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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심을 찾아가는 시간 | 기본 카테고리 2020-12-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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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아로 산다는 것

박노자 저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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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대한민국>으로 유명한 박노자 교수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처음 듣는 이름일 수 있는 박노자는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태생인데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이름을 박노자로 바꾸었다. 노자는 러시아의 아들이란 뜻이다. 한국에서 역사학자로서 자리를 잡기에 그는 너무나 비주류였다. 시간강사를 벗어날 수 없었기에 오슬로 대학의 정교수 자리로 옮길 수 밖에 없었다. 지난 20여 년간 오슬로 대학교에서 한국학을 가르쳐야 했기에 국내의 동향에 관심을 놓을 수 없었고, 글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왔고, 간간이 책도 출간하고 있다.

 

이번 신간 <미아로 산다는 것>의 제목에 ‘미아’를 저자가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 저자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를 빌려와 설명한다. ‘액체 근대’란 모든 것이 흐르는 물처럼 너무나 빨리 바뀌어 어떤 장기적 관계 맺기가 불가능한 상황을 일컫는 것 으로 현재 한국의 20대 젊은 층들이 주로 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 ‘온라인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는 자본에 사생활을 내어주었으므로 액체 근대의 미아들은 전부 투명인간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 자신을 포함해 미아로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는 각자가 스스로에게 ‘나의 생각이 무엇이냐’ 라고 물어보는 것이야말로 혁명적 질문이 될 것이라고 한다. 동양철학사상가 이지(이탁오, 1527~1602)의 일성을 가져와 주류 의식이 나에게 주입되기 전 본래 진심을 회복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을 동심이라 부르며, 동심을 회복한다는 것은 변화를 말하는 것이고, 그 변화는 타인의 계몽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동심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독자가 동심을 회복하는 변화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 위 내용이 들어있는 머리말에서 오래 머무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타인에 의해 주입되거나 권위자의 시각으로 필터링 된 것이 아닌 동심을 회복한다는 것에 대해 숙고한 후, 저자가 책에서 진단하는 문제의식에 동조 혹은 비판의 입장을 정리를 해 나갈 것이다. 그렇게 하는 과정 속에서 새롭게 접하는 시각에 대한 수용 여부를 판단하고, 자신의 동심을 찾아가게 된다면 독서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혹여 자신의 생각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해도 괜찮다. 저자의 사유에 본인이 동조하는지 아닌지를 알게 된다면, 그것으로도 수확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찾아가다보면 진심 회복의 길이 보이는 것이 될테니까.

 

이런 책은 사유의 폭을 확장시키는 장점이 있다. 그러므로 박노자의 책을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모든 내용을 위처럼 하지 말고 본인의 관심사에 해당하는 챕터나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깊이 파고들어도 좋다. 저자의 기고 글과 책을 계속 만나온 독자라면 그의 사유에 변화가 있는지, 제시하는 대안에 대해 찬성인지 반대인지 자신의 입장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논거를 정리해보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는 저자가 <당신들의 대한민국> 때보다는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에 그는 시간강사였기에 말도 안 되는 처우에 대해 길고 자세히 논했었다. 우리사회의 여타 다른 문제들도 마찬가지였는데 과격한 면을 띠기도 했고, 대안 제시는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그에 비해 이번 책에서는 그의 펜촉이 두루뭉술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회문제를 진단하는 시각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글의 말미에서 좋은 말로 끝내려고 하는 느낌이었고 이론적이거나 피상적인 대안 제시(시쳇말로 하나마나한 이야기) 로 끝이 났다. 나는 왜 그런지 생각해봤다. 그가 한국을 오래 떠나 있어서일까? 미디어로만 접하는 한국을 표현하는 것은, 예전에 몸으로 부딪히며 불공정한 대우를 받았을 때와는 결이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설마 서술어가 경어체라서 그런가? 이것이 과연 저자의 변화때문일까? 글을 수용하는 독자의 변화도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렇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을 읽고 충격을 받았던 14년 전의 내 사고와 지금의 내 정신세계의 차이를 간과하고 읽은 것이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축적된 독서량과 사회문제에 대한 내 시각의 변화가 저자를 변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의 대한민국>과 이번 책 사이에 출간된 책을 읽지 않았기에 14년의 간극을 크게 느낀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나의 이런 사유들이 저자가 머리말에서 강조했던 내용에 부합되는 활동인 것 같아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책 내용 중 인용하고 싶은 일부를 소개한다.

 

p.82~83 도대체 한국 남자들은 바보인가요? 신자유주의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면 신자유주의를 상대로 투쟁하고 노동당이나 정의당에 대량 가입해야 답이죠. 신자유주의로 인해 남성보다 훨씬 많은 피해를 보는 여성들에게 도대체 왜 한풀이를 하는 것일까요? 강자에게 얻어맞고 약자를 때리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물론 안 되죠. (……) 페미들에 대한 혐오 하나로 자한당(현 국민의 힘)에 투표하려는 한국의 젊은 중하위층 남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xx 달린 사나이’로서의 특권, 다시 말해 페니스 하나가 여태까지 한국 사회에서 보장해주었던 특권의 잠재적 상실을 더욱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페니스 파시즘’은 미국의 백인 특권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고, 당장에 ‘상실’될 일이 없는데도 그들은 그 특권이 약화되는 ‘경향’에 위기감을 느끼고 극우화하는 것이죠.

 

p.205 그런데 ‘비정규직 양산’이 사회문제가 되어 여론을 의식한 정부가 적어도 정부의 직접적 영향력이 미치는 공공부문에서만이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사실 정규직화도 아니고 기존 비정규직에 대한 경쟁 채용일 경우가 더 많습니다)를 시도한다면 총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주?중?동은 과연 어떻게 나올까요? 맞습니다. 비정규직 착취로 발생하는 ‘이윤’에 대해서는 일절 이야기하지 않고 바로 독자들의 질투심에 호소합니다. 어렵게 채용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을 예로 들어 ‘정규직화로 무임승차하는’ 기존 비정규직에 대한 질투를 북돋우는 것입니다. 실제 취준생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고 있는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정규직화 경향으로 전체 노동시장에서 정규직 비율이 높아지고 ‘계절 노동이나 임시적 노동이 아니면 정규직으로 뽑아야 한다’는 당위 의식이 퍼지면 사실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유리한 것이죠. 그러나 ‘취준생의 분노’를 가장한 극우 언론의 기사들은 사회적 ‘질시’에 호소하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여론을 형성하기도 하지요.

 

p.186 동유럽에 비해 아직도 상당히 남아있는 조직 노동의 힘, 노동자를 조직화할 가능성, 나름대로 발전된 일부 공공부문(대중교통 등), 비록 우파 헤게모니의 사회이긴 하지만 그나마 가능한 정권 교체, 군사주의의 폐단이 매우 심한 가운데 그나마 전쟁에 대한 혐오증, 평화 추구적 분위기의 공고함 등은 한국 사회의 커다란 장점들입니다. 이런 장점들을 기반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죠.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이제 걱정할 것이 없다”고 단언했던 미국의 저명한 석학 브루스 커밍스와 달리 저는 우파 헤게모니 속의 한국 ‘민주주의’의 ‘질’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비관적이라서 걱정할 것이 태산 같다고 봅니다. 하지만 특히 커밍스 옹이 사시는 미국 등과 비교하면 낙관의 이유들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위 리뷰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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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토우의 집

권여선 저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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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가팔라 모르네

남쪽은 산을 파내고 큰길을 뚫어

골목마다 채국채국 집을 지었지

그래봤자 동네 이름이 삼벌레고개'

 

 

삼악동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 삼벌레고개에 산다고 해야 통하던 동네, 산 중턱 즈음 우물집 순분네 셋방에 이사를 들어온 가족이 있었으니 새댁네. 그 우물집을 위시로 삼벌레고개 사람들이 아웅다웅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소설 <토우네 집>, 권여선 작가의 2014년 작품이 이번에 재출간되었다.

 

 

아파트도 없고, 집집마다 자가용도 없던, 1970년대 어느 달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편의 동화처럼 펼쳐진다. 일곱 살 동갑인, 순분네 둘째 아들 은철과 새댁네 둘째 딸 원이의 시선으로 그려지기에 그렇다.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일곱 살짜리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벌어지는 우스꽝스런 상황, 제멋대로 해석해버리는 경우는 피식하고 웃게 된다. 어른들이 하는 말을 보고 배워 뜻 모른 채 어울리지 않는 상황에, 마치 어른인양 내뱉는 말투나 마치 다 안다는 듯 결론짓는 모습을 볼 때면 ‘고 녀석들 참...’하면서 앞이마의 머리칼을 쓸어주고 싶다.

 

 

이 소설을 읽으며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아홉살 인생>이 자연스레 오버랩되었다. 권여선 작가가 이렇게 한글을 아름답게 구사했었나? 놀라워하며 읽었다. 실은 그의 장편 <레가토>를 읽고 적잖이 실망한 상태였고, <레몬>은 전작 단편 소설집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의 소설을 더 이상 읽지 않고 있었다.

<봄밤>과 <이모>를 읽고 끄억끄억거렸던 기억이 난다. 그 소설들에서 묘사와 우리말의 운율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토우의 집>은 필사하고 싶은 표현들이 많았다.

 

 

‘삼십 분 넘게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원은 멀미에 시달렸다. 목과 가슴 어디쯤에서 수십 개의 개구리 알이 올챙이로 부화하는 느낌이었다.’

 

 

일곱 살 여아가 멀미로 토하기 직전 위장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인가. 내 어릴 적으로 빠르게 되감기를 시키는 문장이었다. 나는 어릴 때 버스를 타면 무조건 토했다. 토하기 직전 배 속이 꿀렁꿀렁거리다가 혀 깊숲한 곳과 목구멍이 만나는 아래쪽에서 샘솟는 노릿한 침을 시작으로 토사가 시작된다. 그 다음 솟구쳐나오기 직전이, 개구리 알의 부화라니! 놀라운 표현이었다.

 

 

새댁이 은철더러 집에 손님이 올 때는 놀러오지 말라고 한 말에 은철은 거의 연인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되고 마는데, 은철의 내상은 이렇게 표현된다.

 

 

‘가슴속 유리 상자에 쫙쫙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달리면 달릴수록 그의 마음은 심하게 베었지만, 파란 호스에서 뿜어져 나온 물줄기로 항상 질척거리는 창자처럼 길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은철은 온통 신발에 진흙을 튕기며 달리고 또 달려 나갔다. 아 시시하다, 시시해. 칫칫!’

 

가슴 속에 깨지기 쉬운 유리 상자를 가지고 있던 여리디 여린 일곱 살 남아는 조각나버린 유리조각에 심각한 내상을 입는다. 저렇게 맘껏 달리고 달릴 수 있었던 은철이 더 이상 제대로 걸을 수 없게 된다. 형 금철의 무모한 장난으로 무릎뼈가 아작난 것이다.

 

 

순분네 우물집에 불행이 겹으로 시작되면서 계주인 순분네에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 하던 동네 여자들은 발길을 끊었다. 몇 번의 수술을 하고 회복을 비는 굿판을 벌였어도 은철은 다리를 구부리지 못했고, 원의 집에도 무시무시한 불행이 덮쳐왔다. 소풍을 떠나기로 하던 날 김밥을 싸며 즐거워하던 원의 집에 들이닥친 사내들은 아버지 안덕규를 잡아갔고 그는 돌아오지 못한다. 어떤 문서에든 펜대에 펜촉을 끼워 일필휘지로 한자를 써냈고, 늘 단정한 매무새로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 내오던 원의 엄마는 남편의 죽음으로 실성을 하기에 이른다.

 

 

소설 중반까지 이어지던 동화 같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우울한 모드로 바뀌고 말았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시련이 닥친 은철을 보며 순분네는 자신이 찧고 까불며 뒷담하던 새댁네의 시누이에게 너무나 미안해진다. 피아니스트로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던 원의 고모는 불의의 사고로 앉은뱅이가 된 후 똥을 못 눠서 어땠다는둥, 목숨을 버리면서 어떻게 했다는 둥 신나게 떠들어댔었다. 아들 은철이 한 방에서 그 모든 말을 듣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그때는 은철이 다치기 전이었다. 작가는 은철을 스파이 활동 때문에 그 방에 앉혀둔 이유도 있겠지만 순분네의 뒤늦은 후회와 자각을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원의 집에 들이닥친 불행은 작가도 언급했지만 인혁당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국가가, 권력의 유지를 위해 저지른 범죄행위였음을 30여 년이 지나서야 인정했지만 저렇게 한 가정을 파탄내버린 책임은 누가 진단 말인가? 당시 희생된 분의 유족 중에 원이 같이 어렸던 자녀가 있었을 것이다. 가장의 부재와 빨갱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우리같은 사람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인혁당 사건 처럼 우리 역사에서 무고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아주 많다. 그러나 내 가족이거나 친척이 아니라면 그들의 고통이 어떨지 알기 어렵다. 어떤 고통인지 모르므로 이해는커녕 공감도 할 수 없다.

 

p.301~302

 

그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누가 알까요? 죽을 때까지 어떻게 견뎠는지 누가 알까요? 그이 몸이 성한 데가 없었어요. 머리... 가슴... 팔다리... 손발... 어디 하나...”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건,”

그이가 어떤 사람인데... 그 악마들이... 어떻게 하면 사람을 그렇게...”

그건 그이가 그은 거였어요... 자기 손으로 그은 거였어요...”

 

나는 새댁이 남편의 시체를 보고 와서 순분네에게 포효하듯 하던 저 말을 읽으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나의 시어머니가 아주 오래전 남편의 시신을 찾아 헤맸던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올해 100세가 되신 어머님은 여순 사건 때 첫 남편을 잃었다. 남편이 여순 사건 때 군인이라서? 아니었다. 큰집의 형님을 잡으러 온 정부군이 형님 대신으로 남편을 잡아갔고 감옥에 1년 가까이 수감되어 있다가 사살되었는데 한참이 지난 후에야 시신 수습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머님은 거의 70여 년이 지난 일을 마치 어제 일처럼 말씀하셨다. 얼마나 한이 맺히셨을까.

 

 

구덩이에 던져둔 시신들 사이에서 남편을 찾아야 했으므로 어머님은 그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하나하나 들추어 볼 수밖에 없었다. 총살당한 시신들이었기에 피로 진창이었던 무더기 속에서 겨우겨우 남편을 찾아냈다. 당신이 옥바라지하면서 만들어 들여보냈던 상의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남편을 붙잡고 미친 듯이 울었다던 어머님의 얘기를 듣지 못했다면 새댁이 남편의 시신을 보고온 뒤 순분네에게 울면서 말하던 저 장면에서 그렇게 눈물이 났을까.

 

 

국가가 저지른 폭력이 개인의 삶을 파탄내고 어마어마한 트라우마를 남긴다. 명예회복과 금전적 보상으로 그 상처가 치유될 리 없다. 우리 시어머니는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남편도 명예회복 되지 않았다. 우리 같은 일반 국민들이 이런 소설 작품을 읽으며 그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는 타인의 고통을 도대체 모른 체 할 수 없기에 이런 소설을 썼다고 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오래전 이곳에 삼악산이 있었지

북쪽은 험하고 아득해 모르네

남쪽은 사람이 토우가 되어 묻히고

토우가 사람 집에 들어가 산다네

그래봤자 토우의 집은 캄캄한 무덤'

 

 

토우가 되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 토우가 아닌 사람이었던 때의 이야기를, 우리는 알아야 한다.

 


여기까지 쓰고 리뷰를 끝내려고 했는데 자꾸만 뭔가 미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두 번 연거푸 읽으면서 리뷰를 잘 쓰겠단 욕심이 났다. 그런데 이런 편지 추신 같은 문단을 덧붙이다니... 할 말과 욕심은 많지만 실력이 안 되는 탓임을 절감할 따름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도대체 울지 않을 수 없었고 리뷰를 쓰면서도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이렇게 울었다는 것을 자꾸 쓰면 글이 너무 감정적이 될 것 같아 덧붙이지 않으려 했으나 솔직한 감정을 쓰고 싶었다.

 

 

소설 마지막에 원은 말을 잃었고, 언니 영과 인형 동생 희와 함께 큰아버지네 집으로 가게 된다. 순분네가 영,원,희 자매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다.

 

 

 

p.326

 

 

원은 영의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순분이 다가가 안아주었지만 아무 반응이 없었다. 우물에 묶여 있던 원을 안았을 때도, 덕규의 장례식에서 쓰러진 원을 안았을 때도, 순분은 지금처럼 가슴이 저리지는 않았다. 비록 허깨비로라도 새댁이 원의 곁에 있었어야 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분은 갓 딴 살구처럼 솜털이 보송한 원의 볼에 입술을 대고 기도하듯 속삭였다.

제발... 잘 살아라... 원아...”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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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 기본 카테고리 2020-12-25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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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저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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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시민들은 잘 웃는다!

낯선 동양인 관광객이 사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으면 환하게 웃어주는 사람들이다.

 

 

p.184

지금 생각해보면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는 물음에 늘 미소로 답했던 이들은 러시아의 시민들이었다. 내가 가본 어느 나라 사람들도 이들보다 더 친절하지 않았다.

 

먼저 나서서 찍으라며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들도 있다.

 

 

러시아의 시민들은 자신들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알아듣지도 못할 것임이 분명한데 자신들의 말로 무언가를 설명한다. 처음 보는 동양인 관광객을 붙잡고!

 

p.143

대부분의 러시아인은 외국인이 러시아어를 알아듣는지 여부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말을 건넨다. 한마디도 못 알아듣는 외국인을 세워 놓고는, 친근한 표정과 목소리로 제 하고픈 말을 다한다.

나를 불러 세운 여성의 말 가운데 시나고그라는 단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유대교 회당이라는 뜻인데, 도대체 내가 그 단어를 어떻게 알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여성은 시나고그, 시나고그를 반복하며 도로 저편과 내 카메라를 번갈아 가리켰다. 나는 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맙다고 하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제야 그녀는 흡족하게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의 시민들은 친절하다!

사례1]

리스트뱐카 속에서 호텔을 찾지못해 당황하고 있을 때 등산하고 있던 한 가족이 도움을 주었다. 산속에서 조난당해 오도가다 못할 뻔 했는데 러시아인이 쓰는 앱의 지도 덕분에 호텔에 갈 수 있었다. 그 가족의 사진을 못찍어둔게 아쉬웠다고~

 

사례2]

예카테린부르크 기차역 앞에서 어떤 행인은 정류장 약도와 버스번호를 적어주었고 도착한 호텔주소지에서 헤매고 있을 때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호텔 프런트 데스크까지 데려다주었고, 체크인예정시간 전에 도착한 손님을 입실시켜주었다. 아마 작가가 너무 불쌍해보여서 그랬던 것같다. 자신의 모습은 이러했다고 한다.

 

"자르지 못한 머리는 볼썽사납게 흐트러져 있고, 얼굴은 얼어붙었고, 콧구멍 아래로는 말간 콧물이 흘러내려 있었다. 옷차림은 이 부유한 도시 분위기(보석 광산 덕인지 도시 전체에 부티가 흐른다)와 추운 날씨에 맞지 않는 꾀죄죄하고 허술한 것이었다."

 

 

러시아에 직접 가보지 못했어도 왠지 러시아는 음험하고 무시무시한 곳, 너무나 추운 곳이니 사람들도 무뚝뚝할 거라는 선입견이 있다. 영화 속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백민석 작가도 그런 걸러진 혹은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러시아에 직접 가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경험해 보고 싶었다. 그가 석달간 여행하며 찍은 러시아의 풍경과 사람, 거기에 작가의 생각과 여행팁이 더해진 책이 출간되었다. <러시아의 시민들>이다.

 

 

작가와 나는 러시아로 하나의 공통점과 사뭇 다른 차이점들이 있다. 단 하나의 공통점은 러시아를 갔다온 것! 그러나 여행 방식이 너무나 달랐고 기간도 차이 나고 무엇보다 그는 사진을 아주 잘 찍는 작가, 나는 그냥 사람... 어디서 감히 작가와 너를 비교하려느냐는 퉁박을 들을 게 뻔하지만 나도 러시아하면 유명한 곳인 바이칼 호수를 다녀왔기 때문에 동질감 비스무리한 게 있으리라 예상하며 책을 읽었다. 심히 부끄러웠고 부러웠다. 박민규 작가는 소설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러워하지 않는자신의 얼굴을 가지라고 했지만 나는 맨날 그러지 못하고 산다.

 

 

나의 시베리아 여행은 목표가 바이칼 호수였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해 버스로 바이칼까지 이동했으며, 빡빡하게 짜인 일정대로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이었다. 나는 추운 걸 싫어하기 때문에 8월에 바이칼에 갔는데 러시아의 맛을 느끼려면 겨울에 갔어야 했다. 자유여행이 아니므로 러시아 사람들과 직접 부딪혀 볼 일이 거의 없었다. 작가의 경험과 비슷한 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이 책 <러시아의 시민들>을 읽으면서 내가 가본 곳이라는 동질감은 찾지 못한 채 참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백민석이라는 사람의 눈과 머리로 필터링 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았다. 러시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밝고 정많고 잘 웃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그래서 고맙다. 내가 한 번 가봤어도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간접경험하게 해주었으니까.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리라 장담한다.

 

 

이 책은 러시아 사진집이라해도 될만큼 사진의 완성도가 훌륭하고, 러시아 기행문이라 해도 충분한 지역과 연관된 역사와 문학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러시아 가이드북에 해당될 내용들도 있는데 예컨대 박물관 이용 팁, 러시아 횡단열차 관련 정보, 인물사진 찍는 법, 걸어보기 좋은 거리등이다. 러시아 관련 가이드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길 바라며 외국 여행가서 통할 사진 찍는 팁을 옮겨둔다. 작가의 노하우가 응축된 것이므로 따라해보면 좋겠다.

 

 

1. 심리적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4미터 이상.

2. 그래서 줌 렌즈는 필수다.

3. 사진을 찍어도 되느냐고 물을 때도 4미터 이상 떨어져서 묻는다,

4. 셔터를 두 번 이상 누르면 상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지고 겁을 내거나 화를 내기 시작한다

5. 분명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비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인 이들은 찍지 않는다.

 

 

한 가지가 더 있다!

여행가면 뭐를 사가지고 올까?에만 꽂혀있던 고정관념을 깨버린 작가의 방법이 있다. 그는 버리고 온단다. 버리고 온 책과 옷들로 여행지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오래전에 사놓고 읽지 않은 책들과 이제 그만 버려도 될 것 같은 옷가지들을 챙겨간다.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는 열차 안에 <Q정전>을 두고 내렸고, <장미의 이름>상권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버렸고 하권은 페테르고프의 호텔을 나오며 버렸다. 참으로 참신한 방법이다. 버리고 온 책을 떠올릴 때 그 장소가, 그 장소를 기억하며 버린 책을, 생각하게 될 것이 아닌가! 역시 작가답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어디로 여행을 갈지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갔었던 여행지의 기억을 소환하거나 남이 쓴 여행기를 읽는 것으로 허전함을 대신했다. 그런데 이번 책 <러시아의 시민들>을 읽고나니 얼른 러시아의 시민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 어떤 코스로 어디를 들를지 궁리하고 마린스키 극장에서 백조의 호수를 관람할 꿈이 부풀어 오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겨울에는 못가겠다 그래도 꼭! 러시아에 갈 것이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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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진, 진

이동은,정이용 글,그림
창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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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쓸 때 책의 외양이나 주인공이 예쁘다는 칭찬하게 된다. 뭐든지 좋게 써줘야 한다는 강박이다. 이동은이 쓰고 정이용이 그린 <진,진>이라는 책은 그런 사탕발림은 못한다. 그림의 톤이 밝지 않기 때문에 예쁘다고 하기 힘들다. 만화로 표현된 주인공 진아와 수진의 외모는 연예인 수준이 아니다. 이 책에 실장님이나 재벌 3세는 나오지 않으며, 진아와 수진이 그런 이들과 사랑에 빠지는 일 잘하는 비서일 리가 없다. 그런 이야기는 미디어에서나 볼 수 있는 환타지다. 이 만화도 미디어이지만 환타지가 아닌 현실에 가깝다.

진아와 수진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0대, 40대 여성의 모습이다. 외모도 직업도 환경도 그러하다. 진아는 고시원에서 지내며 닥치는대로 일하는데 동생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무연고로 사망했던 아버지의 사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동생이 지원하려는 입시 전형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병원에 가서 사망신고서를 떼려고 하니 백만원이 넘는 밀린 병원비라고 한다. 비빌 언덕은커녕 죽은 아버지 조차 도움이 안된다. 그럼에도 진아는 밝고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성정이다.

수진의 이야기는 갱년기 치료를 받으려고 산부인과에 갔다가 임신 사실을 듣고 당황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는 언니와 같이 하는 식당의 단골 손님과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였다. 6살 연상인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는 아들이 갑자기 결혼을 하겠다고 하는데 알고 보니 임신! 보살피던 길고양이도 만삭! 모든 새 생명이 축복받는 건 아니다. 또한 그 생명이 태어난 이후의 삶도 꽃길은 아니다. 아니, 태어나지 못할 생명도 있다.

이 책에서 진아와 수진이 만나지는 않는다. 나이와 처지가 다른 두 여성이 부딪힐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얼굴들이다. 내 친구일수도 친구의 엄마일 수도 있다. 부잣집 딸이 등록금 걱정없이 대학을 다니고, 늦둥이가 임신해도 축복받는 이야기는 환타지 드라마에나 나오는 것이고, 진아와 수진 같은 처지는 우리 주위,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다.

아들이 장가갈 나이에 임신을 한 이 상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책을 읽는 동안 갑갑함이 밀려왔고,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라서 외면하고 싶었다. 그러나 진아와 수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꿋꿋이 감당한다.

 

 

 

 

‘다할 진’과 ‘나아갈 진’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무리 구질구질해도 그들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다 한다. 방금 이 문장을 쓰면서 ‘할 수 있는 한’ 뒤에 최선을 다 한다는 문구가 자동완성처럼 따라왔는데 일부러 쓰지 않았다. 꼭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가? 그냥 하면 안 되나? 최선을 다한다는 말에는 최상의 결과가 따라와야만 할 것 같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면 되지 않나? 그러면서 멈추지 않는 것! 계속 나아가면 된다. 왜냐하면 삶은 계속 되어야 하니까! 내가 중단시키지 않는 한 삶은 계속 된다.

진아와 수진의 이야기가 밝고 희망차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중단시킬 것 같지는 않았다. 진아에게 아버지 사망신고를 도와주는 누군가가 있고, 수진은 며느리 될 지원에게 책임감 때문에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한다. 아무리 세상이 무심한 것 같아도 손 내밀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고부관계의 감정이 꼭 적대적이어야 하는 게 아니라 연대감이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

수진이 붓글씨 교실에서 쓴 진과 진을 보며 두 여성이 걸어갈 길이 부디 컴컴하지 않길 빌어본다. 꽃길까지는 아니어도, 아마 비바람이 몰아칠 때도 있을 것이나, 너무 어둡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따스하고 밝은 해가 그들의 길을 비추어 주길... 가끔 먹구름이 해를 가릴 때가 있어도 해가 영영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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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꿈을 따라서~~ | 기본 카테고리 2020-12-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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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변두리 로켓 가우디 프로젝트

이케이도 준 저/김은모 역
인플루엔셜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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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이도 준의 소설 <변두리 로켓> 1편의 목표는 로켓 쏘아올리기였다. 그것을 실현하려는 주인공은 변두리 중소기업 쓰쿠다 제작소의 사장 쓰쿠다이다.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는 로켓 발사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밸브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다. 꿈과 장인 정신이 있어도 대기업의 횡포와 자금압박, 아무리 중소기업이지만 회사를 잘 꾸려나가고 직원들을 독려해야하는 것 등등 헤쳐나가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독자로서 주인공이 성공하길 바라며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다행인건 해피엔딩이라는 거~~ 쓰쿠다 제작소에 닥쳤던 일들이 하나하나 해결되고 드디어 로켓 발사의 꿈도 이루게 되면서 1편이 끝났다.

 

2가우디 프로젝트1편보다 더 복잡해졌다. 1편에선 로켓 핵심 부품을 완성하고 납품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직진했다면 가우디 프로젝트는 협업이다. 1편에서 회사를 떠났던 마노가 인공심장판막을 만드는 가우디 프로젝트로 쓰쿠다 제작소에 협업을 요청해 온다. 이번엔 로켓 기술로 생명을 구하는 프로젝트가 된 것이다. 이번 책이 복잡하다고 한 이유는 의료진이 나오기 때문이다. 인공심장판막을 수술하는 명의로 이치무라 교수가 나오고 선배이자 권위의식에 찌든 기후네 교수가 나오는데 라이벌 관계이다. 이 둘의 사이와 병원 내 권력 관계는 <하얀 거탑>을 연상시킨다. 쓰쿠다는 당연히 이치무라 교수쪽이다. ‘니혼클라인에서 납품받은 인공판막의 불량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기후네 교수는 그것을 숨기려고 한다. 그 사건은 내부고발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의료와 협업을 하게 되니 쓰쿠다 제작소와 병원, 두 축으로 사건이 전개되고 여기에 내부고발까지 더해지므로 1편보다는 복잡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1편에서 4년이 지난 시점이니 쓰쿠다 제작소가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진화했을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대기업의 횡포에 속수무책이다. 1편에서 그랬듯 이번에도 시작부터 대기업에게 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대기업 니혼클라인은 어디에 쓰일 부품인지는 밝히지 않은 채 시제품을 만들라고 해놓고 단가 후려치기를 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경쟁 업체까지 등장하는데 시야마 제작소이다. 나사(NASA)출신의 시나라는 사람이 사장인데 쓰쿠다와 정반대의 캐릭터라고 보면 된다. 경쟁자이자 빌런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사출신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쓰쿠다와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뒷구멍으로 못된 짓만 한다. 쓰쿠다의 인공판막 핵심 기술을 빼돌리기 위해 직원 나카자토를 스카웃 명목으로 데려온다. 대기업 로비는 물론 데이터 조작도 서슴지 않고 스쿠다를 이기기 위한 온갖 방법들을 동원한다. 이번에도 데이코쿠 중공업에 납품 건이 나오는데 자이젠 부장(데이코쿠에서 그나마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인물)외엔 또 모두 시야마 제작소 편이다

 

여전한 대기업의 횡포, 더해진 의료계 상황과 내부고발까지 1편에 비하면 상당히 복잡해진 구도이다. 여기서 또 빠지면 서운한 게 있다. 쓰쿠다 제작소의 투덜이들! 쓰쿠다는 꿈이 있는 우직한 사장이다. 츤데레까지는 아니지만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고 아낀다. 이 책 초반에 쓰쿠다에게 가우디 프로젝트를 제안한 사람 마노는 1편에서 쓰쿠다의 방식에 반기를 들고 회사를 떠난 사람이다. 그랬던 옛 직원이 일과 관련된 제안을 떠난 회사의 사장에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쓰쿠다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마노보다 더한 직원이 나오는데 시야마 제작소로 옮긴 나카자토이다.

 

나카자토가 쓰쿠다 제작소를 떠날 때 이렇게 말했다.

까놓고 말해 쓰쿠다 제작소의 앞날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요전에 니혼클라인과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세요. 기술력과 열정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걸 살리질 못하는데. 지금까지 이 회사를 믿고 열심히 해왔지만, 보답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계속 회유해도 소용이 없자 쓰쿠다는 결국 이렇게 말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할게. 나카자토, 어딜 가도 편하지만은 않아. 힘들 때가 반드시 찾아와. 그럴 때는 엇나가거나 달아나지마. 남 탓도 하지 말고. 그리고 …… 꿈을 가져. 내가 자네에게 해줄 말은 이 정도 뿐이군.”

 

쓰쿠다에서는 희망이 없다며 시야마로 간 나카자토는 그 곳의 더러운 민낯을 보게 된다. 당장 그곳을 버리고 떠나거나 비굴하게 쓰쿠다에게 다시 받아달라고 돌아올 것 같았지만 나카자토는 그러지 않는다. 위에 쓰쿠다가 했던 말처럼 그는 책임있는 행동을 한다. 어쩌면 쓰쿠다의 바보같은 믿음이 내편 네편을 떠나 한 인간을 성장시킨 셈이다.

 

쓰쿠다의 아래 대사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카자토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새로운 터전을 선택한 거야. 우리 기술을 빼돌린다거나 그런 악랄한 짓을 할 녀석은 아니야. 만약 그런 것도 모르는 녀석이라면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내 잘못이지. 내 생각은 그래.”

 

그후 나카자토가 한 짓이 밝혀졌지만 쓰쿠다는 그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는다. 떠날 때 했던 말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헤쳐나가길 빌어준다.

 

쓰쿠다의 인생 철학을 따르는 직원들은 그의 마인드에 동화되었다. 직원 야마자키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다.

세상에는 벽이 수없이 많아. 편하게 잘 풀리는 일은 드물지. 그렇다고 도망치면 실적이고 평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그걸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쓰쿠다 고헤이라는 사람이야.”

 

사장으로서 쓰쿠다는 직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한다. 기계의 부품처럼 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늘 하는 말, 꿈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이번 책에서 직원들을 통해 실현된다. 가우디 프로젝트를 실현시켜야 하는 이유, 인공판막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생명을 살리기 위한 것이다. 2권에서 그들의 꿈은 생명을 살리는 것! 로켓 발사가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이라는 꿈이었다면 가우디 프로젝트는 내 옆에서 죽어가는 생명, 아이들에게 미래를 선물하는 것이다. 그런 꿈을 실현하는데 부실한 공정과 데이터 조작은 있을 수 없다. 장인 정신의 쓰쿠다 제작소에서 만든 제품이 명의 이치무라의 손에 의해 꺼져가는 생명에 불을 밝혀주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초반부에 촤르륵 펼쳐놓은 고난들을 보니 한숨부터 나왔다. ...

그러나 쓰쿠다는 1편에 닥쳤던 난관들 그대로~ 받고! 2편에서는 거의 따따블로 기다리고 있는 것들에게 콜을 외쳤다! 그리고 하나씩 도장깨기 들어간다. 그럴 줄 알았지만 나가떨어지는 인간들 보니 통쾌했다.!ㅎㅎ 400쪽이 넘는 분량이 순삭이었다. 쓰쿠다가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가우디 프로젝트가 어떻게 성공할지, 숨죽이며 페이지를 넘겼다. 일본에서 드라마로도 인기를 끌었다는데 한번 보고 싶다. 일드 거의 안보지만 2권까지 읽고 보니 쓰쿠다 사장 역할을 누가 했을지 궁금하다. 읽을수록 쓰쿠다라는 인물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꿈을 향해 멈추지 않는 그의 도전이 아름답다!

 

품질 하면 쓰쿠다, 쓰쿠다 프라이드

위 구호처럼 쓰쿠다에게는 그 어떤 프로젝트가 맡겨져도 다 해낼 거지만 말이다.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엉킨 실타래에서 한 가닥 뽑아내어 새로운 작품을 한땀한땀 직조해내는 작가의 실력을 보고 있으면 독자로서 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 <변두리 로켓:가우디 프로젝트>는 이번 편 단독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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