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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준 「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파람북,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8-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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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작가는 어떻게 생각을 시작하는가

이응준 저
파람북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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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생각처럼 그렇게 만만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던 터라, 이응준 작가의 수첩을 통해 작가들은 어떻게 사유하고 그 사유로부터 글을 끌어올리는지 엿보고 싶었다. 이응준 작가는 자신만의 글을 쓰려는 욕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글 쓰는 일은 감히 누가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지 글 쓰는 태도와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 뿐이다.


서문에 나오는 몽골 군대의 이야기가 작가의 마음을 느끼게 해 준다. 아무도 책을 읽지 않고 아무나 작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세상에서 작가는 글을 쓰고 책을 펴낸다. 그것은 누구에게도 지배당하지 않는 강인한 세계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글을 쓴다는 것은 슬프고 담담하면서도 아름다운 것이다. 작가는 161220에 시인 김수영의 글을 옮겨 적었다. 김수영의 글은 대충 이런 것이다. ‘혁명 후 문학 하는 젊은 사람들은 예전보다 술을 훨씬 안 먹는다고, 그렇지만 술을 마신다는 것은 사랑을 마신다는 의미다.’ 이어서 이응준은 글을 이어 간다. “이틀간 사랑을 너무 마셨더니, 머리가 맑아지긴 한 것 같다. 이제 다시 글을 쓰려고 한다.”(p. 25). 글을 쓴다는 것은 그렇게도 담담한 것이다.


이응준의 글을 읽다 보면 글쓰기에 대한 희망을 발견한다. 다시 글을 써보려는 용기를 내게 된다. 자신이 투덜대며 하는 이 일은 누군가에게는 얼마나 하고 싶은 일인지, 과거에 내가 얼마나 하고 싶어 했던 일인지, 언젠가는 내가 아무리 하고 싶어도 아무도 시켜주지 않는 일이 될 수 있는지를 까먹지 말아야 한다. 어디 글 쓰는 일뿐일까? 현재 내가 하는 일을 치열하게 감당한다는 것, 그것이 직업정신이다.


이응준에게는 깊은 외로움과 우울과 냉소가 있다. 그런데 그 우울과 냉소는 어느 순간이 매력이 되고 통찰이 되고 표현이 된다. 작가는 슬퍼하고 슬퍼해야 한다. 그래야 가벼워진다. 그래야 글을 쓰게 된다. 밝은색만으로는 세상을 그릴 수 없고 아름다운 그림도 그려낼 수 없다. 그에게 있어 좋은 시슬픈 시이다. 그는 좋은 기쁜 시라면 그 기쁨 안에는 슬픔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응준의 글은 서슬 퍼런 칼 같다. “진실을 말하기 때문에 나를 떠나는 사람이 있다면 대환영이다. 내 인생도 당신의 인생처럼 단 한 번뿐이다. 당신처럼 살다가 죽을 수는 없다.”(p. 208).


이응준의 글에는 유머와 사랑도 가득하다. 그는 170530에 자신의 묘비명을 기록해 놓았다. “개 같은 세상에서 개처럼 살면서 / 인간을 가장 미워하고 개를 가장 사랑했지만 / 노래를 잃지는 않았던 사람”(p. 144). 실제로 작가는 토토라는 개를 키웠고 그 녀석이 무지개 다리 건너편을 가자, 유기견 행복이를 데려다 키운다. 그는 행복이를 토토라 부른다. 주니어 토토인 셈이다. 그 아픈 개를 돌보며 몸무게가 1kg가량 늘자 녀석의 무게가 내 사랑의 무게라고 말한다. 친한 형이 한마디 한다. “토토가 너를 아비가 아니라, 자기보다 몸이 큰 개로 생각하는 거 같다.”(p. 246). 주니어 토토가 이전 토토와는 달리 주인의 얼굴을 세수시켜주는 것처럼 핥는다고 애로견이라 부른다. 개를 키우며 써놓은 글에는 하나같이 인간미’(人間美), 아니 견미’(犬美)가 물씬 풍긴다.


확실히 이응준은 독창적인 사유의 사람이다. 그이기에 쓴 글들, 그만이 쓸 수 있는 글들로 가득한 일종의 메모랜덤(Memorandum)인 이 책은 자신만의 글을 쓰고 싶은 사람에게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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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릴 지브란 「지혜의 서」 (아테네,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8-2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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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혜의 서

칼릴 지브란 저/강주헌 역
아테네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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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영혼의 순례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읽으면서 영혼이 정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또 다른 책 <지혜의 서><예언자>와 비슷한 형식의 글이다. 신비하고 몽환적인 전개(展開). 존경하는 스승이 죽자, ‘각성자라는 뜻을 가진 제자 알무타다는 이 세상에 혼자 남는다. 하지만 그는 외롭지 않다. 스승이 평생 깨달은 지혜의 말씀을 담은 두루마리를 읽고 명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40일의 명상이 끝나고 그는 스승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도시를 찾아 방랑의 길을 걷는다.


그가 전하는 지혜의 말씀에 담긴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신성, 생각과 명상, 에로스, 지혜, 평등, 자연, 젊음과 희망, 부활, 등등. 인생 살면서 깊이 생각해야 하는 주제들이다. 이 글들은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읽고 싶은 부분을 찾아 읽으면 된다. 아니, 그냥 손 가는 곳, 눈길 닿는 곳을 읽어 보라. 때론 신비로운, 때론 깊은 사색이 담긴 글들을 마음에 담을 수 있다. 더욱이 이 하드 카버(hard cover) 책은 손에 들고 다니기 딱 좋은 크기에 모든 페이지를 고급스러운 광택지를 사용했다. 출판사 아테네에서 상당히 정성을 쏟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로렌스 알마-타데마 경(Sir Lawrence Alma-Tadema)의 그림들은 또한 어떠한가? 흑백으로 실어놓은 작품은 칼릴 지브란의 글과 너무나 잘 어울린다. 가끔은 시선이 지브란의 글보다 알마-타데마의 그림에 더 오래 머무르곤 한다. 이 책 말미에 있는 역자의 글에 따르면, 지브란은 지식인들의 침묵보다 더욱 위험한 것은 그들의 올바르지 못한 시각이라고 생각했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세상을 올바로 보고 있다고 착각하는 데 있다. 철학 없이 돈벌이에 분주한 현대인들은 이런 책을 통해 인생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자신을 성찰해야 한다.


삶은 바다에 외로이 떠 있는 섬과 같다. 그 섬에서는 바위가 희망이고, 나무가 꿈이다. 꽃은 외로움에 떨고, 개울은 목말라한다.”(p. 119).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님을 사랑하고 공경한다. 사람의 가치는 겉모습과 신앙, 종족과 혈토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알고 어떻게 행동하느냐에서 사람의 가치는 결정된다.”(p. 181).


내 책장에 칼릴 지브란의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예언자>, 그리고 영문판 <The Prophet>, <어느 광인의 이야기>, <모래?물거품>,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사람의 아들 예수>. 그리고 이 책 <지혜의 서>를 눈에 띄기 쉬운 위치에 꽂아 놓았다. 어느 날 눈길이 머물면 뽑아 들고, 내 영혼에 담긴 지혜의 씨앗이 꽃피기를 기대하며 읽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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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히데히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사람과나무사이,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8-23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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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이나가키 히데히로 저/서수지 역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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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식탁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식물들이 세계 역사의 흐름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매우 흥미롭게 기술한 책이다. 감사, 토마토, 후추, 고추, 양파, , , 옥수수, 등등, 이런 식물들은 어떻게 우리네 식탁에 올라오게 되었을까? 그 역사를 알고 싶다면 바로 이 책이 정답이다.


식물학자인 저자는 남미가 원산지인 감자가 어떻게 유럽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는지, 감자가 유럽에 정착하기까지의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감자는 유럽인들에게는 성경에 나오지 않는 덩이줄기로 번식하는 기이한 식물이었다. 게다가 솔라닌(solanine)이라는 독성분까지 있어 종교재판에서 악마의 식물로 낙인찍혔단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2세가 귀족만 먹을 수 있다고 공포함으로써, 오히려 서민들에게까지 퍼져나갔다. 감자의 재배 덕분에 돼지의 식량문제도 해결되어서 유럽인들은 육식을 많이 섭취하게 되었다. 또 감자 열병으로 인한 아일랜드의 대기근으로 많은 사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그들 후손 중에 케네디, 레이건, 클린터, 오바마, 월트 디즈니, 맥도날드 등이 있으니, 감자가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주장이라서 설득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연결고리임은 분명하다.


후추에 관해, 유럽인들은 인도의 후추를 가져오기 위해 새로운 항로를 열고자 했다. 그 결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했고, 페르디난드 마젤란은 세계를 일주하여 지구가 둥글다는 이론을 증명했다. 한 때 후추값이 금값과 같았고 부자들은 부를 과시하기 위해 그들의 식탁 음식에 후추를 먹지 못할 정도로 가득히 뿌렸다고 한다. 후추는 인간의 검은 욕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욕망의 알뿌리튤립도 마찬가지다. 아프리카 북부와 서아시아가 원산지인 튤립이 네덜란드에 많이 퍼지게 된 이유, 튤립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 이유, 튤립 버블(tulip bubble)이라는 세계 최초의 거품 경제의 몰락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인 것이다.


, 사탕수수, 목화 이야기를 통해 제국주의 시대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다. 이 책은 역사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다. 식물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본 식물학책이다. 저자는 식물에게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생존과 번식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식물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식물이 인간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가 인간이 아니라 식물일 수도 있다는 저자의 말에 긍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의 상식적인 생각을 깨는 통찰력이 가득 담겨있는 멋진 인문학 서적이다. 즐거운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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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절 워버턴 「철학의 역사」 (소소의책,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8-2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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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철학의 역사

나이절 워버턴 저/정미화 역
소소의책 | 2019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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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 사유와 의지>을 읽었다. 아니, 정확히 말해 훑어보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분량이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샅샅이 정독하지는 못했다. 아렌트의 책 ‘1. 사유(思惟, thinking)’에서는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과 소크라테스 등의 철학을 언급하며 현상과 인식론의 묵직한 주제들, 무엇이 우리를 사유하게 하는지, 우리는 사유할 때 어디에 있는 것인지에 대해 다룬다. ‘2. 의지(意志, willing)’에서는 헤겔, 사도 바울, 에픽테토스, 아우구스티누스, 토마스 아퀴나스, 니체, 하이데거, 등의 사상을 말하며 자유와 의지의 관계, 의지와 지성의 관계 등을 다룬다. 여기에 등장한 서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져 철학자의 삶과 사상의 개요를 살펴보았다. 단편적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고 어떤 글들은 오리무중이었다. 아마도 나의 철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서양철학의 흐름을 잘 꿰뚫어 주는 철학 입문서를 찾던 중 나이절 위버턴의 <철학의 역사>가 눈에 띄었다. 출판사 소소의 책에서 발간한 <세계종교의 역사(A Little History of Religion)>을 흥미롭게 읽었기에, 같은 시리즈의 책 <철학의 역사(A Little History of Philosophy)>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충족되었다. 왜냐하면 저자 나이절 위버턴(Nigel Warburton)은 베스트셀러가 된 철학 입문서를 여러 권 집필한 대중철학자로서 대중들의 수준을 배려해 쉽게 글을 썼기 때문이다. 한두 권의 철학사와 철학 입문서를 읽어보았지만, 이 책만큼 철학의 역사적 흐름을 이렇게 명쾌하게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로 시작하여 존 롤스, 피터 싱어의 이야기로 끝나는 이 철학 입문서는 각 장(chapter)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개별적으로 알고 있던 철학자들의 주장이 이런 점에서 서로 통하고, 또 다른 점에서는 대치(對峙)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따라서 이 책은 관심 있는 철학자를 찾아 읽어도 유용하지만, 1장부터 40장까지 전체를 저자의 논리를 따라 순서대로 읽어보는 것이 좋다.


철학의 수호성인이라 할 수 있는 소크라테스부터 현대 철학자 존 롤스와 피터 싱어까지 읽어내면서, 철학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철학이란 기존 생각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결국 우리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더불어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실제 삶의 방식까지도 바꾸게 해 주는 것이다. 복잡한 현대인의 삶 속에 생각해야 할 수많은 문제가 있다. 한나 아렌트가 지적했듯, 나치 친위대 아돌프 아이히만는 히틀러의 명령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실행에 옮김으로써, 가장 사악한 행위에 동참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나 피터 싱어처럼 생각하는 사람,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철학을 하는’(doing philosophy)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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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연금술사,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8-1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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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저
연금술사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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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으며, 인도 여행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올여름 휴가도 어수선한 나라 사정 때문에 국내 한적한 곳에 머물며 둘레길을 걷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을 챙겼다. 해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시인은 세상이 곧 책이니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주장하는 그의 책을 들고 떠났다. 이 책 때문에 올여름 국내를 여행한 것인지 인도를 여행한 것인지 헷갈린다. 그만큼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저자는 인도의 한 노인에게 들은 말을 소개한다. 머리로 잠시 스쳐 지나간 것들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여 가슴에 새긴 것들을 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15년 동안 매해 인도를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을 담백하면서도 재치있는 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류시화는 인도 여행 중 사두(힌두교의 고행 수도승), 여관집 주인, 점쟁이, 장사꾼, 이야기꾼 등과의 만남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를 맛깔스럽게 표현한다. 무엇보다 인생을 하나의 여행으로 생각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여행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신나지 않겠는가? 인생이 여행이라면 새롭게 경험하며 배울 것들이 가득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여행이 설레는 것이 아닐까? 류시화는 인도 최대 축제 마하 쿰브멜라에 참석하려고 노력했지만, 인도에서 자주 그렇듯이 그 축제 행은 여지없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가 인도에서의 여행은 장애물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투덜댈 때, 미스터 굽타는 시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원숭이들이 필드에 떨어진 골프공을 얼른 집어다 엉뚱한 곳에 떨어뜨리는 일이 하도 많아, 인도 골프장에서는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많은 것들은 자신의 계획대로 조종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인생 여정을 계속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삶의 지혜인가!


이 책 <지구별 여행자> 뒷부분에는 사두 어록 1, 2, 3’이 수록되어 있다. 한 사두가 시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여기에 있지?” 버스를 타려고 여기에 있다고 대답한 시인은 사두에게 되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에 있나요?” 사두의 대답이 심오하다. “? 나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를 알기 위해 여기에 있지!” ‘사두 어록을 읽다가 문득 류시화가 엮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와 하이쿠 모음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가 생각났다. 그 두툼한 책들을 꽤나 인상 깊게 읽었다. 서양철학과 논리에 익숙한 나에게 세계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인디언들의 시각은 참으로 참신했다. 짧은 문장 하나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허무함, 인생의 본질을 드러낸 하이쿠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면 다시 그러한 독서의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 여행할 때는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여행 중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번 여름 휴가 때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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