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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년을 읽다

서현숙 저
사계절 | 2021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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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소년이라는 말 속에 이런 아릿함이 있었던가?

 

사계절출판사에서 나온 <소년을 읽다>의 사전 서평단으로 당첨되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소년은 가나다와 다름없이 그저 글자였고, 사람, 남자와 같은 일반 명사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소년’은 특별한 낱말이 되었다. ‘소년’을 발화할 때마다 명치 께가 아릿해지면서 급기야 그 기운이 눈으로 올라왔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꺼내 읽다가 나도 모르게 일어나는 내 몸의 화학반응에 놀라 책을 덮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다행이었다.

 

 “제가 이전과 다르게 살 수 있을까요? 그게 제일 겁나요. 여기 들어오기 전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될까봐...”

 

이 순간, 나의 안에서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겨를 없이 무너진다. 무너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벽 아니었을까. 그 벽의 한 귀퉁이가 와르르 무너졌다. 무너진 틈으로 이 녀석의 존재가 현실의 무게로 묵직하게 전해져온다. 이 녀석이 나에게 아무 끈도 닿아 있지 않은 타인이 아니게 되었다는 신호다. 

 

 

 

 

 

 

 

위는 저자가 소년원 학생이 하는 말을 듣고 마음에 떠오른 생각을 쓴 내용이다. 흔히 빨간 줄 그어진다는 표현을 저 아이는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소년원을 나갔을 때 들어오기 이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 걱정하던 소년은 이제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 선생님에게 묵직한 존재가 된다. 이렇게 아이들의 한마디와 선생님의 생각을 읽는 내게도 그 공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일지처럼 담담한 기술에 과하지 않은 선생님의 생각이나 느낌을 읽으며 나는 자꾸만 눈앞이 흐려졌다. 왜냐하면 지인의 아들이 작년 11월, 소년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현숙 선생님이 소년원에서 1년간 국어수업을 했던 기록이다. 중졸인증을 받기 위해 소년원에서는 수업을 받고 통과되는 제도가 있다. 선생님은 그곳에서의 수업기록을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망설이다가 2020년 2월 신문기사의 댓글을 보고 써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위 기사에는 ‘세금이 아깝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야 한다’와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저자는 추상적 존재가 아닌, 실제로 만났던 소년들 이야기를 세상에 들려줘야겠다고 생각해 용기를 냈다고 한다.


 

1년간의 수업이었지만 같은 학생을 계속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다. 두 달 정도 수업시수를 채우면 나가고 다른 아이들이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간혹 다른 소년원으로 가는 아이들도 있고, 징벌방에 들어갔다가 2주 만에 오는 아이, 퇴원하는 아이도 있다. 저자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고 독후활동을 하는 과정은 여느 독서수업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들의 수업장면을 읽으며 나는 자꾸 울컥울컥했을까? 책을 읽기 전 나는 다짐 아닌 다짐을 했었다. 선입견을 버리자, 동점심도 버리고 읽자고! 읽어나갈수록 그런 다짐을 했다는 게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지인의 아들 사례가 오버랩되어 난 이미 선입견이란 두꺼운 장막 속에 갇혀있었다. 불과 얼마전 남편과의 대화에서, “소년원을 갔다 온 그 애가 정말 교화가 되어 나올까? 더 나쁜 범죄를 배워오지 않으면 다행일걸.” 이라는 말을 내가! 했다. 그 아이의 가정환경은 들어서 알고 있다. 하지만 속속들이 다 알 수는 없고, 그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단정적으로 말했다. 소년원에 들어갔다는 정보만으로 저런 말을 함부로 내뱉었으니 많이 부끄러웠다.

 

 

이 책의 저자는 소년들이 왜 그곳에 들어왔는지는 모른다. 알게 된 정보가 있었겠지만 책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소년원에 온 아이들은 우리 주위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소년들이다.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써먹으며 기뻐하고, 언젠가 해볼 거라고 희망에 부풀기도 하고, 작가와의 만남 후에 인생의 꿈을 정하기도 한다. 한편 책과 관련된 활동은 대부분 처음이었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책을 읽어준 것도, 책을 선물로 받은 것도, 자신만의 책장을 가지게 된 것도, 독서동아리 활동을 한 것도, 책을 쓴 작가를 직접 만난 것도. 그런데 소년들은 두렵다. 그곳에서의 이력이 나중에 배제의 이유가 될까봐...

 

 

열다섯 살 밖에 안됐는데 택배 알바 경험이 있는 아이, 강제전학 당한 후 6개월간 삼시세끼 라면만 먹어서 30kg나 쪘다는 아이, 엄마의 기억이 하나도 없는 아이, 매일 심하게 싸우는 부모님을 피해 가출한 아이, 2년간 지내다가 퇴원하게 되었는데 집에서 아무도 오지 않은 아이.

 

이 아이들에게 저자는 이런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납고 날 선 마음의 결을 조용히 빗질해서 얌전하게 만드는 사람, 싸우듯이 살다가도 팔다리에 긴장 풀고 몸도 마음도 평평하게 눕게 만드는 그런 사람"

 

어쩌면 저자가 소년들에게 저런 사람이었을지 모르겠다. 왜냐하면 저자의 국어수업에서 소년들은 시를 외우고, 편지를 썼으며, 책에서 감명 깊은 문장을 골라 그 느낌을 말했으니까. 국어수업만 하고 싶다 하고, 현숙쌤이 제일 친절하다고 말했던 소년들은 소년원 밖에서도 그 수업을 기억할 것이다. 처음 경험했던 국어수업이 앞으로의 생에 작더라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고 싶다. 저자가 마지막에 했던, ‘소년이 좋은 삶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좋은 삶을 욕망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처럼...

 

 

소년원에서 한 국어수업 내용을 읽고 독자는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할 것이다. 나는 지인의 아들 때문이었는지 저자의 담담한 서술때문이었는지 자주 울컥했다. 그 아이가 소년원에서 나왔을 때 부모가 무조건적으로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아이 아빠는 연락 끊겼던 친엄마와 다시 만난 이후로 일탈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정말 그 때문인지 알 순 없다. 그래도 친엄마와 만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 아이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 이 말을 못 하겠지만...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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