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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인문학1」진중권, 천년의상상 | 리뷰 카테고리 2014-06-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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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미지 인문학 1

진중권 저
천년의상상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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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책은 나를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책, ‘역시’하며 감탄한다. <이미지 인문학1>은 디지털 시대의 예술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한 개념들을 정확하게 설명한다. 너무 많은 작품과 디지털적 문화현상을 적절하게 예를 들고 있어 현란할 정도다.

 

고전 철학은 피직스(physics)와 메타피직스(metaphysics)를 구별하는 이원론적 사고방식을 전제한다. 그런데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에는 이런 이분법적 사고가 무너지고 있다. 가상과 실재, 허구와 사실이 중첩된다. 이것을 ‘파타피직스(pataphysics)’라고 한다. 진교수는 이런 현상은 선사시대(prehistory)에 있었던 주술의 원리라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이제는 선사시대와 동일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을 역사이후(post-history)의 ‘기술적 마술’이라고 이름 짓는다. 그러기에 파타피직스는 ‘묘함, 혹은 섬뜩함(uncanny)’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본래 메타피직스(形而上學)을 패러디한 ‘파타피직스’는 과학주의에 대한 반발로 고도의 지적 농담을 담아내는 사이비과학을 가리키는 용어였다.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의 파타피직스는 초현실주의(surrealism)와 초합리주의(surrationalism)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교수는 설명한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을 보면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묘하게 중첩된다. 최근의 비디오 게임도 점점 더 현실과 가상이 중첩된다. 한 마디로 ‘파타포(pataphor)’의 능력이 힘껏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예술이나 게임 정도에 국한 되지 않는다. 파타피직스의 파타포는 이제 보편적 현상이 되었다. 진교수는 협송(narrowcasting)인 ‘칼라TV’가 촛불 시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람들은 왜 그렇게 시위에 동참하게 되었는지를 매우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어떻게 파타피지컬한 놀이인지를 설명한다. 가벼운 농담으로 시작된 이 놀이가 과도하게 진지해져 정치적 파장이 커졌을 때 그것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한다. 파타피직스의 현상은 정치적으로도 이용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일베’(일간베스트) 트롤링 사이트다. 저자는 국정원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전략을 사용해서 젊은 층을 선거에 동원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 덕분에 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적 현상들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조금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수없이 접하는 디지털 이미지들과 현상들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현시대도 현재의 나의 삶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미지 인문학 2>를 검색해 본다. 아직 발행되지 않은 듯하다. 출판되는 즉시 사서 읽어야겠다. 파타피직스의 이미지로 가득찬 디지털/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나는 지금의 수많은 이미지에 어떻게 반응하고 사유하고 살아내야 할지 생각해 본다. 진중권 교수의 근간 <게이미피케이션-게임의 미학>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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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늦복 터졌다」박덕성, 이은영, 김용택, 푸른숲 | 리뷰 카테고리 2014-06-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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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참 늦복 터졌다

이은영 저/김용택편/박덕성 구술
푸른숲 | 2014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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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긴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 김용택의 모친 박덕성 할머니가 병원 침상에서 며느리 덕에 글을 배웠다. 그리고 어머니가 달라졌다. 뒤늦게 자식으로부터 독립되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것이다. 침상에서 바느질과 글쓰기를 하면서 자존감이 회복되고 행복하셨다. 시어머니만 달라진 것이 아니다. 시어머니를 대하는 며느리의 마음도 달라졌다. 시인의 아내 이은영은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밝힌다. “사랑은 책임과 의무가 아니다. 사랑은 마음이 가는 것이다. … 글쓰기를 하면서 내 마음이 어머니께 새롭게 가 닿았다. 어머니가 새롭게 내게 다가왔다.”(p. 16).

 

며느리는 병상에서 집과 자식을 그리워하며 한탄만 하고 계실 시어머니를 생각하며 천과 실이 담긴 반짇고리를 내 밀었다. 어머니는 조각보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셨고, 어머니 특유의 문양을 수 놓으셨다. 며느리는 이런 생각을 한 자기 자신이 말할 수 없이 기특했다. 내친김에 며느리는 바둑판 모양의 공책과 여러 색깔의 사인펜을 사서 시어머니에게 건넸다. 글을 배운 어머니는 삐뚤삐뚤한 글씨로 아들이 선생이 된 때가 젤로 좋았다고, 며느리가 우리 집에 올 때 환장하게 이뻐서 좋았다고, 손자를 가졌을 때 제일 좋았다고 쓰셨다. 신랑 얼굴도 모르고 시집와 아들 딸 쑥쑥 낳고 바람 피는 남편 앞에서 오히려 큰 소리 떵떵 치고 살았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의 말씀을 녹음해서 적으며 며느리는 지나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어떻게 결혼생활을 했고 시어머니에게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소담하게 글로 담아냈다.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다. 어쩌면 이렇게 담백하게 할 말 다 써 놓았는가!

 

김용택 시인은 어머니와 아내의 글을 접하고서는 책을 만들자고 했다.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 있었던 갈등에 직면하면서 그게 우리 모두의 일이며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머니의 일생을 생각하며, “어머니의 삶에서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저울눈은 평행이었다.”(p. 222)고 말한다. 책 마지막에 있는 화보에는 어머니의 손바느질한 조각보 사진들이 실려 있다. 아들 시인은 어머니의 조각보를 보며 이렇게 노래한다. “한 땀 한 땀 바늘 끝이 떨리고 / 꽃실이 딸려갈 때마다 / 산새 소리가 꽃가지 사이로 새어나온다.”(p. 225).

 

나도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난다. 일본의 식민지 시대와 육이오 전쟁을 겪으신 어머니, 전쟁에서 다치신 아버지와 함께 여섯 형제를 키우시느라 안 해본 일이 없으셨다. 생전에 어머니가 TV 드라마를 보시다가 말씀하셨다. “얘야, 내 살아온 것 소설로 쓰면 몇 권은 되고, 연속극을 만들면 수백 회는 방송할 수 있을게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 그리고 어머니를 잘 모셨던 아내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본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당사자들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일들이 숱하게 많은 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가족 혹은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많이 감사하게 되었다. 삶이란 살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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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드로잉 다이어리」김충원, 진선아트북 | 리뷰 카테고리 2014-06-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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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드로잉 다이어리 : 나무를 그리다

김충원 저
진선아트북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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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원 교수의 ‘스케치 쉽게 하기 시리즈’ 덕분에 나는 그림다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작년에도 그의 책, <이지 드로잉 노트: 여행 그리기>를 따라 그림을 그려 보았다. 그 때도 여러 종류의 잎사귀와 나무, 꽃 등을 그렸다. 그는 모든 스케치의 3대 주제는 나무와 건물과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그 책에서 나무를 여러 번 그렸다. 특히 페더링(feathering)으로 잎사귀를 그려보는 훈련은 나무 그리기의 새로운 시각을 열어 주었다. 이제 <나의 드로잉 다이어리: 나무를 그리다>는 3대 주제 중 ‘나무’에 관해서만 다양하게 그리는 훈련이다.

 

모든 그림이 그렇듯, 나무 스케치의 기본은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잘 관찰하는 것이다. 세상은 내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여 주고 내가 이해하려 하는 것만 비춰준다. 이 책에서 김 교수는 “나무를 그리면 그릴수록 나무를 더 그리워하게 됩니다”(p. 7)라고 말한다. 나무를 잘 그리려면 나무를 사랑하고 나무를 그리워해야 한다. 화가는 많은 종류의 나무를 스케치하면서 나무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다. 다산 초당 툇마루에 있는 동백나무, 올림픽 공원의 비쩍 마른 은사시 나무,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아, 삼청공원의 산딸나무, 팔당호 주변의 일본 목련, 제주도의 야자나무 등, 37가지의 나무마다 사연이 있고 화가만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38번째 나무 이야기(story of trees, 38)’ “나만의 나무”에서 한 말이 가장 마음에 와 닿는다. “누구를 사랑하는 데 그 사람의 이름이 중요하지 않듯 나무를 그리는 데 나무의 정확한 이름을 꼭 알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 그림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그린다고 말합니다. 정확한 형태보다는 느낌으로, 냉철한 분석보다는 직관으로 그린 그림이 보기에도 아름답습니다.”(p. 140). ‘나무 이야기’는 ‘나무 그리기의 철학’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나무 그리기(drawing of trees)에 관한 14가지 팁과 drawing practice가 나온다. 나무의 뼈대를 그리는 방법, 다양한 잎사귀 모양과 열매, 이미지 드로잉, 컨투어 드로잉(contour drawing), 등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준다. 김 교수는, 나무는 가장 그리기 편한 주제로 상상력을 발휘해서 자기 멋대로 그려도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5년간의 미술 교육 경험으로 나무 그리기를 마음 수양의 놀이로 승화시킬 수 있는 비결을 알려준다(p. 112). 첫째, 이미지 드로잉, 즉 1분 안에 그림을 끝내는 연습을 한 달간 매일 반복한다. 둘째, 아주 작게 그려보는 연습을 수시로 한다. 셋째, 일 년 동안 그린 모든 그림을 그리자마자 찢어 버린다. 한 마디로 나무를 그리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한다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으로 달려가 0.3mm의 검은 색 하이테크 펜을 구입했다. 먼저 어깨에 힘 빼고, 이 아름다운 책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밑그림 위에 나무를 그려본다. 밑그림이 있어서 그 위에 펜을 갖다 대니 멋진 나무가 한 그루씩 드러난다. 꼼꼼히 펜 스트로크를 연습한다. 자유로운 선을 이용해 드로잉도 해 본다. 나무 그리기에 슬슬 자신감이 붙는다. 아직 밑그림을 따라 그리는 것도 다 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 딸려 있는 드로잉 노트에 눈이 간다. 모눈종이, 밑줄종이, 그리고 백지와 다양한 색깔의 종이로 묶여진 노트다. 멋지다. 아직 밖으로 나가 직접 나무를 보고 그려보지는 않았지만, 무한한 애정으로 나무를 바라보고 쓱쓱 나무를 그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이 책, 나무 그리기에 애정을 갖게 하는 멋지고 미술책이다. 김충원 교수의 그림 연습 책들은 항상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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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알폰소 링기스, 오늘의 책 | 리뷰 카테고리 2014-06-1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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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길 위에서 만나는 신뢰의 즐거움

알폰소 링기스 저/김창규 역
오늘의책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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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낯선 사람들을 만나 그를 신뢰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엄청난 모험이며 용기이며 때로는 큰 기쁨을 주기도 한다. 과연 나는 낯선 사람들, 나와 인생관과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고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는 세계 각지를 다니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문화와 삶에 대해 철학적 담론들을 펼친다. 생각처럼 가벼운 여행 체험기가 아니다.

 

그가 다닌 곳부터 나에게는 참 낯설었다. ‘아라오유안(Araouane)’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찾아보니, 아프리카 말리의 사막지대로 세계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란다. ‘노리아’는 도대체 또 무엇인가? 시리아 북쪽 하마에 있는 오론테스 강에서 물을 퍼 올리는 물레바퀴(수차)의 이름이다. 이런 식으로 이 책에는 낯선 지역과 문화들을 언급하며 군데군데 철학적 문장을 던진다. 그래도 내가 아는 곳이 나와 갑자기 관심이 쏠렸다. 요르단 남부의 붉은 고대도시 페트라(Petra)다. “예술성은 인간의 영혼 안에 들어 있다. 예술성에는 자유가 필요하다. … 나바테아 인들에게 바위에 조각을 새기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은 바람과 강물이었다.”(p. 45). 사막에서도 붉은 절벽들만 가득한 곳에서도 사람들은 현대인들이다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냈다. 우리가 다 이해할 수 없어도 우리는 누군가의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고 때로는 그들을 신뢰하며 살아야 한다. 저자는 마다가스카르(Madagascar)의 산지를 여행할 때를 기억한다. 그곳에서 낯선 젊은이의 인도를 받아야 했다. 의심도 해보았지만 결국 신뢰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결국 신뢰란 무엇인가? 그것은 “깨뜨림이며, 확실성과 가능성 사이에 걸쳐 있는 지도에 만들어진 지름길이다”(p. 97). 깊이 음미해볼 말이다. 누군가를 신뢰한다는 것, 그것은 의미있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다.

 

저자는 우리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 ‘남자’라는 제목으로 용기있는 인생을 산 남자 중에 ‘상남자’ 체 게바라(Che Guevara)의 삶을 말한다. ‘순수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페루의 테러리스트, 네스토르 세르파 카를톨리니(Nestor Cerpa Cartoloni)와 그의 연인 낸시 길보니오를 말한다. 가장 인상적이고 충격적인 것은 ‘사랑 중독자’라는 타이틀로 시드니의 롱베이 감옥에 수감된 동성애자 셰릴과 웨인의 이야기다. 그들은 일탈자이며 범죄성향이 있는 자들이지만, 서로간의 사랑은 진실했다. 저자 알폰소 링기스 교수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상한 얘기를 들으면 특색이 있다는 뜻으로 얼른 바꿔 생각하고, 괴상한 얘기를 들으면 예외적이라는 뜻으로 얼른 바꿔 생각한다. 그런데 왜 성적인 문제에 있어서 비정상적이라는 말은 곧이곧대로 비정상이라는 뜻으로 들리며 굴욕감을 느끼는 것일까?”(p. 156). 그렇다. 나는 상당히 열린 사고방식을 지향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저자의 지적처럼 동성애에 관해서는 얼마나 닫혀 있었는가!

 

저자는 다양한 종교적 색채가 있는 곳들도 여행했다. 이스탄불의 소피아 사원, 티벳 불교의 죽음의 성찬식인 ‘초드’ 의식, 인간의 대퇴골로 만든 몰공의 의식용 나팔, 에티오피아 북부 랄리벨라에 있는 석굴 교회, 등. 결국 이 책은 말한다. 사람들의 삶은 너무나 다양한 색깔을 띠고 있으며, 내가 다 이해할 수 없어도 그들도 의미있는 삶을 살았다고 인정해야 한다. “사려 깊음이란 받은 것에 마음을 열면서 시작된다”(p. 259)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 말미에서 “때로 진실이란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선 것을 보는 것이며, 차마 보기 힘든 것을 보는 것이며,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선 것을 보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남긴다.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그 안에서의 신뢰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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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국립 회화관」(세계미술관기행14), 마로니에북스 | 리뷰 카테고리 2014-06-14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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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베를린 국립 회화관

윌리엄 델로 로소 저/최병진 역
마로니에북스 | 2014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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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주요 미술관의 역사와 소장 작품들, 그리고 작품 해설까지 일석삼조의 유익을 주는 기획물인 마로니에북스의 ‘세계미술관 기행 시리즈’에 나는 푹 빠졌다. 이 시리즈를 보면서부터 이 유명한 작품이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작품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그곳에 가서 이 작품을 보면 어떨지도 상상해 보게 되었다. 이 시리즈를 접하면서 세계 주요 미술관을 순례하고 싶은 열망이 마구 솟아오른다.

 

<베를린 국립 회화관>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문과 베를린 국립 회화관에 관한 역사를 꼼꼼히 읽어본다. 1830년 군주 프리드리히 빌헬름4세의 유산으로 구성된 베를린 고미술관의 탄생이 베를린 미술관의 시초다. 군주의 취향에 의한 컬렉션이 아니라 대중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최초의 뮤지움은 1998년에 설립되었다. 그리고 1998년 베를린 국립 회화관이 역사적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서베를린의 다렘 미술관(Museum in Dahlem)의 소장품과 동베를린의 보데 미술관(Bode-Museum)의 소장품이 전시되면서,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어지는 대표적 명화 컬렉션이 된 것이다.

 

정말 가보고 싶다. 그곳에서 렘브란트의 <금빛 투구를 쓴 남자>를 보고 싶다. 이 책에 소개된 대로 우측 동선을 따라가면 중세부터 17세기까지 연대순으로 독일, 플랑드르, 네덜란드 등의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거의 끝자락에서 이 작품을 만날 것이다. 이 작품 앞에 서 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67.5×50.7cm의 그렇게 크지 않은 작품이다. 투구의 금빛은 얼마나 찬란하게 내 눈을 자극할 것인가? 책을 통해서도 투구를 쓴 노장군의 얼굴에서 영혼의 고통과 피로를 느낄 수 있는데, 실제 작품 앞에 서면 얼마나 더 깊이 느낄 수 있을까? 나는 렘브란트의 또 다른 작품 <벨벳 베레모와 털 목도리를 한 자화상> 앞에서도 오래 머물듯하다. 이 책에서도 설명해 놓았듯 예술가로 성공한 자긍심이 물씬 풍기는 작품일 것이다. 관람객을 응시하는 그림 속 작가의 눈을 한동안 똑바로 바라 볼 것이다. 그리고 작가의 세심하고도 명료한 붓 터치와 빛과 색채의 활용을 들여다 볼 것이다.

 

이 외에도 조토, 얀 판 에이크, 라파엘로, 알브레히트 뒤러, 티치아노, 얀 베르메르, 장 앙투안 와토, 프랑수아 부셰, 루벤스, 등 만나고 싶은 작가의 작품들이 베를린 국립 뮤지움에는 너무 많다. 책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곳에 가고 싶은 열망을 식히려 하지만 오히려 더 커지니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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