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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와 자기이해.... | 소설,시 2017-08-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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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깥은 여름

김애란 저
문학동네 | 2017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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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풍파를 많이 쐰다는 것, ‘의 존재를 구성케 하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것, 내가 말한다는 것, 그리고 무지와 탐욕과 비겁함으로 무장된 패거리들과 공존한다는 것, 터무니없는 범주화와 규정화로 반지성이 압도하는 기만의 세계에 산다는 것 등등....., 아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의 시간 속에 있다. 어떤 것은 내가 살아낸 것이어서 말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많은 것들에서 나는 무지하다. 그래서 이 무지의 자기이해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결코 타자에 대해 아무런 이해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작가의 전작(前作)비행운에 수록된 단편, 너의 여름은 어떠니에는 비로소 타인의 아픔을 깨닫는 인물이 등장한다. “내가 살아있어, 혹은 사는 동안 누군가는 많이 아팠을 거라는 생각”, 존재함에 대한 이 겸허함이 곧 자기이해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바깥은 여름을 읽었다고 해야겠다. 이것은 풍경의 쓸모에서 화자인 시간강사 이정우가 말하는 유리 볼 속의 하얀 눈과 구 바깥의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時差)’, 그것이 아닐까?

 

작품집 수록 첫 작품인 입동에는 이십사 년 만에 마련한 집 단장에 소박한 열성을 보이는 여자와 그를 바라보는 남자가 있다. 부유(浮遊)하다 비로소 정착 한 곳, 그곳에서 부부는 아이를 여윈다. 상실의 처절함으로 자기 삶을 잃어버리고 공허감에 온통 뒤틀린 내면의 음울함에 고통 받는 이들에게 보내는 뭇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 역시 시차일 것이다. 아이의 죽음에 보험금으로 책임을 다했다는 듯한 어린이집 원장, 마침내 삶의 시간을 회복하려는 듯이 부부는 보험금을 대출금 상환에 쓰려 하지만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 몸이 떨리기만 한다. 끝없이 자문케 하는 이 고통스러운 의식을 감히 안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마지막 수록작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또한 시차, 어렴풋한 자기이해, ‘라는 물음에 비로소 답하게 되는 명지를 발견하게 된다. 물에 빠진 중학생을 구하고 자신은 나오지 못한 남편인 도경으로 침잠한 내면, 어두운 공동에서 나오지 못하는 여자가 있다.

나는 어떤 시간이 내 안에 통째로 들어온 걸 알았다. 그리고 그걸 매일매일 구체적으로 고통스럽게 감각해야 한다는 것도. 피부 위 허물이 새살처럼 돋아날 수 있다는데 놀랐다.” -P 238

시간이 멈춘, 삶이 멈추는 고통이리라. 그것은 상대가 없어 상대를 향해 뻗어나가지 못한 시시하고 일상적인 말들이 입가에 어색하게 맴도는 것이며, 스마트 폰 음성인식 프로그램에 진부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내게 이렇게 읽힌다. 타자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고작 누군가의 상상을 상상하는 상상 안에 계산돼있는 프로그램이상 일 수 없다는 것으로.

 

그리고 소설에는 또 하나의 시차가 있다. 죽은 학생의 누이가 보낸 편지, 동생은 살았으나 세상을 등진 선생의 아내인 명지의 아픔을 조심스럽게 보살피는 순수한 그것, 이것을 통해 명지는 그 순간 남편이 무얼 할 수 있었을까....(중략)....어쩌면 그날, 그 시간, 그곳에선 죽음에 뛰어든 게 아니라, ‘에 뛰어든 게 아니었을까.”라는 자기이해에 도달하는 것 같다. 비로소 멈추었던 삶이 다시 움직인다. “...당신이 보고 싶었다.”라고.

 

또 다른 수록작, 풍경의 쓸모에서 시간강사 이정우가 교수 임용에서 탈락한 후, “풍경이 더 이상 풍경일 수 없을 때, 나도 그 풍경의 일부라는 생각이 든 순간 생긴 불안이었다.”라고 자기이해를 말하는 순간이다. “내가 중심에 얼마나 익숙한지, 혜택에 얼마나 길들여졌는지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내가 어떻게 중심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 잘 보였다.”

이것은 사진을 찍기 위해 풍경을 배경으로 여기에 서 정우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소리가 상실의 이름을 미리 불러 세우는것이었다는 자각, 즉 사진 속에 붙박인 무지의 이야기와 교호하면서 과거가 될 만한 자세였다고 말하는 시차 바로 그것일 것이다. “영원한 무지!” , “더블 폴트!” 타자 읽기에 연속적으로 실패하는 것. 삶의 지혜란 것이 진정 있다면 겸허한 자기 이해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것일 게다.

 

그리고 버려진 늙은 개와 할머니의 손에 자라는 아이의 용서에 대한 이해를 말하는 노찬성과 에반, 혼혈아를 키우는 요양병원 영양사인 여자의 믿음과 의혹의 이야기인 가리는 손또한 시차의 다른 의미일 것이다.

- 있잖아, 에반, 나는 늘 궁금했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픈 건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걸까?

- .....

- 에반, 많이 아프니? 내가 잘 몰라서 미안해.

- .....

 

무지에 대한 이해만큼 진실한 것이 있을까? 비로소 타자에 대한 이해가 시작되고 사랑이 스며든다. 반면, 동남아계 남편과 이별한 후 혼혈아인 재이를 키우는 여자는 무리에서 부정당한 느낌”, “시간이 매일 뺨을 때리고 지나가는 기분을 지닐 아이의 배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 아이들의 무리가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에게 폭력을 가할 때 재이가 먼발치에서 목격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동영상에 찍힌 자기 아이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비명을 지르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웃음을 가리는 손이라는 의혹도 깃든다. 죽은 사람에게 절 할 때 외람되지 않게 가리는 그 밥 먹는 손은 이렇게 이중적이다. 사악함을 가리는 손, 겸허와 예를 갖추는 손,..... ‘틀딱이라고 노인세대를 범주화하여 경멸하는 터무니없이 파렴치한 언어를 가진 도덕이, 가져 본 도덕이 그것밖에 없어서 그래라고 그저 치부할 수만 있는 것인가? 이 사회적 자기의 몰이해, 이 기만의 언어가 우리들 자신을 오염시키고 인간성을 저만큼 후퇴케 한다.

 

상실, 공허감, 멈추어버린 시간, 왜곡되어버리기만 한 삶의 뒤틀림과 그리고 고독이라는 삶의 개별성이 발산하는 무기력의 쓸쓸함이 침묵의 미래속 소수언어박물관에서 하얗게 결정화 된 고독...”으로 자기 삶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던 화자의 마지막 화자의 고통처럼 내게 스며든다. 이 소설집은 그렇게 내 무지에 더욱 겸허할 것을, 감히 연민이란 말을 함부로 뱉어내지 말 것을, 고요하게, 그러나 그 무엇보다 진실하게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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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 딕'으로의 유혹 | 에세이,평론 2017-08-0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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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악한 책, 모비딕

너새니얼 필브릭 저/홍한별 역
저녁의책 | 2017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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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연 속으로 사라졌다가 적당한 때에 수면 위로 튕겨 오르는 책

                  - 모비 딕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책이었다.”     P 129에서

 

내게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 딕에 대한 기억이란 증기압력 솥에 가두어진 듯 내면의 고통과 분노로 가득 채워진 인물, ‘에이해브와 무시무시하고 신비스러운 가능성으로 가득한 흰 고래를 떠 올리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리고 읽어나가기가 꽤나 지루해서 이야기의 장면에 직접적이지 않은 부분은 건너뛰며 대결 국면의 화려한 장면으로 급하게 나아갔던 것 같다. 결국 스토리에 집착한 읽기였기에 작품에 대한 감동이나 이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 될 것이다.

 

그래서 저자 너세니얼 필브릭모비 딕에 바치는 이 경외(敬畏)의 찬가는 내심 부럽고 독서에 대한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이 때문인지 멜빌사고(思考)는 냉정함과 차분함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기에 우리 딱한 심장은 쿵쾅거리고 모자란 뇌는 너무 심하게 고동친다.”라고 호손’(일곱 박공의 집著者)에게 작품 창조에 대해 자조(自照)처럼 한 말이 마치 내게 한 말처럼 다가온다.

 

또한 필브릭에게 모비 딕회의와 희망을 뒤섞는 데서 오는 구원, 짧고 터무니없고 부조리한 삶 앞의 온화한 극기심을 가져다주는 생애(生涯)의 책이다. 나는 이런 책을 아직 가져보지 못했다. 아마 멜빌의 자조와 같은 이유와 무지가 겹친 탓일 것이다. 어쩌면 은폐된 오만 때문일지도. 그래서인지 내겐 멜빌의 책에 보내는 이 애정 그득한 저작이 진정성과 사랑으로 읽혀졌던 것 같다.

 

모비 딕이 노예제에 대한 갈등, 노동 착취, 야심가들의 위선, 길 잃은 젊은이들의 방황, 권력을 잡기위한 선동적 언어 등 19세기 미국 사회의 불안한 시대상을 담아내고 있다는 것은 비로소 알게 된 행간의 의미이다. 소설 속 화자인 이슈메일(이스마엘)’의 그 많은 독백의 문장들이 21세기 오늘에 이식해도 전혀 의미를 잃지 않는 삶의 정곡들이었음을 듣게 되는 것도 또 다른 깨달음이요 즐거움이 된다.

 

이 삶에서 사랑하고 일하고 행복해 한다는 것은 우리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세상에서의 쇠락과 죽음 말이다. - 이 깨달음이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의 저주다. 이 진실을 인지하고 직접적으로 내면화한다면 에이해브처럼 미치게 된다.” P 64에서

 

멜빌이 소설에서 이슈메일의 입을 통해, 자신의 현실적 삶 내내 지배해 온 의문의 발설이기도 한 이 문장은 죽음으로 자신이 전적으로 소멸된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천국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자기를 온통 태워버려야 했던 작품이었음을 상상하게 된다. “지상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영원이 자신을 기다린다는 확신을 보이는 이슈메일의 믿음이 그것이었을 것이다.

 

한편 멜빌의 이 작품이 셰익스피어와 호손의 영향이 반영된 작품임을 알게 되기도 하는데, 에이해브의 가면 뒤에 있는 실재의 고통과 같이 호손의 불가해한 본질이 사방에 존재하며, “‘어둠의 위대한 힘에 사로잡힌 인정받지 못한 천재처럼 셰익스피어의 캐릭터에서 비롯된 차용 같은 것들이다.

 

이 밖에도 그저 스치듯 지나갔던 장면들의 그 현실감 넘치는 묘사들을 새롭게 보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작살잡이들이 소리를 지르고 노잡이들이 부들부들 떨며 숨을 헐떡인다....”와 같이 포경보트에 탄 선원들이 모비 딕이 일으킨 거대한 너울을 헤쳐 나가는 모습의 사실감이다. “무엇보다 여러분이 모비 딕을 읽게 만드는 것이 관심사라고 말하는 저자 필브릭의 희망은 결코 헛된 욕심이 아니라 할 수 있다. 책 장 저 밑에 꽂혀있던 700여 쪽의 책을 다시금 꺼내 들었으니까.

 

필브릭의 저술인 이 책의 미덕을 말한다면, “원조 황무지인 드넓은 대양(大洋)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멜빌의 책은 그야말로 거대하고 통 큰 주제들의 향연임을 보게 해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우리도 그만한 크기로 팽창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으로 부풀게 한다. 구명부표가 된 퀴퀘그의 관처럼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다시 떠오를 수 있는 문학으로 유혹하는 이 책에 겸허하게 갈채를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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