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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지탱하는 것들... | 소설,시 2016-10-0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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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함머클라비어

야스미나 레자 저/김남주 역
뮤진트리 | 2016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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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소소한 일상 순간순간의 조각 이야기들이 모여 시간 속에서 사라져버리는 세계에 대한 비가(悲歌)라 해야하나? 아니, 그저 시간에 무릅을 꿇을 수 없는, 죽음이라는 "포기의 쓴맛을 가만히 기다릴 수 없는" 어느 여인의 시간과의 싸움에 대한 '감동의 기록물'이라는 편이 합당한 정의이리라.

딸아이 앞에서 베토벤의 소나타 '함머클라비어'를 연주하려하지만 깊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만을 드러낼 뿐이었던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일화(逸話)로부터, 이젠 시간의 강을 건너버린 것들에 대한 40여편의 기억 편린들이 모여 "살아있는 자들, 과정 한가운데 있는 존재자"로서의 그 찬란한 감동을 음미하게 한다.

 

문득 거실의 서랍장위에 진열된, 카메라 앞에서 이를 드러내고 함박 웃는 천진난만한 두 아이가 있는 사진 속 시간을 매양 그리워하며 미소짓는 내 표정을 느끼게 된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자신의 딸이 그리고 썼던 일기장 '투덜이 소녀'를 찾아내곤 "사라져버린 하나의 세계", 시간 속에서의 그 가치를 이야기 할 때의 소설 속 '야스미나 레자' 와 이렇게 공명한다.

"얼마나 사랑에 넘치는 마음으로 귀여워했는지,...얼마나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는지, 얼마나 완벽하게 그 애를 소유했는지,...한때 내가 얼마나 충만하게 그 애의 모든 것이었는지, 이게 심술궂은 시간이다. 시간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 우린 시간에 저항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시간이라는 논리와 이성(理性)에 굴복할 수 만은 없는 것 아닌가?

 

다음의 일화를 옮기면서 살며시 웃는 '야스미나'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발자크와 그의 아내가 목적지에 가는 길로 싸운 에피소드인데, 합리성이라는 논리와 비이성적이라는 감성과의 부딪침에 대한 이야기다. 아내의 말을 무시하고 길을 찾던 발자크는 빙빙돌아 많은 시간이 지체되었다. 아마 머리에서 불이 활활 타올랐을 것이다. 아내가 토라진 것은 뻔한 일, 발자크는 아내에게 뒤늦은 사과를 했지만 자기 논리에 대한 그의 완강함은 그녀를 실망시키에 넘쳐흘렀다. 그녀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세상보다 나를 우선해줘!" 라는 '하나의 실존적인 시험'을 한 것이다. "나에게 맞서 세상을 옳다고 하지 마." 비합리에 맞서는 이성, 사랑에 맞서는 오만만큼 삶을 황폐하게 하는 것도 없다. 삶을 지탱하는 것, 우리가 살아있게 만드는 것, 그것은 바로 "비이성적인 낙관의 순간들"이라는 것이다.

 

작가만큼이나 나 또한 베워야 할 것들을 이미 배운 나이 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삶의 진실을 터득했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데 진실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할 만큼 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가운 침대와 허무외에 그 어떤 전망도" 남아 있지 않다고, 더이상 욕망하는 일도 시들하기만 하다. 그럼 더이상 뭔가가 되는 일에서 관심을 거둬야 하는 것일까? 발자크는 아내에게 눈부신 선언을 한다. "나는 싸우는 게 좋고, 널 사랑해!" 라고.

그래 "나는 더 길을 잃고 싶다."는 야스미나의 또 다른 선언은 시간의 강(江)을 어떻게 건너는지에 대한 빛나는 요령으로 와 닿는다.

"나는 시간 앞에 무릎을 꿇을 수가 없다....나는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나는 전투의 운명을 원한다. ~ (中略) ~ 너로 하여금 좀더 나아가게 하소서. 오늘을 음미하게 하소서. 포기의 쓴맛을 가만히 기다릴 수 없는 나로 하여금"

삶이란 앞니가 모두 빠진 빈 공간을 드러내며 활짝 웃는...앞니 빠진 소녀의 기막히게 매력적인 미소..., 눈물이 날 정도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그것이라고. 역설적이게도 죽음 앞에 선 비가(悲歌)가 돌연 삶의 의미 가득함이 되어 돌아오는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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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감동, 삶의 의미... | 소설,시 2016-10-0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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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스터 보쟁글스

올리비에 부르도 저/이승재 역
자음과모음 | 2016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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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았고, 슬그머니 다가온 막바지 상황이든, 현실에 대한 끝없는 조롱이든, 관습과 시계와 계절에 대한 주먹감자든, 남들의 수군거림이든, 어느 하나 후회하지 않았다."  - P136 中에서

 

우리는 누구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산다. 내 삶의 이야기, 지독하게 공부해서 일류대학에 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멋진 배우자와 함께 자식낳고 여유롭게 살다 가는 것 따위의 흔해빠진 이야기에 매몰된 그런 삶이 아닌 나만의 배역, 그래서 내가 온통 미쳐버릴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산다는 것 말이다. 정말 이런 나만의 이야기를 살아본 적이 있는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자문하게 된다.

미친듯이 춤을 추는 여자, 남자는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듯한 달콤한 광기를 발산하는 그녀가 자신의 운명임을 느낀다. 그녀의 광기를 먹여 살릴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 남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써진다. "그녀는 내 삶을 영원한 난장판으로 만듦으로써 내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소설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그들의 아들, 한 가족의 삶, 바로 그네들 "광란의 오페레타'의 기록들, 인생의 무대에서 배역을 마음껏 즐기는, 의미로 가득한 연기를 해 낸 후 무대에서 퇴장한 여자와 남자의 이야기이다.

 

그 이야기는 파티와 춤, 그리고 그네들의 삶에 배경음악처럼 '니나 시몬'의 '미스터 보쟁글스'가 흐르고, 진실보다 항상 나은 작은 거짓말들이 광채를 발하는 순간들의 역사이다. 이 광채의 실체는 사랑이리라. 절대적인 내 편, 작은 거짓과 자신을 은폐하는 수단으로 멀쩡함이란 책략을 사용하는 인습에서 벗어난 광기, 삶에 대한 적극적인 자유의 모습 그것일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뒤집힌 글자를 쓰는 아이에게 말한다. "어머니는 내 거울 글씨를 아주 좋아했고 ~ (중략) ~ '정말 놀라워요. 매일 내 이름을 거울체로 써주면 좋겠어요! 이런 글씨체는 보물이에요. 황금만큼 귀한거니까요!'"

또한 아이와 가족의 동거자인 일명 아가씨(쇠재두루미)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에게 "아드님, 아가씨와 손과 눈과 마음으로 말하세요. 남들과 소통할 때, 그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어요! " 새와 소통하려는 것, 미친듯이 춤을 추는 것, 생명인 꽃을 팔고 돈 받기를 거부하는 것....이 미친 짓인가? 아니면 생명과 존재에 대한 사랑인가? 광기는 사랑과 아주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그런 엄마가, 아내가 발작을 시작했다. "몇 년에 걸친 파티와 여행과 기벽과 기상천외한 즐거움을 보낸 지금 나는 아들에게 모든 것이 끝이고, 매일 병실에서 헛소리를 하는 엄마를 바라보아야 하며, 엄마는 정신병자이며, 우리는 엄마가 영원히 잠들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야 한다고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나 이 고통의 시간조차 그네들로부터 사랑을 떠나지 못하게 한다.  "말도 안 되는 이 상황에 발길질을 한 방 먹여야죠!" 그래서 아빠는 "이성(理性)이라는 녀석의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 정신병원에 지내던 엄마를 탈출시키기 위해 아들과 기막힌 유괴탈출극을 감행한다

 

이 연극은 마지막으로 오직 아들을 깜짝 놀라게 해주고픈 엄마와 아빠의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때론 크기를 측정할 수 없는 사랑이 그 실체이곤 한다. 이쯤에 책장을 잠시 덮어두어야 하는 문장들에 이른다.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진실과 이별, 사랑의 본질과 마주할 때의 그 아릿한 통증과 뜨거워진 눈시울 때문이다. 격한 감동? 그저 내 미흡한 표현력이 별다른 어휘를 찾아내지 못한다. 그 문장을 그대로 옮겨놓는 수밖에...

​"나는 이게 끝이라는 걸 알았고, 이제야 엄마가 내 침대에서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 그래서 나는 울었고, 펑펑 울었고, 어둠 속에서 눈을 뜨지 않았던 내가 원망스러워 울었고, 또 엄마가 말한 해결책이 자신이 사라지는 것임을, 우리와 이별하는 것임을, 골방에서 비명을 질러대며 우리를 더 이상 괴롭힐 일도, 당신의 끝없는 집착과 비명과 소란을 더 이상 감당 할 일도 없도록 훌쩍 떠나는 것임을 일찍 깨닫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 울었다. 난 그냥 모든 걸 너무 늦게 깨달아서 울었다. 단지 내가 눈만 떴다면, 엄마에게 대답을 했다면, 같이 자자고 손만 잡았다면, 엄마가 미쳤든 안 미쳤든 멈마가 좋다고 말했다면 엄마는 분명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고,.....  P160 中에서

​이제 여자와 남자는 삶의 풍성한 의미와 사랑을 남긴 채 무대 아래로 퇴장한다.  "엄마없는 새날을 원치 않았고,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빠는 덧창을 닫고 새날을 묵혔다." 그리고 가족의 삶이 빼곡하게 적힌 아빠의 작은 수첩만이 쓸쓸히 아이를 기다린다. "터무니 없는 일이지만 삶이란 종종 그렇다는" 것을 알린채. 치열하게 자신들만의 삶을, 배역에 몰두하고, 온통 사랑인 존재를 남긴채. 삶의 의미란 사랑이 아니냐고, 스스로 배반해야만 역설적으로 살아남는 그런 삶이 아닌 광란의 오페레타 그것이라고. 삶의 이야기는 이렇게도 써진다고.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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