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처음 ~ 54
2.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
2차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이주를 지휘하며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전쟁후 아르헨티나로 망명해 은신중이던 아돌프 아이히만은 이스라엘의 비밀 정보 단체인 모사드에 의해 체포당해 이스라엘로 압송되어 결국 사형에 처해진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판단보다는 오로지 주변의 지시나 권유로 삶을 살아왔고 유대인의 강제 이주 및 아우슈비츠로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일말의 도덕적인 양심도 갖지 못하고 상부의 지시에만 충실히 따랐기에 자신은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재판에서도 떳떳하게 말한다. "명령은 지키는 것이 도리입니다"라고 말한 그를 보며 너무 평범하고 오히려 약한 노인의 모습이었기에 한나 아렌트는 사색하지 않는 자는 누구나 어느 순간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 했다. 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하며 유대인에게도 독일인에게도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된 한나 아렌트는 자신을 향한 비판에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기보다는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찰하는 삶을 살고자 했다. 그녀가 평생을 관찰하며 사색하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3.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읽으며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이 너무 궁금해서 그녀의 일생을 그래픽 노블로 만든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을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역시 그녀는 평범하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독서와 사색을 끊임 없이 했고 유대인이었기에 전쟁 중에 죽음의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미국으로 망명했다. 자신이 유대인이지만 결코 아이히만을 선입견을 가지고 대하지 않았고 한 인간으로 왜 그가 그런 악행을 저지르고도 잘못한 일이라 여기지 않는지에 대해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녀가 말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지 않으면 누구나 악마가 될 수 있다'는 이 말은 가슴에 깊이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