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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시민이 많아지는 세상을 위해서 | 인문,사회 2020-05-3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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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보의 미래

노무현 저
돌베개 | 2019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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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지금 그리고 미래에 행복한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 해야하는, 어떤 사회가 필요하며 

그 사회를 위해서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나오게 되는 거죠." - P 150中에서


이 책을 선택하여 읽고자 한 내심의 동기같은 것이 있다. 서거하시기 직전까지 마음에 두셨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공부하고 토론하며 사유하여 마련코자 했던 것이 바로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땅의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세상을 꿈꾸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에 도달하기 위해서 벗어날 수 없는,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조건들이란 무엇이며,  그것들이 야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자기 물음들과 현실 세계에 대한 냉정한 성찰의 육성을 기록으로나마 감히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자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책은 주변의 학자들, 참모진과 함께 '진보의 미래'란 테마의 연구주제를 놓고 진행했던 비공개 모임을 위해 구상되었던 원고 구성안과 2008년 12월에서 시작하여 서거하시기 직전인 2009년 5월까지 모임에서의 육성 기록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원고는 미완의 저작물로 남아있게 되어 어떤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지만 그가 제시하고 해결하고자 했던 과제의 본질을 헤아리게 되며, 육성 기록은  이를 보다 생생하게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통렬하고 세찬 해결의지를 엿 볼 수 있게 해준다



책의 제목이 우여곡절 끝에 '진보의 미래'가 되었지만, 그에게 '진보'는 민주주의의 내재 가치였기에 우리 사회가 지향하여야 할 궁극의 미래라는 의미와 다르지 않으며, 또한 그것은 "구체적인 삶을 지배하는 문제"로서의 '국가의 역할'에 귀속되기에 '한국사회의 미래'가 되어야 할 길에 대한 열정적인 탐구라하여도 그릇된 이해는 아닐 것이다. 그 사회란 바로 우리네의 일상을 지배하는 차별과 불평등, 빈곤과 배제, 불공정한 경쟁과 분배의 왜곡을 벗어나 사람의 자유와 평등의 불편(不偏)에 가닿으려 그침없이 지속하는 터전이다.  "가능하지 않은 것은 현실이 될 수 없고, 현실이 될 수 없는 것은 공상일 뿐이다."라고 했듯이 대안을 마련할 수 없는 이상이 아닌 현실적이고 행동가능한 지혜를 구하기 위한 실천적 사유의 치열함이다. 따라서 그의 첫 물음은 "당신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뭔가? 그들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나?"  하는 현실적 소망의 질문을 통해 개인 삶의 실질을 돌아보게 한다.


당신의 아이에게 위인전을 사주지 않았나? 고 묻는다. 거기에는 우리의 소망 - 빼어난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 한편으론 자기 삶을 행복하게 가꿀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 이 담겨있는 것 아니냐고. 여기에는 현실적 경쟁, 살아남는 문제가 개입하고, 그것은 성공과 실패의 문제를 낳는다. 이 화두는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는 실패하고 성공또한 영원하지 않음에도 실패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 잉태하는 그 불편한 관점 말이다. 


그렇다면 경쟁이 공정한 사회로 가야한다는 추상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이것이 진짜 맞긴 하는건가? 하고 다시 묻는다. 이런 사례가 세계 어느 국가 혹은 특정 지역사회에 있는가? 만일 없다면 이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확인하고 진정 올바른 길을 찾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역설한다. 사람들의 삶을 사로잡아 꼼짝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이 고통스런 구조를 벗어나야 하지 않겠나? 이처럼 그의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을 위한 과정은 사람에 대한 깊은 보편적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정권이 어디로 가더라도 시민의 생각이 딴 곳에 있으면 그 시대 가치관이 

압도적 다수를 벗어날 수 없어요."   - P 311 中에서


이와 같이 사람들의 구체적 삶의 형편을 행복한 삶으로 이어지도록 하게하는 것, 그러한 삶이 가능토록 사회적 조건을 만들어내는 것이 곧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2008년 당시 사람이 아닌 돈을 사회적 가치의 중심에 두고있는 보수주의 정권이 내세우는 성장과 이익의 논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겐 한낱 좌파 진보주의자의 이상론으로 들렸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이해관계'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 '인과관계'를 좀 생각해 보세요, 경제를 살리는 정책의 실체가 진정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라는 요청은 공허한 울림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그의 이해는 이 "사회 구성원들의 생각만큼만 시대의 가치가 갈 수 밖에 없음"의 안타까움이었을 것이다.


근자에 들어  '깨시민'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아마도 깨어난 시민이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것 같다. 정말로 경제를 살리는 정책이 맞는지, 시민의 자유와 평등을 제고하는 법의 제정인지, 그 세부 내용들이 자신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 인과관계까지 헤아리고 그에대한 견해를 주장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추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가  바라던 시민들의 싹이 오늘 이처럼 자라나고 있음을 보았다면 무어라 했을까? 여전히 그의 돌연한 죽음을 만들어냈던, 우리네 사회가 지녔던 그 한계의 안타까움을 떨쳐내는 것이 쉽지 않다. 아주 조금씩 변화해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향한 성숙에 미소를 보냈을 것만 같다.


"복지는 목적이다. 경제는왜 하는가? 복지를 위한 것이다."  - P 63中에서


진보냐, 보수냐라는 이념적 분리의 물음은 사람들의 이맛살을 짜뿌리게 하는 편치 않은 문제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피해갈 수 없다. 인간이 추구하는 이상과 역사적 현실의 괴리가 비록 커다랗다 할 망정 삶의 일상에서 마주해야하는 무수한 현실들이 인간의 작은 소망을 좌절케 하고 있기에, 자기의 이해관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지식적 탐색과 탐구의 과정으로서 너무도 중대한 까닭이기 때문이다. 성장을 주장하는 보수와 분배를 우선하는 진보, 복지의 확대를 주장하는 진보와 이를 저지하려는 보수, 규제의 축소와 작은 정부를 요구하는 보수의 내 논에 물대기식 편의적 주장의 무책임성에 대해서, 그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분투의 과정들에 이르기까지 진보와 보수주의의 가치에 대한 지난하고 통렬한 성찰의 기록이 빼곡하게 토로되고 있다. 


오늘 우리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경제의 효율성 논리와 시장의 논리안에서 경제, 성장, 활력, 경쟁력의 논리를 말하고 있지 않은가? 즉 보수주의 주제에서 논쟁하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 또한 우리의 시선과 인식의 전환의 필요를 생각케 하지 않는가?  금융위기, 거대 외국자본의 횡포, 사건적 재난 등등이 발생하면 규제의 미흡함과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보수주의자들은 작은정부와 규제의 경감을 끊임없이 외치는자기 모순과  이익적 편의라는 기이한 이기주의를 반복한다. 보수언론은 대형 화재나 해양 선박사고등이 발생하면 규제가 없다고 난리를 떨어대며 언제 규제 경감을 외쳤느냐고 발뺌한다. 


돈과 자기 이익을 핵심 가치로 하는 보수주의를 논의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대다수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의 삶, 바로 이것에 맞추어져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역사가 돈의 편이 아니라 사람의 편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을 지니는 것, 부모와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경쟁, 성공 할 수 있는 교육, 패자에게 가혹하지 않은 사회, 승자와 패자가 더불어사는 사회를 이루어내리라는 소망을 향한, 그 구체적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고군분투의 자취가 바로 이 책에 수록된 고 노무현 대통령의 목소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경제, 국가의 정책이란 바로 사람들의 복지를 위한 것 아니라면 그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이냐는 절절한 외침이다.


보수와 진보간에 서로 용납하지 못하는 핵심 쟁점이 있다. '분배와 복지'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획일적인 올바름을 주장하지 않는다. '구체적 타당성의 문제'이지, 항구적인 정책의 바름이 어디 있겠느냐는 물음이다. 여전히 색깔 공세가 통하는 나라, 보수주의 색채가 짙은 사회, 지역주의 장벽이 보수주의의 보루를 형성하는 사회, 돈에 의해 움직이는 언론이 여론을 조작하고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옳은 길을 찾을 수 있는 시민, 학습하고 생각하는 시민, 지혜와 실천적 용기를 지닌 시민이 된다는 것은 바로 자기 삶의 주체자가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기 요구와 생활상의 이익을 분명히 이해 할 줄 아는, 정책과 자기 이익의 인과관계를 

분명하게 얘기 할 수 있는, 오늘의 이익과 미래의 이익을 셈할 줄 아는 

시민이 충분히 성장해 있으면 그 어떤 정권이 문제이겠는가."  - P 140 中에서


이 육성의 울림은 오늘 자못 크게 들려온다. 깨시민이 많아지는 세상, 국가의 역할을 말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그런 세상을 향한 고인의 바람이 가슴 깊이 새겨지는 저술이다. 완성된 정치 경제 실천서로 전해지지 못하고 미완의 저작으로 전해지게 된 아픔, 그 미련과 애석함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 책에서 제안되고 논의된 과제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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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코로나 사피엔스』 | My Favorites 2020-05-2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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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장하준,최재붕,홍기빈,김누리,김경일,정관용 저/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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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을 읽으며(1) | 나의 리뷰 2020-05-28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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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하와 칸타의 장

이영도 저
현대문학 | 2020년 04월


1) 04:40 ~ 05:20


2) 처음 ~ P 130


3)  섬망에 빠진 인류의 환각?


     현대문학의 핀시리즈에서 시도된 첫 환상문학 작품이다. 생각이라는 노동을 요구하는 소설이어서 감상이 양 극단으로 표현되고 있지만, 핵 파멸 이후의 지구에 생존해 있는 열 아홉 살 소녀의 냉소적 신념이 뿜어내는 언어와 서사적 무대에서 펼쳐지는 상징적 배경들의 자극성은 사유의 노고를 상쇄하고 남을 만큼 소설적 재미를 선사한다.


   환상종인 요정 '데르긴'과의 필사적인 대화에서 시작하여 자기 생존조건을 자기 손으로 파괴해서 멸망의 문턱에 선 마지막 인류에 대한 묘사들과  "빈사 상태에 빠진 인류의 환상"이 어울려 빚어내는 인간의 자기기만의 현상들은 섬망에 빠진 오늘의 인간을 깨워댄다.   


기술적 요령만 비대해지고 시와 노래를 잃은 상실되어가는 인지능력으로 인한 무지와 환각에 지배당한 종족들의 갈등은 지금 우리네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반면 교사인것만 같다. 멸종위기인 동물인 인간을 보존하고 부활할 의무를 스스로 부과하고 시(詩)의 완전한 문답으로 생사를 결정하는 드래곤 헨리(아헨라이즈)의 설정은 돋보이는 은유의 광채이다. 



4)

"바로 앞에 있는 반대 증거도 못 알아보는, 또는 소망을  전망으로 착각하는", 그런 불치의 인류에 대한 자기 환기인 것 같다. 사랑을, 인간의 증산을 혐오하는 소녀 '시하'와 사랑의 묘약을 제조하려는 요정, 역사의 기록자인 소년 '칸타'의 결합이란 과연 가능한 것인지 내쳐 읽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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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풀의 향기 : 싱그러움에 대한 우아한 욕망의 역사』 | My Favorites 2020-05-27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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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향기

알랭 코르뱅 저/이선민 역
돌배나무 | 2020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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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들도 시대를 불문하고 자신의 작품 속에서 봄을 언급했다. 특히 19세기부터 낭만주의적 감수성이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작품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괴테는 봄을 이렇게 노래했다.


“왕성하게 싹이 트는

초록빛 덤불 속에

(…)

공기 속에 떠도는

은은한 몸짓,

상쾌한 기운,

황홀한 향기.”


또 다른 작품 속에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하늘은 고요하고 바람도 잔잔할 제,

어린 풀은 물결 이는 냇가에 자기를 비추네.

봄은 즐거이 일하며 살아가누나.”


풀로 만나는 푸르른 감정의 역사


『풀의 향기』는 정말로 풀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풀을 바라보며 ‘어떻게 느껴왔는지’ 보여준다. 풀에 대한 애정과 호감, 풀이 주는 편안함과 욕망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다룬다. 인간의 감각과 욕망, 시간, 공간 인식, 감수성 등의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역사학자 알랭 코르뱅은 풀잎 하나에서 혹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모습에서, 그리고 잡초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익숙한 감각들을 이끌어냈다.


초원을 달리거나 풀밭을 뒹구는 어린 아이가 느끼는 기쁨, 풀밭에서 식사를 마친 뒤 편하게 즐기는 한낮의 여유로움, 베어 낸 풀에서 나는 냄새, 수풀 속 작은 세계에서 들려오는 윙윙거림뿐만 아니라 풀 침대에 짙게 배인 에로티시즘, 심지어 묘지 위로 가지런히 자란 잔디가 주는 평온함에 이르기까지 태초부터 이어져온 풀과 함께한 감각들은 다채롭다.


오늘날, 풀에 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는 넘어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풀을 향한 욕망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도시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옥상정원과 주변의 크고 작은 화단만 봐도 사람들이 풀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욕망을 채워주고 잃어버린 감정들을 되돌려주는 초록의 풀은 다시금 자신의 자리를 되찾아나가고 있다. 그러한 풀을 현대인들은 새로운 형태로 찬미한다. 풀이 불러일으키는 욕망과 감정들을 묘사하는 푸른 산책은 계속된다. 『풀의 향기』는 지난 수십 세기에 걸쳐 풀이 일으킨 다채로운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 풀의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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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강제노동,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증거한다! | 인문,사회 2020-05-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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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친일파

호사카 유지 저
봄이아트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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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도된 역사실증주의에 매몰되어 자기 이익만을 위해 봉사하는 이들의 주절거림에 삶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기는 것이 안타까워 읽기를 주저하던 끝에 내처 읽게 된 저작이다. 저자 호소카 유지 교수가 신친일파라 명명하는 자들은 민족주의는 항시 이웃 민족을 적대하니 한국이 일본에 역사적 반성을 촉구한다는 것은 의미의 존재가 없다든가, 한 술 더 떠 그러니 민족주의의 기억을 탈영토화하여 바라볼 수 있는 식견이야말로 균형적 역사관이라 떠든다. 아마 1997년 일본에서 결성된 극우집단의 역사관을 대표하는 소위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후인 듯하다. 이들의 주장을 계승한 집단이 한국에 생겨났고 그 집단원들은 위안부, 강제노동, 독도 문제에 있어 일본 정부와 기업을 대변하는데 앞장서서 한국 정부를, 법원을, 정책과 역사를, 국민을 모욕한다.

 

탈영토화 되었으니 영토의 경계가 없고, 따라서 독도는 한국 땅인 적이 없으며,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 피해국이 아닌 단지 일본에서 분리된 지역에 불과한 것이 되어 식민지 피해에 대한 배상 같은 건 존재할 이유도 없다고 주장하게 된다. 이것이 책의 외형을 한 그 하찮은 반일종족주의의 변()이고, 이러한 역사적 사실의 왜곡과 인식의 비틀림을 비판하여 진실을 규명하고자 하는 작업이 호사카 유지교수의 이 저술이다.

 

사실 일본의 주구노릇을 하는 이들이 겨냥하여 호도하는민족주의1948년 일제강점기에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국회에 설치된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과 그 중단의 역사로 거슬러가야 그 실체가 보인다. 친일세력인 이승만 집단은 친일파 척결 주도 의원들을 간첩죄로 몰아 체포하고, 특위 산하 특별경찰을 습격하여 반민특위 폐기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민족반역자들의 처벌이 불가능하게 되었음은 주지의 실증된 역사이다. 이것, 즉 반민족행위자를 처벌하자는 사람들이 그네들의 민족주의자이며, 민족주의이니 당연히 부정적인 개념으로만 덧씌워져 있을 밖에 없다. 이러한 사실은 바로 지금에도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으로 군림하는 길을 열어 준 것은 물론이고 한국민족주의의 좌절과 단절로 남게 된 아픔이다.

 

그 좌절의 결과물이 역사의 기록을 기만하고 기억을 훼손하며 뱉어 낸 다음과 같은 말이다. 한국인의 정체성 전체를 조롱하고 모욕한다.

 

한국의 거짓말 문화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 거짓말과 사기가 난무하니 사회적 신뢰의 수준은 점점 낮아지는... 이 나라의 역사학이나 사회학은 거짓말의 온상입니다.”

- 『반일종족주의』 이우연의 주장, 신친일파P 13 에서 재인용

 자기 내면의 그림자를 타자에게 돌리는 것을 투사(Projection)라 한다.

거짓과 사기는 아무려나 반일종족주의자』를 쓴 이들의 모습일 것이다.

 

이 기이한 말은 한국의 역사가 온통 거짓이라는 주장을 위한 전제이다. 일본 정부나 일본군은 위안부를 강제 연행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고, 강제연행을 했다 해도 책임은 모두 포주인 업자에게 있으며, 대다수의 위안부는 자발적 성매매자로 본디 매춘부였을 뿐이다.”는 것이고, 탄광에 끌려가 강제노동으로 죽거나 차별을 당했다는 사실은 없었으며, 더구나 강제연행이란 허구론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독도 역시 이처럼 허구인 환상이자 망상에 의한 것으로 단 한 번도 한국의 영토였던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이들의 역사 왜곡 기술(記述)들에 의도된 누락과 오기, 사료의 외면, 악의적인 편집인용, 학술적 무능 등을 일일이 증거하고 비판하며 역사적 진실을 알리려는 노고가 오히려 안타까울 지경이다. 과연 그 어떤 진실도 지니지 못하는 죽은 말, 쓰레기 문자에 불과한 것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오늘의 한국인, 한국사회의 미래를 건강하게 지켜내기 위한 사명감일 것이다.

 

조선인 강제 연행시기는 기간에 따라 모집, 알선, 징용이란 단어로 탈바꿈하지만, 이 어휘들은 동일한 의미의 다른 기호이지, 일제가 강제연행을 하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지극히 당연한 이해일 것이다. 일본 경제의 노동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져 조선인에게 동등한 취업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광부를 모집하여 근로를 시킨 것이며, 또한 임금이나 식사, 자유시간 등 휴가에서 일본인과 그 어떠한 차별도 없었다고 이들은 단정한다. 따라서 일본 미쯔이(三井)기업을 상대로 한 생존 광부들의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승소판결을 내린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본정부는 물론 일본기업, 일본군에게 조차 어떠한 책임도 없다며, 그 책임은 모집 업자, 포주에게 있는 것이라고 극우화된 일본정부의 입을 대변하고 있다. 오늘에는 아웃소싱 또는 용역업이라는 것으로 불리는 비정규, 계약직으로 노동 안정성을 떨어뜨리는 신자유주의의 전형적인 근로계약체계가 성행하고 있다. 기업이나 기관이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긴요한 제도로 악용하고 있는 것 또한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당시 일본의 고용 관례 역시 이와 같은 간접 고용형태인나야(納屋)’로 불리는 책임회피 제도로 그 착취 시스템은 그네들 사회에서도 악명이 높았음이 당대의 언론과 각종 공공문서에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조선인 광부에게 일본 기업은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았다고 21세기 한국의 신친일파는 강론한다. 조선인 광부들의 도망과 체포, 폭행과 처형, 은폐된 살인 등 헤아릴 수 없는 증언과 기록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사실을 허구이며 날조된 거짓이라 한다. 특히 탄광 노동자는 당시 일본이 정책적으로 죄수노동을 도입하여 무기징역과 이에 필적하는 형량을 선고받은 죄수들을 투입했음이 밝혀져 있으며, 조선인 노동자는 이들 일본인 죄수들보다 열악한 어려운 갱내 작업에만 내 몰았음을 입증하는 기록들이 즐비하다.

 

또한 위안부 여성들 역시 계약상 자발적으로 간 것으로 법률적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오늘날에도 근로계약이란 것이 갑과 을의 형평이 보장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설혹 불평등함에도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계약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지나가는 개도 아는 형국이지 않은가. 식민 지배하의 일본이 아무런 저항력을 지니지 못하는 조선인과 체결했다는 계약을 이렇게 간주하는 인식에서 어떤 질병적 증세를 추정한다면 지나친 건가? 악의적 인용과 해석을 보자면 다음의 사례는 더욱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연합군의 포로 심문에서 위안부 포주가 그녀들은 남자들을 가지고 노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 것을 인용하여 전형적 매춘부였음을 증명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왜곡되지 않은 역사적 진실이라고  반복하는 것은 아마 일본의 우익들마저 이 황당한 역사 창조능력에 머리를 조아리지 않을까?

 

독도는 한국의 영토였던 적이 없는역사적 환상에 불과하다는 이들의 주장은 국제법에 대한 무지, 사료의 수집과 독해 역량의 불비로 이루어진 가장 해악스러운 무지(無知)의 악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 구구절절 우리의 역사문헌들과 즐비한 관계 사료들을 열거하는 지면의 낭비는 삼가겠다. 다만, 1877년 일본 메이지 정부의 행정기관이었던 태정관에서 발행한 태정관 지령문에 첨부된 기죽도 약도 표시는 첨언한다. 여기에는 월록 5(1692)에 이미 조선인들이 울릉도로 들어간 이후 이 섬 밖에 있는 한 섬에 관한 건은 본방(일본)과 관계가 없음을 명심할 것이라고 적시하기까지 했다.

 

1877년 일본 태정관 지령문 첨부지도,  P 287 부분발췌 인용】


민족주의의 해악은 보수화된 국수주의의 면모이다. 타자를 차별과 배제, 나아가 혐오와 폭력의 대상으로 삼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이다. 작금의 일본 정부를 장악한 극우집단 세력이 이웃 나라인 한국에 발산하는 것이 바로 지양(止揚)되어야 할 민족주의이다. 총구를 동족에 들이대고 자민족을 폄훼하고, 조롱하며, 거짓문화의 민족으로 모욕하는 신친일 세력의 왜곡과 오류를 비판하는 것은 사람이 지니는 존엄에 대한 가치의 존중 때문이다. 일본의 노예로 자처하는 이들이 결여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인간에 대한 이해의 부재일 것이다. 일본 특별고등경찰 내부자료, 탄광의 조선인 갱내 취업률, 연합군의 포로 심문보고서, 각종 증언들, 일본 행정기관의 지령문에 이르기까지 호사카 유지 교수의 세세한 증거 사료들과 역사학자로서 잃지 말아야 할 윤리적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시각은 그의 노고와 어떤 소명의식을 가늠케 한다. 반민족행위를 일삼던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하고 오늘에 이른 우리의 현실이 진정 안타깝기만 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파렴치도 불사하는 이들, 민족 팔이를 해 돈을 버는 이들을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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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6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