 존위에 좌불안석이었던 선조와의 음험한 제휴의 제물이었을 뿐이다.

여기에 기축옥사는 전라도 지방의 소외가 시작된 역사적 뿌리라며 새삼스러이 지역의 분할을 부추기는 선동적이고 구태의연한 민중의 봉기를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접근이 아닐 수 없다고 판단된다. 보다 신중하고 명료한 사적 근거와 균형성, 진실성, 전문성에 입각한 저술로 다시 태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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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보편적 의지에는 미치지 못해... | 소설,시 2007-12-2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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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스라엘, 작품 속의 시대인 히브리인 들의 국가와 그들이 갖는 삶과 세계에 대한 시선을 접하는 것은 낯설고 생경한 느낌이다. 유대와 이슬람, 그리고 기독교로 대변되는 서구로만 인식되는 그들의 세계관과 종교관은 더욱 그러하다.

일부 작품의 소개자료등에서 작가의 어린시절 기억이 내재된 자전적 경향과 성장기의 혼란에 작품의 시선을 맞추는 것은 지극히 왜곡된 설명이라 할 수 있다. 1947년 히브리국가의 건국이 공식 공표되기까지 팔레스타인 거주지에 유럽을 비롯한 세계에 흩어져있던 유대인들의 이주가 본격화되던 시기를 앞둔 1930년대 말, 영국의 팔레스타인 지역 위임통치기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이슬람과 유대의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는 듯하다. 물론 소설 속 사건의 진행은 당시 지금의 이스라엘지역을 통치하던 영국에 대한 반감과 그에 대한 이해와 갈등을 표현하고 있으나 지향점은 민족간의 평화를 표현하고자 함에 있음에 불과하다.

유대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유일신의 옳음에 기초한 종교관이 작품 전체를 지탱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주인공인 열두살 소년 프로피와 영국인 던롭 경사를 통해 유대교와 기독교의 화해와 이해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여기에 진정성이 게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주인공의 생각을 좆으면 다만 다름에 대한 머리로의 이해에 불과함을 알아챌 수 있다. 다만, 던롭의 등장과 입을 통해 유대인들이 건설하려는 땅의 주인이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다시금 치루어야 할 고통과 피해의 위에 서는 것일 수 있다는 흐릿한 연민을 표현 함으로서 화해의 기반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우리 유대인들이 수가 적고 – 중략 – 우리가 강해지면, 우리의 수가 많아져서 스스로 방어 할 수 있게 되면…, 사실 그렇지 – 중략 – 전 세계가 와서 우리를 찬양할 거다.”와 같이 오늘의 이스라엘을 대변하고, “그런 분노가 어떤 것인지 몰랐지만 그것이 없다면 모두(유대인)멸망하리라는 사실만은 알았다.” 고 역사적 피해의식에 대한 강경한 분노를 담금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작가의 심적 기저에 영향을 주는 화해와 이해의 언어들이 구약성서를 인용하여 아브라함의 자손이자 이슬람의 시조인 ‘이스마엘’을 들어 유대인의 ‘유일한 혈육’임을 내 비추고 ‘던롭’경사의 이야기를 빌어 “사람들은 이성에 대한 심취, 욕망, 질투, 음모, 복수로 이뤄진 초현실적 그물에 갇혀 있는 듯 하다.” 고 인간본성에 대한 성찰을 통한 화해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류에게 가장 극악한 폐해를 가져온 그들의 종교관에 대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통찰 없이 선심 쓰듯 뱉어내는 자기 중심적 평화의 인식은 유대교 유일신에 대한 배타적 인식의 뿌리깊음으로 비추어지며, 주인공의 어머니가 말한 에피소드를 통해 "어려운 문제군, 윤리적 관점에 말이야, 어느쪽을 택해도 누군가는 고통 받을거야."로 상징되는 작가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성숙되지 못한 그들의 편협된 시야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작품의 종교적 이데올로기 측면을 떠나 소설로서의 문장과 구성적 측면에서는 현란하고 매혹적인 특색을 찾을 수 있다. ‘유혹’을 설명하는 18장을 비롯하여 “냉소적 배신”, “표범의 입 한쪽 구석”과 같은 표현은 가히 그 서술적 묘사의 천재성과 섬세함으로 지적 재미로 빠져들게 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그저 낯선 지역의 낯선 문화와 사유, 생소한 스토리와 인식에 대한 유익한 탐구로서 의미를 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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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는 진정 존엄사인가? | 자연과학 2007-12-1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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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지막 비상구

데릭 험프리 저, 김종연 김설아 역
지상사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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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人命)에 대한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과 윤리적 가치관에 비상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낯설고 논의가 성숙되지 않은 주제이다. “안락사(安樂死)” 질병의 말기로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서 해방되고자 하는 간절한 죽음에의 소망이라고 표현되고 있다.

진지하고 사려 깊은 고려를 해보지 않은 독자로서는 일면 당혹스럽기까지 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필자의 안락사에 대한 도덕적, 윤리적 당위성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선뜻 안락사의 그 본질에 대해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 저술은 안락사에 대한 법적, 도덕적, 윤리적, 철학적 논쟁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안락사의 요구성을 전제로 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단독 및 조력 안락사 안내서』이다. 필자는 안전하고 평온한 안락사를 위한 방법론을 사례와 법률적 안전망, 독극물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고 친절(?)하게 기술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형법(刑法)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죽음을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필자는 다음과 같은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 첫째는 “인간의 품위”가 남아 있을 때 죽는 것이 인간다움이라는 것이다. 나로서는 필자가 의미하는 인간의 품위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둘째는 “삶의 질”에 관한 논쟁이다. 말기 암 환자가 지독한 고통과 같은 비참한 생의 종료를 원한다면 삶의 질적 가치측면에서 안락사는 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셋째는 “선택적 죽음의 외부환경과 이유”에 대한 존중이라는 주장이다. 자연사의 평화로움보다 안락사를 희망하거나 조력하는 것이 오히려 평화로운 죽음 그 이상의 것으로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남은 여생을 가족, 친구들과 함께 감사를 나누고 작별을 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한다. 선택적 죽음에 대한 외부환경이란 것이‘인간으로서 피할 수 없는 다가올 죽음’이라고 하는 필자의 사고에 결단코 동의 할 수가 없다. 모든 인간에게 삶과 죽음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잊고 있을 뿐이며 피할 수 없는 것임에도 이러한 논리는 극단적으로 모든 정신적이거나 육체적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죽음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의미라고 이해 할 수 있게까지 되는 것이다.

조력 안락사를 위해 회피할 법률적 행위, 의사의 선정, 호스피스가 지닌 한계,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독극물로서‘시안화물’의 소개와 결코 권하고 싶지는 않지만 선택한다면 이렇게 하라고 코칭(Coaching)하기도 한다. "죽음을 앞당겨 날짜를 정해 놓으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마음을 정리 할 수 있다.” 때문에 안락사는 우리들에게 값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까지 한다.

필자는 그의 아내 진(Jean)의 죽음에 조력한 것을 계기로 안락사의 전 세계적 공감을 형성하기 위한 사자로 활동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2002년 안락사법 시행에 고무된 필자와 그의 동조자들의 ‘고통 앞에 무너지는 인간’에 대한 연민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한국사회에 이와 같은 저술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공감의 노력 없이 번역 출간되어 그릇된 실행이 발생치 않기를 바랄뿐이다. 서구의 많은 국가들에서도 출간이 거절되고 있음의 예와 같이 우리사회도 보다 성숙한 생명에 대한 숙고와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기반과 대중적 동의와 공감 하에 출간됨이 마땅할 것으로 사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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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함과 욕망이 그저 심드렁해질때... | 소설,시 2007-12-15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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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가당키나 한 일인가?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나면 나의 모습, 태도, 생각, 의지 등등은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들과 별다르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한 젊은이의 소박한 욕망도 삶의 경계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함으로 찾아올 뿐이라는 점이다.

작품의 초입은 런던의 지상에서 일상적 나날을 보내는‘리처드 메이휴’와 같은 도시 지하공간에서 목숨을 노리는 청부업자에게 쫒기는 여자‘도어’의 긴박한 도망과 추적 장면이 장을 달리하며 교차한다. 그리곤 아름다운 약혼녀 제시카와의 사랑, 그리고 도시의 안락한 직장생활에 익숙해진 청년에게 거부 할 수 없는 일탈의 순간을 상면하게 한다.

소설의 재미는 이미 시작되었다. 능글맞고 흉측하며 잔인성을 극대화하여 묘사한 지하의 살인청부업자 크루프와 밴더마의 출현에서 그리고 습기찬 눅눅한 어둠과 싹은 하수의 악취가 풍겨나는 지하의 세계가 현실처럼 그려진다. 도어와의 인연은 지상에서의 리처드의 삶을 상실시키고 어두운 지하의 틈으로 인도한다.

 

쥐의 찍찍거림과 소통하고 죽음이 일상처럼 상존하는 세계, 삶과 죽음이 그리 달리 이해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보여 진다.지하세계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려던 리더 포르티코경(卿) 일가의 살해와 생존자인 장녀 도어의 복수의 여정이다. 살해의 동기와 배후를 알기위한 천사 이슬링턴에게로 향하는 길은 위험천만하기만 하다. 길 안내와 위험한 자들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경호원 선발 과정의 무술시합, 이동시장의 야릇한 물건들과 더러움, 냄새, 후덥지근한 열기와 그곳에 모여든 지하세계의 인간 군상들의 움직임이 영상처럼 지나간다.

암시와 복선이 등장인물들과 함께 춤을 춘다. 후작, 천사, 지붕위의 새장수, 수도원장, 나타나지 않은 배후인물 그 누군가를 쫒는 추리소설과 같은 묘미까지 선사한다. 늘씬한 경호원‘헌트’의 활약, ‘서펀타인’자매, 아둔한 야수 ‘바니’, 온기를 빼앗는‘라미아’, 벨벳족, 쥐족장등 등장인물들도 재미에 한 몫 한다. 그리곤 배신...

 

지상의 삶에 대한 그리움, 리처드의 지하세계로부터의 지상세계로 통하는 문(door)의 절실함은 도어의 복수를 위한 여정과 동일한 그 무엇이다. 꿈을 꾸는 것인지, 세상의 한쪽 면에 있는 현실인지, 생각이 붕붕 몽롱하게 날아다닌다. 끔직하고 흉물스런 지하철의 움직임, 폐쇄되어 잊혀진 역사(驛舍),썩은 페수의 검은 출렁임과 끈적하게 퇴적한 지하바닥의 소름돋는 질감까지 그 섬세함이 기분 나쁜 여운을 제공하는데 성공한다.

일상의 나른함이 몰려올 때‘닐 게이먼’의 판타지 세계는 집착이나 욕망이 그저 심드렁하게 느껴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다가온다. 우리의 지상의 밑에 있는 낯선 지하세계로의 모험을 만끽하면 족하다. 삶의 심심함이란 의례 시간이 극복해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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