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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지구별 여행자」 (연금술사, 2019) | 리뷰 카테고리 2019-08-1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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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저
연금술사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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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읽으며, 인도 여행을 꿈꾸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올여름 휴가도 어수선한 나라 사정 때문에 국내 한적한 곳에 머물며 둘레길을 걷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을 챙겼다. 해마다 인도와 네팔을 여행한 시인은 세상이 곧 책이니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주장하는 그의 책을 들고 떠났다. 이 책 때문에 올여름 국내를 여행한 것인지 인도를 여행한 것인지 헷갈린다. 그만큼 이 책에 깊이 빠져들었다. 저자는 인도의 한 노인에게 들은 말을 소개한다. 머리로 잠시 스쳐 지나간 것들이 아니라 자신이 경험하여 가슴에 새긴 것들을 글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이 감동적인 이유는 15년 동안 매해 인도를 여행하며 깨달은 것들을 담백하면서도 재치있는 글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류시화는 인도 여행 중 사두(힌두교의 고행 수도승), 여관집 주인, 점쟁이, 장사꾼, 이야기꾼 등과의 만남에서 건져 올린 삶의 지혜를 맛깔스럽게 표현한다. 무엇보다 인생을 하나의 여행으로 생각하는 것이 마음에 든다. 우리 모두 이 세상에 여행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삶이 신나지 않겠는가? 인생이 여행이라면 새롭게 경험하며 배울 것들이 가득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서 여행이 설레는 것이 아닐까? 류시화는 인도 최대 축제 마하 쿰브멜라에 참석하려고 노력했지만, 인도에서 자주 그렇듯이 그 축제 행은 여지없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가 인도에서의 여행은 장애물 경기를 하는 것 같다고 투덜댈 때, 미스터 굽타는 시인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원숭이들이 필드에 떨어진 골프공을 얼른 집어다 엉뚱한 곳에 떨어뜨리는 일이 하도 많아, 인도 골프장에서는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새로운 규칙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많은 것들은 자신의 계획대로 조종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자신의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안달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 다시 인생 여정을 계속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삶의 지혜인가!


이 책 <지구별 여행자> 뒷부분에는 사두 어록 1, 2, 3’이 수록되어 있다. 한 사두가 시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왜 여기에 있지?” 버스를 타려고 여기에 있다고 대답한 시인은 사두에게 되물었다. “그러는 당신은 왜 여기에 있나요?” 사두의 대답이 심오하다. “? 나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를 알기 위해 여기에 있지!” ‘사두 어록을 읽다가 문득 류시화가 엮은 인디언 추장 연설문 모음집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와 하이쿠 모음집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가 생각났다. 그 두툼한 책들을 꽤나 인상 깊게 읽었다. 서양철학과 논리에 익숙한 나에게 세계와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인디언들의 시각은 참으로 참신했다. 짧은 문장 하나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허무함, 인생의 본질을 드러낸 하이쿠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리고 <지구별 여행자>를 읽으면 다시 그러한 독서의 기쁨과 감동을 느꼈다. 여행할 때는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여행 중에 읽기에 딱 좋은 책이다. 이번 여름 휴가 때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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