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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이스 프린츠 「한나 아렌트」 (이화북스,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9-2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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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나 아렌트

알로이스 프린츠 저/김경연 역
이화북스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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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이 유명한 여성 철학자를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수많은 유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아이히만은 분명 악의 화신이리라 생각했었다. 기자의 자격으로 그 재판에 참석한 그녀는 아이히만이 자신은 상부의 지시에 순종한 것밖에 없다고 항변하며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악의 평범성이란 표현으로 사유하지 않는 천박함이 악의 근본임을 주장했다. 사람이 악을 행하는 것은 나쁜 의도가 있어서가 아니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악은 본래 깊이도 없고 마성(魔性)도 없다는 것이 아렌트의 생각이다. 그런데 아렌트가 <뉴요커>에 기재한 아이히만 재판에 대한 다섯 편의 보고서는 유대인도 화나게 했고 독일인도 화나게 했다. 그녀는 유대인들이 다른 사람들 못지않게 유대인 대학살에 책임이 있음을 주장했기 때문에 민족을 배반한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그녀는 히틀러에 대해 저항했던 독일인도 대부분 양심에서 우러나와 저항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로 저항했다고 보기 때문에 독일인들은 그녀에게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전기작가 알로이스 프린츠가 쓴 <한나 아렌트>를 읽으면,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 날카로운 비평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하게 된다. 18살 그녀가 만난 마르틴 하이데거와의 사랑, 하이데거의 친구 카를 야스퍼스에게 철학을 배움, 귄터 슈테른과의 결혼, 하인리히 블뤼허와의 만남, 이차 세계대전으로 프랑스에서 겪은 유대계 독일인으로서의 격리 생활, 미국으로의 망명, 미국의 격변하는 정치 상황, 그 속에서 정착하고자 몸부림쳤던 모습, 명망(名望) 있는 교수 철학자로서의 아렌트의 삶을 따라가 보면, 그녀가 쓴 책들의 의미와 가치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체주의의 기원>, <인간의 조건>, <혁명론> 등에는 그녀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있다. <전체주의 기원>에서는 전체주의 체제 속에서 인간은 고립되어 현실과 동떨어진 이데올로기 속에서 고치를 틀고 들어 앉기 십상임을 밝혔다. <인간의 조건>에서는 인간이 하는 세 가지 종류의 활동인 노동과 작업과 행위를 깊이 사유했다. 노동만 하는 인간은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고, 작업만 하는 인간은 목적이 무엇인지는 알지만 의미가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녀는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사람들은 말과 행위를 통해 진정한 개방성과 자유를 누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혁명론>에서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 혁명을 살펴보면서 왜 프랑스 혁명은 원래의 방향에서 벗어났고, 미국 혁명은 나름대로 주효했는지, 폭력이 아니라 의견교환을 통한 형성된 공동 의지에 기초할 때만이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피력했다.


내가 위의 책들을 읽지 않았지만, 그 주요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프린츠의 <한나 아렌트> 전기 덕분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적 형세는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이웃나라 일본의 정치인들은 제국주의 망상에 사로잡혀있고, 대한민국은 좌파와 우파의 엄청난 시각차와 대립으로 혼란스럽다. 이럴 때 한나 아렌트의 철학은 우리에게 깊이 사유하고 타인과 더불어 의견을 나누고 행동하도록 도전할 것이다. “지금은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할 시간!” 이 책 <한나 아렌트>를 읽으면서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문구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접한 한나 아렌트의 <정신이 삶: 사유와 의지>(푸른숲 )를 힘겹게 읽어가고 있다, 장장 74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인간의 조건>을 본래 <아모르 문디>라고 이름 붙이고 싶어했단다. ‘아모르 문디’(amor mundi)세계 사랑이란 뜻이다. 끔찍한 전체주의 사회 속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사랑했던 그녀의 사상은 지금 우리가 깊이 곱씹어야 할 철학이다. 그녀의 저서들을 집필 순서대로 차분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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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 「정적」 (21세기북스,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9-18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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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적

배철현 저
21세기북스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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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배철현 교수의 <수련>을 인상 깊게 읽었다. 서울대 종교학교 교수이며 견명원 운영위원인 저자는 지혜롭고 평온하게 살고자 하는 자들에게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그는 참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심연, 수련, 정적, 승화의 네 단계로 나누어 한 단계씩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 <심연>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수련>을 읽으면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인생의 위대한 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수련의 단계는 마음의 깊은 연못으로 들어가 진부한 습관에 젖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후, 나답지 않은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 책은 나에게 참 자아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도전했다. 내가 <수련>의 다음 단계인 <정적(靜寂)>을 기대했던 이유다.


정적은 잠잠한 호수 같은 마음 상태로, 이 고요함을 유지하려면 그 안에 부단한 움직임을 품어야 한다. , 정적(靜寂)은 정중동(靜中動)이다. 정적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평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성경 잠언 33절을 설명한다. ‘친절’(헤세드, hesed)진실’(에메스, emeth)심장의 서판’(루아흐 레브, luah leb)에 새겨야 한다. ‘친절이란 어머니의 사랑으로 인간 안에 각인된 DNA로 인간생존의 핵심이며, ‘진실은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심장의 서판에 새긴다는 것은 한마디로 명심(銘心)’이다. 저자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데, 마음에 오래 남는다. “누가 지혜로운가? _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가? _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누가 부자인가? _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누가 존경받을 만한가? _ 자신의 동료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p. 45).


평정에 이어 부동’, ‘포부’, ‘개벽순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준다. 명상을 통해 아무도 모르게 갈아놓은 도끼날처럼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 인간은 전체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지닌 개인이기 때문이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과연 인간 개개인은 어떤 포부(抱負)를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개벽(開闢),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기까지 우리는 마음에 붙어 있는 온갖 찌꺼지인 가식, 이기심, 집착 등을 버리려 해야 한다. 절제하며 지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지금보다 더 시급한 시작은 없고, 더 젊은 시절도 없으며, 더 완벽한 순간도 없기 때문이다. 뒷부분에 나오는 우직(迂直)’이란 단어가 마음에 든다. 손무의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以迂爲直)”을 줄인 말이다.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험한 길을 통해 적을 습격한다는 뜻으로, 남보기에는 먼 길()이지만 실상은 지름길(곧을 )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멀어 보여도 자신의 길을 지키며 때론 침묵하며 묵묵히 그 길을 가야 한다. “나는 나의 길을 지킨다”(39:1)는 말씀처럼 자신의 길 위에서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정진하고자 하는 결의가 필요하다.


이번 독서에서 화두로 던져진 28개의 단어 중, 특히 명심(銘心)’우직(迂直)’이라는 두 단어가 내 마음 판에 새겨졌다. 다음에 나올 책, <승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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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현대지성,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9-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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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걸리버여행기

조너선 스위프트 저/이종인 역
현대지성 | 2019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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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동화책으로 읽은 <갈리버 여행기>는 소인국과 대인국 이야기뿐이었다. 특히 소인국 릴리펏에서의 이야기가 제일 신났다. 나도 소인국에 가면 걸리버처럼 왕을 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도 하고 불난 궁전에다 오줌을 누어 화재를 진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그런데 혁혁한 공을 세운 걸리버가 릴리펏 왕궁에서 오히려 탄핵받는 장면이 나온다. 릴리펏의 해군장관 볼골람은 걸리버가 블레푸스쿠와의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둔 뒤부터 걸리버를 원수처럼 생각했다. 결국, 릴리펏 왕국은 걸리버를 탄핵하고 황제의 관대함으로그의 두 눈알을 뽑아 버리는 선고가 내려질 것이다. 그런데 걸리버를 탄핵하는 이유가 가관이다. 황후마마의 침전 근처의 불을 끈다는 명분으로 법률을 무시하고 소변을 발사한 죄,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왕의 명령대로 시행하지 않은 죄, 적국의 사절단이 왔을 때 그들을 즐겁게 해 준 죄, 등등. 걸리버는 대역죄인이라는 것이다. 어릴 적에는 동화책에서는 이런 내용이 없었던 것 같다,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펴낸 완역본을 읽으니, 이런 내용 자체가 영국 왕궁에 대한 신랄한 풍자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정치판에서 언제든지 벌어지는 일이다.


거인국 브롭딩낵에서 애완 인간으로 살아가는 걸리버는 마치 돋보기로 보듯 거인국 사람들의 거칠고 혐오스런 모습을 본다. 걸리버는 자신이 소인국에 있을 때 그곳 사람들에게 자신도 이런 흉측한 모습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걸리버는 수학과 음악 외에는 어떤 호기심도 보이지 않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에서 홀대받는다. 말의 나라 후이늠국은 저자가 유토피아로 생각한 곳이다. 지성을 갖춘 말 후이늠에 비해 인간은 미개한 종족인 야후에 불과하다. 걸리버는 말을 주인으로 모시고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지만,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의 아내와 아이들에게 돌아왔지만, 걸리버의 마음은 가족들에 대한 경멸로 가득했다. 왜냐하면 아내와 아이들도 역겨운 야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내가 껴안고 키스했을 때, 그는 기절해 거의 한 시간이나 깨어나지 못했다. 걸리버는 영국으로 돌아온지 5년이 지나도 아내와 아이들의 냄새를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대신 그는 말 두 마리를 사서 그 말들과 대화하며 우정을 나눈다.


현대지성에서 펴낸 <걸리버 여행기>는 완역본일뿐 아니라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 연보해제를 싣고 있어서, 이 작품이 왜 풍자문학의 최고봉인지 멋지게 설명해 준다. 마지막에 수록된 역자의 작품 해설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역자는 <걸리버 여행기>를 배경 지식 없이 한 번 읽은 독자를 으로, 여러 번 읽고 연구서를 섭렵한 평론가를 로 설정한다. 그리고 갑을의 대화로 작품 속의 주인공 걸리버와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의 관계를 탐색하고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해 추구한 진리를 통한 자유에 관해 설명한다. 현대지성 덕분에 풍자문학의 백미(白眉)를 제대로 경험했다.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는 믿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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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락 「성경 속 노마드」 (샘솟는기쁨,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9-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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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성경 속 노마드

배경락 저
샘솟는기쁨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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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락 목사, 나는 브런치에서 그의 글을 즐겨 읽는 독자다. ‘기독교 인문학 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쓴 그의 글은 성경적 세계관이 잘 반영되어 있어, 독자는 그의 글을 읽으면서 신앙과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된다. 요즘은 요한계시록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시리즈를 찬찬히 읽어보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성경 속 노마드>는 베드로전후서의 깊은 연구와 묵상에서 건져 올린 메시지로, 그리스도인들이 어떤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하는지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하나님의 백성은 나그네의 삶을 살도록 하나님이 흩으신 존재. 창세기에 따르면 인간은 결국 문화 명령에 따라 모두 흩어져 살게 되었다. 흩어짐은 심판을 넘어 소명인 것이다. 사람들은 아브라함과 요셉을 히브리 사람이라 불렀는데, 히브리인이란 강을 건너온 사람’, 즉 이방 나그네란 뜻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모두 이 땅에서 나그네로 산다. 그래서 사도 베드로는 성도들을 나그네라 부른다(벧전1:1, 17, 2:11). 사실 나그네 삶은 너무나 고달프다. 초대 교회 시대에 성도들은 여러 가지 시험으로 인한 근심하고, 오해받고 억울하게 비난받으며, 착하게 살고도 욕을 먹곤 했다(벧전1:6, 2:12, 3:9, 14, 16). 베드로는 힘든 나그네 삶을 사는 성도들에게 선을 지속적으로 행하고,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 의를 행하다가 고난받으면 그것을 하나님이 주시는 복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권면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남는 일이다. 폭력이 난무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남아진정한 평화를 추구하는 공동체를 만들라는 것이 베드로전서가 전하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베드로후서는 성도들이 세상의 나그네, 약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하나님을 알아 가라는 권면으로 가득하다. “우리 주 예수를 앎으로”(벧후2:1), “우리를 부르신 이를 앎으로”(벧후2: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알기에 게으르지 않고”(벧후1:8)라는 표현으로 시작된 편지는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와 그를 아는 지식에서 자라 가라”(벧후3:18)는 축복의 권면으로 마친다. 저자는 진리를 진정으로 알면 진리를 실천하게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실천하지 않는 진리는 진리가 아니다. 따라서 하나님을 알아 가는 일은 곧 하나님을 닮아가는 일이다. 나그네 인생길에 그리스도인들은 진리 위에 굳건히 서서 마라나타”(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라고 인사하며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서 완성되는 날을 소망하며 산다.


이 책을 덮으며 계속 떠오르는 단어는 나그네. 베드로전후서는 나그네가 나그네들에게 나그네의 삶을 살라고 권면하는 편지인 것이다. 성도들이 이 땅에서 나그네라는 자기 인식이 있을 때,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아갈 수 있다. ‘나그네 신학이야말로 성도의 자기 정체성과 성도다운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붙잡아야 할 진리이며 기독교 영성의 뿌리다. 주님을 알아가고 주님을 닮아가며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며 마라나타의 소망으로 가득한 나그네 인생, 얼마나 복된 삶인가! 모든 그리스도인이 이 책을 통해 나그네 신학을 배우고 붙잡기를 기대한다.


(참고) 오타 발견. 베드로전서3;1~2을 베드로후서3:1~2로 두 번이나 잘못 표기함(p. 140, 142). 괜한 지적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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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죽음 가이드북」 (서울셀렉션,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9-0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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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죽음 가이드북

최준식 저
서울셀렉션 | 2019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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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식은 죽음학 전문가이다. 나는 오년 전 그의 저서 <죽음학 개론><임종준비>을 접했다. 저자는 죽음을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죽음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 책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와 장례 준비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놓았다. 이번에 출간된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죽음 가이드북>에서도 그는 죽음 공부는 미리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임종이 다가왔을 때 죽음 공부나 죽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때는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논리적 연구의 결과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문화와 종교 속에서 죽음에 대해 어떤 성찰의 말을 했고, 근사체험을 했는지, 또 사후 세계에 대해 어떤 주장을 했는지를 단편적으로 수록하고 그들에 대한 소개와 최준식의 작은 단상을 적어놓았다. 종교와 문화를 떠나 죽음에 관해 독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펴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기독교, 신비주의의 다양한 죽음 인식과 서로 충돌되는 사후 세계를 말하고 있어서, 나 같은 독자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저자가 죽음 후에도 영혼은 사멸되지 않으며 사후 세계가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나에게 인상 깊었던 글은 다음과 같다. 삼성그룹을 세운 이병철 회장이 죽기 한 달 전 가톨릭 사제에게 죽음에 관한 스물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사실 임종 때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병철 회장은 이런 질문을 던짐으로 죽음학 권위자 퀴블러 로스의 말대로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성장 기회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을 맞이하자는 건축가 정기용의 말이다. 평생 돈, 명예, 쾌락만 좇다가 죽음이 가까이 오면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매달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죽음에 직면해 영혼의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아주 오래 전 헨리 나웬(Henri Nouwen)<죽음, 가장 큰 선물>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잘 죽고 싶고 다른 이들이 잘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죽음에 직면해 꽉 쥐었던 주먹을 펴고 무력함 속에 감추어진 은혜를 신뢰할 수 있다면 죽음은 오히려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나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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