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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展』 천빈 | 리뷰 카테고리 2012-07-2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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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화상전

천빈 저/정유희 역
어바웃어북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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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화상, 그것은 화가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한 화가가 그린 여러 장의 자화상을 차분히 들여다보면 그의 인생과 예술관의 변화를 알아챌 수 있습니다. 중국 중앙미술대학교 교수인 천빈은 화가의 자화상을 전적으로 연구한 학자입니다. 그는 전세계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자화상들을 찾아보았답니다. 그의 꿈은 거장들의 자화상을 한데 모아 전람회를 열어 보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꿈만 꾸다 그만둘지도 모르지만, 그는 먼저 한 권의 책 안에 전람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자화상 展」은 거장들의 자화상과 함께 화가의 여러 작품과 미술사적 의미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어떤 미술전람회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훌륭한 미술 공부를 하게 됩니다. 자화상전(自畵像展)답게 자화상만큼은 한 페이지 가득 풀 컷으로 수록해 놓아서, 작품을 직접 보지 못하는 아쉬움도 조금은 달랠 수 있습니다.

  자화상 하면, 알브레히트 뒤러를 빼놓을 수 없겠죠. 저자도 뒤러의 자화상을 제일 먼저 수록해 놓았습니다. 오래전 나는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을 보고는 예수상으로 착각할 정도로, 이 작품에는 아름다움과 고귀함이 풍겼습니다. 이 자화상에는 ‘화공’이라는 기능인이 아니라 ‘화가’라는 예술가로서의 뒤러의 자존감이 가득 담겨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그리고 5년 후에 그린 <나체의 자화상>에 대해서는 이런 평가를 했습니다. “<나체의 자화상>은 우아함과 자신감으로 대표되던 이십 대의 자화상과 크게 다르다. 비록 젊은 나이에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진정한 예술가로서의 내적 성찰이 자신 앞에 놓여 있음을 깨닫은 것이다”(p. 26). 통찰력 있는 해석입니다. 마지막에 뒤러의 서명에 관한 풀어 놓은 이야기도 훌륭합니다. 자신의 작품에 최초로 서명을 남긴 화가, 자신의 이름 이니셜 A와 D를 가지고 복합적인 문양을 만들어 분명한 자의식을 드러내며 작품에 최초의 서명을 남긴 화가! 뒤러의 많은 작품과 함께 뒤러의 미술사적 위치를 너무나 선명하게 배운 뒤러 전시실이었습니다.

  이런 소 전시실이 이 책에는 자그만치 25개나 있습니다. 자화상 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화가들, 렘브란트,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쿠르베, 그리고 피카소 등의 작품에 대한 해설은 그야말로 일품입니다. 미술사적 의미, 미술작품 감상법 등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이 책 마지막에는 저자가 일일이 설명할 수 없었던 수많은 거장들의 자화상을 한 곳에 모아 놓았습니다. ‘거장들의 자화상 컬렉션’(Self-Portraits Collection)! 와, 굉장합니다. 액자에 담긴 수많은 자화상들, 처음 보는 화가도 있지만, 유명한 화가들의 자화상도 많습니다. 이런 자화상들을 보면서, 이 화가들의 다른 작품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처럼 나름대로 자화상의 의미를 해석해봅니다.

  즐거운 미술관람전이었습니다. 책은 덮은 뒤에도 몇몇 자화상들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특히 피카소가 아흔이 넘은 나이에 그린 <자화상>은 극도의 추상적인 기법의 초상화로서 강렬한 기하학적 형상이지만, 그 안에는 직선으로 그린 열 아홉 살의 <소묘 자화상>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저자의 지적대로 “화가의 부리부리한 눈은 무한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예술의 미래를 비춘다”(p. 328)고 할 수 있습니다. 전시회에 자주 가고 싶지만 나처럼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세상 그 어떤 갤러리에서도 경험하지 못할, 예술적 안목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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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줄스 에반스 | 리뷰 카테고리 2012-07-2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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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을 권하다

줄스 에반스 저/서영조 역
더퀘스트 | 201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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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1학년 때, 교양필수과목으로 철학개론을 수강했습니다. 강사의 강의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당시 기말고사를 보기위해 플라톤의 사상을 뜻도 이해하지 못한 채 달달 암기했었고, 지금도 페노메나(phenomena), 이데아(idea) 등과 같은 용어들이 어렴풋이 기억납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철학이란 실생활과는 전혀 관계없는 따분한 논리학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친구들이 술한잔 앞에 놓고 삶에 관해 그럴듯한 말을 하면, 개똥철학 늘어놓고 있다고 핀잔을 주곤 했습니다. 말하자면 모든 철학은 삶과는 전혀 관계없는 추상적 학문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러다 오래전 알랭 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을 읽으면서 ‘아, 철학을 이렇게 삶과 관련시킬 수도 있구나’하고 감탄했습니다. 철학이 순수논리와 형이상학적 이론이 아니라, 삶의 다양한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지 보여주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러하기에 이 책 「철학을 권하다」를 접했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표지에 있는 문구들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삶을 사랑하는 기술”, “삶, 그리고 위태로운 순간들을 위한 철학”! 이 책의 원제목(Philosophy for Life And Other Dangerous Situations)이더군요. 이 책은 한마디로 삶의 기술로서의 철학을 말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의 이력이 흥미롭습니다.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로 고통당하다가 인지행동치료와 고대철학 덕분에 건강을 회복했답니다. 철학의 치유의 힘을 믿게 된 그는 런던철학클럽(London Philosophy Club)의 운영자로 실용철학을 전하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짜임새가 참신합니다. 라파엘로의 그림 <아테네 학당>에서 힌트를 얻어, 소크라테스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하루 온 종일 고대철학자들의 강의를 듣게 합니다. 그리고 졸업식으로 다시 소크라테스가 권하는 잘 떠나는 기술(죽음에 관한 생각)을 소개합니다. 그러나 이 강의들은 더 이상 따분한 철학수업이 아니라, 현재 나의 삶의 문제에 실제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고대 철학자들로부터 삶의 문제를 해결한 사람들의 수많은 실례를 제시함으로써, 고대철학이 현실의 삶의 문제를 효과적으로(완벽하게는 아닐지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문장들이 마음 판에 깊게 각인되었습니다. 그 중 몇 개만 소개합니다.

  “철학은 (자기 영혼을 돌보는) 훈련이다. 연습할수록 쉬워지는 정신적, 육체적 운동이다.”(p. 32).

  “주님, 제게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그 차이를 아는 지혜를 주소서”(p. 62,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서 나온 <평온을 비는 기도>).

  “에피쿠로스는 행복하게 사는 데 인간이 얼마나 서툰지, 반면에 불행해질 이유를 만들어내는 재능은 얼마나 뛰어난지를 잘 알았다”(p. 134).

  "쓸데없이 뼈 빠지게 일하는 대신 사람들은 본성이 권하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인간은 행복하게 살았을지 모른다.“(디오게네스, p. 230).

  "우리 모두에게는 결코 해할 수 없는 것, 값을 따질 수 없이 귀하고 결코 무너뜨릴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이 책의 저자 줄스 에반스의 확신, P. 338).

 

  삶의 문제를 애써 회피하지 않고 현재의 문제를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고대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친절하게 전해주는 이 책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철학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영혼의 주인으로 삶을 책임지도록 도전하고 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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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신경』, 그분과 나눈 약속의 정표 | 리뷰 카테고리 2012-07-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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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도신경

차동엽 저
위즈앤비즈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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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 「사도신경」을 통해 그리스도교 믿음의 본질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도신경’은 이전부터 알고 예배 때마다 형식적으로 암송해왔습니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 책 첫머리에 사도신경을 “그분과 나눈 약속의 정표(symbolum)"이라고 묘사한 것이 마음에 깊이 자리 잡았습니다. 사도신경은 주님과 우리가 서로 반씩 맞추어 보는 정표이며, 믿는 자끼리 같은 믿음을 가졌는지 맞추어 보는 정표라는 것입니다. 사도신경을 온 마음 다해 믿고 고백하는 자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진지하게 신앙의 본질을 탐구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인인데 얼마나 하나님을 찾았는지, 교회에 다니면서도 온통 나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나의 인생, 나의 성공, 나의 행복, 온통 자신에게 함몰되어 있었습니다. G. K. 체스테턴(Chesterton)이 그의 책 「오소독시(Orthodoxy)」에서 광인(狂人)은 온통 자기 자신에게 함몰된 자라고 말했는데, 나를 비롯한 현대인들은 온통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자신만 믿는 광인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어거스틴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품에 안기기까지 우리에게 진정한 평안은 없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사도신경은 온통 하나님께 집중하여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사도신경은 크게 성부 하나님, 성자 예수님, 성령 하나님을 믿는다고 고백합니다. 가톨릭 사도신경이나 개신교 사도신경이나 모두 네 번의 ‘믿습니다’가 나오는 것은 원문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아닙니다(이 책은 친절하게 책 앞부분에 사도신경의 라틴어 원문과 가톨릭 사도신경, 개신교 사도신경 번역본을 각각 실어 놓았습니다). 어쨌든 사도신경은 삼위일체 하나님께 집중하고 있듯이 참된 신앙은 내가 아니라 하나님께 집중해야 합니다.

  차동엽 신부의 사도신경 해설을 따라가면서 나는 마음 다해 사도신경을 고백하며, 이제는 나의 이름과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존재와 그 이름과 영광을 먼저 생각하는 자가 되어 감을 느낍니다. 사도신경을 배우면서 나의 존재와 삶의 이유도 시나브로 찾게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찾는 자들은, 가톨릭 신자든 개신교 신자든,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믿음의 본질을 찾고, 믿음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새 희망을 줄 2천년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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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을 파는 사람』 | 리뷰 카테고리 2012-07-05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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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물을 파는 사람

이어령 저
두란노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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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신을 믿게 되고 신의 존재, 즉 창조자로서의 힘을 결국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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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이어령 교수는 뒤늦은 나이에 딸의 믿음의 모습을 보고 신앙의 세계로 들어왔습니다. 그의 책, 「지성에서 영성으로」, 그리고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를 읽으면서, 나의 믿음과 삶을 새롭게 평가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성을 포기해야 영성의 세계로 들어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영성의 세계로 들어옴으로써 지성이 더 성숙하고 온전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의 글은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이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그것은 이 책, 「우물을 파는 사람」에도 여지없이 들어납니다. 그는 신학자들이 보지 못한 색다른 아니 창조적 관점에서 성경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창조적인 발상은 아주 간단하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창조란 굳이 무엇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낯설게 하는 것이다”(p. 24).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매순간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p. 25).

  그는 상상의 우물에서 퍼올린 것들을 언어의 저울로 달아 창조적인 이야기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노아는 구원받은 행복자가 아니라 인류 가운데 가장 큰 고통을 겪은 불행한 의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신이 창조물을 만든 것을 후회하고 있을 때 노아는 그 배가 좁은 것을, 아니 배를 만든 것을 후회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차라리 죽은 자들은, 침몰한 자들은 홍수의 의미를 모를 것입니다. 단조한 빗발 속에서 죽어가는 생명의 아픔을 모를 것입니다. 하지만 목격자로서 노아의 고통과 슬픔은 얼마나 컸겠습니까? 아! 이런 식으로 노아의 이야기를 생각해 볼 수 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책에는 신앙의 주제들과 관련해 깊이 있는 아포리즘이 많이 나옵니다.

  “회개의 눈물을 흘리고 난 후라야 묻혀 있던 본성이 돌아온다. 눈물은 영혼의 무지개다”(p. 103).

  "광야의 시간이 없으면 기복신앙으로 빠지게 된다“(p. 242).

  “능률주의, 시장주의, 진화론의 적자생존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 곳, 그곳이 바로 성경의 세계다. 성경은 우리의 상식을 뒤집는다”(p. 292).

  이 책 마지막 글(p. 308)이 작가가 현재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해가 질 무렵 포도원에 왔지만 주인으로부터 똑같은 하루 품삯을 받은 자처럼, 그는 뒤늦게 믿음의 세계로 들어와 앞장서는 횡재를 했다고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을 가진 저자에게 하나님은 분명 넉넉한 은혜를 부어주실 것입니다. 나도 하나님의 넉넉한 은혜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는지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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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함께 한 마지막 여름』 | 리뷰 카테고리 2012-07-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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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흐와 함께한 마지막 여름

마리 셀리에 저/이정주 역
개암나무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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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고흐를 좋아해 그의 작품 200여점을 제 PC에 저장해 놓고 자주 봅니다. 그의 전기와 작품 해설집도 많이 읽은 편이죠. 그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 <측백나무>, 아를의 풍경들과 다리, 정원, 들판, 신발, 수많은 인물화와 자화상, 등. 그의 그림을 보면 그의 고결한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 <까마귀가 있는 보리밭>을 책 표지로 사용한 「고흐와 함께 한 마지막 여름」을 보았을 때, 청소년 문학판이지만 서슴없이 선택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는 죽기 1년 전쯤 오베르의 라부 여관에 머물렀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많은 그림을 남겼죠. 이 책은 라부 여관집 딸, 아들린의 일기를 통해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작품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작가는 빈센트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중 이런 문장 하나에 의지해서 상상력을 펼쳤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 열여섯 살, 아니 그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의 초상화를 그렸어. 파란색 배경에 파란색 옷을 입은 그림이야. 내가 묵고 있는 하숙집 딸인데, 다 그린 그림은 그 아이한테 줬어. 너한테 보내는 사본은 15호 캔버스에 그렸어.”(p. 126).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켰지만, 전적으로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일기형식의 소설입니다. 하지만 고흐에 관해 그 어떤 책보다 고흐를 잘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표지의 그림과 첫 페이지에 있는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아들린 라부의 초상>을 실은 것은 너무나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빈센트와 아들린의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소설 곳곳에 언급된 여러 인물들의 초상이나 고흐의 작품들을 인터넷에서 일일이 찾아 감상하는 번거로움도 오히려 즐거움이었습니다. 고흐에 대해 알고 싶은 청소년이나 고흐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은 이 일기소설을 통해 고흐의 마지막 여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오베르의 라부 여관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쉽다기보다 출판사에 바라는 점이 있습니다. 일기 곳곳에 언급된 고흐의 작품들을 실어놓았다면, 독자들은 이 소설을 훨씬 실감나게 읽고 고흐에 더 깊이 빠져 들어갔을 것입니다. 그러면 판형도 커지고 컬러인쇄 등 많은 비용이 들겠지만, 고흐를 사랑하는 독자들은 기꺼이 돈을 지불하고 이 책을 소장하고 싶지 않을까요? 뒷부분에 나오는 ‘빈센트 반 고흐의 연보(年譜)’도 간략하지만 매우 유용했습니다.

  지금 고흐와 그의 작품은 무척이나 사랑받습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빈센트 반 고흐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의 그림을 향한 사랑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있는 것일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 아들린은 노부인이 되어 그 때를 기록한 일기를 난로 속에 집어넣습니다.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들린의 사랑이었던 루이 오빠와 빈센트 아저씨의 그림자도 굴뚝을 따라 저 하늘을 향해 올라간다는 문장으로 소설은 끝납니다. 고흐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나의 영혼조차 고독해지면서 동시에 정화되고 고결해진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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