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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범속(凡俗)하다는 것에 대해 | My Story 2013-04-2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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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속(凡俗)하다는 것에 대해

 

세상은 온통 사람들에게 뛰어날 것을 요구한다. 일반적이고 흔한 것이 되지 않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즉 ‘보통’으로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다는 말이 된다. 시장주의라는 극한의 경쟁을 이념으로 하는 지구 대부분의 체제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는 오직 비교 상대로만 해석되는 보통의 사전적 의미처럼 그 존재성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 대부분은 이 어중간하고 모호한 영역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아니 인간 어느 누구도 이 범주를 벗어날 수는 없다.

 

뜬금없이 보통이니, 흔한 것이니, 일반적인 것이니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에서이다. 마치 사람의 삶이 이 보통에 머무르는 것은 안일함과 게으름, 혹은 저속한 무엇이나 되듯이 경시하고 천시하려는 소위 지적 허영으로 그득한 이들의 오만한 주장을 반박하고자 함에서다. 어쩌면 삶이란 것의 본질은 뻔한 것임에도 삶에 계급이나 층위를 부여하여 보통이지 않은 것은 가치가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구분하려 드는 망상의 실체를 보고자 함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통, 평범, 혹은 범속함이란 단어는 물론 이들과 대척에 있는 비범이나 특별함, 독특함이란 단어는 기실 구별하려는 인간욕망의 증거이지 어떠한 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이러한 자신들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구별의 어휘를 만들어내고 나와 너를 차별하여 계급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언어는 아마도 인간의 오랜 본성인 폭력성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세상에 절로 계급이 만들어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평범하고 속되다는 말로 싸잡아서 일반적이고 흔한 것이라는 보통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는 ‘범속(凡俗)’하다는 어휘를 살펴보자. 문자가 지닌 본래의 의미들은 이렇다. 범(凡)은 무릇, 대체로, 모두, 또는 예사로운, 보통의 뜻을 갖는다. 인간 모두를 의미하는 말이다. 속(俗)은 어떠한가. 풍속이나 관습처럼 사람들에게 익숙한 습속을 뜻하며, 나아가 종교적 관념에서 바라보아 현실을 고상하지 못하고 천하다는 인식하에서 설명하는 현실의 사회를 의미한다. 즉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의 일반적이고 모두인 실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무지한 허영꾼들은 ‘나만은 아니다!’ 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범속하다는 단어에 누추하고 비루함을 부여해 대다수의 사람들을 비하하려 든다.

 

그러나 비하하고자 한다고 해서 자신만은 예외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본디 범속한 것이다. 먹고 배출하고 자다가 그리고 부패하여 흙과 먼지가 되는 것이다. 이 범주를 벗어난 인간이 있었던가? 그들은 말하곤 한다. 삶이란 그것만은 아니라고 말이다. 옳은 말이다. 분명 이것만은 아니다.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무언가의 기술을 개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부추기기 위해 복지도 실현하고, 타자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국가를 만들고 정치를 하는 등의 삶이 있다. 그런데 결국 이것들의 궁극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과 자기 가족과 이웃들이 평온하게 먹고 배출하고 자기위해 하는 것 아닌가?

 

지구의 연령을 추정하고, 화성을 탐사하며, 가늠할 수 없는 우주를 탐색하는 과학처럼 삶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겠다. 왜 탐사하고 탬색하는 것일까? 인간의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역시 궁극의 목적은 무엇인가? 삶의 지속성에 불안을 해소하고자 하는, 다시말해 자신들의 유전자가 단절되지 않고 살아남게 하기 위한 의지 때문이 아닌가? 자자손손 먹고 배출하고 자기위해 인간을 위협하는 모든 불안한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일 것이다. 여기에서 범속함 말고 무엇을 발견할 수 있는가?

 

과학자, 정치가, 법률가는 비범하고, 권력과 부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란 시장에서 버둥거리는 이들은 뛰어난 것인가? 대체 범속성을 벗어나 것이 이들에게 존재하기나 하나? 상상력, 혹은 창의력이란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생뚱맞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지 모르겠지만 투입이 없는데 산출이란 없는 것이다. 아마 초등교육만을 받은 사람들도 질량 보존의 법칙이니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니 하는 물리법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주입된 것만큼 나올 뿐이다. 모순은 여기에도 도사리고 있다. 상상력 뛰어난 인재를 찾으면서 비범함을 기대하는 것이다. 현실의 교육은 획일화된 교육체제를 수호하면서 이 보통에서 비범을 요구하는 것이다.

 

더구나 범속성을 저속함의 언어로 변질시키면서까지 비범을 찾는 이들의 무지와 그 범속함이란! 인간 어느 누가 범속함을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모든 인간은 범속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범속이란 어휘처럼 사랑스런 단어가 어디 있겠는가? 관습과 관례라는 구속을 벗어나 그 경계를 허물고 일반적이고 흔한 것을 넘어서려는 인간의 노력은 귀중하고 존경 받을 일이다. 하지만 그것조차 삶의 지루함을 달래는 인간 본성의 하나라고 한다면 지나치게 인간을 모독하는 말이 될까? 사랑하는 연인과 드디어 결실을 맺어 신혼여행지에 도착해 아름다운 풍광을 마주한 두 남녀의 첫 말은 무엇일까? ‘우리 뭐 맛있는 걸 먹을까? ’가 아닌가? 범속함, 삶의 본질을 말하는 언어이다. 결코 범속성에 층위를 덧씌워 비하할 단어가 아닌 것이다. 그저 범속하게 살 수 만 있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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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에 숨겨진 ‘먹는다’는 것의 맨얼굴 | 에세이,평론 2013-04-26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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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저
예담 | 201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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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슈킨에서 솔제니친에 이르는 19세기와 20세기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문호들의 작품을 음식이라는 코드로 재해석하여 당대 러시아 사회와 사람들의 정신을 조명하는 이 책은 독서가들에게 책 읽기의 또 다른 시선을 제공하여 준다. 소설과 희곡 등 문학작품 속에 투영된‘음식’, ‘먹는다’라는 소재가 러시아 사회의 변화를 반영하는 의미심장한 제재였음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러시아문학의 이해에 한걸음 다가선다는 느낌을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2세기에 걸친 러시아의 세계사적 격변은 그대로 사람들의 삶에 녹아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나 인간의 생존을 위한 기본중의 기본인 먹는 행위는 개인 삶의 미세한 변화는 물론 사회 상황이라고 하는 시대의 조류를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리라. 그래서 19세기 전반기, 러시아에 문학다운 문학의 뿌리를 비로소 내리게 했다는 푸슈킨에게서 음식들의 요란한 나열과 비평을 보게 되는 것은 표트르 대제의 서구화에 대한 열망의 문화적 소산임을 알게 되는 것이고, 20세기 초 소비에트 혁명의 무참한 시대의 식탁과 먹는 것이 ‘파스테르나크’의 ‘지바고’나, ‘솔제니친’의 ‘이반’으로 표상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남의 것인 서구화와 자신의 것인 슬라브적인 것의 갈등과 절충, 융화가 러시아인들에게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었는가를 바라보는 것은 부끄러운 근대화의 길을 걸어야만 했던 우리의 역사와 견주어 흥미로운 과정이 되어주기도 한다. 프랑스적인 것은 고급스럽고 우아한 것이고 슬라브적인 것은 촌스럽고 저렴한 것이라는 당대 러시아 지배계급의 허영과 맹목이 대문호들에게 어떠한 문화적 기호로서 수용되고 있는 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 책의 의지일 것이다. 물론 음식과 역사적, 문화적 상호성만을 해독하는 것은 아니다. 먹는것 그 자체가 지니는 본성으로서의, 인간 삶의 본질이라는 철학적 사유가 배제되지 않은 독해이기에 더욱 매혹적인 관점이 된다.

 

그러나 ‘고골’이나 ‘체호프’의 작품 해석에 주류를 이루는 비평적 단어인‘범속성’에 대한 의미의 부정확한 정의에 기초한 해석의 연장이나, ‘파스테르나크’의 소설을 통해 주장하는 삶의 존재론적 의의와 같은 이해에 있어서는 인문학적 논리를 벗어나 사적인 주장으로 비쳐 부분적으로 거북한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범속성이라는 어휘 그 자체는 아무런 가치지향성을 지니고 있지 않음에도 고인물, 비루함, 게으름과 같은 언어와 동등으로 의미화 하는 것과 같다. 범속성은 지극히 찬미할 수도 있는 언어이며 혹은 비난에 사용 할 수도 있는 언어이지만 그것은 전제된 상황에 종속되어 활용되는 것이지 어휘 본성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언급하였지만 이 책은 신선한 문학적 해석을 지닌 매혹적인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 ‘불가코프’의 『개의 심장』, ‘유리 올레샤’의 『질투』와 같은 작품들은 폭넓은 러시아 문학의 접근을 가능케 해주고, 독자의 읽기 영역을 확장시켜주고 있으며, ‘고골’의 「옛 기질의 지주」, ‘체호프’의 「국어 선생」등 단편소설의 해석은 여기서만 맛 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이 된다. 어쨌든 책의 코드는 ‘먹는 것’, 음식의 자연적 영역과 문화적 영역을 오가면서 거장들의 문학이라는 숲속에 내재된 정신과 육체, 즉 인간의 삶속을 산책한다.

 

내게 깊은 인상을 준 해석은 ‘고골’의 『검찰관』, ‘곤차로프’의『오블로모프』, 그리고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들 수 있겠다. 본의 아니게 말단 관리에서 담대한 사기꾼이자 허풍꾼이 되는 ‘흘레스타코프’의 빈곤한 경험과 상상력을 표현하는 유치찬란한 음식이름의 열거, 철저한 감각의 백지상태, 고요와 무관심한 평온이 가득한 ‘오블로모프 기질’과 관련한 논쟁 가능한 삶의 범속성에 대한 비평, 고급 레스토랑과 지옥이 동의어가 되는 문학 관료들의 탐욕에 대한 작품설명은 독자로서만이 아니라 글 쓰는 이들에게도 유용한 시사점들을 드러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생은 예기치 않은 기쁨과 우연의 일치와 기적과 선물로 가득 찬 것”이라는 ‘파스테르나크’의 흠결 많은 대작 『닥터 지바고』 대한 이해를 토대로 혁명과 이로 인해 소외되고 소멸되는 인간의 존엄성, 참된 존재로의 복귀를 향한 고독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들은 무릇 전체주의를 동반하는 혁명의 고통스런 이면을 생각게도 한다.

 

사실 책은 먹는다는 것의 사색을 통한 존재론 적 삶에 대한 다양한 사유들에 대한 해석이고, 이에 대한 특히 범속성에 대한 비판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톨스토이’식 쾌락주의 비판을 기초로 하여 음식과 섹스의 권력과 지배 욕구라는 폭력성을 지적하고, 먹는다는 것의 문화화, 즉 미학화, 의식화와 같은 군더더기인 과잉의 악덕에 대한 이야기도 쏠쏠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먹기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인간은 범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녀모두 "진정 생생한 관심사는 모두 먹는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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