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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擊蒙要訣)」이이, 연암서가 | 리뷰 카테고리 2013-08-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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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격몽요결

이이 저/김학주 역주
연암서가 | 201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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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율곡(栗谷) 이이(李珥)’는 매우 친숙한 이름입니다. 학생시절 그의 어머니 심사임당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고, 두 분은 우리나라 지폐 오천 원과 오만 원 권의 인물이기도 하지요. 천 원권의 인물인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성리학자, 그의 주 저서인 <격몽요결(擊蒙要訣)>과 <성학집요(聖學輯要)> 등등, 학생시절 참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율곡 선생님의 책을 직접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매함을 일깨우는(擊蒙) 중요한 비결(要訣)이라는 이름에서, 이제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 정도로 추측했었습니다. 역자 김학주 교수님도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라고 번역해 놓았네요.

  그런데 입지(立志) 첫 부분부터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공부하려는 사람은 먼저 반드시 뜻을 세워야하는데, 그것은 스스로 성인(聖人)이 되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입니다. 율곡 선생님이 생각한 공부는 오늘날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닫고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배우는 것입니다. 즉 인문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10장 처세(處世)에서 오로지 벼슬자리를 위해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공부에 대해 비판적으로 말합니다. “다만 과거를 보려고 하는 사람은 흔히 이로운 일과 해가 되는 일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마음이 언제나 남과 겨루느라고 조급하여 오히려 노동을 하여 마음가짐을 해치지 않는 것만 못한 경우가 있다”(p. 221). 역자 김학주 교수님의 해설에도 있듯이, 율곡 선생님이 가르친 공부법은 거의 종교적 수양(修養)에 가깝습니다. 공자가 말했듯, 공부는 자기를 이겨내며 예의로 돌아가는 일(克己復禮)이며, 이로써 인(仁)을 이루는 일입니다. 따라서 공부하는 사람은 오로지 올바른 도에만 신경을 써야지 잡다한 물건에 정신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충고합니다. 오늘날 선비정신을 가지고 올바르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일에 모든 삶의 에너지를 쏟아 붓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연암서가에서 나온 김학주 교수님의 역서 <격몽요결(擊蒙要訣)>은 무척 읽기 쉽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먼저 원본을 쉽게 번역하여 실고, 다음에는 빨간 글자로 음을 달아 한문 원본을 제시합니다. 그리고 역자의 해설도 빨강색으로 친절하고 자세하게 덧붙여 놓았습니다. 약간 중복되는 면이 있지만, 역자 김학주 교수님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서 격몽요결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책 맨 뒤에 있는 해설에는 책의 집필 목적, 율곡 이이의 삶에 대한 소개, <격몽요결>의 성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율곡 이이 연보’까지 매우 세심하게 책을 만들었네요. 연암서가에서 김학주 교수님이 옮긴 <장자>, <노자>, <열자>도 도전해 보아야겠습니다. 물론 율곡 선생님이 지적하신대로, 많은 책을 보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성인의 책 한 권이라도 완전히 섭렵한 뒤에 또 다른 책에 도전해야겠습니다. 나름대로 인문학 공부를 꽤 많이 한 중년의 남자인 나에게 공부의 길잡이인 <격몽요결>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대학생 아들 녀석에게 이 책을 건네주려 합니다. 그 녀석, 한문을 전혀 몰라 겁부터 먹을지도 모르지만 인내를 가지고 읽으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참다운 인생 공부에 뜻을 둔 이 땅의 청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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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보내는 시간」헤르만 헤세 | 리뷰 카테고리 2013-08-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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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저/두행숙 역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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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여름은 참 굉장합니다. 계속되는 폭염, 열대야, 높은 습도, 그리고 남부지방의 오랜 가뭄으로 육체와 영혼이 함께 지쳐 갑니다. 사무실에 있는 화분의 화초들도 물러져서 죽어갔습니다. 더위에 강한 다육이 식물도 잎들이 물러 떨어졌습니다. 마삭도 다 시들어 대부분의 이파리가 떨어졌습니다. 다행히도 정성을 들여 물을 주고 가지를 잘라 주었더니, 여기저기서 작고 푸릇한 새싹 이파리로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은퇴를 하면 시골에 내려가 야생화를 키우며 살고 싶습니다. 한 해의 무더위에 작은 사무실의 몇 몇 화초 때문에 이렇게 마음 졸였으니, 정원과 텃밭을 일구면서는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이런 여름에 헤르만 헤세의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상큼함을 담고 있는 산들바람이며, 때로는 시원한 소나기였습니다. 헤세는 알프스의 열풍에 쓰러진 복숭아나무에 대해 ‘나의 오랜 친구였던 복숭아나무’라는 글을 썼습니다. 그 나무는 영웅처럼 당당하지 않은, 상처받기 쉬운 나무였지만 헷세의 세계 속에 깊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원 일을 돌보는 로렌초에게 쓰러진 나무를 헛간으로 옮기라고 지시하며 나무에게 말을 건넵니다. “잘 가거라. 내 소중했던 복숭아 나무여! 하지만 너는 적어도 품위있고 자연스럽게 온당한 죽음을 맞이하였으니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 너는 우리보다 더 멋있고 아름답게 나이 들었고 기품 있게 죽어갔다”(pp. 161~162). 전쟁의 상처로 고통당한 시대에 자연으로 물러간 헤세의 인생관을 잘 보여주는 글입니다. 그가 하늘과 구름, 호수와 나무, 풀, 그 속에 살아있는 모든 존재를 사랑하며 찬미할 때, 그 모든 것들은 고귀하게 다가옵니다.

  ‘여름 목련나무와 난쟁이 분재’(pp. 53~61)도 인상적입니다. 아틀라스의 기둥처럼 단단한 목련 꽃잎들이 하루 만에 색이 바래 시들어가고, 건너편에 있는 실측백나무는 난쟁이 나무지만 위엄 가득한 채 서 있습니다. 헷세에게 있어서, 거대한 목련나무는 성장하는 모든 것, 충동적이고 자연스런 생명의 상징이며, 실측백나무는 자연이 아니라 정신이며, 충동이 아니라 의지입니다. 그 두 나무 사이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깊은 생각에 잠긴 헷세의 모습이 저절로 그려집니다.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헷세가 직접 그린 수채화들과 정원을 가꾸는 사진들이 곳곳에 자라잡고 있어 마치 독자가 그의 정원을 찾아가 헤르만 헷세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은 준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필집은 대개 가볍게 읽는데, 이 책에는 많은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밑줄 친 문장 몇 개를 적어 봅니다.

  “빠르고 정신없이 흘러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영혼이 자신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은 놀랍게도 너무나 짧다. … 잠 못 이루는 밤은 가치가 있다.”(p. 36)

  “지나치게 고가로 팔리는 너무나도 어리석은 낙관주의 … 비판적인 시각을 잃어버린 눈 먼 정신…”(pp. 58~59).

  “적당한 즐거움이야말로 두 배의 즐거움 … ‘작은 기쁨’을 누리는 능력은 절제하는 습관에서 나온다. … 이런 기쁨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자연을 접할 때 느끼는 기쁨이다.”(pp. 70~71).

  “다정한 벗들이여, 너희는 아느냐,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 또한 내가 짓는 모든 시를 어떻게 이해할지를. / 그것은 미화가 아니라 다만 고백이다. / 너희는 그렇게 나의 환상을 받아주고 이해해준다 ……”(p. 199).

  멋진 책입니다. 삶에 지친 자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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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나새니얼 호손 | 리뷰 카테고리 2013-08-1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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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주홍 글자

너새니얼 호손 저/박계연 역
책만드는집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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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세운 엄격한 청교도 사회 뉴잉글랜드 보스톤에서 불륜을 범한 여주인공 ‘헤스터 프린’은 딸 ‘펄’을 안고 광장 처형대에서 공개적 수치를 받고 형을 치룹니다. 그녀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는 헤스터의 남편임을 숨긴 채 자기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자를 찾아내 복수하고자하는 집념에 사로잡힙니다. 헤스터는 형기를 마치고 간음한 여자를 뜻하는 단어, Adulteress의 첫 글자 ‘A’를 주홍글자로 수놓아 가슴에 달고 다녔습니다. 학생시절 문고판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제목이 <주홍 글씨>로 번역되었습니다. 분명 어법상 <주홍 글자>가 맞는데, <주홍 글씨>가 더 친숙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쨌듯 이 여인은 주홍글자를 가슴에 달고 사는 덕분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마음에 있는 죄악을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그녀의 선행과 삶으로 그녀의 가슴에 새겨진 A를 사람들은 선행을 행하는 능력의 Able의 A로, 혹은 천사를 뜻하는 단어 Angel의 A로 여기게 됩니다.

  한편, 젊은 목사 ‘아서 딤스데일’은 죄책감으로 마음에 주홍 글자를 새기고 있었습니다. 그는 지성이 탁월하고 경건하여 모든 사람에게 존경을 받고 있지만, 양심의 가책으로 항상 가슴에 손을 올려놓고 살았으며, 그의 육체는 점차 쇠약해집니다. 칠링워스는 복수의 칼날을 갈며 딤스데일 목사의 목을 조여 옵니다. 작가가 소설의 인물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싶습니다. ‘칠링워스’(Chillingworth)라는 이름에서 ‘냉혹한 가치’를 느끼게 됩니다. 사랑의 열정에 의해 죄를 짓는 것보다 복수의 일념으로 사는 것이 더 큰 죄악은 아닐까요? 실제로 이 소설에 칠링워스는 복수의 결정적인 순간이 다가올수록 더욱 악마적인 모습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복수의 대상 딤스데일 목사가 죽자 그도 일 년을 넘기지 못한 채 죽습니다.

  옛날 문고판으로 읽었지만,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장면들과 내용도 많네요. 헤스터 프린과 아서 딤스데일이 숲 속에서 만난 이야기, 그들이 배를 타고 타지로 도망가려고 계획하고, 그 계획을 이미 칠링워스가 다 알고 있다는 상황 설정, 뉴잉글랜드 축일 행렬에서 딤스데일이 처형대 앞에서 헤스터와 펄의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을 풀어헤치는 장면 등, 정말 이 소설에서 절대 빼먹을 수 없는 이야기들인데, 도대체 이전에 제가 뭘 읽었는지 모르겠네요. 그 당시에는 학교 숙제를 위해 내용 파악에 급급해서 제대로 소설을 즐기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소설, 구성도 탄탄하고 세부묘사도 마음에 듭니다. 과연 너새니얼 호손를 작가로서의 위치에 확고히 올려놓은 소설임이 분명합니다.

  이 책의 몇 몇 구절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서 밑줄을 그어 보았습니다.

  “그(딤스데일 목사)는 최고의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최고의 거짓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타고난 성격상 진실을 사랑하고 거짓을 미워했기에 그는 무엇보다도 비참한 자신을 증오했다.”(p. 130).

  “주홍 글자를 붙이지 않아도 좋을 때가 되면 그것은 저절로 떨어지든가 아니면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무엇인가로 변화되겠지요”(p. 160). 오늘날 청교도적으로 엄격히 윤리적 잣대를 가지고 살아가며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 꼭 종교적 굴레일까요?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끊임없이 아픈 상처를 건드리며 양심을 한시도 쉬이지 않고 예민하게 유지해왔기 때문에, 그는 죄를 전혀 범하지 않은 경우보다 더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p. 199).

  “누구든지 오랫동안 하나의 얼굴은 자신을, 또 하나의 얼굴은 대중을 향해 돌리고 있으면 결국 어느 쪽이 진짜인지 알 수 없게 되는 법이다.”(p. 220).

  “사랑과 미음은 뿌리를 같이한다는 말은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궁극적인 단계에 이르러서는 고도의 친밀함과 교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요, 양쪽 모두 상대에게 정념과 정신의 양식을 요구하게 된다. 정열적으로 사랑하는 자도, 정열적으로 미워하는 자도 모두 그 대상이 소멸되면 적막한 고독감에 사로잡히는 것이다.”(p.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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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줄이고, 마음 고요히」흥선 | 리뷰 카테고리 2013-08-1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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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일 줄이고 마음 고요히

흥선 저
눌와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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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 참 편합니다. 흥선 스님이 오래 전부터 박물관 홈페이지에 연재했던 한시와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놓은 글들을 묶어 놓았습니다. 절집 오랜 생활에서 우러나온 글들이라 수다스럽지 않고 담담합니다. 그러면서도 깊은 샘에서 길어 올린 생수처럼 마음을 시원하고 맑게 해줍니다. 지루한 장마와 폭염이 계속되는 이 여름에 읽기에 제격입니다.

  일이 많아 휴가도 미룬 채 사무실에 출근합니다. 모두가 떠난 한적한 서울, 사무실에 있으니 ‘여기가 진짜 피서지네’하고 위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약간 서글퍼지는 것은 왠일일까요? 이신(李紳)의 시(詩)가 위로를 주네요. “김매는 한낮 / 땀방울 포기 아래 흙을 적시네 / 뉘 알랴, 상에 오른 이 밥 한 그릇 / 알알이 농부의 땀방울임을”(p. 112). 농부처럼 여름에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 세상은 행복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침에 사무실에 들어가면 실내온도가 벌써 27도를 넘어섭니다. 거의 30도까지 에어콘을 틀지 않고 선풍기로 버티며 일을 합니다. 한전이 전력비상체계에 들어섰기 때문이 아닙니다. 에어콘 바람을 조금 오래 쐬면 살이 아린 듯해서 에어콘을 멀리하는 편입니다. 점심 후 불볕더위에 야외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곧장 사무실에 들어와 하는 수 없이 에어콘을 틉니다. 그리고 짬을 내어 이 책을 펴들고 옛 시 몇 편을 음미하며 스님의 글들을 읽어봅니다. “별원 깊어 대자리 시원도 하이 / 드리운 발 너머로는 환한 석류꽃 / 솔 그림자 마당 가득 바야흐로 한낮인데 / 낮잠 째자 이따금 흐르는 듯 꾀꼬리 소리”(p. 91). 나는 어느새 솔 그림자 드리운 계곡 근처에 돗자리를 펴고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규보의 <여뀌꽃과 백로>라는 시가 재미있네요. “앞 여울에 물고기 많기도 하여 / 생각없이 물결 헤치며 들어섰다가 / 사람 보자 깜짝 놀라 날아올라서 / … / 목을 뺀 채 사람 가길 기다리느라 / 가랑비에 하얀 털이 촉촉이 다 젖도록 / 마음은 여전히 물고기에 있건만 / 사람들은 말하지, 세상 잊고 서 있다고”(p. 102). 흥선 스님은 이규보의 또 다른 시를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물고기 입장에서 쓴 글이네요. “조심조심 붉은 고기 잠겼다 떠올랐다 / 사람들은 말하지, 마음대로 노닌다고 / 생각하면 잠시도 한가한 때 없으리 / 어부 겨우 돌아가면 백로가 또 엿보니 …”(p.103). 나만 바쁘고 분주하고 다른 사람들은 유유자적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지나치게 나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쉽지는 않지요. 그래도 타자(他者)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키우면 삶이 그렇게 팍팍하게 느껴지지는 않겠다 싶습니다.

  춘(春), 하(夏), 추(秋), 동(冬), 네 꼭지로 옛시들을 묶어낸 이 책은 사실 사계절용입니다. 각 꼭지 첫 장은 사진을 찍어 반으로 접어 감추어 두었습니다. 일부러 펼쳐 읽는 수고가 있어야 합니다. 이 또한 분주한 마음을 가라앉혀 주네요. 봄은 초록, 여름은 파랑, 가을은 갈색, 겨울은 빨강 색으로 옛시를 풀어 놓은 것에도 세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책 뒤편에 손글씨 엽서로 옛시들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엽서 한 장을 한 페이지에 크게 실어 책 중간 중간 삽입 했더라면 그 멋스러움을 조금 더 느낄 수 있었겠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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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정신」황근기 | 리뷰 카테고리 2013-08-03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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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선비 정신

황근기 글/이선주 그림/임세빈 추천
토토북 | 201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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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루한 장마 끝자락에 서울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가득합니다. 세찬 바람에 창틀에 놓인 화분의 나무 잎들이 힘겨울 정도로 흔들립니다. 그래도 화분의 식물들은 뜨거운 햇살과 후덥지근한 바람을 마음껏 즐기는 눈치입니다. 이런 토요일에 창문을 활짝 열고 책을 펼쳤습니다. <조선의 선비 정신>,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이지만 너무 재미있어 한 나절에 다 읽었습니다. 더운 바람에 목과 겨드랑이에 땀이 조금 배었지만, 마치 내가 조선시대의 선비가 된 듯합니다.

  어쩜 이렇게 책을 잘 만들었지요? 이 책은 조선시대의 아홉 분의 선비를 너무나 흥미롭게 소개합니다. 아주 쉬운 문체로 각 선비의 청렴결백과 기개, 그 지혜와 넉넉함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일화들을 펼쳐 놓았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조선시대의 관직에 대한 친절한 설명, 그러면서도 군더더기 하나 없이 내용을 전개해 나갑니다. 그림들도 소개하는 일화와 선비의 성품을 너무도 잘 표현해 줍니다. 그리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선비 정신 - 선비와 함께 역사 알기’도 매우 유용했습니다. 자상하고 친절하면서도 장황하지 않은 설명은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교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선비 정신, 즉 배움과 실천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완성하고 사회를 올바르게 세워나가는 것이야 말로 지금 이 사회의 지도자들이 배워야 할 것입니다. 신문 지상에 연일 오르내리는 공직자의 뇌물 수수와 비리, 재벌들의 탈세와 탐욕스런 모습들을 보면서, 다음 시대를 책임질 우리 아이들에게 <조선의 선비 정신>을 꼭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백리 김덕함, 낮은 벼슬이지만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던 사관 민인생과 결제를 받기 위해 대감의 바둑판을 엎어버린 아전 김수팽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황희 정승과 최익현 대감의 이야기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흥미롭네요. 법에 맞지 않게 건축을 하는 왕자에게 호통을 친 한성부의 법관 홍흥도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인물입니다. 퇴임후 거할 사택 문제로 시끄러웠던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이 홍흥 이야기를 읽으면 뜨끔하겠는데요. 인종에 대한 절개를 지킨 백인걸과 단종에 대한 절개를 지킨 사육신 중 한 분인 박팽년은 오늘날 철새 정치인들에게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쉰 아홉 살에 과거에 급제한 선비 김득신은 비록 깨우침은 늦지만 책을 통해 배운 것을 반드시 행동으로 옮기는 진정한 선비였습니다.

  이 책이 무척 재미있어서, 조선시대의 선비에 관한 책들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오! 읽을 만한 책들이 꽤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 선비의 도리”(p. 159)라고 말했던 김득신을 본받아 열심히 독서하고 치열하게 생각하고 배운 대로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청렴, 검소, 정직, 충직, 성실, 지혜롭고 넉넉한 인품이야 말로 진정 가치 있는 삶을 살게 하는 바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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