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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 리뷰 카테고리 2014-12-2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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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

강준만 저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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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그의 책 <한국 현대사 산책>을 통해서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한국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매우 직설적으로 제시하는 것을 보고 통쾌함을 느꼈습니다. 그는 다른 어떤 역사책에서도 볼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금기영역에 과감히 도전하며 비판했습니다. 그런 그가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인문학을 공부하는 책을 냈습니다. 아니, 영어를 인문학처럼 공부하는 책을 냈습니다. 저에게는 전혀 기대 밖의 책이어서 더 흥미를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강교수가 역사책을 쓸 때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했듯이, 이 책을 쓸 때도 매일 책을 읽고 ‘독서 노트’를 작성했다가 한껏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의 다양한 자료 수집 능력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이 책은 음식문화부터 시작해서, 동식물, 대중문화와 소비문화, 인간의 정신과 감정, 등 10장으로 구성해서 수많은 영어 단어의 어원과 역사적 배경 등을 언급하면서 인문학적 지식을 제공합니다. 거의 뷔페식 나열입니다. 뷔페식당에 가면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너무 많은 종류의 음식을 제공하다보니 질이 조금은 떨어지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이 책을 뷔페식당 전략으로 자신의 관심 주제를 찾아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뷔페처럼 그 질이 떨어질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를 들어, Nathaniel Hawthorne의 <The Scarlet Letter>에서 주인공 Hester Prynnes은 가슴에 주홍색 A 문자를 달고 다닙니다. 여기의 A는 간음을 뜻하는 ‘adultery’를 의미합니다. 또 adultery는 ‘부부간 신뢰의 위반’을 뜻하는 프랑스 고어 adultere에서 나왔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타락시키다는 뜻의 라틴어 adulterare가 그 어원입니다. 강 교수는 이 단어가 들어가는 몇몇 문장들을 소개합니다. 여기까지는 다른 영어 관련 책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강 교수는 이 주홍글자의 역사적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뉴플리머스 공동체에서 간통한 사람에게 AD(adulteress)라는 글자를 달게 했다는 것과 성경에서 주홍색을 죄악의 색으로 보았다는 것을 제시합니다. 더 나아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지미 카터가 대선후보시절 도색잡지 <플레이보이>와 인터뷰하면서 고백한 내용도 소개하며 그가 왜 이런 도색잡지사와 인터뷰를 했는지도 설명합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1631년판 <킹 제임스 성경>에는 십계명의 7계명, “Thou shalt not commit adultery”에서 ‘not'을 빼먹는 바람에 ’너희는 간음을 해야 한다‘고 해버리는 큰 실수가 벌어져, 급하게 회수 폐기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날에도 11권이 보관용으로 남았다나요. 그래서 그 성경을 <악마의 성경(Wicked Bible)>, <간음하는 성경(Adulterous Bible)>, <죄인의 성경(Sinner's Bible)>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답니다(pp. 178~180). 'adultery'라는 단어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인문학적 지식들을 쏟아낼 수 있다니, 강준만 교수의 끈질긴 공부에 감탄이 나옵니다.


기대이상으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한국사회에서는 어느 분야에서든 영어로 된 글에서 좋은 정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공헌은 현대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인문학 도구로서의 영어를 공부하도록 자극한데 있습니다. 다채로운 인문학적 지식의 뷔페에서 즐겼습니다. 가끔 다시 찾아 즐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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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열림원 | 리뷰 카테고리 2014-12-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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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저
열림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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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의 시를 읽고 있으면 시대의 아픔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 아픔에 동참하거나 치유하지 못하고 그저 관찰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시인의 고뇌도 느낄 수 있습니다. “영등포역 골목에 비 내린다 / 잠시 쉬었다 가라고 옷자락을 붙드는 / 늙은 창녀의 등뒤에도 비가 내린다 / … 오늘밤에는 / 저 백열등 불빛이 다정한 식당 한구석에서 / 나와 함께 가정식 백반을 들지 않겠느냐 / … / 마음에 꽂힌 칼 한 자루보다 / 마음에 꽂힌 꽃 한 송이가 더 아파서 / 잠이 오지 않는다 / 도대체 예수는 어디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는가 / 영등포에는 왜 기차만 떠났다가 / 다시 돌아오는가”(<영등포가 있는 골목>, pp. 192~193).


그는 신앙인으로 기도하는 손과 실천하는 손 사이에서 고뇌합니다. 아마도 시대의 아픔을 해결하는 데 아무런 힘도 없는 시인의 처지를 표현한 듯합니다. “서울에 푸짐하게 첫눈 내린 날 /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은 / 고요히 기도만 하고 있을 수 없어 / 추기경 몰래 명동 성당을 빠져 나와 / …”(<김수환 추기경의 기도하는 손>, pp. 190~191). 하지만 시대의 아픔과 슬픔은 좌절과 절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어떤 희망, 기다림이 담겨 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아니, 그의 시는 슬픔과 절망을 말하지만, 그것들은 끝내 사랑과 희망에 잡아먹힙니다. “… 날마다 사랑의 바닷가를 거닐며 / 절망의 물고기를 잡아먹는 그는 / 이 세상 햇빛이 굳어지기 전에 / 홀로 켠 인간의 등불”(<시인 예수>, pp. 54~55).


그래서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영혼의 치유 내지는 정화를 경험합니다. 시인은 그 유명한 시에서 이렇게 우리를 위로합니다. “울지 마라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 …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 … /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수선화에게>, p. 140).

 

현대시는 하나같이 난해하여 가깝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정호승의 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정돈되어 있고 따뜻하다고 해야 할까요. 때로는 날카롭게 찌르는 표현들이 나오지만 이내 부드럽게 마음을 감쌉니다. 사형 집행장 정문 앞에 있는 미루나무를 보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 미루나무는 말했다 / 사형 집행이 있는 날이면 / 애써 눈물은 감추고 말했다. // 그래 그래 / 네가 바로 내 아들이다 / 그래 그래 / 네가 바로 내 딸이다 // 그렇게 말하고 / 울지 말고 잘 가라고 / 몇 날 며칠 바람에 몸을 맡겼다.”(<서대문 공원>, pp. 160~161). 나는 이 시를 읽으며 정호승의 시가 바로 ‘어머니’ 미루나무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시인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고통하는 현대인들을 향해 ‘울지 말고 잘 가라’고 말하며, ‘몇 날 며칠 바람에 몸을 맡겨’ 흐느낍니다.


정호승의 시는 때로 웃음 짓게 만듭니다. “나는 왜 아침 출근길에 / 구두에 질펀하게 오줌을 싸놓은 / 강아지도 한 마리 용서하지 못하는가 / 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구두를 신는 순간 / 새로 갈아 신은 양말에 축축하게 / 강아지 오줌이 스며들 때 / 나는 왜 강아지를 향해 / 이 개새끼라고 소리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다 똑같은 것이라고 / 산에 개를 데려왔다고 시비를 거는 사내와 / 멱살잡이까지 했던 내가 / 왜 강아지를 향해 구두를 내던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가 / … / 진실로 사랑하기를 원한다면 / 용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 윤동주 시인은 늘 내게 말씀하시는데 / 나는 밥만 많이 먹고 강아지도 용서하지 못하면서 / 어떻게 인생의 순례자가 될 수 있을까 / 강아지는 이미 의자 밑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는다 / 오늘도 강아지가 먼저 나를 용서할까봐 두려워라”(<윤동주 시집이 든 가방을 들고>, pp. 196~197). 집에 강아지를 키우는 나도 경험한 일입니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일에 확실히 강아지가 나보다 낫지 싶습니다. 이런 정호승의 시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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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집 예찬」 김병종, 열림원 | 리뷰 카테고리 2014-12-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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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무 집 예찬

김병종 저/김남식 사진
열림원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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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 화가의 그림묵상집 <오늘밤 나는 당신 안에 머물다>를 읽으면서 김 화백의 열렬한 팬이 되었습니다. 그의 그림보다 그의 깊은 글에 반했습니다. 화가가 글을 이다지도 잘 써도 되는 겁니까? 이 책 <나무집 예찬>에는 그의 그림이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는 한옥을 짓는 과정의 단상과 한옥에서의 삶을 글로 표현했고, 그 공간은 뉴욕타임스 객원기자인 김남식 작가가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저에게는 너무나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1부에서 그는 집터를 얻게 된 경위와 토담집을 허물고 한옥을 짓게 된 과정을 수필형식으로 잔잔히 기록해 놓았습니다. 저도 육십 쯤 되면 이런 집 한 채 짓고 살고 싶기에 매우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김 화백에게 한옥 한 채를 짓는 일은 수많은 인연이 쌓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는 오래전 스승의 고택을 찾아 본 후에 한옥 한 채를 짓고 싶은 열망이 스쳤다고 합니다. “이것이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이다. 숨소리와 말소리가 스며 있는 집, 체온이 어리고 세월이 녹아드는 집, 빗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는 집 … 시간이 고이는 집 …”(p. 63). 시간이 머무는 집! 바로 이것이 내가 소망하는 집입니다. 그는 <함양당에 오면>이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함양당(含陽堂)은 그의 한옥 이름입니다. ‘볕을 품은 집’, 아마 이정도의 뜻일 겁니다. “함양담에 오면 / 시간이 고요히 내려오는 것이 보인다. / 바쁠 것도 없이 하늘하늘, / 해찰하며 내리는 / 흰 눈처럼 / 시간은 그렇게 내려앉는다. / … / 아, 나무 집 한 채가 주는 / 그 정화. 그 위로. / 그 평화 그리고 평안이여. / 내려앉는 시간이여. / 함양당에 오면 아는 듯 모르는 듯 살포시 / 시간은 그렇게 내려앉는다.”(pp. 87~91). 이 시 옆에 함양당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집은 나무집인데 대문은 철대문입니다. 그런데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이런 것을 예술 작품이라고 하는 거겠죠.

 

2부, 3부에서 작가는 자신의 한옥 구석구석 찍은 사진을 보며 그곳에서의 단상을 적어 놓았습니다. 섬돌 위의 고무신을 보고는 “함부로 발걸음 내딛지 말라 이르는 듯”(p. 115)하다고 말합니다. 그곳 함양당에서는 설탕대신 나무 향이 내려앉아서 반 잔의 블랙커피가 맛있다고, 그곳에서 듣는 음악은 나무 위에 소리가 앉았다가 들려오는 까닭에 카라얀, 한영애, 임방울의 음악이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다고 합니다. 정말, 정말 부러웠습니다. 그곳에 가서 창호지에 배어들고 문틈으로 스며든 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처마에 달려있는 풍경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곳에 고인 ‘그늘 반근’을 보고 싶고, 창호지에 번지는 먹물처럼 평화롭게 내려앉는 어둠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저도 이런 집에서 제 2의 인생을 누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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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의 역사」 리쿤우, 북멘토 | 리뷰 카테고리 2014-12-1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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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 가족의 역사

리쿤우 글,그림/김택규 역
북멘토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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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인데 그림 스타일이나 내용이 꽤 묵직합니다. 이 책의 작가 리쿤우는 <중국인 이야기> 3부작으로 프랑스에서 꽤 인지도가 높다는군요. 그는 일본군의 폭격으로 불구가 된 장인어른을 설득해 일본군이 쿤밍을 폭격했을 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내 가족의 역사> 후반부에 일본군의 쿤밍 폭격으로 장인과 그 가족이 얼마나 처참히 죽고 큰 상처를 안고 살게 되었는지를 그림과 글로 보여줍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상흔(傷痕)인데, 원제목을 사용하는 것이 더 강렬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까지 중일전쟁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일제압제 아래 있던 시절, 일본이 제국주의 야망을 가지고 중국을 침략한 일이므로 그것은 우리나라와 별 관계가 없는 전쟁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계기로 청일전쟁과 중일전쟁에 관해 알고 싶어 인터넷과 책들을 찾아보면서 한국과 중국과 일본의 관계, 그리고 전쟁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1894년 메이지유신을 감행한 후 30년이 채 되지 않아 세계의 강대국의 반열에 들어서면서 제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많은 전쟁을 치렀습니다.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사셨던 나의 아버지도 ‘만주사변(滿洲事變)’ 후 만주로 가셨다고 합니다. 일본은 만주를 군사적으로 제패하고 ‘만주국’이라는 식민지를 세웠다죠. 그리고 육년 뒤 중일전쟁을 벌렸습니다. 그들은 이 전쟁도 ‘지나사변(支那事變)’이라 이름하며 자신들의 군사행동을 ‘아시아 혁신 사업’이라고 미화했다고 합니다. 나는 다른 것은 몰라도. 일본군에 의해 저질러진 ‘난징(南京) 대학살’ 사건은 신문과 매스컴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우연히 골동품 가게에서 청일전쟁에 관한 자료를 빌려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골동품 주인의 인도로 그의 선생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중일 전쟁 사진과 자료들을 사진 찍게 됩니다. 그것을 해석하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장인어른의 부상과 이 전쟁역사 자료가 일치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국주의 시대에 일어난 수많은 전쟁으로 한 가족과 개인의 삶은 얼마나 처참히 짓밟혔는지 모릅니다. 작가 리쿤우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역사에 대한 기억은 현실을 향한 응시이자 미래를 향한 전망입니다. 이 만화의 의미는 여기에 있습니다.”(P. 275). 옳습니다. 우리가 전쟁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과 국가의 삶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비참한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전쟁은 침략하는 나라나 침략당하는 나라 국민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인간성을 파괴합니다. 역사적인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길은 과거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나라가 화평하게 사는 비전을 함께 공유해야 합니다. 나처럼 전쟁을 모르는 시대의 사람은 전쟁의 끔찍함을 상기시켜주는 이런 책을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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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와 유대인」 미리엄 레너드, 흐름출판 | 리뷰 카테고리 2014-12-13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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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크라테스와 유대인

미리엄 레너드 저/이정아 역
생각과사람들 | 2014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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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문명은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정반합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상은 발생 기원과 배경이 너무나 달라서 심각한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되어왔고, 그 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도 계속되어 왔습니다. <소크라테스와 유대인>은 이 두 사상을 철학적 시각에서 깊게 분석해 놓았습니다. 저자 미리엄 레너드의 이력이 눈에 들어오네요. 그리스문학 및 수용(Greek Literature and its reception)학과 교수! 현대인들이 그리스 사상을 받아들여 발전시키는 일에 도움을 주는 학과인가 봅니다.

 

기독교 초대 교부인 테르툴리아누스는 “아테네는 예루살렘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라는 말로 ‘그리스적’인 것과 ‘히브리적인’ 것을 분명히 구분하고자 했습니다. 필로가 그리스 철학과 유대교의 전통을 조화시키고자 한 반면, 테르툴리아누스는 둘 사이가 너무나 달라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르툴리아누스 자신이 예루살렘 성전이 파괴되고 아테네의 철학이 정점을 찍은 이후에 오랫동안 로마제국 아래서 기독교인으로 글을 썼다는 점에서, 두 사상의 구분은 애매모호해졌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오늘날 서구문명을 대표하는 기독교는 분명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모두의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독교가 ‘그리스적’인 모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유대적’ 모습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서구문명의 성격이 더 명확히 규명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의 부활 사상은 유대교에서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기독교의 부활 사상과 유사한 것은 그리스 철학에 나오는 ‘영혼불멸 사상’입니다. 이런 사상은 애당초 유대교에는 없는 것입니다. 기독교는 유대교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그리스적’인 듯합니다. 저자는 헤겔의 변증법의 시각에서 소크라테스와 예수, 노아와 데우칼리온(Deucalion, 대 홍수에서 살아남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를 비교하고, 포이어바흐의 <그리스도교의 본질>를 통해 그리스의 자연과 유대인의 욕망을 비교합니다. 또 카를 마르크스와 니체를 통해, 각각 프로메테우스와 모세 오경, 디오니소스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비교합니다. 저자는 이런 비교를 통해 유럽 지식인들에게 미친 기독교의 끈질긴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계몽주의 시대에 정식화된 그리스인과 유대인의 대립구도가 후기 계몽주의 철학에도 중요한 관심사로 남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자크 데리다의 질문, ‘우리가 유대인인가, 그리스인인가’는 서구인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데 무척이나 중요한 질문입니다. 그렇다면, 동양인인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이 충돌과 통합의 과정에서 생겨난 서구사상과 지금 새롭게 탐구되는 동양의 사상들(유교, 불교, 도교 등)은 우리 문화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가? 오늘날 동양인으로 산다는 것은 유대인, 그리스인과는 전혀 별개의 존재로 사는 것일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가 서구문명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많은 철학자를 탐구하듯,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서양철학은 물론이고 동양철학까지 좀 더 열정적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동서양의 수많은 사상들이 유입된 이 땅에 사는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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