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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엄과 비극성에 대한 위대한 소설! | 소설,시 2008-06-2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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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茶山)으로, 그리고 탁옹(籜翁)이기도 한, 여유당(與猶堂) 정약용선생을 인간의 본질, 우주의 근원이라는 원초적 질문에 대한 풀이의 한 가운데 설정하였다. 작가는 19세기 초 조선사회에 일대 정신사(精神史)의 교란을 배경으로 하여 인간의 실존에 대한 끊임없는 사유의 여정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1801년 신유사옥이후 다산의 유배생활을 소설적 배경으로 하여, 노론 벽파의 천주교 탄압을 빌미로 시작된 정적의 피비린내 나는 숙청의 시대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한국소설 문학의 많은 작품들이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한 팩션이란 형식을 취하고 있듯이, 이 작품이 역사라는 시간성을 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한 인물에 대한 존경과 풍부한 현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의 극단적인 비극성과 숭고한 존엄성의 결합을 위해 시대적 사건은 지극히 허구적으로 인용되는 정도라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이 극단적으로 우주와 인간에 던지는 최초의 질문에 대한 갈등과 깨달음과 같은 사색적 견지에서 작품을 대하기에는 다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그의 행동양식, 사고방식, 신념과 같은 인물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책1권의 서언격인‘다산비결’의 신비성을 시작으로 『서암강학기』,『도산사숙록』, 『흠흠신서』, 『목민심서』, 『방례초본』(『경세유표』,『다산비결』), 『아언각비』에 이르는 다산의 저술들이 그의 세상에 대한 시선, 즉 “진정한 깨달음은 어짊(仁)이고, 그 어짊은 세상을 환하게 꽃피워 장식하는 사업이다.”와 같이 주제에 녹아 흐른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이 만물생성에 대한 최초 기원요소로 주자학의 5행론(물,불,나무,흙,쇠)과 천주학의 4행론(물,불,흙,공기)의 대립으로부터, 영혼과 같은 본질의 사유를 끌어내거나, 혜장스님이나 초의선사와의 담론을 통해 “하늘의 별은 그냥 별이 아니고 내 눈이 그 별을 만든다 하네,~ 中略 ~ 인식의 차원을 넘어 내 눈의 창조와 개혁을 말 하네”와 같이 인간들이 감각하는 세계는 과연 진실인가? 표면적 무질서와 다양함의 심층 속에 있는 질서와 통일, 지속성의 세계를 통찰하는 철학적 사유체계를 아우르고, 한편은 “아, 덧없다, 꿈이다....그것은 하나의 허방이었다.”로  이 작품의 초입부와 같이 가시적 인간세계에서의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죽음이라는 비극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작가는 “고통이 없으면 세상도 없다. 고통을 비틀어 꼬면 빛이 된다. 그 빛은 깃털 찬란한 새가되어 짙푸른 하늘 한복판으로 날아간다.”고 몇 번씩이나 이 구절을 되뇐다.

또한, 우주율동론으로서의 『주역(周易)』의 등장은 “영기의 율과 음기의 여가 어우러진 소리(律呂)로써 천지를 화합”한다거나, 다산이 곡산군수로의 부임을 앞두고 자아를 진정시키는“향기로운 꽃그늘은 물로써 이기고, 물은 달빛으로 이기고, 달은 해로써 이기고, 해는 밤으로써 이기고, 기나긴 밤은 잠으로써 이긴다.”와 같이 자연의 섭리를 해설하는 수단으로 전편을 장식하고 있다.

작품 속에는 인상적인 싯구들이 꽤나 등장하는데 전편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시경』의 “어여쁜 저 아가씨와 노래 부르고 싶어라, 어여쁜 저 아가씨와 말을 하고 싶어라, 어여쁜 저 아가씨와 함께 얘기하고 깊어라”는 세상사의 논의에 절대적 요소로 정말 멋지게, 심오하게, 적절하게 가슴깊이 새겨지기도 하며, ‘연두색 머리처네와 쪽색의 치맛자락’이 은근한 관능과 인간 본성의 자질로서“비몸살 달몸살”과 같은 예스러움으로 소설적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또한, “거문고가 말없이 윤시유의 춤을 즐기고, 기름접시 불이 자지러질듯이 허리를 꼬면서 깔깔거렸다.”는 이 영상적인 문장은 가히 작가의 통찰과 상상력의 위대함을 느끼게 함에 충분하다.

전라도 강진 땅 유배지에서 고향과 가족을 그리면서 다산이 읊는 아래의 詩(청산도)에서와 같이, 작가는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 정제된 어조로 다산에 대한 근엄한 존경에 행여 누가 될까 한 걸음 한걸음 조심스럽고 올 곧게 걷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청산은 어찌하여 청산인가,

  두물머리 말재의 넋이

  고향의 그리움을 읊어낸 시

  열매로 마디마디에 열려 있어서 청산이지...

         (後略)

다산의 영검하고 웅대한 산에서 혜장스님처럼 길을 잃고 조난당하지 않기 위해 작가는 지난한 노력을 이 작품이란 결실로 내 놓았다. “천명에 따라 살아야 하는 인간은 누구든지 자기를 노예처럼 부려야”함을 손수 실천 하신 듯하다. 작가가 다산을 존경하듯이 우리 문단의 큰 산인 한승원 선생의 이 위대한 작품에 경의(敬意)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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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명소 보물찾기 ! | My Favorites 2008-06-27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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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사색의 향기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입니다.

이번 호는 화폭에 담긴 한 점의 여유를 둘러볼 수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입니다.

     

 

 2008년 06월 23일(월)부터 07월 12일(토)까지

 
 서울시립미술관 내 정원을 유심히 봐주세요. 포장된 <월간 사색의향기> 잡지책을 찾아주시면 된답니다. 책 안에 기재돼 있는 당첨단어와 그날의 사연, 사진 등을 댓글로 올려주세요. 사진은 갤러리나 독자 소감에 올려주시면 됩니다.당첨되신 분께는 좋은 책 한 권과 <사색의향기> 1년 정기구독권을 보내드려요.

 
 2008년07월18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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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 샌가 아담한 미술관의 자태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냅니다. 1,2,3층에 옹기종기 걸린 작품들, 지하의 보물처럼 발견할 예술체험공간, 15,000여권의 어마어마한 예술 자료를 소장한 정보자료실까지. 햇살이 잘 내리쬐는 미술관 정원에는 아기자기한 조각 전시로 마음은 더욱 향긋해집니다. 한 점의 여유를 채우러 사랑하는 사람과 발걸음을 옮겨보세요. 미술관 곳곳에 숨겨놓은 <사색의향기> 메시지를 찾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월간 사색의 향기에서 발췌 :  http://www.culppy.com/?_page=90&idx=1186&pgnum=&keyword=&field=#n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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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사의 전환적 사건에 선 인물사 | 인문,사회 2008-06-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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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들어진 역사

조셉 커민스 저/김수진,송설희 공역
말글빛냄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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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목은 'History's Greatest Hits'로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들’정도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만들어진 역사라는 선정적이고 모방적 제목과 저작 의도나 내용의 일치점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달리 표현하면 이 저술은 미국의 짧은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장황한 서구의 역사를 끌어댄 것이고 따라서 유럽문명의 우월적 과시선상에서 미국인의 사관(史觀)을 기술한 것으로 이해한다해도 무리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다만, 본래의 제목이 의미하듯이 서구 역사의 시대마다 역사적 전환이 되었다 할 수 있는 36개의 사건이 비범하게 느껴질 정도로 선정에 공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며, 개별 사건마다 서사적 재미와 일반적으로 간과되거나 묻혀진 인물들의 디테일을 흥미롭게 역사적 진실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가치를 찾을 수 있겠다 싶다.

저자는 서구의 역사를 크게 고대세계, 중세와 르네상스, 근대초기,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시대와 오늘로 5분하고 있어, 통상적 세계사의 시대구분과 차별적 분류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고대와 중세의 단지 11개 사건과 근대초기의 3개 사건 등 14개 사건을 제외하면 22개 사건이 미국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인이 아닌 우리로서는 이 저술의 양적 치우침으로 인해 그 역사의 보편성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유럽 중심의 서양 역사서 일뿐이고, 사건에 간혹 등장하는 동양세계와의 연결이 이루어진 사건에서‘흑사병의 전염경로를 중국(몽고)이라 못 박고 있거나, 서구의 중세암흑기 역시 이슬람권의 침입으로 야기된 문명의 침체기로 표현하는 것과 같이 동양에 대한 왜곡과 폄하, 그리고 인류역사의 침체가 마치 동양사회 때문인 것처럼 기술하는 등 역사적 진정성에서도 그 신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역사의 대중성에 기울어 이야기로서의 흥미를 넘어서는 깊이를 찾기가 힘들다.

이 저술에 대한 이러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중‘아쟁쿠르 전투’와 같은 기술에 있어 영국 왕 헨리의 전투에 참여하는 자세의 묘사에서는 현대 리더십의 멋진 사례로서 차용하기에 손색없을 만큼 비범한 문장을 발견해 낼 수 도 있듯이 36개 사건에 등장하는 역사적 인물들의 묘사에 있어서 탁월한 전략적 역할 모델을 구할 수 도 있을 만큼 그 디테일은 뛰어나다. 이와 같이 이 저술에 등장하는 역사적 사건의 중심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읽게 되면 다행스럽게도 인류의 정신과 행동에 대한 의미 있는 교범이 될 수 도 있다.

이렇듯 역사에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 신선함이나 깊이를 느낄 수는 없으나, 인물의 세부 행동 묘사라는 측면으로 인해 역사서에 대고 뚱딴지같은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인간행동학에 대한 나름의 사례집으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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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스케일과 재미, 그리고 인류에 연민까지 위대한 소설이다! | 소설,시 2008-06-2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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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의 냉전이 종식하고 인류에 평화의 기운이 찾아들자 다시금 종교를 앞세운 인간사회의 갈등이 서구와 근동의 무한적인 갈등으로 인간의 비극이란 원초적 사유의 세계로 회귀하게 하고 있다. 

‘아프간’은 이러한 오늘의 무참한 폭력과 갈등의 근원적이자 상징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두주인공 ‘마이크 마틴 ’과 ‘이즈마트 칸’의 삶의 교차적 설정과 그들의 삶이 종식되는 순간의 의미로부터 서구와 근동, 기독교와 이슬람이란 대립되는 투쟁의 표상은 실질적인 증오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탈레반, 알카에다, 지하드, 무자헤딘과 같이 막연히 공포의 용어처럼 인식되어온 이들 의미의 배경을 작품 속에 녹여내어 이슬람 근본주의, 그리고 타크피르(Takfir)라 불리는 초극단주의자들의 정서와 행동양식을 깊이 있게 서술해 내고 있다.

알라신의 지시에 따른 신성한 여행이란 의미를 지닌‘알-이스라’라는 단서를 시작으로 영국과 미국, 그리고 이슬람권과의 사생을 다투는 거대한 사건이 팽팽한 긴장과 치밀한 첩보전으로 사실성 높게 전개된다. 아프간 파슈툰 족의 한 남자아이‘이즈마트 칸’의 성장과정에 비친 서구인, 그들의 생존을 위해 선택해야 만 했던 삶, 그리고 이들 배경 속에서 종교가 가지는 의미와 그 속성, 그리곤 신의 전사인 무자헤딘으로서 조국 아프간을 모욕한 적들에 대한 증오는 지극히 당연한 선택이자 귀결일 밖에 없음을 연민어린 시선에 담아내고 있다.

알-이스라는 서구에 대한 어떠한 타격을 준비하는 프로젝트인가? 9.11 세계무역센타빌딩의 항공기 추돌사건으로 두 지역 간의 증오는 테러와 보복의 끊임없는 순환을 야기하고 그 해결의 실마리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생포되어 쿠바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던 아프간인 이즈마트 칸으로 위장하여 알카에다의 조직에 침투하는 영국인 마이크 마틴은 파슈툰족 무자헤딘 이었던 아프간인으로의 삶에 성공하고 그 비밀에 접근하려한다. 이 작품의 소설적 위대성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한숨에 읽어버렸다”로는 표현이 부족 할 정도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정밀 첩보기‘프레데터’, 대양에서의 거대한 화물선의 잠적, 유령선을 찾는 미영 첩보기관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시간의 긴박과 스릴, 그리고 허를 찌르는 대 반전은 작품의 두께에서 상상 할 수 없는 가공할 스케일로 다가온다.

아프간인(THE AFGAN)은 마이크 마틴이기도 하고 이즈마트 칸이기도 하다. 엄청난 규모의 테러에 맞서기 위한 삶의 헌신, 가족과 조국을 모멸한 세력에 대한 증오와 이에 대한 복수의 행동은 그 본질적 의미에서 다르지 아니하다. 그들의 선택은 인간의 존엄한 본성이며, 인간위에 존립하는 종교의 본질, 그리고 그 종교적 권력의 본질은 무엇이란 것인가? 에 대한 지속적인 의문이 다루어지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The God Delusion』의 멋진 구절이 생각난다. “종교는 인간의 존엄성을 모독한다”고. 프레더릭 포사이스는 서로 다른 의미의 두 아프간인의 삶을 통해서 다르지 아니함, 즉, 동질성의 회복과 종교적 허위, 인류의 본성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 아닐까? 첩보소설, 추리소설이라는 협소한 장르를 넘어 인류에 대한 진중한 경고이자 인간본성의 존귀함에 대한 철학적 고뇌까지 녹여낸 거장다운 21세기 최고의 문학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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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인간에 던지는 최초의 질문, 존재란 무엇인가? | 인문,사회 2008-06-2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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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의 탄생

콘스탄틴 J. 밤바카스 저/이재영 역
알마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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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대중의 평범한 지식이란‘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를 서양 철학의 근간으로 인식하는 것이 전부였으며, 또한 철학이 우리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모호한 느낌을 갖는 것이 지극히 정당해 보였다. 그러나 이 저술을 통해 주술적 단계에만 머물러 있을법한 기원전 7세기의 그리스인들의 사유를 접하곤‘철학이란?’하는 본질적 의문이 해소됨을 느끼게 된다.

철학은 바로 “자기인식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욕구, 다시 말해 세계와 삶에 대한 우리자신의 관념과 사유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고자 하는 욕망”이며, 바로 이러한 욕망의 대상에 대한 경이, 경외심, 초시간성이 철학을 이해하고자 하는 동기임을 알게 한다.

콘스탄틴 박사의 이 저술은 21세기 오늘의 우리 사고체계와 과학의 출발이자 철학이 시작되었던 소크라테스 이전의 기원전 800년에서 200년 사이에 진행된 정신적 과정 속에서“세계사의 가장 심대한 전환기”의 그리스 정신을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천재 과학자들과 사상가들을 통해 추상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철학 의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소개되는 10인의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우주의 기원과 현상의 본질에 대한 직관적 사유를 보고 있노라면 그 사고와 통찰력의 천재성에 대해 25세기(2500여년)가 지난 오늘에야 진정 무지함을 깨닫게 된다. “철학은 무지에서 벗어나기 위한”사색임을 겸허하게 인정하게 된다.

이러한 무지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스의 정신이 스스로 비판적 사유를 통해 진리를 발견 할 수 있다는 통찰에 이르게 된 역사적인 순간은 기원전 7세기에 일어났다!”이 사건이라면 사건인 인류가 심오한 근원(archai)에 도달하려는 노력, 즉 뛰어난 추상능력과 체계화, 주술적 신앙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의지가 시작 된 것이다.

존경하는 이 저술은 이와 같이 인류사에 일대 전환을 가져온 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사회와 종교, 그리고 신화와 서사시, 서정시, 미술, 지역간의 교류등과 같은 배경에서 인간의 자아의식과 자기인식의 출현에 이르는 배경과 철학적 근간의 요소들을 발견하고,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개관’이라 하여 저술의 본문인 10인의 철학자 개별에 대한 각론에 앞서 친절하게 그들의 우주관과 철학적 본질에 대한 세계의 변화를 연대기적으로 설명하여 이해를 돕는다.

인류 최초의 자연철학자로 불리는 탈레스로부터 시작되는 이오니아 밀레토스 3인의 철학자인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메네스의 만물생성에 대한 최초 기원요소로 물, 무한자, 공기라는 인식에서부터, 영혼, 대립, 필연성과 같은 본질의 사유를 칼 야스퍼스, 하이젠베르그, 포퍼, 베르너 얘거, 스티븐 와인버그 등 석학들의 관점을 인용하여 그 철학적 의미를 보다 다차원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피타고라스에 이르러서는 저술자의 서구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다소 지나쳐 여전히 신화적이고 주술적인 차원과 완벽하게 결별하지 못했던 당시대의 사유에 대해 “그 자체가 목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고한 활동적인 삶에 도달하기 위한 준비과정”이었다고 아쿠스마타, 심볼라(비밀표식)을 설명하는 그들의 종교적 삶을 근대 철학의 차원까지 상정하는 듯 미화하기도 한다.

급기야 ‘철학하기’란 “내 삶을 생각하고, 내 생각을 사는 것”이라는 앙드레 콩트 스퐁빌의 정의를 빌어 피타고라스는 이미 철학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한다. 흥미로운 발상이고 지루한 철학서에서 이탈하려는 독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적절한 순간이었다고 치부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이 10인에 철학자들의 개별적 주제를 모두 독파하려하지 않아도 이 저술의 취지나 목적을 상실하지는 않는다. 다만, “하나의 신은 숭배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전통종교의 수많은 신들을 대체하는 존재도 아니다”라는 전형적인 부정신학의 대표자였던 ‘크세노파네스’의 인간중심적 이론, “인간의 극단적인 비극성과 숭고한 존엄성이 결합되는 지극히 드문 순간을 목격하게 되는”‘헤라클레이토스’,그리고 “존재란 무엇인가?”하는 이 간단치만은 않은 숨 막히는 질문과 “있다”와 “없다”로 시작되는 존재의 속성, 존재와 비존재, 존재와 진리에 대한 사유로 유럽철학사에 결정적 전환점을 마련해주고, 인식론의 기초를 성립시킨 ‘파르메니데스’, 그리고 우주의 무계획적 생성론으로  후세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던 물리학적 사유의 기원을 마련한‘엠페도클레스’와 당대의 모든 지식을 철학 속으로 끌어들인 보편적 정신이라 일컬어지는 원자론의 ‘데모크리토스’는 꼭 읽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인간들이 감각하는 세계는 과연 진실인가? 표면적 무질서와 다양함의 심층 속에 있는 질서와 통일, 지속성의 세계를 통찰해낸 그들과 그들의 철학세계를 데카르트, 칸트, 하이데거를 비롯해 러셀, 그리고 맥스웰, 에른스트 마흐,  러더퍼드,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에 이르는 현대 물리학의 거장들의 단상과 연구 성과, 철학적, 과학적 결실들을 종횡무진 누비며 들려주는 철학의 심원한 이야기는 실로 탄성을 질러대게 한다. 인식과 진리, 우주와 인간에 던지는 최초의 질문에 대한 깨달음이 무성하게 들려온다. 일찌감치 올해의 책으로 추천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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