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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범 「사람은 왜 죽는가」 (렛츠북, 2020) | 리뷰 카테고리 2020-10-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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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람은 왜 죽는가

이효범 저
렛츠북(book)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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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의미를 탐구하는 이 책의 저자는 세종시에 있는 이효범 연구소에서 죽음과 사랑과 인간과 윤리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며 문학과 역사와 철학의 통합을 추구하는 철학자입니다.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이 책은 과학적, 의학적, 종교적, 철학적 관점에서 죽음의 실체와 의미를 파헤쳐 봅니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왜 죽는지 나름의 대답을 할 수 있다면, 거기에 걸맞게 삶을 살고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은 언제나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이 책을 통해 내 마음에 새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만이 죽음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있고, 자신이 죽으리라는 것을 아는 유일한 존재라는 점에서, 모든 살아있는 것 중에 인간이 가장 독특한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인간이라면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해 죽음은 신체가 퇴화하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이런 필연적 죽음은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한 기능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죽음은 다른 유기체에 이익이 됩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은 존재 형태의 변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쾌락주의 철학자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죽음은 인간에게 아무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논리적으로 죽음은 산 사람과 죽음 사람 모두와 상관이 없죠.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은 이원론자로 육체는 죽지만 영혼은 영원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죽음은 영혼을 육체의 고통으로부터의 해방하는 일입니다. 철학자 니체도 죽음이 삶의 완성이며, 죽음은 고통이 아니고 축제라고 말했습니다.


인상 깊은 내용 중 하나는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의 탐구입니다(9. 죽음은 미래에 대한 상실이다). 그가 아우슈비츠에서 경험한 죽음을 성찰하며 쓴 책이 <죽음의 수용소>입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의미를 찾는 존재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수용소에서 곧 해방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품은 자들은 기대한 날이 임박해서 죽었지만,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은 끝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입니다. 죽음에 관한 또 다른 인상적인 가르침은 기독교의 복음입니다(15. 죽음은 없다). 특히 바울의 가르침에 따르면, 죽음은 죄의 대가이며 죽음 후에는 심판이 있어 하나님을 대면할 것입니다. 그리고 심판에 따라 영원한 세계의 운명이 결정됩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생명으로 덧입는 시작입니다. 기독교의 복음 안에서 죽음은 삶의 신비이며 구원의 은총입니다.


이 책을 가지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탐구해 보세요. 어떻게 살아야 좋은 죽음(善終)을 맞이할 수 있을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 무척이나 어려운 주제인 죽음을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 보게 합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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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 제서니 「예수님의 진심」 (두란노, 2020) | 리뷰 카테고리 2020-10-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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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예수님의 진심

스카이 제서니 저 /정성묵 역
두란노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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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은 산상수훈(5~7)의 가르침을 언제나 진지하게 받아드립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중에서도 산상수훈을 평범한 인간이 지키기 불가능한 이상적인 말씀으로만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만큼 산상수훈은 너무나 파격적인 말씀이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스카이 제서니(Skye Jethani)는 산상수훈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다양한 그림들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저는 오래전 그의 책 <With, 하나님과 바르게 관계 맺는 법>(죠이선교회, 2013)을 읽으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삶이 실제로 무엇인지를 배우고 주님과 교제하며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삶을 살기를 열망하였습니다. 저자는 신앙의 본질을 아주 쉽고 명쾌하게 제시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습니다. 그의 이런 탁월한 능력은 산상수훈을 해설한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습니다. 특히 그는 산상수훈의 실천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목은 <What If Jesus Was Serious?>입니다. 산상수훈이 그럴듯한 말의 성찬이 아니라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우리 인격과 삶의 변화를 위한 진지한 가르침이라면, 우리는 산상수훈의 메시지를 좀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PART1 하나님의 복을 받지 못할 사람은 없다부터 통찰력이 번뜩입니다. 팔복은 천국의 복을 받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복 받은 사람을 기술한 것입니다. 팔복 선언은 하나님 나라로 부름을 받을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많을 것임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달리 표현하면, 예수님은 아무도 축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축복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의 복을 받지 못할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가르치시고 동시에 환경과 외적인 것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우리의 악한 성향을 지적하셨습니다.


이 책은 아홉 개의 PART로 이루어져 있는데, PART1~4는 마태복음 5장을, PART5~6은 마태복음 6장을, PART7~9 마태복음 7장을 설명합니다. PART의 제목만으로도 산상수훈의 핵심을 알 수 있스빈다. “평범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시다”, “선한 척이 아니라 선한 사람이길 원하신다”, “인류는 사랑하면서 곁에 있는 인간을 미워하지 말라”, “예수님이 나를 모른다고 하시면?”, “예수님의 말을 진짜 받아들였다면 삶은 달라진다.” 등등. 이 책은 산상수훈의 핵심을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고 거기다가 그림으로 보여주어서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산상수훈의 가르침대로 살라고 도전하는 데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산상수훈을 전하는 예수님의 권위를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가져오신 하나님 아들로서의 권위를 가지시고 그의 제자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산상수훈을 있는 그대로 진지하게 받아들였기에 그들의 삶에는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나는 세상의 넓은 길이 아니라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좁은 문, 좁은 길로 들어가는 주님의 제자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스카이 제서니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군요. <종교에 죽고 예수와 살다>, <부르심의 자리>, 등등. 진지하게 주님의 말씀대로 살기 원하는 분들에게 스카이 제서니의 책을 추천합니다.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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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슈텍마이어 「니체 입문」 (책세상, 2020) | 리뷰 카테고리 2020-10-10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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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니체 입문

베르너 슈텍마이어 저/홍사현 역
책세상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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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을 꿈꾼 니체, 모든 권위를 부정함으로 오해도 많이 산 철학자입니다. 그를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니체 학술지 <니체 스튜디엔, Nietzsche-Studien>의 편집자이자 공동발행인인 베르너 슈텍마이어(Werner Stegmaier)가 니체 입문서를 냈습니다. 니체에 관해 종합적으로 소개하고 그의 저작물과 철학을 평가한 깊이 있는 입문서입니다.


이 책은 제일 먼저 니체의 생애를 상세히 소개합니다. 그의 삶과 경험은 그의 철학을 이해하는 데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니체는 자신의 삶이 자신이 수행하고 있는 철학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각하고 그것을 상세하게 기술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철학적 방식으로 행해지는 해방으로 해석했습니다. 그는 문헌학을 포기했고, 쇼펜하우어의 맹목적 의지를 말하는 형이상학도 포기했습니다. 문화 개혁을 추구한 바그너의 음악과도 결별하고 믿고 의지했던 친구마저도 결별했습니다. 이들의 정신적 속박으로부터 해방에 이르는 것이 니체의 철학적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밝히듯 니체는 기독교, 그리스 정신, 음악, 철학, 역사, 문학, 회화와 조형예술, 자연과학과 의학, 심리학과 정신의학 등에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가 놀라운 철학자인 것은 이 절대적 영향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새롭게 배운 것 중 하나는 그의 철학적 글쓰기 형식입니다. 니체는 자신의 고유한 철학 방식 자체를 전달하기 위해 기존의 철학적 글쓰기 장르에 들어맞지 않는 형식을 끊임없이 새로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그런 점에서도 그는 매우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인물입니다. 학술 논문뿐 아니라, 철학 에세이(essay), 아포리즘(<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서광>), 시와 시선(詩選), 서사적이고 서정적인 교훈 시(<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논쟁서(<안티크리스트>), 계보학(<이 사람을 보라>), 노래 모음집(<디오니소스 송가>) . 정말 다양한 형식의 장르를 통해 자신의 사유를 표현했습니다.


니체, 그는 학자 혹은 철학적 노동자와 입법자로서의 진정한 철학자를 구별했으며, 자신을 진정한 철학자로 생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죽은 뒤에 생생해지는 사후의 인간이라 칭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이 사람을 보라><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생생히 드러나며, 이런 책들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유입니다. 아쉽게도 소크라테스주의칸트주의같은 의미에서 니체주의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니체 자신이 그런 전통적인 철학적 사유 방식에서 해방되길 원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니체의 삶과 그의 저술, 그의 사유에 대해 많은 것들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 독서였습니다. 니체를 알고 싶은 사람들, 독자를 당혹하게 만드는 그의 저서를 직접 읽기 전, 이 책 꼼꼼히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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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캠벨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더퀘스트, 2020) | 리뷰 카테고리 2020-10-0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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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조지프 캠벨 저/권영주 역
더퀘스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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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은 평생 많은 저술을 남겼습니다.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신의 가면><신화의 힘>, 그리고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등입니다. 이 책,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14년에 걸쳐 뉴욕시 쿠퍼유니언 포럼에서 행한 캠벨의 흥미로운 강연들을 묶은 강연집입니다.


신화는 고대인들이 만들어낸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요? ‘1.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에서 신화는 우리네 삶에서 인식되고 통합되어야 할 정신의 힘을 그림 언어로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신화적 상징(그림 언어)은 세상과 삶에 대한 고대인들의 이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과학이 신화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신화에 따른 터부를 뒤흔들어 놓았고, 그 결과로 현대 사회에는 악덕과 범죄, 정신질환, 폭력, 살인, 절망 등이 만연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비역사적 신화의 유용성이 있습니다. 신화는 물질의 허구로 표현된 정신의 사실’(마야 데렌, Maya Deren)입니다. 지금도 신화의 상징을 분석하고 해석하고 그 상징의 의미를 건강하게 붙잡는다면 현대인은 자신의 내면과 더불어 외부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나는 ‘4. 동양과 서양의 분리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동양에서는 개인의 삶은 중요하지 않으며, 사회 체제 혹은 거대한 우주 질서에 무조건 순종해야 합니다. 존재의 의미는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실행에 옮길 때만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서양에서는 카를 융이 언급한 개성화’(individuation)가 중요합니다. 각 개인은 자신의 중심을 찾아 그것에 의해 사는 법을 배웁니다. 개인이 없이 세상과 삶은 있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책 마지막에 실린 ‘12. 끝맺으며: 지평의 소멸에서는 신화와 종교를 위대한 시()’로 보아야 그것에서 우리 내면에 있는 영원의 편재성을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원제가 ‘MYTHS TO LIVE BY’임이 이해가 됩니다. 신화는 고대인들이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해서 만들어낸 그저 재미있고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그림 언어로 세계와 삶의 진실을 표현한 것입니다. 현대인들이 신화들의 본질적 가르침에 주목하고 그 가르침에 따라 살아간다’(to live by)면 허무와 절망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우리는 주로 철학이나 과학 등을 통해 세계와 삶의 의미를 찾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세계와 삶의 의미를 찾는 일에 종교와 신화의 역할이 결코 무시될 수 없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세계와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멋진 책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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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베냐 플라스푈러 「조금 불편한 _ 용서」 (생각나무, 2020) | 리뷰 카테고리 2020-09-2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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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금 불편한 용서

스베냐 플라스푈러 저/장혜경 역
나무생각 | 2020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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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철학적으로 어려운 주제입니다. 실제 삶에서 용서하는 일은 더욱 어렵습니다. 저자 스베냐 플라스푈러는 아직 어린 자신과 여동생을 버리고 집을 나간 어머니를 용서했는지 혹은 용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게 생각하면서 이 책을 썼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럼 엄마를 용서했어?”라는 여동생의 질문에 저자는 당황하며 무엇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용서 거창한 말입니다.


저자는 용서하는 행위는 정의롭지도, 경제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고 선언합니다. 왜냐하면 용서는 복수와 보상을 포기하는 행위이니까요. 하지만 용서의 본질에는 이런 수동적 차원의 포기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찌 보면 선물입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저자는 용서를 생각할 때, 용서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말을 소개합니다. 데리다에 따르면, ‘용서할 수 없는 것을 용서하는 것만이 용서입니다. 여기서 이런 논리적 모순이 발생합니다. 용서가 불가능한 것을 어떻게 용서한단 말입니까? 그런 점에서 용서는 신적인 명령일까요? 반면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제아무리 간청해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봤습니다. 아렌트에게 있어서, 용서는 합리성의 경계 안에 머뭅니다. 하지만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용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이해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저자는 이 책에서 용서에 내재한 모순과 긴장을 잘 드러내 놓았습니다. 용서는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이해나 용서해 달라는 가해자의 요청이 없어도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현실적으로 용서는 어떤 조건을 내세우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용서가 행해지려면 무조건성이라는 용서의 본질이 훼손되어야 할까요? 참 어려운 주제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서 세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용서는 이해한다는 뜻일까요? 용서는 사랑한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용서는 망각한다는 뜻일까요?’ 번역서의 제목은 <‘조금 불편한용서>인데, 책 내용은 조금 불편함을 넘어 심각하게 어려운용서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자꾸 하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인식이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요. 이 책에서 저자의 철학적 논증뿐 아니라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용서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를 용서해야 하는데 마음으로부터 거부감이 생긴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용서는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진행된다. 또 용서는 오늘은 되는데 내일은 다시 안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p. 230)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용서에 관해 철학적이면서도 매우 실제적인, 아주 멋진 책입니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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