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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드라큘라 | 기본 카테고리 2021-05-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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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되는 길 | 기본 카테고리 2021-05-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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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은 없는 시민

강남규 저
한겨레출판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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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낯설다.

국민이라는 단어가 더 낯익은 나는, 저자에 비해 나이가 훨씬 많다.

“박근혜를 대통력직에서 끌어내린 것은 촛불시민들이었다.”는 문장 속 시민은 우리가 분명하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는데 벌써 아득한 옛일만 같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은 박제된 구호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깨어있는 시민이었던 적이 있었던가? 불과 4년 전이었다고!

 

 

책 제목 <지금은 없는 시민>을 본 순간 위처럼 여러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저자는 이제 시민이라는 단어를 붙일만한 대상이 사라졌다는 것을 말하려는 걸까? 자못 궁금해졌다. 한편 지금은 시민이 없지만 앞으로 시민이 올 거라는 뜻일까? 시민이 어디선가 청포를 입고 찾아올 사람은 아닐 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시민이 되어야 하는데 1990년생인 저자가 말하는 시민은 어떤 면면을 가진 사람들을 말하는 것일지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저자가 각종 매체에 2019년부터 2021초까지 연재한 글들을 묶은 것이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시민의 승리”로 탄생했다는 정부에서 역설적으로 “시민의 후퇴”가 일어났다고 하며 ‘시민의 자리’를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책의 순서를 살펴보면, 1장에서는 정치와 정치인들에 대해서, 2장은 시민의 역할, 3장은 언론, 4장에서는 노동, 특히 산업재해에 관한 글이고, 5장은 민주주의에 대해 고민하는 글들을 실었다.

 

 

나는 요 몇 년 사이 시사지와 일간지의 구독을 끊고 팟캐스트로 시사관련 정보들을 취했다. 따박따박 도착하는 신문과 잡지를 읽지는 못하고 쌓이면 그 높이만큼 죄책감도 올라가는 부담스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무료 팟캐스트에도 양질의 정보는 많고, 다른 일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합리화했다. 그러나 저자는 나의 이런 식의 태도에 일침을 가했다.

 

 

좋은 기사를 써서 좋은 언론을 만드는 일차적 책임은 기자와 언론에게 있지만, 시민-독자로서 책임감도 필요하다고 했다. 3장 ‘기레기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좋은 기사를 열심히 읽고, 공유하고, 후원함으로써 언론사를 자극하고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정의연’이나 ‘케어’사태를 예로 들며 그들의 실수 혹은 잘못을 비난하는 것을 너머 탈퇴하고 외면하는 것으로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3장의 마지막 글 ‘위선에 대한 분노가 향할 곳’에서는 시민단체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경향신문과 한겨레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한국 사회의 진보를 위해 낫다고 믿는다고 하며 이렇게 말했다.

 

 

 

"시민단체와 진보언론에 진실하게 활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위선에 맞서 참된 정의로움을 이루기 위해 싸우기를 멈추지 않는 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며 격려하는 것은 우리 시민들의 일이다."

 

 

 

나이 어린 저자의 충고는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우리가 시민단체나 진보매체를 후원하고 구독하고 감시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게 아니다. 우리는 그동안 바쁘다며 모른척하고 귀찮다며 스르르 발을 뺐고 그러면서 세상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며 허공에 손가락질을 해댔다. 이 책을 읽으며 느슨해진 운동화 끈을 짱짱하게 다시 매야겠다고 생각했다. 시민이란 이름으로 제대로 걸으려면, 어쩌면 뛰어갈 때 필요한 준비가 아닐까 싶다. 그 시작으로 시사인을 재구독 해야겠다.

 

 

사실 지난 4월부터 시사인 기사를 매일 읽고 있다. ‘카카오 프로젝트 100 : 하루 한 편 시사지 읽는 습관’에 참여중인데 매일 제공해주는 시사인 지난 호 기사를 읽고 간단한 느낌을 쓰면서 인증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사인 기사를 읽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좋은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있는데 무료로 읽다니!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구독자를 늘리겠다는 노력이 가상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구독에 금전적 부담감이 들었는데 이 책 덕분에 마음을 굳혔다.

 

 

언론에 계속 관심을 두고 있어서일까, 이 책도 언론 관련 내용을 더 유심히 읽었다. 그중 작년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 사건이 눈에 들어왔다. 작년 여름, 시사관련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내용으로는 강진구 기자가 쓴 기사가 하루 만에 내려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기자가 신문사측에 항의한다고 했는데 그 기사의 내용은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이 ‘가짜미투’였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가 쓴 기사의 내용을 조목조목 알려주며 박재동 화백의 성추행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주장을 들으면서 나는 박화백이 미투 희생자일 수 있겠다는 짐작을 했다. 방금 쓴 문장은 팟캐스터와 나, 둘 다 섣부른 예측이었다는 강조하기 위해 저렇게 썼다.

 

 

진실은 당사자 외에 아무도 모른다. 그 외의 제 삼자들은 사실이라고 보여지는 것들로 파악하고 결론내린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박재동 화백 미투 기사를 다루었기에 나는 작년 내 짐작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강진구 기자가 쓴 기사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므로 믿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던 그 팟캐스터도 당시에는 몰랐을 것이다. 강기자가 피해자의 카톡 내용에 있는 사실을 떼어내어 시간 순서를 바꿔 조합했다는 것을! 그리하여 피해자의 피해자답지 못한 면을 부각시키게 되었음을! 어떤 사건을 한 매체의 기사나 해설로만 보는 것은 그 사건의 다른 면은 보지 않는 것과 같다. 시민이라면 여러 매체를 찾아 읽는 부지런함이 있어야겠다.

 

 

또한 시도때도 없이 나오는 오보도 잘 살펴야한다. 오보는 날 때는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리고 정정보도나 오보임을 사과하는 것은 보이지도 않는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린다. 그마저도 실리면 다행이고 아예 모르쇠로 넘기는 언론도 많다.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질테니 괜찮은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대부분 오보를 사실로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 시민에게 묻는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진실’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판단하는데 더 관심이 있기 때문에 언론들의 오보장사를 가능하게 한 게 아니겠냐고...

 

 

 

p.123

언론은 자기 진영의 독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으니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기사를 뿌리고, 독자들은 기꺼이 그 기사들을 팔아준다. 오보는 그렇게 반복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기 위해 독자로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지 않고서 언론 탓만 하고 있기엔 오보가 가지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

 

 

 

저자가 말하는 시민은 부지런해야하고, 현명해야 한다. 그리고 비관적이지 않아야 한다. 이 책의 마지막장 마지막 꼭지의 글에서 저자의 충고에 나는 또 고개숙였다. 저자가 소개한 미국조직 DSA의 사례를 읽으며 문성근과 2012년 총선이 떠올랐다. 당시 배우 문성근은 노무현대통령 낙선지였던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했고 나는 캠프의 선거운동 자원봉사자로 활동했다. 문성근이 늘 강조했던 것은 조직이었다. 그가 주도했던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운동도 조직의 중요성을 강조한 활동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시 선거의 패배와 그 후로도 활동했던 사람들에게 실망을 많이 했고 조직이 덧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미국 민주적 사회주의자 (DSA: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의 성과와 그들의 활동을 읽으니 놀랍고도 부러웠다. DSA는 사회주의자를 표방한 신인 정치인들이 10선, 16선의 거물 후보를 물리치고 승리하게 만든 조직이다. 플로리다주에서는 2026년까지 최저시급을 현행 8.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하는 안건이 통과되었고,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는 3~4세 어린이집을 무상으로 하는 주민투표를, 메인주 포틀랜드시에서는 월세 인상률을 제한하는 주민투표를 통과시켰다. 모두 DSA가 주민투표 캠페인에 동참한 결과다.

 

 

DSA가 저런 성과를 낳을 수 있었던 것은 조직 덕분이었는데 그들의 강령은 다음과 같다.

어디든 장소를 잡고, 목소리를 높여 말하라. 문을 열어두고, 다른 사람들을 데려오라.”

 

그리하여 DSA는 2015년 5천명에 불과했던 회원 수가 2020년 11월 현재 8만 여 명에 이르렀으며, 조직 수는 2016년 15개에서 현재 231개 지역 조직으로 늘어났다.

 

 

나는 당시에 조직의 숫자를 늘리는 것에 회의적이었고 냉소를 너머 썩소를 지었다. 요즘에는 물론 더더 회의적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 보이고 10년 전보다 각자도생하기에 더 힘들다. 그런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 이런 의심만 하는데 조직화가 가능하겠는가. 그런데 저자는 희망을 놓지 않고 이렇게 말한다.

 

 

 

"살고 싶은 세상이 있고 그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고 믿으니 이들은 지치지 않는다. 그렇다. 냉정한 분석과 강렬한 소망이 있는 곳에 냉소는 싹틀 틈이 없다. 그리고 냉소하지 않는 사람들은 성취를 이룬다."

 

 

 

90년생이 이렇게 단단하게 말할 수 있다니! 세대구분을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자꾸 나이를 들먹이게 됐는데, 나보다 훨씬 나이어린 저자의 날카롭고 묵직한 통찰이 고맙고 반가워서 그랬다. 그리고 그가 지금 없다고 한 시민이 되기 위해 나이 많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겠다. 외면하고 비난하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은 시민이 아니다. 주인된 마음으로, 살고 싶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냉소하지 않고, 일단 소망부터 하자!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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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꼬마, 환장의 복식조! | 기본 카테고리 2021-05-1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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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레모네이드 할머니

현이랑 저
황금가지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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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마을은 치매 노인들의 마을이다. 정확하게는 노인 요양병원으로 아주 럭셔리하다. 환자들도 어마어마한 부자들이다. 이곳은 훌륭한 병원같지만 교도소 같기도 하고 유럽의 동화마을 같기도 한데, 어쩌면 도란마을 전체가 커다란 연극무대 같기도 하다.

 

 

우리의 주인공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아주 살짝 치매인데 이곳에 입소했다. 레모네이드만 마시기 때문에 레모네이드 할머니로 불리는 이 할머니, 아직 정신줄 멀리 보내지 않아서 그런지 사건해결을 하겠다고 나서는데...

 

 

도란마을에 어떤 사건이 일어난 걸까? 그리고 경증치매환자가 사건을 해결할 수나 있을까? 궁금함과 살짝 의심증을 장착하고 읽기 시작했다. 요양병원에서 일어난 사건치고는 좀 수위가 높다. 쓰레기장에서 비닐 속에서 담겨 버려진 신생아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온 동네와 뉴스에서 떠들썩하게 난리가 날 법한 사건인데 경찰이 한 번 다녀가고는 아무 일 없던 듯 조용해진다.

 

 

레모네이드 할머니 혼자 범인을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는지 작가는 할머니에게 조수를 붙였는데 유치원생이다. 점입가경이다. 경증 치매 할머니와 유치원생이 신생아 유기범을 찾을 수 있을까?이제 책의 목표는 정해졌다. 추리소설이라고 홍보했고 초반에 사건이 제시되었는데다 조금 못미덥긴 해도 사건 해결자들도 등장시켰으니 이제 한 지점을 향해 달려가면 된다.

 

 

외진 곳인 도란마을에 굳이 와서, 곳곳에 CCTV가 있는 이곳에 아기시체를 유기했다면 외부인일리는 없다. 그렇다면 이 병원 안에 있는 사람이 범인인데 노인환자는 제외, 가임여성이어야 하고, 뭣보다 얼마 전까지 배가 불렀어야 한다. 그런데 이 병원에 임산부는 없었다. 그럼 대체 이 사건은 어떻게 벌어진 거지?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럼 신생아를 버린 범인을 찾아야 하는데 자꾸 샛길로 샜다. 범인 색출보다는 이 병원에 근무하는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여주는데 이건 거의 우리 사회 문제들을 그대로 가져온 것 같았다. 먼저 꼬마의 엄마 서이수는 이 병원 상주의사지만 가정폭력의 피해자였고 겨우 이혼해서 아이와 함께 이 병원에서 근무중이다. 성실하게 노오력하면서 사는 젊은 남자간호사는 원장의 갑질에 짤린다. 그나마 할 말 다하고 관둬서 속은 시원했다.

 

 

 

"공경심을 가지라구요? 젊은 사람들 빨아먹고 여태껏 배불렸으면서 늙어죽을 때까지 똥꼬 빨아달라니 이건 무슨 개수작이에요? 사회 지도층? 웃기지 말라 그래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보다 조금만 아래에 있는 것 같아 보이면 사람을 그렇게 깔보고 무시하나요? 인간 취급도 안 하는 거 눈에 다 보여요."

 

 

그가 말한 사회 지도층이란 원장을 포함 그 친구들, 또한 이 병원 환자의 자식들이다. 돈은 엄청 많지만 행동은 개차반인 도대체 존경받을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런 그들이 원장실에서 광란의 파티를 벌이는데...

 

대체 범인은 언제 잡냐고오~~~

궁금해 하는 동안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이 너무 다이내믹해서 지루하지는 않았다. 다 아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리플레이 시키는 것 같았다. 그런데 원장의 비리는 진짜 장난아니었다. 병원재정을 사유화하고 가정불화에다 급기야 친구들과의 마약파티까지! 이 모든 것들이 범인을 지목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었다.

 

 

서이수의 가정사는 사건과 상관관계가 없지만 작가는 등장인물마다 숨은 스토리 혹은 상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래서 범인은 잡았느냐고? 물론 잡는다! 레모네이드 할머니는 자신에게 벌어질 일을 예상하고 변호사에게 미리 정리를 해 놓는다. 아, 할머니 사연을 자세히 얘기하려니 전체가 거의 스포일러라서 생략하니까 또 재미가 별로 없는 것 같다.

 

 

사건 해결 후 꼬마와 엄마에게도 드디어 여유와 평화가 찾아온다. 착한 그 두 사람이 제발 행복하게 잘 지내길 빌었는데 다행이었다. 꼬마는 아이답지 않게 너무나 어른스럽고 똑똑했고 마지막에는 할머니 탐정의 조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좌충우돌했지만 할머니와 케미도 잘 맞았다.

 

스포일러 때문에 결말과 등장인물의 사연을 다 쓰지 못해 아쉽다. 혹시 책보다 이 리뷰를 먼저 읽은 사람이라면 꼭 책으로 확인해보길 바란다.

 

 

범인의 윤곽은 생각보다 일찍 드러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 책은 범인을 찾는 게 주목적이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하나하나 들춰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책의 내용보다 훨씬 험악하지 않은가... 레모네이드 할머니가 깔끔하게 사건을 정리했듯, 레모네이드처럼 청량감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위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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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이야기를 지을 수 있다! | 기본 카테고리 2021-05-17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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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태 켈러 저/강나은 역
돌베개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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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누구 한 사람 게 아냐. 이야기되려고 있는 거지."

                                                                                    p.292

 

2021년 뉴베리상 대상에 선정된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 나오는 이 문장은 작가 태 켈러가 말하려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읽을 때 미국에 사는 한국계 작가가 우리나라 건국신화와 전래동화를 이리저리 짜깁기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우리가 듣고 읽고 자란 <해와 달이 된 오누이>의 변형이 이 책의 주 모티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선 오누이가 아니라 자매이야기였고, 건국신화의 곰과 호랑이중 호랑이만 등장하며 호랑이가 여성으로 변모한다. 옛이야기도 주입식으로 교육받아서 그럴까. 나는 이 이야기의 변형에 동감하기 어려웠다.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인용한 저 문장을 발견했다. 초독 시 간과했던 것들을 발견하면서 편견을 가지고 책을 읽은 게 아닌가 싶어 작가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저명한 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유시민 작가가 추천했다고 하니 오히려 권위를 방어하고 싶은 심정이 작동한 것 같다

   

작가는 어릴 때 여동생과 함께 할머니로부터 호랑이 나오는 옛이야기를 듣고 자랐다. 그 이야기들은 고스란히 작가의 정신세계에 녹아들어 있었지만 드러나지는 않았다. 성인이 되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호랑이가 되살아나게 된다. 작가는 할머니에게 호랑이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었으나 할머니는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살아있던 호랑이를 일깨운다. 할머니에게 들었던 호랑이 이야기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작가가 다양하게 변주하는 호랑이 이야기야말로 구전(口傳)의 정의에 꼭 맞는 셈이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누구 한 사람 게 아니라 이야기되려고 있는 거라는 말에 부합하는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마음껏 풀어놓았다.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은 우리나라 옛이야기 속의 호랑이와 소녀 릴리가 대결하는 구도를 큰 축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지만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이 실핏줄처럼 뻗어 있다. 여성서사, 이민자, 성소수자, 부모자녀관계, 가족애, 우정, 사랑, 용기 등등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러한 주제가 들어있는 장면들을 찾아보고 이야기 나눠보면 좋을 것이다. 한 권의 책에서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뽑아내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한 번 읽고 단번의 독후활동으로 끝내기엔 아까운 책이다.

 

조아여(조용한 아시아 여자애)라는 별명을 가진 수줍음 많은 주인공 릴리가 자신의 눈앞에 나타난 호랑이와 당당하게 거래를 하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는 어린이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용기도 줄 것이다. ‘이야기는 누구 한 사람 게 아니라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에게 창작의 욕구가 마구마구 솟아나면 어쩔 것인가. 책 속 변주보다 더 재미있고 역동적인 호랑이 이야기가 탄생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작가의 저 문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새로운 명제이다!

 

이 책의 후반부, 할머니의 임종 장면에서 저 명제에 꼭 맞는 서술이 등장한다.

 

p.307~308

 

할머니는 눈을 뜨지도 않고 말한다.

때로 가장 강한 일은 도망을 그만 가는 거야. 나는 호랑이 안 무섭다, 나는 죽는 거 안 무섭다, 말하는 거야.”

하지만 나는 너무 무섭다.

찰나의 순간, 할머니의 표정 아래로 호랑이의 얼굴이 스친다. 보자마자 사라지긴 했지만, 난 분명히 보았다. 그건 할머니 안의 맹렬함이다. 할머니가 이야기의 다음 장에서 품고 갈 용감함이다.

할머니는 용감할 것이다.

언니와 엄마가 돌아오고, 언니는 내 맞은편에 앉아 할머니의 다른 쪽 손을 잡는다. 엄마는 다가와 내 등을 문지른다.

눈은 여전히 감고 입술은 아주 작은 웃음을 지은 채, 할머니가 말한다. 맹렬한 속삭임으로,

이야기 하나 해 줘.”

언니가 나를 보며 한 손을 뻗어 올린다. 마치 하늘에서 별을 따듯 허공에서 움켜쥐는 시늉을 하더니 그 손을 내게 내민다.

내 마음 가장자리에서부터 어떤 이야기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안개와 그늘 속에서 나타나 점점 뚜렷한 모양을 이룬다.

나는 할머니에게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앉는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그리고 시작한다.

 

 

**위 리뷰는 네이버카페리딩투데이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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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회계의 신이 알려주는 주식 투자 생존법 | 기본 카테고리 2021-05-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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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투자, 나아가 5% 부자들의 감각을 얻기 위한 훈련을 배울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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