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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겔 특별판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21세기북스,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12-2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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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요하네스 잘츠베델 편/이승희 역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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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권위있는 주간지 슈피겔(Der Spiegel)에서 특별판으로 펴낸 <성서(DIE BIBEL)>는 성서를 종교의 경전이 아니라 인류의 영원한 고전이라는 관점에서 조명합니다성서가 유대교의 경전에서 그리스도교의 경전으로 자리 잡고 더 나아가 세계에서 최고의 책으로 자리 잡게 된 역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책입니다.


1장에서는 성서가 어떤 책인지 정리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성서는 적어도 1,0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역사적 상황에서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기록된 책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당연히 여러 비평적 방식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성서의 해석 역사를 보면 얼마나 많은 해석방식이 등장했는지 모릅니다이런 비평적 해석방법들은 성서에 대한 이해를 많이 넓혀주었지만다른 한편으로 많은 혼동도 가져왔습니다우리는 우리가 부분적으로 압니다”(고전13:9)라는 바울의 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어쨌든 성서에 대한 역사 비평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성서에서 종교적 의미를 찾는 독서의 즐거움은 여전합니다.


2장에서는 유대교의 경전인 히브리 성서타낙(Tanach)의 전승과 번역 과정을 추적합니다여기서 가장 주목할 것은 이집트에서 토라를 그리스어로 번역한 셉투아진타(LXX)와 사해 주변의 쿰란 두루마리에 관한 것입니다. 3장은 기독교의 경전인 신약성서의 몇몇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합니다가장 흥미로운 것은 성서의 역사와 관련해 히에로니무스가 신구약 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가 대중의 성서가 되고 그 후 500년 동안 그 지위를 유지하게 된 경위입니다히에로니무스는 성경을 모르는 것은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죠. 4장은 종교개혁 시대에 루터의 독일어 성경 번역영국에서의 킹 제임스 성경 번역신대륙까지 건너간 킹 제임스 성경 이야기를 들려줍니다특히 북아메리카에서 존 엘리엇이 인디언 언어로 성서를 번역하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진진했습니다마지막 5장은 성서 필사본의 발견과 해석성서 고고학등 성서 비평에 관한 것들입니다이 장에는 현대에 성서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담겨있습니다한 예로 1년간 성서를 문자 그대로 실천하려고 했던 레이첼은 이 실험을 끝내고 열 가지 원칙을 작성했습니다그중 중요한 두 가지는 남성 지배적 성서 읽기에 계속해서 싸우는 일과 계속 성서를 사랑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성서에 계속 싸움을 거는 것입니다성서는 오늘날 영화라는 예술 영역정신분석학과 같은 의학 영역에도 중요한 텍스트입니다마지막 장 끝부분은 아브라함을 공통분모로 해서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가 화해할 가능성은 없는지 진단해 봅니다.


나는 성서를 하나님의 말씀, 즉 기독교의 경전으로만 생각하고 접근했습니다이 책은 나 같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인류의 정신적 최고 유산으로 성서를 생각해 보라고 도전합니다성서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현대사회와 타종교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쌓게 하고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야를 넓혀줄 것입니다슈피겔에서 펴낸 <성서>는 저널리즘의 정수를 보여준 멋진 기획물입니다. 종교를 떠나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그 책,  성서'의 역사를 알려주는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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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놈 촘스키」 (인물과사상사,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12-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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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놈 촘스키

박홍규 저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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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촘스키(Noam Chomsky),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그를 여러번 언급하셨습니다선생님은 그의 언어학 이론을 소개했는데고등학생인 저로서는 거의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놈 촘스키란 이름이 우스꽝스럽다는 정도의 인상만 남았었습니다그러다가 후에 <권력에 맞선 이성 지식인은 왜 이성이라는 무기로 싸우지 않는가>(청림출판, 2012)를 읽고 놈 촘스키의 진면목을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이 책은 놈 촘스키와 장 브릭몽의 대담형식으로 엮어진 책인데권력이 얼마나 쉽게 남용되는지인간 본성은 본래 존재하는 것인지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이어갑니다놈 촘스키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우선 진보와 보수자본주의와 사회주의아나키즘등에 대한 정의(定義)가 분명히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그리고 세상은 혼란스럽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상황은 개선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제 박홍규의 <놈 촘스키>을 통해촘스키의 사상과 삶을 개괄적이나마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이 책의 부제, ‘현대 아나키즘과 반제국주의의 기원을 찾아서에서 알 수 있듯이박홍규는 촘스키의 아나키즘 사상과 현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생각을 무척 쉽고 간결하게 소개합니다박홍규는 촘스키를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를 따르는 유연한’ 아나키스트로 정의합니다촘스키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소설과 조지 오웰(George Orwell)과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라죠그는 러셀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식을 중요시하고 실제로 현실에 참여했다는 점에 그를 존경했습니다촘스키는 권력이 여론조작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쉽게 짓밟을 수 있는지 밝히고미국이 남미와 이라크 등지에서 행한 제국주의적 행태와 신자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그렇게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다 보면 비관주의에 빠지기 쉬운데촘스키는 의외로 낙관주의자입니다인류 역사를 보면 윤리의식에 대한 인식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죠무엇보다도 희망을 포기하고 체념하면 최악의 결과가 오기 때문에희망을 잃지 않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와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지만여전히 세상과 인간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위대한 학자를 만났습니다촘스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이 책을 읽고 나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질 것입니다그래서 이 작은 책 뒤편에 있는 촘스키의 저술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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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스 「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HCbooks,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12-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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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

리우스 저/이서연 역
힘찬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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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철학이 현실 문제에 답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먼 학문이며순수 논리만을 추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세계의 리더들은 철학을 공부한다죠철학은 인생의 중요한 고비에서 어떻게 사고하고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를 알려주기 때문입니다이 책의 저자 리우스는 철학을 전공한 중국 고등학교 교사입니다그가 현장감을 살려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을 일상의 삶과 연결해 삶의 지혜가 되도록 풀어 놓았습니다책 구성부터가 재미있습니다철학과 신입생을 등장시켜 그가 15명의 교수의 강의를 듣는 것으로 배경을 설정해 놓았습니다교수들은 모두 동서양의 유명한 철학자들입니다중국 고등학교 교사답게 동양의 철학자노자공자장자도 교수로 소환했습니다.


첫 번째 수업노자 교수는 수업에 늦은 민영 학생에게 빵을 빼앗아 질문합니다. “빵은 어디서 온 것인가?” 그는 이 질문을 통해 만물의 오(만물의 가장 깊숙하게 자리잡은 것)인 ()’에 대해 가르칩니다이 수업에서 노자는 <도덕경>에 나올 법한 글귀들을 인용합니다. “솔직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아름다운 말은 솔직하지 않다선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못하고말을 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지식을 아는 사람은 박식하지 않고 박식한 사람은 지식을 알지 못한다.” 알 듯 모를 듯 조금은 알쏭달쏭하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수업입니다.


이런 식으로 철학자 15명이 교수로 등장해 각각 자신의 철학을 쉬운 말로 설명합니다각각의 수업마다 노자의 도공자의 중용헤라클레이토스의 운동소크라테스의 자신을 아는 법플라톤의 정신적 사랑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장자의 무위아우구스티누스의 미학데카르트의 의심루소의 사회계약론쇼펜하우어의 비관주의니체의 권력의지존 듀이의 교육철학러셀의 논리분석사르트르의 자유에 이르기까지 매우 흥미로운 토론이 오갑니다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적 용어들을 가지고 갑론을박의 토론을 이어가면교수는 자신의 철학적 핵심 사상을 현실감 넘치는 사례를 통해 쉽게 풀어 설명합니다.


이 책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습니다예를 들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에 대해 러셀은 논리 분석을 통해 간단히 결론을 냅니다철학적 논리에 따르면사물은 본질에서 현상으로 발전하는데닭은 현상이고 달걀은 본질에 해당하므로 달걀이 먼저라는 것입니다생명과학 논리를 따라도 답은 같습니다닭과 달걀의 공통 본질은 세포인데달걀은 세포가 객체인 닭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므로 달걀이 닭보다 먼저인 셈입니다이 책을 읽으면 철학이 복잡하고 어려운 학문이라기보다는 세상 모든 이치가 모이는 학문으로삶의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따라서 철학을 공부한다는 것은 인생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 진지하게 해답을 찾아보겠다는 고상한 결의요 노력입니다이것이 이 책의 제목 <세계의 리더들은 왜 철학을 공부하는가?>에 대한 대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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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렬 「천년의 화가, 김홍도 」 (메디치,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12-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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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년의 화가 김홍도

이충렬 저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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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 화가 단원 김홍도의 전기입니다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을 복원하는 데 전념하는 전기작가 이충렬입니다그는 주인공의 삶과 업적을 평가하는 평전을 쓰지 않고 오롯이 주인공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는 전기를 기록하길 좋아합니다주인공의 삶과 업적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죠그렇지만 그의 책은 주인공의 삶과 작품을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그저 그런 전기가 아닙니다철저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그의 책은 훌륭한 문학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홍도의 전기 또한 그렇습니다단원의 고향인 성포리 앞바다, ‘어살에 걸려 펄떡이는 물고기들을 묘사하며 그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붓장난(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김홍도에게 서당 훈장은 천한 잡기로 환쟁이가 되려느냐고 꾸지람을 했다죠김홍도는 그림 그리는 것이 왜 천한 잡기인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그가 첫 번째 스승 표암 강세황을 만나는 장면 묘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이 생생합니다그는 나이 스물여덟 살에 영조의 어진과 세손의 초상을 그리는 어용화사가 됩니다그는 세손의 초상이 채택되지 않아 실망하면서도 동참 화사들과 함께 어진을 그려나갑니다이 일로 벼슬을 얻었지만삼책불통(三冊不通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함)으로 파직당하는 수모를 겪습니다다시 벼슬을 받지만 녹봉을 받지 못하는 별제였습니다그래서 그는 장원서의 일을 마치면 집에서 주문받은 그림을 그렸고그림을 찾아 삶으로 들어갔습니다. <단원풍속도첩>에 있는 빨래터우물가편자박기길쌈무동씨름담배썰기활쏘기자리짜기서당기와 올리기등을 보고 있노라면서민의 애환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이 책 4부에서는 자연을 그린 단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단원도월정사대관령장안사, <금강사군첩>에 나오는 명경대영원암청간정또 ‘5부 마음을 그리다에서는 단원 말년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김홍도는 예순에 쇠약한 몸을 이끌고 전주로 내려갑니다그곳 전라감사 심상규는 굶주리고 병든 단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우리나라는 인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탄식합니다.


<천년의 화가 김홍도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참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김홍도의 삶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게 해줍니다책 끄트머리에 있는 김홍도의 작품 수록’, ‘김홍도 연보도 매우 유용합니다앞으로 이 책을 빼놓고서는 단원의 삶과 작품들을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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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 리쓰코 「중국 5대 소설: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 (AK,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12-20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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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중국 5대 소설 수호전·금병매·홍루몽 편

이나미 리쓰코 저/장원철 역
AK(에이케이 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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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서유기>,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을 중국 5대 소설이라고 합니다나는 <삼국지>와 <서유기>는 읽어보았는데나머지 소설들은 직접 읽지 못했습니다그런데도 그 내용이 상당히 익숙한 것은 오래전 어느 스포츠 신문에서 이 작품들을 만화로 연재했기 때문입니다솔직히 이런 작품들이 왜 중국을 대표하는 소설이라 불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이나미 리쓰코의 책을 읽고 나서 이 작품들의 역사적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수호전>은 백화소설(白話小說구어체 중국소설)로서 재담꾼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장회소설(章回小說스토리 전개를 첫 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형식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끄는 소설)의 흥미진진함을 담고 있는 <수호전>은 역사적 실화에 기초한 작품이라고 합니다하지만 탄탄한 역사적 사실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삼국지>와는 달리 허구적 과장이 심한 서사적 전개를 보입니다양산박(梁山泊)에 모인 108명의 호걸그들 중 사진(史進), 노달(魯達혹은 노지심(盧智深)을 필두로 수많은 영웅호걸이 연결되어 등장합니다이나미 리쓰코는 이러한 전개 방식에서 소문의 네트워크를 발견합니다등장인물이 조우(遭遇)하기 전 이미 상대방에 대한 소문을 들었고서로를 잘 아는 듯한 패턴이 자주 등장합니다이런 전개 속에 협()의 윤리 세계를 드러냅니다.


<금병매>는 처음 6회까지 <수호전>의 줄거리를 되풀이하다가 전혀 다른 갈림길로 들어섭니다. <금병매>는 <수호전>과는 달리 처음부터 단독 저자가 구상해 창작한 작품입니다앞의 작품과는 달리 설화(說話)를 넘어 장편소설(長篇小說)의 면모를 갖추었습니다주인공 서문경과 반금련뿐 아니라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욕망(색욕식욕물욕)을 탐욕스럽게 추구합니다단조로운 패턴의 에로티즘적 이야기를 차가운 필치로 파헤칩니다이는 <금병매>가 단지 애로티시즘만을 흥밋거리로 내세우는 작품이 아니라는 뜻일 겁니다이나미 리스코는 <금병매>를 인간은 원숭이다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평했습니다.


<홍루몽>은 <금병매>보다 약 150년 늦은 작품으로저자가 분명한 중국 백화소설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습니다물론 전 120회 중 저자 조설근 자신이 쓴 것은 약 80회까지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말입니다어쨌든 <금병매>가 인간의 파괴적 정욕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면, <홍루몽>은 이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인간의 정념(情念)을 묘사하면서 인생이 한바탕 화려한 꿈에 불과함을 잘 드러냈습니다.


이나미 리쓰코의 <중국 5대 소설>은 고대 중국소설의 길잡이 역할을 충분히 감당했습니다또 <수호전>, <금병매>, <홍루몽>의 상호연관성을 잘 보여주었습니다게다가 책 뒤편에는 소설들의 매회 표제 총목록을 기재(記載)해 놓아서이 소설들을 섭렵(涉獵)하려는 마음을 불일 듯 일으킵니다중국 문학 전문가의 탁월한 식견으로 고대 중국소설을 이해시켜주는 멋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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