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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양이 캐릭터 깜냥, 등장요~~ | 기본 카테고리 2020-03-3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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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양이 해결사 깜냥 1

홍민정 글/김재희 그림
창비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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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회 창비  어린이 좋은 책 원고 공모 동화부문 대상 수상작

<고양이 해결사 깜냥> 가제본 사전서평단으로 쓴 리뷰.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1편이고 소제목은 "아파트의 평화를 지켜라"이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일에 주인공 깜냥이가 나서서 해결해 줄 모양이다.

 

 

 

목차를 보면 이야기 제목이 다섯이지만 각각이 연결된다.

 

 

 

깜냥이가 비를 피하려고 아파트 경비실을 찾았다가 너무나 바쁜 경비아저씨의 조수역할을 하게 된다. 단둘이 집을 지키는 형제 집에 찾아가 같이 놀아주고, 댄스동아리오디션 준비한다고 쿵쾅거리는 소녀의 집에 가서 조용히 춤추는 법을 알려주고, 택배기사를 도와주기도 한다.

그리고 어엿한 고양이 경비원이 된다.

 

 

고양이가 요물이라며 꺼리던 사고는 이제 옛말이 되었다. 요즘은 어떤 콘텐츠든 고양이가 들어가는 게 필수다. 그래야만 인기를 얻을 수 있다. 어린이 그림책이나 동화책에도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이 동화는 아예 고양이가 주인공이고 해결사다. 배경은 아파트이고 온갖 궃은 일을 다 하는 경비아저씨를 도와주는 역할을 깜냥이 척척 해낸다.

 

 

 

깜냥이 해결하는 일을 앞에서 소개했지만 우리네 삶이 아파트 생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맞벌이 가정, 층간 소음, 경비원과 택배기사의 일등등. 그들이 없다면 아마 아파트생활이 원활하게 유지되지 못할 것이다. 일본 속담에 정말 바쁠 때는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한다더니 그에 딱 맞게 깜냥이 나타나서 거들어준다. 시크하고 도도하고 자유로운 길냥이지만 이 아파트 경비실에 한동안 머물면서 경비원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홀연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동화에서 환타지는 여러가지 순기능을 한다.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힘들 것만 같은 일에 환타지 요소를 첨가하면 어린이 독자가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이 동화에서 고양이 깜냥은 사람처럼 군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춤을 가르쳐주는 걸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할 어린이 독자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고양이는 그 존재만으로 인간이 뭐든 다 허락할 수 있을 것같은 아량을 품게하는 생명체이니까.

 

 

 

그걸 증명하는 방송을 어제 'TV동물농장' 에서 봤다. 아파트 주민들의 비타민인 길냥이 단풍이가 소개되었다. 단풍이는 그 동을 지키는 경비원 같았다.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늘 아파트 입구를 지키고 있다. 주민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단풍이를 챙기기 바쁘고 단풍이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어느새 친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아파트 주민들은 이제 단풍이가 없으면 못살 것 같다고 했다.

 

 

 

애교 넘치는 삼색이 단풍이를 보며 나도 자연스레 엄마미소가 지어졌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계속 동네사람들의 비타민이 되어주길~~ 실재하는 단풍이가 동화속 깜냥이 그저 환타지만은 아님을 증명했다. 고양이라는 생명체가 주는 경이로움이 아닐 수 없다.

 

 

1편에서 아파트의 평화를 지켰으니 이제 2편에서는 어디에 가서 누구를 지켜줄지 깜냥이의 활약이 기대된다. 1편을 읽은 어린이들은 2편을 기다릴 것임에 틀림없다. 어른인 나도 벌써부터 기다려지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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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라는 누가 만드는가 | 기본 카테고리 2020-03-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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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

정경화 저
틈새책방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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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나라가 있다.

1년 중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되고, 낮에도 영하 20도는 기본이며 몇 날 며칠 동안 해 구경은 하지도 못하고, 월급의 35%는 세금으로 내야하는데 내가 낸 세금이 얼만지 전국민 누구든지 열람해 볼 수 있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아파서 병원에 가면 최하 2~3일은 기다려야 진료 받을 수 있는 나라!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

나는 못 산다!

일단 날씨 때문에 안 되겠다.

햇빛 못 보는 건 견디기 힘들다.

이런 나라도 있다.

무상 교육에 무상 급식, 무상 의료는 기본이고, 국민의 70% 가까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노인들이 모여서 집을 짓고 같이 살겠다고 하면 도심에 부지를 장기 임대로 내어주고, 정치인과 공무원을 무한 신뢰하듯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사는 나라!

이런 나라라면?

나는 가서 살고 싶다.

교육과 복지가 잘 되고 무엇보다 상호신뢰가 국민성처럼 박혀있다지 않나.

그런데!

위에 언급한 두 나라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같은 나라다.

그러면 나는 가서 살고 싶은가?

내 대답은 아니오!다.

왜냐하면 위의 모든 조건 중 내게 가장 일순위는 날씨이기 때문이다.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들수록 나는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핀란드의 추위는 어찌어찌 참을 수 있겠지만 어둡고 흐린 날이 많다고 하니 그건 견디기 힘들 것 같다. 비오는 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며칠간 계속 비가 오면 우울해지면서 쨍한 햇님이 보고 싶고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고 싶어진다. 이젠 봄가을이 많이 짧아졌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좋다. 한 계절만 있는 곳에 산다는 건 불행한 일이다.

같은 나라인데 정반대일 법한 조건들이 공존하고 있는 나라는 바로 북유럽의 핀란드다.

위 조건의 양면성은 손바닥의 위와 아래처럼 공존할 수 밖에 없다.

책의 제목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동네 ? 핀란드가 천국을 만드는 법>처럼 말이다.

부제에 “어느 저널리스트의 핀란드 10년 관찰기”라고 되어있는데 저자 정경화씨는 핀란드와10여 년 간 이어진 인연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2009년에는 1년간 교환학생으로 핀란드를 다녀왔고, 2016년에는 1년동안 조선일보 단기 특파원으로 머무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취재한 내용을 이번에 책으로 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짐작가능하다시피 핀란드는 세상 우울한 곳인데 또 천국이란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저자는 사회 각 분야를 조망하고 한국과 비교도 한다. 기자출신답게 핀란드 미디어나 핀란드와 관련된 외신 기사들을 분석, 인용하고, 일반인들과의 인터뷰도 비중있게 다룬다.

이 책은 핀란드하면 그저 복지가 좋고 학생들의 공부성적이 세계에서 1등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그 이면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핀란드를 단편적인 뉴스 기사로만 접했던 사람들 중 핀란드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권유한다. 핀란드의 복지정책이 궁금한 사람들, 노키아가 어쩌다 추락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핀란드에 대해 아예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읽으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은 핀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어려움, 사회적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면 좋을지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지 못하겠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해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정치인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눈앞에 이익이나 국회의원 자리 보전하는 것에만 눈 벌개진 사람들의 눈에 이런 책이 들어올리 만무하겠지만...

책은 총 3 PART로 나누었고 각각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PART Ⅰ는 핀란드의 교육에 대한 내용을,

PART Ⅱ에서는 노키아에 대한 내용을 위주로 핀란드 경제 전반에 대해 다룬다.

PART Ⅲ의 제목에 등장한 대로 핀란드에서 ‘신뢰’는 어떻게 보이지 않게 사회를 작동시키는기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책의 목차 대로 내용을 요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소개를 읽고 내용이 더 궁금하다면 책을 사보길 권한다.

나는 이 책에서 찾은 키워드 두 개로 리뷰의 후반부를 정리하려고 한다.

두 단어는 ‘자립’과 ‘신뢰’이다.

놀라운 일이다.

며칠 전 읽은 기시미 이치로의 책,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에서도 두 단어가 가장 와닿았는데 전혀 다른 분야의 책에서 동일한 키워드를 찾아내게 되다니!

인간의 문제는 결국 국가의 문제로 확장되어도 그 근본은 유사할 수밖에 없고 개개인의 관계가 거미줄처럼 네트워킹 되어 국가가 되는 것이니 같은 단어로 수렴되는 것 같다.

먼저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보자. 나는 인간의 기본 조건은 자립이며, 그 자립이 꼭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에 걸맞는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일들도 본인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쳤다.

저자는 복지강국 핀란드의 기본은 인간의 자립이라고 말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겨울 아침, 눈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길을 아이 혼자 제 몸통만한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고, 초등학교 입학하는 일곱 살 아들에게 핀란드 부모는 안장이 높은 자전거를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방향으로 5킬로미터 가면 학교가 나온단다.”

또 다른 사례, 핀란드 사람들은 집안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 아무리 바쁘고 돈이 많아도 가정부를 고용하는 일은 드물다. 이처럼 핀란드에서 자신의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몸에 배어 있고 그것을 타인이 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일할 능력이 없는 노인들도 무작정 국가에 기대지 않는다. ‘로푸키리’라는 노인 주거 커뮤니티는 요양원이나 양로원이 아니다. 평균 69세의 노인들이 모여 ‘자립하는 노인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이 자립할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돈 들여 짓겠다고 했고 정부는 헬싱키 시유지를 건물부지로 싼값에 장기임대 해주었다. 공동생활을 하는 그곳에서 노인들은 남의 도움 없이 개인생활과 공동체 생활을 같이 누리고 있다. 이 모델은 인기가 많아져서 세 번째 시설을 짓기 위해 입주 희망자를 모집하고 있으며 시에서 부지를 공급한다.

 

                           

p. 192

핀란드의 복지철학은 한마디로 ‘시민의 자립’을 돕는 것이다. 자립이란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기 앞가림을 하며 살아가는 일이다. 부모도 자식도 남이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치게 냉정한 개인주의로 비칠지 모르겠다. 사실은 그 반대다.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지 않는 가족들은 서로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된다”고 핀란드의 저널리스트 아누 파르타넨은 주장한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핀란드 국민들은 자신을 스스로 돌볼 줄 알고 책임도 진다. 월급의 35% 이상을 세금으로 내면서 복지혜택을 당당하게 누리며, 우리의 사고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신뢰감을 국가와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 단어, ‘신뢰’!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에서 저자는, 자녀의 자립을 위한 기본은 부모의 신뢰라고 했다.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지켜보는 일, 그 아이가 살아있어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아이는 그것으로 부모가 자신을 믿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국가와 개인을 같은 맥락에 놓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핀란드 사람들이 국가에 가지는 무한 신뢰감의 기본도 그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자신의 민감한 개인 정보인 의료 생체 정보를 국가에 제공하며 이용하도록 한다. 우리가 부모를 믿는다는 것은 그들이 자식에게 나쁜 짓을 하리라고 예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모니까 무조건 믿는다는 말의 전제에도 이미 그들은 우리가 잘못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핀란드의 진짜 힘은 ‘신뢰’라는 챕터에서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p.255

 

핀란드의 미래를 밝게 비추는 근본적인 힘은 핀란드 사회 전반에 깔린 신뢰에서 나온다. 신뢰가 바꾸는 미래라니,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경제발전을 위해 개인의 의료 기록과 유전자 정보를 개방하려는 정부, 이 정보를 활용해 바이오 신기술과 신약을 개발하려는 기업은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기꺼이 신뢰하는 국민은 만나기 힘들다. 핀란드인들은 정부와 기업이 국민의 데이터를 악용하거나 유출하지 않고,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들 기술을 개발하며 산업을 발전시키려는 선의로 활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는 제때 투명하게 제공될 것이라고도 믿는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핀란드 사람들이 꼭 지켜야 했던 것은 상호간에 약속이었다. 상대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얼마나 피해를 끼칠지를 잘 알기에 약속은 꼭 지켰고, 이러한 역사적 과정속에서 신뢰는 그들의 국민성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핀란드는 현재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고령화와 복지비용의 증가, 이민자 문제, 악화되는 경제상황과 일자리 문제등등. 그러나 역사적으로 그래왔듯 신뢰를 바탕으로 핀란드 사람들은 그들의 길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했다.

우울해도 천국을 만들 수는 있고, 자신의 지금 상황에 만족하고 사는 것을 행복이라 여기는 핀란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지금 우리의 환경, 내가 처한 상황을 한반짝 물러나 바라본다. 전염병때문에 경제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지만 정부의 대처방식과 국민들의 태도가 세계의 모범이 된다고 하니 자부심이 솟아난다. 우리는 이 난관을 잘 이겨낼 것이고 이 정부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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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주인공의 상담 엿보기~ | 기본 카테고리 2020-03-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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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기시미 이치로 저/이원미 역
부키 | 2020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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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초대박 히트를 친 <미움받을 용기>를 쓴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이번 신간은 그동안 일본에서 출간된 번역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독자를 위해 기획하여 나온 책이라 의미가 깊다. ‘기시미 이치로<미움받을 용기>의 과분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워 한국어를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공부를 하던 이환미(이 책의 번역자)씨가 그의 한국어 선생이었고, 한국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책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를 같이 기획하게 되었다. 이환미씨가 책을 번역했지만 어찌보면 이 책의 공저자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기시미 이치로와 같이 한국 영화를 보며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열 아홉편의 영화를 같이 보았고 이 책에서는 등장인물 스물 세명을 소환해서 철학자와 상담하는 형식으로 꾸몄다.

 

이전 책처럼 철학자와 내담자가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이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다. 또한 모두 한국영화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고, 소개된 영화 19편을 모두 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특별해 보이지만 독자들 자신의 고민과 유사하다고 여길 법한 것들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상담책이나 심리서를 읽는 이유다. 특별함 속에 깃든 보편성을 찾을 때 감정이입이 쉬이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책의 목차는 전체 5관으로 나누었고 각 관의 주제는 이렇게 정했다.

1관 우리도 사랑일까 연인과 부부에 대하여

2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가족과 부모에 대하여

3관 행복을 찾아서 나와 인생에 대하여

4관 내일을 위한 시간 세상에 대하여

5관 타인은 지옥이다 사회 속 인간관계에 대하여

 

책의 제목이 나쁜 기억을 지워드린다고 했기 때문에 어떻게 나쁜 기억을 지워줄 수 있다는 건지 그 해답을 얼른 찾고 싶어 하는 독자를 위해 저자는 서문에서 미리 답을 다 해주고 있다.

 

"과거의 경험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미래에 초점을 맞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그런 뜻에서 과거는 이미 없습니다."

"‘지금의 나 자신이 바뀌는 것으로도 과거의 기억이 나쁜 것이 아니게 될 수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따로 떼어 놓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서문에서 나쁜 기억을 지우는 법을 다 알려주고 끝?

그럼 책을 안 읽어도 된다는 말?

물론 그렇지 않다.

영화 속 인물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철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더 자세히 풀어내고 있다. 내용을 읽으며 영화를 본 독자들이라면 자신이 의문을 품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고, 영화를 보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기도 할 것이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의 차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영화를 다시 볼 수도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때만 되면 떠오르는, 잊고 싶어도 잊히지 않는, 나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선택할 것인데, 영화 속 인물이 한 상담을 통해 자신의 나쁜 기억을 지울 수 있게 된다면 금상첨화이다.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자신의 과거를 조금은 편안하게 여기게 된다면 그것 역시 수확이 될 터이다.

 

2관에서 다룬 영화 수상한 그녀두 번째 이야기는 주인공 말순 할머니의 며느리 애자씨와의 상담이다. 시어머니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요양원에 보내려고 했던 애자씨와의 상담 후 철학자가 덧붙인 내용은 이러하다.

 

p.122

과거에 시어머니와 있었던 불화를 아무리 이야기한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상담사는 처음부터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과거는 더 이상 없습니다.”

실제로 과거 일 때문에 현재 관계가 원만하지 않더라도 그때로 돌아가 원인을 제거하기란 불가능한 법이다. 지난 일을 따져봤자 앞으로 관계가 좋아질 여지는 전혀 없다. 그러니 관계를 원만히 하고 싶다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위 사례는 단순히 고부관계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옛날에 부모가 내게 했던 일이 상처가 되어 잊히지 않는다며 걸핏하면 옛 기억을 소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들에게 과거는 더 이상 없습니다.”는 일침을 놓을 워딩이다. 지난 일을 소환한다고 그 일이 바뀌지도 않으며 관계가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저자의 충고처럼 과거보다는 미래를 이야기 해야한다.

 

그 다음 장, 영화 마더의 주인공 엄마와 철학자와의 대화에서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법을 이야기한다. 아들이 자신을 용서해준다면 과거가 사라지는 것이냐는 엄마의 질문에 철학자는 이렇게 답한다.

 

p.133

자신의 기억이든 남의 기억이든 지우고 싶다는 건 그것이 나쁜기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과거 일을 제대로 마주한다면 이는 머지않아 나쁜기억이 아니게 됩니다.

 

과거의 일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어떻게 한다는 말일까. 상담내용에서는 자립이라는 키워드로 넘어간다.

이 상담의 뒤에 덧붙인 글에서 철학자는, 자식을 자립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부모들의 행동에 대해 그러지 말라고 충고한다.

 

p. 135~137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은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때 부모는 애초부터 자식을 신뢰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부모가 대신 문제를 해결하면 아이는 의존적인 성향이 되기 십상이다. 또한 부모로부터 자립하고자하는 아이라면 부모가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를 도와주고 싶다면 먼저 도움을 줘도 되는지 아이의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 아이가 이에 찬성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것 중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에 한해서 도와주면 된다.

아이가 뭔가 문제를 일으켰을 때 부모가 나서서 사과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는 이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잘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스스로 사과할 필요를 느꼈을 때 그렇게 하게끔 해야 한다. 아이에게는 이유도 묻지 않고 부모가 먼저 행동하는 것은 아이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부모가 자기 편이 아니라 세상의 편에 선 것이기 때문이다. 이때 역시 부모가 자식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자식이 저지른 일에 사과하는 것은 언뜻 보기엔 아이를 위해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기 보호 때문이다.

 

자녀의 자립을 위한 기본은 부모의 신뢰라고 말하고 있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고 저자의 말처럼 아이를 객체로 인정하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잘 안 되는 일이다. 대개의 부모는 자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기 있기 때문이다

 

자립과 연결되는 상담은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주인공 지소와의 대화이다. 상담후 덧붙인 글에서 저자는 아들러의 <인간이해>에서 이 말을 인용한다.

 

처음으로 일어선 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들어서게 되며, 그 순간 왠지 적대적인 분위기를 느낀다.”

 

P. 194~195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때 어려움을 느낀 아이는 세계가 자신을 적대시하고 있다고 느낄 수 있고, 타자를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적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아들러는 다른 저서 <삶의 과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역경은 극복할 수 없는 장애가 아니라 거기에 맞서 극복해야 할 과제다

아이가 이렇게 생각하기 위해서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과제에는 대인관계도 포함된다. 부모에게 있어 아이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다. 부모는 아이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무조건적으로 자식을 사랑해 왔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아이는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는지 모른다. 자신이 사랑받는다고 깨달으면 틀림없이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역경에 처하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지인이 가출한 아들 때문에 애태우는 게 생각났다. 친구를 때리고, 친구의 폰을 빼앗아 팔아먹고 집을 나갔으며 연락이 안 된다고 했다. 그 아이가 세 살 때 부모가 이혼해서 아빠가 아이를 혼자 키우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새엄마가 들어왔다. 그런데 10년 넘도록 연락하지 않고 살던 친엄마가 작년 여름에 집으로 찾아왔고 친엄마와 다시 교류하게 되었다는 얘기까지 들었었다. 그런데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가출을 했다는 말을 들으니 그 아이도 부모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아이를 보수적이고 억압적으로 대한다고 했다. 물론 아들을 사랑하지만 아빠의 그런 표현방식이 아들에게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껴지지 않을까? 집으로 돌아온다면 화내고 윽박지르지 말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해주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건 남의 집 속사정도 모르면서 하는 선무당 사람 잡는 짓이 될까봐 조용히 넣어두었다

   

이 책은 '나쁜 기억'에 관한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부모와 자식관계를 포함한 인간관계, 성공과 행복, 고통, 자존감 등 웬만한 심리상담서적에 등장하는 것들을 다루고 있어서 독자가 고민하고 있는 내용에 부합하는 사례들을 만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건진, 내게 딱 와닿은 내용을 인용하며 리뷰를 마무리한다.

 

p.314

개성적인 사람이란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장점이나 가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필요가 없다. 개성이란 둘도 없는, 다른 누군가와 비교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자기다움인 것이다.

자존감스스로 사물을 만드는 것에 의해생긴다. 미키 기요시는 인간은 사물을 만드는 것에 의해 자기를 만들고, 그리하여 개성이 만들어진다라고 말한다. “무엇을 하면 개성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벤의 이야기에서 당신이 생각해 봐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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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의 스위스 조지아~~ | 기본 카테고리 2020-03-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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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트래블로그 조지아

조대현 저
나우출판사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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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커피 이름? 아니다!

미국 어딘가 도시 이름? 아니다!

옛 소련 당시 그루지야라는 이름의 땅,

지금은 동유럽의 스위스라 불리는 엄연한 독립 국가의 이름이다.

서유럽은 이미 다 돌았고,

동유럽도 체코나 크로아티아 정도는 갔다 와봤다~~ 는 사람들에게!

조지아를 추천한다.

트래블로그 시리즈는 추천 여행일정, 교통편과 숙소, 맛집은 기본 옵션이고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 자연 경관은 필수 선택 사양이다.

그래서 트래블로그 한 권이면 한 나라 완전정복 가능하다.

 

이제 조지아의 기본정보부터 차근차근 알아보자.

 

 

 

조지아 물가는 저렴하다.

식사는 한끼에 최하 2천원짜리부터 있고, 숙박도 만원대도 있다.

 

조지아는 와인으로 유명하다.

조지아의 와인 항아리인 크베브리가 사용된 시기를 약 8000년 전으로 추정하고 있어서 가장 오래된 와인 원산지라고 주장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조지아의 역사유적~

 

요즘 한 도시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이다.

이 책의 저자 조대현씨는 현지인과의 교감은 없이 맛집 탐방과 SNS에 자랑하듯이 올리는 여행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그가 고민해서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낯선 여행지에서 오랫동안 소소하게 행복을 느끼며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한 달 살이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먼저 목적을 명확하게 정한 후, 시기와 예산을 잘 정하고 세부사항을 결정하라고 권유한다.

조지아는 항공비용을 제외하면 다른 유럽의 도시에 비해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아래는 수도 트빌리시의 한 달 살이 비용이다.

 

이 책은 조지아의 10개 도시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 리뷰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으므로 몇몇 도시만~~

 

 

조지아에서 각 도시로 이동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니버스 "마르쉬루트카"는

9인승보다는 크고 25인승보다는 작다.

고속버스의 개념이지만 중간중간 사람이 내리고 타는 완행버스의 느낌이다.

 

주요 시설들이 모여있는 구시가지에서 시작해 메테히 다리를 건너 케이블카를 타고 나리칼라 요새에 올라 도시 전체를 조망한 후 협곡의 유황온천지대에서 여행의 피로를 푼다.

관광객이 꼭 찾는 트빌리시 볼거리, 카페거리와 벼룩 시장~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약 30km를 달리면 조지아의 옛 수도인 므츠헤타가 나온다.

수도원과 교회가 많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수도원처럼 조용하다.

 

 

 

 조지아 중부의 주요 문화 중심지 역할을 해온 쿠타이시는 약 4천년 전에 건설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도시이다

 

카즈베기산을 가보지 않았다면 조지아를 제대로 여행한 것이 아니다. 날씨가 좋은 날, 아무렇걱나 찍어도 사진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사진을 보면 왜 동유럽의 스위스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다.

 

 

 

☞☞조지아에 대한 알찬 정보가 빼곡하게 들어있는 이 책으로, 조지아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 자연도 미리 감상한 후 여행을 떠난다면!!

현지에서 얻는 감동은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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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에서 사랑과 삶을 찾다~ | 기본 카테고리 2020-03-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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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사랑한 시옷들

조이스 박 저
포르체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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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어떤 시옷들일까?

작가가 사랑했다는 시옷은?

사랑, 삶, 그리고 시!

라고 한다.

이 책을 쓴 사람은 ‘조이스 박이’고, 고 장영희 교수님의 제자라고 한다.

그가 사랑한 시옷들을 어디에서 찾아냈을까?

전공답게 영시에서 찾아냈다.

이 책의 부제는 ‘죽기 전에 알아야 할 명시 산책’이라고 되어 있다.

 

혼탁한 말과 글의 밀림이 일상을 지배할 때, 나는 시 속에서 내가 사랑하는 시옷들을 꺼낸다. 이 책을 쓰기 위해 고전과 현대의 명시들을 다시 읽으며 나는 사랑으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시로 빚어진 책은 사랑과 존재와 삶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이정표이므로, 내가 그러했듯 그대들도 말과 글의 밀림 속에서 사람을, 사랑을, 나아가 삶을 캐며 서서히 그 길을 걸으시길 바란다.

위 프롤로그의 당부대로 독자들은 저자가 소개하는 영시를 통해 사랑과 삶의 길을 걸어가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평소 줄글에 비해 시는 자주 읽지 않는 편이다. 그 이유는 은유와 상징의 해석이 필요한 시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아서이고, 급한 성미가 찬찬히 감상할 여유를 내지 못하게 가로막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물며 영시라니?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

걱정을 하며 책을 펼쳤다.

 

일단 이 책은 짱짱하고 도톰한 표지가 내 취향이고, 표지의 색감과 구성도 마음도 들었다.

책등을 요철이 있는 질감으로 덧입혀서 좋았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었고 각 부마다 10편씩 총 30편의 영시를 소개하고 있다.

각 시마다 첫 페이지에는 시인의 이름과 간단 약력을 소개하고, 그 시인의 초상을 펜드로잉화로 표현했다.

 
다음 페이지는 영시 본문, 그 다음은 해석한 한글,                            

그리고 시의 해설과 작가의 사유가 실려 있다.

마지막엔 ‘영시로 배우는 영어’ 코너를 두어 그 시에 쓰인 문장으로 영문법 해설을 덧붙였다.

 

 

1부에서 내가 고른 시는 ‘엘리자베스 제닝스’의 “뒤늦게 오나니”이다.

하늘에 빛나는 별이 그 옛날에 와서 이제야 도달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시인은 별의 빛남을 사랑에 비유했다.

바라봐주길 바라는 별빛도 있고, 어떤 별빛은 다른 곳을 비추기도 하는, 그 어긋남을 시인은 “Delay”라고 표현한 것 같다.

첫만남에 불꽃이 파바박 일어 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애태우며 바라보기만 하는 짝사랑만큼 심장 따가운 것도 없으리라.

아마도 시인은 빛나는 하늘의 별을 보다가 짝사랑하는 이에게 닿지 못하는 자신의 빛남을 안타까워하며 이 시를 쓴 게 아닐까...

 

아래는 저자의 해설이다.

이제는 밤하늘에 별똥별이 어긋나는 광경을 보기 어려워졌지만, 마음과 마음이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별을 보면 이따금 슬픔에 잠긴다. 까마득한 시간을 건너온 별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 별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사람이 쏘아 보낸 마음도 이리저리 흩어지면 본래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타이밍인지도 모르겠다. 적확한 시공간, 내가 쏘아 올린 마음을 받을 공간에 상대가 있어야 하는, 그런 기적 같은 타이밍이 늘 필요하다.

2부에서 고른 시는 ‘엘리스 워커’의 “Desire”이다.

아래는 마지막 연이다.

I carefully tended

in the garden of my heart

grew a heart

to fill it

내 마음의 정원에 난 구멍을

정성껏 가꾸었더니

그 구멍을 메우느라

마음을 키워내 채웠어

욕망의 종류가 여럿이겠지만, 요즘처럼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비중이 커진 것은 식욕이다.

할 수 있는 것이 제한되다보니 돌아서면 밥을 해야 하는 게 일이라고 한다.

주부들은 그것을 하루 세 번씩 꼭꼭 해야 하니 메뉴를 정하고 조리하고 치우는 것도 큰일이 되었다.

먹는 행위에 이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니 식충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데에 관심을 줄이니 식욕으로 옮겨간 것인가 싶기도 하다.

으흠... 마음의 허허로움 가꾸고 구멍을 채워냈다는 싯구와는 차원이 다른 욕망에 대해 생각하고 말았다.

 

저자의 해설을 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은 심장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처럼 아팠던 적이 있었을까? 어떤 결핍이 당신의 심장에 구멍을 내었을까? 삶은 욕망을 모두 채워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욕망을 잘 다스려서 키워낸 마음의 살로 심장의 구멍을 채우는 일임을 당신이 알게 되어, 살아 있어 욕망하고, 욕망하므로 살아있다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3부에서 고른 시는 ‘도로시 파커’의 ‘재고’이다.

 재고

네 가지가 있으니 내가 알게 되어 더 현명해진 것들

게으름, 슬픔, 친구 그리고 적수

네 가지가 있으니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사랑, 호기심, 주근깨 그리고 의심

세 가지가 있으니 나는 평생 지니지 못할 것들

질투, 콘텐츠, 그리고 넘치는 샴페인

세 가지가 있으니 바로 죽을 때까지 내게 있을 것들

웃음, 희망 그리고 그러다 삶에 한 대 얻어맞기

 

인생에 재고가 있는 것과 없었더라면 좋았을 것, 평생 지니지 못할 것과 죽을 때까지 있을 것들의 목록인데 이것은 거의 죽음 직전 삶을 돌아보며 할 법한 생각이다.

죽기 전에 해보는 인생의 재고 조사라...

그리고 그 목록들이 상징하고 있는 것들...

시인의 그것이 내게 동일하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또한 무슨 의미로 쓰였는지 알쏭달쏭한 것들도 있다.

 

3연의 내용이 궁금하여 필사해 보았다.

나에게 질투는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고,

콘텐츠는 지니지 못할 것에 해당되는 것 같으나 분명 시인이 의미하는 바와는 다를 것 같다.

그리고 넘치는 샴페인...

샴페인이 술 일반을 의미한다면 내게는 아예 해당없음이다.

나는 술을 좋아하지 않고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죽을 나이는 아니지만 현재 나의 재고는 무엇일까?

바로 떠오른 것은 고양이다.

고양이가 내 인생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는 분명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3연에서 샴페인이 쓰인 이유가 뭘까? 궁금했는데 저자의 해설로 해소되어 그 부분을 옮겨 본다.

평생 지니지 못할 것 중 하나로 파커가 ‘enough champagne’을 넣는 바람에, 이 구절은 술에 대한 멋진 인용구로 회자된다. 이 말은 샴페인은 아무리 마셔도 충분치 않다는 속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다. 보통 하루나 이틀만에 다 읽고 바로 리뷰를 쓰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은 속도내어 읽기부터 좀 힘들었다.

내가 즐기지 않는 시라서 그렇기도 했고, 영시라서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다행이 저자의 해설이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만약 설명이 없었더라면 처음 만나는 외국 시인의 시를 읽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몹시 막막했을 것이다.

그보다 먼저, 쌤앤파커스 출판사의 서평단이 아니었다면 이런 책을 읽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받는 책들이 모두 내 취향일리 없다.

그렇다고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편식없이 다양한 장르의 책을 받아서 읽는 장점이 있다.

이번 책처럼 스스로 선택할 리가 없는 책을 서평단 활동으로 받아 읽으며 외국 유수의 시인들과 시를 접할 수 있었고 저자의 친절한 해설 덕분에 즐거운 독서의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영문학도들에게는 좋은 교과서가 될 듯싶고, 일반 독자들 중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선택해도 후회없을 것이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라해도 저자의 인문학적 사유를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저자가 사랑한 시옷들을 영시 속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고, 독자만의 시옷들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새로운 발견이야말로 탐독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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