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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검은 기쁨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 저/류재화 역
열림원 | 2017년 08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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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트린은 자신의 삶이 일요일 오후 같다고 생각했다. 길고, 음울하고, 막연한 희망과 모호한 회한으로 가득 찬 느낌, ...(중략)...모든 게 너무 썼다.” - P182 엘리제의 사랑에서

     

 

우선은 이 작품집에 대한 부정적 느낌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 비판적 감회를 쏟아내야 오롯이 심취했던 단편에 대해 소감을 써 내려갈 것만 같다. 인간존재 본래의 내면으로서 사랑과 감정에 대한 흥미로운 사유를 제공하는 단편이 있는가하면, 뻔한 이야기의 반복, 마치 구약성서의 번안(飜案)에 불과한 듯한 작품이 혼재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떤 대단원으로 막을 내리게 될지, 윤리적이고, 계몽적인 의미에서 뻔히 예상되는, 그래서 내겐 생경한 느낌을 주는, 아마 이미 설정된 주제에 이야기를 구성한 듯한 단선적인 흐름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가 자신도 말했듯이 옳고 그름,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이야기에 내재하고 있는 연유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1. 단편 귀환검은 기쁨에 대해서

 

특히 귀환과 표제작인 검은 기쁨은 오직 주제에 수렴하기 위한 한 줄기의 단순 명쾌한 구성으로만 보인다. 단편 귀환생각하는 것은 고용주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기는 선박 배관공인 그레그란 인물이 딸의 죽음이라는 전갈에, 비로소 사념(思念)이라는 고통스러운 세계와 도덕적 번민의 문()”에 들어가 세상과, 가족, 인간에 대한 사랑에 이른다. 라는 단순성과 같은 것이다. 오늘 우리네가 사는 현실-무수한 정치, 사회, 문화, 경제의 세례-의 삶이란 것이 이처럼 순수하기만 한 것일까?

 

또한 작품 검은 기쁨은 삶을 경쟁과 승리를 위한 전투로 배워 온 청년과 선의와 배려, 관계의 즐거움으로 익힌 청년의 교차적 인생에서 진정한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지라는 교훈을 만들어 내려는 목적이 읽히는 소설이다. 물론 이 두 단편이 많은 문장으로 구성된 만큼 오직 작가의 의도된 단순한 교훈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지만 무수한 종교와 윤리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굳이 내러티브의 형태만 바꾼 것 아닌가라는 회의도 저버리기 쉽지 않다.

더구나 소설 속에는 그 유명한 구약의 카인아벨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이 작품이 전혀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2. 단편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엘리제의 사랑에 대해서

 

그럼 처음 몇 줄의 문장을 읽으면서 이내 반한 소설부터 얘기해 보자. 첫 번째 수록된 작품인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의 주인공인 마리 모레스티에의 인물 묘사부터 흥미롭다.

“ ‘마리 모레스티에에게는 사람들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드는 특유의 모호한 구석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스타탄생의 조건인 이중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분명하게 규정할 수 있겠는가? 누구나 모호하고 이중적, 아니 다중적이다. 수많은 역할의 가면을 쓰고 사는 것이 우리 아니던가? 남편의 죽음과 관련하여 살인죄에서 무죄로 풀려난 미망인에게 마을 사람들의 시선은 호기심에 이은 관음증에 시달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구경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토록 평화롭고 예쁜 마을에 그토록 검은 영혼이 산다는 것이 신기하기만해서, 관광객이 쇄도하기까지 한다. 악명이 높아서 인기가 치솟는 것도 우리의 연예계 흥행과 닮아있다. 이 소설이 재미있는 이유가 옛 이야기 같은데, 현대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이 여인과 마을에 새로 부임한 교구 신부와의 조우에서 시작되는 심리의 묘사들은 압권이다. 여인의 위선과 가식은 급기야 연기(演技)’, 즉 예술로 묘사되고, “예술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다고 느끼게 만드는 환각이다. 오히려 예술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지 않은, 결국 감춰지지 않는 그 인위적인 기질을 보여주어야 하는 법이다.”라고 작가는 너스레를 떤다.

 

이 문장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전환이며, 이후 여인의 행동 양식을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신부는 여자에게 죽어있던 관능을 깨우고, 여자는 신부 가브리엘을 자기의 지배에 두기위해 자신의 살인 행위들을 줄줄이 그것도 상세하게 풀어놓는다. 거듭되는 그녀의 살인 행각에 가브리엘은 공포에 떨고 마리 모레스티에는 오히려 그의 공포에 희열을 느끼기 까지 한다.

 

과연 가브리엘과 마리는 누가 누구를 변화시킬 수 있을까? “맑은 영혼보다 검은 영혼에 저 자신을 바쳐야 할 의무가있다는 신부와 그를 사로잡기 위해 진실을 말하는 여인의 빗나간 사랑의 얘기는 같이 살아도 절대 같은 감정을 동시에 느끼지 못하는 우리 인간들의 한계, 그 고통스러운 시차(時差)를 새삼 되뇌게 된다.

 

그리고 동기성(synchronism)이 소멸된 사랑의 우화라고 한 엘리제의 사랑이라는 단편은 진부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시간의 괴리라는 제재의 신선함으로 인물들에 빠져들기도 한다. 프랑스 대통령인 앙리 모렐과 영부인카트린 모렐의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다. 역할 놀이에 빠져 방부 처리된 인간 같은 삶, ‘완벽한 사랑이란 표제 하에 조작된 그들의 커플사진이 실린 대중 잡지. 숱한 여자들과 염문을 뿌리는 남편에 대한 증오는 그네들의 삶을 황폐화시킨다.

 

아니, 이 치열하게 증오하고 진지하게 사랑했던 두 사람의 이야기에 대한 느낌은 작가 일기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훨씬 멋질 것 같다.

감정은 겉감과 안감이 다붙어 있다. 증오 없는 사랑이 있을까?....분노를 모르는 사랑이 있던가?...(중략)...우리 감정은 무엇에서 무엇으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모호하게 뒤섞여 있다. 검은색과 흰색처럼. 모순 속에서 팽팽하게 긴장된 채, 때론 너울처럼 파동하고, 때론 구부러지며 흐르는 물처럼 최악이 최상이 되고 최상이 최악이 될 수도 있다.” P 251에서

 

인간은 시간의 복도에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말이 시큰하게 가슴에 와 맺힌다. 독자의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작품집이 되지 않을까? 복잡하고 혼미한 세상에선 때론 이처럼 단순함의 미학에 빠져보는 것도 삶의 의욕을 회복하는 전환의 순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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