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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서스펜스, 낭만적 스릴러? | 소설,시 2009-07-3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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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실비실 미소 짓게 만드는 스릴러? 안달하게 하는 스릴러, 걸신들린 듯이 게걸스레 읽게 만드는 소설? 음침함 보다는 경쾌함이 돋보이는 범죄 스릴러라면 모순처럼 들릴까? 사건과 범인을 좇는 팽팽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면서, 사랑에 설레는 여인의 그 앙증맞은 섬세하고 낭만적인 심리묘사까지 더해지면, 샌프란시스코 경찰청 강력계 부서장인 여형사‘린지 박서’에게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애완견‘마서’를 데리고 조깅을 하는‘린지’의 싱그러움 물씬 나는 장면은 그녀의 이미지를 압도적으로 보여준다. 적극적이고 활동적이지만 여성적인, 그리고 우아하고 탄력적인 외모까지 일시에.

그러나 눈앞에서‘쾅’하고 그림 같던 주택이 날아가 버리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악질 기업가로 비난받던 부부가 살해되고, 약자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파렴치한 기업인의 숨을 거두는 것을 정의의 실현이라는 주장과 함께‘오거스 스파이스’라는 이름의 오만한 메시지가 발견된다.


사건은 묘하게도 세계경제의 양극화, 경제적 차별과 착취라는 왜곡된 시장권력, 정치권력에 대한 ‘反 국가적 대의(大義)’와의 전쟁으로 치닫는 듯이 보인다. 심하게 손상된 채로 또 한명의 기업인이 사체로 발견되고 죽은 자의 입에 처넣어진 쪽지에도 역시 ‘오거스 스파이스’의 경고가 남겨져 있다.

작가의 슬기로움은 여기서 빛난다. 혹 이야기가 너무 무거운 주제로 치닫는 걸 경계하는 듯, 사건 수사와 병행하여 ‘우먼스 머더 클럽(Woman's murder club)'의 일원인 린지, 그리고 지방검사보 질, 수석검시관 클레어, 범죄전담기자 신디, 이렇게 여성 사총사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일하는 여성들의 고뇌를 맛깔스런 양념처럼 곁들여 자칫 경직될 수 있는 흐름을 유연하게 이완시킨다.


사건은 반국가테러단과 정부의 대결구도로 전환되고, 국토안보부 차장‘몰리나리’라는 정부의 고급관리를 수장으로 FBI까지 공조하는 수사팀이 구성되기에 이른다. 그리고‘린지’와‘몰리나리’의 조우, 왠지 마음이 끌리는 멋진 남자, 몰리나리와의 저녁식사 한 장면은 린지의 생각처럼 근사하다. 아마 여인네들이 기대하는 세련되고 우아한 데이트는 이런 것일 게다.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건지, 내안에서 통통 튀고 있던 작은 핀볼 공들이 지금은‘선샤인 오브 유어 러브(Sunshine of Your Love)'의 드럼처럼 내 갈빗대를 두드리고 있었다.”

이 구절을 읽을 때는 책 속의 여인이지만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그녀의 떨림이 내게도 전달되어 괜스레 누군가를 안아주고픈 몽상에 순간 빠져들기도 한다.


한편, 종잡을 수 없던 사건의 실마리는 의외의 주검으로 대반전을 이루면서 단서를 안내한다. 뒤틀린 착취구조의 경제시스템에 항거하는 대의의 이면에는 사적인 복수의 관계가 놓여있고, 급기야 G8(선진 경제8개국)재무장관 회담장의 폭파위협이라는 어느덧 손에 힘이 들어가는 일촉즉발의 아슬아슬함으로 급박하게 치닫는다.


이 기막히게 재미있는 범죄스릴러 작품은 분명 빈곤층의 문제를 억압 받는 자의 눈으로 보지 않고, 자신들의 문화인‘텔레비전’이라는 권력의 시선으로 보는 진실이 왜곡된 사회, 그리고 자기인생만 편하면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약자와 세계에 무관심한 대중들의 각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함에도 이 엄숙하고 무거운 이야기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녹아있어 어떠한 저항감도 느낄 수 없는 것은 ‘제임스 패터슨’만의 탁월한 재능임을 부인할 수 없게 한다.


가정 폭력 등 전문직 여성들의 힘겨운 속사정, 여성의 섬세한 심리와 달콤한 로망까지 아우르는 이 범죄소설이 “우리 모두의 안에 있는 인간적인 작은 목소리를 짓밟는 잔악함”의 두려움과 긴장감까지 장착하고 있음에 그저 탄성을 질러댈 수밖에 없게 된다. 위트와 유머, 사랑과 관능, 서스펜스와 스릴, 그 어느 것도 빠지지 않는 완벽한 작품이다.

이‘하일랜드 소녀단’의 활약과 ‘린지’와‘몰리나리’의 연애전선 등,‘우먼스 머더 클럽’시리즈의 다음에는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를 감출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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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산업의 실제와 미래동향 | 인문,사회 2009-07-29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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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5조원의 육체산업

이노우에 세쓰코 저/임경화 역
씨네21북스 | 200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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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의 구분을 막론하고 인간의 육체를 상품화한 산업, 연예인이 등장하는 방송광고, 미인선발대회, 모델산업, 섹스산업, 포르노산업 등을 총체적으로‘육체산업’으로 지칭하는 듯하지만, 이 저작은 성인비디오물, 특히 일본의 AV(Adult Video)산업에 대한 포괄적 성찰이라 할 수 있다.

일견 이렇다 할 AV산업이랄 것이 없는 한국사회에 무슨 관련이 있는가 하겠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아니 양성화 되어있는 그 어느 국가보다 더욱 문란하고, 폭넓게 확산되어 있는 것이 한국 포르노 산업의 실상이며, 더욱이 유선(Cable)방송, 위성TV, 인터넷을 통해 이미 안방 깊숙이 침투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나, 우리나라 스카이라이프 미드나잇 채널이 일본 위성방송 스카이어펙트 TV채널 운영자인 JAM TV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전략제휴까지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일본 AV산업에 대한 실제와 문제점, 그리고 대안과 미래의 방향에 대한 검토는 우리사회의 건강성을 위해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日本의 AV산업이 1960년대 블루필름(Blue Film)시대로부터 80년대 비디오플레이어 시장을 거쳐 21세기 오늘 휴대전화와 컴퓨터 정보통신기기를 통한 AV시장에 이르기까지 그 제작사와 구성원인 제작감독, AV 여배우, 모델 프로덕션의 구조적 현상과 문제점, 내용물의 성격과 묘사방식의 문제, 이에 파생하는 여성인권과 아동매춘, 폭력성의 문제, 그리고 사회 환경적 유해성 논란이 시사(示唆)하는 바는 자못 지대하다 할 수 있다.


페미니즘적인 저자의 시선은 차치하고라도 성인 비디오물의 사회, 문화, 경제적 논쟁은 그치지 않고 있다. 과연 성인 비디오물이 성범죄를 줄여주는지, 아니면 유발하는지, 또는 사회경제적 기회손실을 초과하는 이익이 있는 것인지와 같은 원초적인 논쟁에서부터, 성인비디오 그 자체가 이미 “여성을 억압하는 문화가 재생산되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이나, 여성에 대한 횡포의 합리화, 여성을 그저 육체화시켜 버리고 마는 왜곡된 성 이데올로기의 전파라든가, 폭력(감금, 조련, 강간, 가택침입...)의 괘락화와 성적 쾌감의 잘못된 인식의 확산 등 그 비판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 저작이 이러한 단순 비판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성인 비디오 하면 음란하다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고, 성은 외설스러운 것이라는 서구 기독교문화의 오랜 기간 왜곡된 성(性)인식(認識)으로 뒤틀려 있어 선뜻 그 뒤에 숨겨진 성차별이나 폭력, 내재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여, 꼼꼼한 분석적 기술을 하고 있다.

저자는 성인비디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섹스를 묘사하는 방식에 오히려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몰래카메라, 치한(癡漢)물, 강간물 등 성범죄를 묘사하는 폭력적 내용과 또한 이를 즐기는 듯 연출되는 것들이 “여성은 강간을 당함으로써 성적 쾌감을 느낀다.”는 극히 터무니없는 잘못된 인식을 부추기고 있거나, ‘생생한 리얼리티(Reality)'라는 명목 하에 연기라는 이름을 빙자한 여성폭력, 계약 내용을 넘어서는 변태적 성행위의 요구로 인한 인권유린 등 사회적 폐해를 적시하고 있다.


이처럼 왜곡된 성 풍속은 “성에 대한 지식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자라온 사회적인 환경 속에서 습득하는 것이다.”라는 보편적 진리차원에서 아직은 타인과 접촉하는데 서투른, 아니 타인과 마주하는 방법조차 모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오늘의 사회에서 그 심리적, 사회적 손실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한편, AV여배우들의 길거리 캐스팅과 처우현실, 모델프로덕션과 여배우와 제작사의 관계에서 파생하는 불공정한 인권사각의 지형, AV여배우들의 성장배경 중 상당한 이들이 어린 시절의 성폭력피해라는 심리적 상처(trauma)를 가지고 있다는 진술은 사회적 책임에 대한 시선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산업자체의 구조적, 또한 내용물에 대한 문제점 들은 우리사회 역시 대안을 모색하고 해결하여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1983년 2월 가결된 미국 미네소타주의「反 포르노그래피 공민권 조례」라든가, 1973년 4월 상습적으로 성폭행을 가하던 친부를 살해한 여성에 대한 일본대법원의 집행유예 판결로 일본에서 “존속살인”이 사라진 날로 기억되는 것이라든지, “생명과 생명의 유대감”이라는 에로스의 세계를 지향하는 세미누드, 로망포르노, 핑크영화로의 순화된 영상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그들의 지혜는 우리에게 유용한 좌표가 될 수 있다.


차별되지 않는 성, 유린되는 인권이 발붙이지 못하는 성, 왜곡되지 않은 성, 아름다운 성,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는 마음을 치유하는 성으로서 음지의 폭력적인 성을 양지로 견인하는 성숙한 인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전환이라는 측면과 아울러 이미 많은 문제에 부딪히고 해결하여 온 일본의 경험을 담고 있는 이 저술은 그래서 우리의 방송영상업계 종사자, 정부관계자, 제작업자들은 물론, 대중들 모두에게 AV(성인영상물)산업에 대한 재성찰을 위한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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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끌림의 상호관계, 사랑의 탐구 | 소설,시 2009-07-2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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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화력’이라는 이 야릇한 화학약품 냄새 물씬 나는 제목은 운명, 그리고 자연의 필연, 시대의 경향, 계기와 관계의 형성을 아우르는 당시 자연과학에 경도된 ‘괴테’의 실험의지가 반영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으리라. 사실 오늘에 이러한 비유는 진부하고 조잡한 상상에 불과하다. 다만 18세기 작가의 시대에 화학적 원소간의 결합, 즉‘선택적 친화력’과 같은 특질은 인간관계를 조명하는데 신선한 관점을 제공하였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그래서 괴테의 이성간의 인간관계에 대한 실험적 탐구는 자못 엄숙하고 진지하며, 비극적이기까지 하다.


서로 사랑했지만 결혼에 이르지 못했던 연인이 각자의 동반자와 사별과 이별을 거친 후 다시 재회하여 행복에 겨운 삶을 시작한다. 남작‘에두아르트’와 ‘샤로테’는 그네들의 성(Castle)을 중심으로 산책로를 정비하고 정원을 가꾸는 등 새로운 삶의 즐거움으로 충만해있다. 그러나, 에두아르트는 훌륭한 능력을 묵히고 있는 친구를 돕기 위해 자신들의 성으로 불러들이고 싶어 한다. 마침내 부부의 삶을 방해받고 싶어 하지 않던 샤로테의 반대를 회유하고 친구 ‘대위’와 함께하는 세 사람의 생활이 시작된다.


사람들은 삶의 주체인 냥“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하며, 자신의 활동과 만족을 선택하고 있다고 믿”지만, 우리들의 삶은 이미 우리가 그것에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이미 짜여진 계획들에 의해 진행되는 생활을 벗어나지 못한다.

마침 기숙학교를 떠나 어디로든지 받아들여져야 하는 샤로테의 수양딸인 ‘오틸리에’를 자신들의 성에 맞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이쯤에 이르면 오늘의 독자인 우리는 스토리 전개를 예상하고도 남을 정도가 되지만, ‘에두아르트’와 ‘오틸리에’, ‘샤로테’와 ‘대위’라는 교차결합이 이루어질 것인가? 이들을 결합시키는, 즉 ‘선택적 친화력’이 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하는 관점으로 나아가면 소설 내내  흥미로운 탐사가 되며, 이와 관련하여 쏟아내는 금언(金言; Aphorism)들을 새기는 재미는 만만찮다.


열정과 절제의 균형을 찾아내는 샤로테와 대위와는 달리, 동정과 배려, 연민에 취약한 에두아르트와 순수한 열정에 휩싸이는 오틸리에의 사랑은 이미 절제되지 않는 격정으로 치닫는다.

에두아르트의 거침없는 열정은 샤로테의 이성적 회유와 절제의 요구에 이르지만, 오틸리에의 보호를 위해 에두아르트는 스스로 성을 떠난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이 아름답고, 숭고하게만 보이지 않는 것은 도덕적으로, 법률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것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기 거부했던 샤로테의 우려에 대한 에두아르트의 인간관계의 실험을 자만하는 자기의식의 불가변한 확실성에 대한 단언의 오만함을 알기에 그렇다.

“여보, 의식이라는 것은 결코 믿을 만한 무기가 아니에요.”


한편 작품 속 ‘오틸리에의 일기’는 수많은  경구들을 포함하는 삶의 사색에대한 보고(寶庫)이다. “인간은 오로지 보는 것을 중지하지 않기 위해 꿈을 꾸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적인 빛이 일단 우리에게서 흘러나오면 우리는 더 이상 어떤 빛도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에두아르트를 향한 오틸리에의 지고지순한 사랑, 온통 세상을 밝히는 그 사랑의 열정이 느껴진다.


샤로테의 출산과 운명의 첫 희생자로서의 아기의 죽음은 작품을 극단으로 치닫게 한다. 성을 떠나 전쟁에 참여하고, 외로운 극기의 생활을 보냈지만 오틸리에를 향한 사랑이 소원해지기는커녕 더욱 공고해진 에두아르트의 사랑은 샤로테를 배반할 수 없는 오틸리에에게는 선택할 수 없는 고통이 되어버린다.

현실적으로 만족 될 수 없는 인간의 욕구들, 모든 이끌림의 상호관계, 삶의 불가항력들이 얽혀 만들어내는 “결혼이란 문명의 시작이자 정점”이라는 빛나는 성찰이 되지만, 죽음의 비극까지 몰고 오는 이 ‘이성의 시대’에 만들어진 선택적 친화력은 결코 문명의 손을 들어주지만은 않는다. 역시 대문호의 시대를 넘어서는 사유가 삶의 근원적 통찰을 향해 도도히 흐른다. ‘사랑’을 초월하는 삶의 본질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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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노예가 된 인간사회의 해부 | 소설,시 2009-07-2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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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부, 명예, 영광,... 이것들의 의미는 진정 무엇일까? 천박한 미디어에 비치는 연예인의 치장을 따라하는 초라한 중생들, 조금 더 조금 더 하는 재화에 대한 멈출 줄 모르는 물욕, 이기심에 의식이 차단된 권력의 지향, 그리고, 또 그리고는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근접하려는 명예의 과시가 가져다주는 것은 궁극의 무엇일까?

과시와 허영이 찬란하게 피어나는‘칸 영화제’는 그래서 너무도 적절한 무대가 된다. 러시아 정보통신그룹 총수인‘이고르’의 “어쩌면 지금 내가 여기 있는 건 이 시대의 미친 양상을 세상에 폭로하기 위한 게 아닐까. 그 궁극의 체현인 칸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 말이지.”하는 독백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연금술사』, 『오자히르』, 『포르토벨로의 마녀』등 지금까지‘코엘료’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구조와 속도감을 가지고 있다. 이틀 남짓의 시간이 촘촘히 나뉘어져 사건이 진행되는 급박한 전개로 스릴러의 형식미를 한껏 돋우고 있다. 불나방처럼 화려함을 좇아 프랑스 남부도시 칸으로 몰려드는 사람들, 욕망의 영원한 노예로 길들여져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그 허황의 꿈을 실현하려는 인간 군상들의 정수, 칸은 바로 그 자체이다.


문득 대중문화, 특히 영상, 패션, 방송, 인터넷 등 보여지는(視覺) 산업의 권력화가 대중의 영혼을 치명적인 질병으로 내모는 것이 더 이상 새로운 발견이 아닌 시대가 되었다는 생각이 몰려온다. 슈퍼클래스가 시중에 나오지도 않는 패션상품들을 선보이면, 너도나도 어울리지 않는 싸구려 의상에 고가의 브랜드 가방을 끼고 다니는 그 추레한 모습으로 허영을 과시한다. 마치 자신이 피라미드의 상층부에 근접하였다는 듯이. 이들 우매한 중생들을 바라보는 슈퍼클래스는 쾌재를 부르고, 더 많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쌓아간다. 불쌍한 인간들...

이러한 인간 사회의 자기사유 상실의 한 단면으로“허영이 사람을 어디까지 몰고 갈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 속의 수피‘나스루딘’과 술탄의 터번에 관한 에피소드는 적나라하게 인간을 해부한다.


백주대낮에 영화제의 중심거리에서 버젓이 벌어지는 살인, 이 살인은 사랑하는 이에게 보내는 메시지이다. 사랑을 위해 세상을 사라지게 하는 것, 한 명의 생명이 사라지는 것은 그 사람의 세상이 소멸하는 것.

온갖 시련을 통해 거대기업을 일궈내 억만장자가 된 ‘이고르’의 그칠줄 모르는 욕망의 광기를 참아내지 못하고 떠난 아내 ‘에바’를 향한 사랑의 복원, 용서의 전언이다.

제2, 제3의 메시지를 위해 무작위적 연쇄살인이 이어지고, 틈틈이 탐정소설의 서사를 이용하여 살인자를 이미 알고 있는 독자를 관찰자로 슬며시 밀어낸다. 그리곤 수사관까지 지향하는 가치가 오직 자신의 명예, 영광에 맞추어져 있음을 인식하게 한다. 영화배급업자에게 줄을 대려는 영화감독, 영화에의 캐스팅을 위해, 단 한 번의 기회를 잡기위해 우연이라는 불확실성을 기대하고 잠자리도 서슴지 않는 배우 지망생들, 모델들,... 제능력 이상의 영광을 얻으려 안달하는 무수한 인간들이 등장하고 사라진다.


작가는 이들에게 결코 성취를 제공하지 않는다. 자신의 판단으로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는, 매체에 현혹되고 속아 선택하고 있을 뿐, 또한 욕망의 노예가 되면서까지 자신을 팔아버리는 오늘의 인간들에게 고뇌의 바다를 벗어나는 축복을 안겨 줄 뿐이다.

적과 흑의 대비가 강렬하게 표지를 장식하는 이 두 권으로 구성된 소설을 손에 들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버렸는지 모르게 된다. 아마도 “하지만 승자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제목과 상치되는 마지막 문장이 그토록 아쉬울 수가 없을 것이다.


사랑이란 삶의 본질을 상실한 현대인들, 욕망에 눈이 멀어 영원한 노예로 남게 될 것임을 깨닫지 못하는,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열정도 사라지고 이기적 성취에만 몰두하는 손상된 영혼들, 미쳐버린 인간사회에 대한 혹독한 자기반성의 촉구이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지적 폭력에 대해서 무신경한 무지한 대중들, 이 뒤틀린 사회구조와 부조리를 거들떠보지 않는 인류는 영원히 노예의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하비드, 에바, 가브리엘라, 저비츠 와일드, 모린,...욕망이란 이름하에 명멸한 사람들, 그러나 자기 자신의 삶, 주인으로서의 삶, 진정한 승자의 삶은‘사랑’으로 회귀한다. 오로지 승자가 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그 부질없는 행동의 실체를 시각문화의 대중 지배라는 관점을 통해 감각적이고 적나라하게 들춰낸 수작이다.


「영이 최후의 심판대에 올랐을 때 신(神)은 다만 이렇게 물을 것이다. “살아 있을 때 너는 사랑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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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책으로부터의 새로운 삶의 발견 | 에세이,평론 2009-07-2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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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독서일기

알베르토 망구엘 저/강수정 역
생각의나무 | 2006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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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책을 석양이 뉘엿뉘엿 저무는 시기에 이르러 다시금 읽는다면 그 독서는 어떠한 것이 될까? 책장마다의 단어와 문장이 이미 쉬이 넘어 갈 수 없는 수많은 추억을, 연상되는 언어와 이미지들로 들어차 미소를 머금게도, 슬며시 눈물이 흘러내리게 하기도 할 터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젠 처음 펼쳐든 책에서도 순수한 독서는 더 이상 가능치 않고, “문학적 암시가 빼곡해지면서”예전에 느끼지 못했던 어려움과 복잡한 책으로 다가서는 것은 삶의 세월이 훌쩍 넘어선 제법이나 나이가 들어서인지도 모를 일이다.


작가‘망구엘’이 50대 중반에 들어 자신의 삶에 영향을 주고 어떤 면에서는 지배하기도 했던 추억이 담긴 열두 개 작품을 매월 한 편씩 1년에 걸쳐 읽어나가면서 매순간 떠오르는 일화, 인상, 사색을 스케치하듯 적어나간 일기이다. 주제가 되는 열두 작품의 대부분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고전이거나 명작으로 번역되어 소개된 작품이나 ‘디노 부차티’의 『타르타르 스텝』, ‘호아킴 마리아 마차도 데 아시스’의 『브라스 쿠바스의 유고 회고록』은 국내에는 낯선 작품들이다. 또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떠오름』은 국내에 『떠오르는 집』으로 번역되어 출간 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절판되어 더 이상은 찾기 힘든 책이 되어버려 작자와 공명하기 어려운 아쉬움도 있다.

또한 인용되거나 비유, 연상을 통해 등장하는 낯선 200여 문학작품들도 ‘망구엘’의 사색의 길을 좇는 일을 여간 벅차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감상적인 환상에 영속적인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일기를 쓰듯이, 현재를 기반으로 하는 이 매력적이고 세련된 통찰과 사색의 여담은 삶의 성숙한 관조(觀照)와 달관(達觀)의 평온함을 선사한다.

사실 작자가 선정한 열두 작품의 대개는 디스토피아적 이거나 인생역정에 대한 회고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작품들이어서 삐딱하게 경사진 시선을 바탕으로 하는 비평적 인상과 염세적인 가치관이 엿보이기도 한다.


소년 킴과 라마승의 여정을 담고 있는‘키플링’의 소설 『킴』에서, 당시 인도를 지배하던 제국주의 영국의 무지한 이성을 야만에 견주기도 하며, ‘샤토브리앙’의 『무덤저편의 회고록』을 통해 오늘의 우리사회인 “짧은 속보, 반복, 즉시성, 시공간의 어떤 거리도 허용하지 않는 끝없는 순간 같은 것”을  지옥에 대한 또 하나의 정의에 빗대어 현재의 인류사회가 지옥의 다름 아님으로 고뇌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페르디난도 카몽’의 기독교의 ‘타인’에 대한 관계의 목적론적 접근의 성찰이나, 현대 정치사회의 방관자적 구경꾼인 시민들에 대한 비난에 이르기까지 여유로운 독서가 만들어내는 명상과 통찰의 멋스러움을 자아낸다.


“내 시체의 차가운 살을 갉아 먹은 첫 번째 벌레에 헌정(獻呈)”한다는『브라스 쿠바스의 유고 회고록』처럼 독특한 ‘여담의 책’이나 “정의를 성취하는 것은 단순히 불가능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의로운 사람이 계속해서 정의를 추구해 나가도록 우리가 그걸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는지도 모른다.”는 정의의 단상은 우리사회의 현실과 어우러져 새로운 연상을 낳기도 한다.


‘망구엘’의 자유분방한 독서일기가 새로운 독서를 추구하게 한다. 더구나 그의 사유의 날개를 자꾸 놓치는 탓에‘괴테’의 『친화력』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면, 이 책은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이리라.


“원하는 대로 읽어라! (LYS CE QUE VOUD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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