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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꿈결, 2015) | 리뷰 카테고리 2015-08-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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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통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권희정,김근배,박민수,박종평,박찬국,안광복,이병진 공저
꿈결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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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부터 숭실대학교에서 서울시 교육청의 후원을 받아 청소년들을 위한 고전 강연을 열었다. 인문학을 등한시하는 사회적 풍토에서 매우 값진 콘서트였다. 그리고 꿈결 출판사에서 그 강연들을 지금까지 세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질문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그리고 <소통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이 세 권 모두를 읽었다. 첫 번째 고전 콘서트부터 플라톤의 <국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사르트르의 <구토> 등, 결코 녹녹치 않은 고전들을 다루었다. 두 번째 고전 콘서트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셰익스피어의 <햄릿>,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등을 다루었다. 그리고 세 번째 콘서트는 <난중일기>, <젊은 베르터의 고뇌>, <월든>, <도련님>, <소크라테스의 변명>, <도덕감정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대한 것이었다.

 

이번 세 번째 <고전 콘서트>에서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해설한 박찬국 교수의 강연이 나에게 가장 흥미롭고 유익했다. 먼저 박 교수는 니체의 생애를 간략히 요약해 소개한 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표현한 것은 그 당시 사람들이 더 이상 기독교의 인격신을 믿지 않게 되었고 신은 사람들에게 더 이상 의미도 영향력도 갖지 못한 상황을 가리키는 것임을 지적한다. 니체가 어떻게 쇼펜하우어의 영향을 받았는지, 그리고 염세주의를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말한다. 박 교수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니체의 상징과 기독교의 상징을 비교한다. 니체가 독수리와 뱀으로 상징하고 싶었던 것은 ‘긍지’와 ‘지혜’이며, 기독교의 미덕인 ‘겸손’과 ‘신앙’은 비둘기와 양으로 상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이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 사자의 정신에서 궁극적으로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해 간다고 생각한 니체의 사상을 아주 쉽고 친절하게 풀어준다. 박 교수는 영원회귀 사상과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애)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명쾌하게 설명한다. 니체에 따르면, 인간 타락의 끝은 인간들이 소시민적 안락만을 탐하는 단계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신을 극복해야 할 존재로서 살아야 한다. 아무리 인생이 고통과 고난의 수레바퀴(영원회귀 사상)라 할지라도, 생명력이 충만하여 ’올 테면 얼마든지 와 보라‘라고 외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자세야말로 ’아모르 파티‘ 즉 자신의 운명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해설한 책을 이전에도 한 두 권 읽었는데, 이제 원전에 직접 도전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지금까지 세 권의 <고전 콘서트>를 읽으면서, 세 권 모두에서 어려운 고전들을 청소년의 눈높이로 소개하고 해설하려는 강연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강연집은 각 고전과 그 책의 저자에 관한 소개와 강연자의 프로필을 간략히 실어놓고 그 뒤에 강연의 내용을 구어체 그대로 옮겨 놓았다. 게다가 강연 마지막에 학생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강연자의 대답까지 고스란히 실어놓았다. 이렇게 잘 구성된 강연집을 읽으면 굳이 강연에 직접 다녀오지 않아도 될 듯싶다. 앞으로 <고전 콘서트>가 계속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고전들을 통해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소시민적인 안락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며 생명력으로 충만한 삶을 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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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셀프 포트레이트」 (윌북, 2015) | 리뷰 카테고리 2015-08-2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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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비안 마이어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사진/박여진 역
윌북(willbook)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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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윌북에서 출간한 「Vivian Maier, 나는 카메라다」를 통해 비비안 마이어와 그녀의 사진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사진 중 거울, 반사경, 상점 유리창 앞에서 반사된 빛 때문에 얼굴이 선명하지 않은 셀프 포트레이트(self-portrait)들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었다. 50년 동안 15만 장의 사진을 찍었으면서도 거의 인화하지 않은 신비한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그녀의 삶과 마음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일 것이다. 윌북에서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만을 묶어 앨범 느낌의 책을 내 놓았다. 그녀의 사진을 좋아하게 된 나에게는 너무나 소장하고 싶은 책이었다.


그녀가 정사각형 프레임으로 구도를 잡을 수 있는 롤라이플렉스를 언제나 들고 다녔음을 셀프 포트레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사하는 사람의 손에 들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p. 71)에는 유머와 호기심이 담겨있다. 마이어는 평소에 좀처럼 웃지 않았다는데, 사진으로 웃음을 표현한 것일까? 수많은 그림자 자화상(pp. 6, 34, 37~44, 60. 62~65, 84~85, 88~95, 105, 115)은 그녀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셀프 포트레이트는 작가가 자신과 자기 주변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대변한다는데, 그녀는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빛과 그림자로 생각한 것일까? 존재하지 않은 듯 존재하는 그 무엇! 그녀는 우울하고 냉담하며 동시에 직설적이고 성마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마이어는 좀처럼 다른 사람과 사진을 찍지 않았다. 가끔 사진 속에 아이들이 등장할 뿐이다. 이렇게 독립적인 사람이 찍은 자화상은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다.


마이어의 사진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에 대한 애착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로 전문사진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무엇인가를 주장하고, 자신을 알아달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마이어는 그저 세상과 자신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며 사진을 찍은 것 같다. 그녀에게 사진 찍는 일은 인생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며, 세상과 공감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녀의 사진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특별해져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홀로 찍은 사진에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 깃들어 있다. 이 책 맨 마지막 사진(p. 118)을 자화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편집자 존 말루프가 이 사진을 마이어의 셀프 포트레이트로 분류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그녀의 그림자조차 없지만 세상과 자신을 빛과 그림자로 묘사한 마이어라는 무명의 사진작가를 독자에게 충분히 각인시켜주는 사진인 것이다.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 듯 존재했다. 그리고 지금은 그녀의 셀프 포트레이트로 존재 한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나는 비비안 마이어다. 나는 카메라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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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인터뷰 「생각의 모험」 (인물과사상사, 2015) | 리뷰 카테고리 2015-08-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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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생각의 모험

신기주 편저
인물과사상사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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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저널리스트로 취재현장을 누벼온 신기주 기자가 인생, 정치, 경제, 예술, 등 인문학 분야의 영역에서 꽤 유명한 사람들 16명을 인터뷰해서 책으로 엮어냈다. 무엇보다 책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생각의 모험>! 신기주는 인생의 모서리에서 만나게 되는 질문들을 각 분야의 명사들에게 던진다. 인터뷰에서 던져지는 질문들은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했을 의문들을 묻고 또 묻는 과정에서 진실과 진리와 지혜를 얻고자 한다. 특히 여러 주제에 관해 사뭇 다른 이야기를 나누는 인터뷰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의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생각의 모험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재야 인문학자 강신주는 자신이 사람들과 상담하는 일을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당장은 변하지 않는 것 같아도 결정적인 순간이 사람의 마음에 매설된 지뢰의 뇌관을 건드리면 폭발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람들의 고통과 문제에 성실히 직면한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철학적 사유는 “한 사람이 제대로 사랑하고 향유하고 살아가는”(p. 36) 것에 깊이를 계속 더해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나는 철학적 사유에 관한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파킨슨병으로 고통당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 글을 쓰는 정신과 의사 김혜남의 인터뷰 내용이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준다. 그녀는 “세상에 문제없는 사람은 없어요. 죽은 사람만 문제가 없죠. 사람이 산다는 것은 욕망과 욕망이 부딪치는 과정이거든요.”(p. 47)라고 말하면서, 우리 인생이 수많은 문제들로 가득 차 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사회가 ‘신드롬(증후군)’이라는 병을 끊임없이 만들어 모두를 환자로 취급하고 그들에게 소위 ‘힐링 상품’을 판다고, 그래서 삶의 문제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게 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한다. 또 본래 정상이란 양극단의 5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인데, 한국 사회가 10퍼센트를 정상이고 나머지를 비정상으로 만들었다고 일침을 가한다. 왜 꼭 1등을 해야 하는가? 왜 빵을 만들어도 세계서 제일 맛있는 빵을 만들어야 하는가? 자기가 만들 수 있는 빵을 만들고, 내일 빵을 오늘 빵보다 더 맛있게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어주면 된다고 말하는 그녀의 당찬 주장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 상당히 재미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각 분야의 명사들, 기자, 경제학자, 시사토론 진행자, 범죄 프로파일러, 사회학자,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사진작가, 건축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꽤나 깊이 있는 인문학적 내용들을 친근하게 들려준다. 16명의 인터뷰이들의 사진들도 강렬하고 인상적이고, 그들의 Profile도 인터뷰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명사들의 옆자리에 앉아 그들의 근황을 듣고 그들과 즐겁게 인문학적 수다(?)를 떠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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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2」 (나무의 철학, 2015) | 리뷰 카테고리 2015-08-2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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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100명 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2

김남미 저
나무의철학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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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한글을 제대로 쓰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한글의 과학성과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은 우리말과 글을 품격 있게 쓰고자 하는 열망이 크다. 서강대학교 글쓰기 센터에서 우리말 문법과 글쓰기를 가르치는 김남미 교수가 한글 맞춤법에 관한 또 한권의 책을 내놓았다. 이전에 <100명 중 98명이 헷갈리는 우리말 우리문장>을 읽고 많은 유익과 재미를 얻었기에 이 책도 선뜻 집어 들었다.


1장에서는 구체적인 예들을 통해 맞춤법의 기본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먼저 맞춤법의 총칙 1항을 소개한다. “표준어를 소리 나는 대로 쓰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p. 16). 소리 나는 대로 쓰지만 어법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의미파악이 쉽도록 같은 의미의 말은 같은 모양으로 적는다는 뜻이다. 이 대원칙 아래 음절의 끝소리 현상, 연음법칙, 두음법칙, 된소리 현상, 자음군 단순화, 동화, 유음화, 활음화 등을 다양한 예를 들어 확실하게 설명한다. 이 책은 강의하는 말투를 그대로 옮겨놓아서 마치 한 학기 동안 한글 맞춤법 강의를 들은 듯하다. 깨알 같은 재미도 있다. 우리말 음절의 끝에서 소리 나는 일곱 개 자음(ㄱ, ㄴ, ㄷ, ㄹ, ㅁ, ㅂ, ㅇ)을 ‘그녀 다리만 보오’로 외우는 사람이 있는데, 발음해보면 확인할 수 있으니 외울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위의 문장을 한번 접하니 저절로 외워진다.


“2장. 헷갈리는 한글 맞춤법”에서, ‘숫양, 숫쥐, 숫염소’를 예외로 하고 ‘수’는 받침에 ‘ㅅ’을 적지 않는 것이 원칙으로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한글이 창제될 당시 ‘수ㅎ’이 나타나는 단어가 80개나 된단다. 그래서 그 흔적으로 ‘수캉아지, 수탕나귀, 수평아리’로 읽고 써야 한다. ‘뵈요’가 아니라 ‘봬요’가 옳은 이유와 ‘떠날려고’가 아니라 ‘떠나려고’로 써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는 저절로 무릎이 쳐졌다. “3장. 의미에 따라 달라지는 우리말”은 내가 많이 사용하는 것들이기에 이해하기 쉬웠다. “4장. 단어가 결정하는 띄어쓰기”에서 자신이 자주 틀리는 띄어쓰기의 오류를 유형으로 묶어 생각하라는 충고는 참으로 유용했다. 왜냐하면 유형별로 묶어 생각할 때, 한글의 근본원칙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과 ’한번‘의 차이, ’큰일‘과 ’큰 일‘의 차이, ’쓸 데 없는‘과 ’쓸데없는‘의 차이, ’알은척‘과 ’아는 척‘의 차이를 확실히 배웠다. 5장에서는 우리가 많이 사용해서 표준어로 추가된 것들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너무 좋다‘, ’짜장면‘, ’먹거리‘, ’내음‘, 등이다. 마지막 6장에서는 문자 메시지나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황당하고 재미있는 맞춤법 파괴 사례를 제시한다.


이 책은 맞춤법에 따라 글을 쓰도록 돕는 것을 넘어 한글의 기본원리들을 생각하게 한다. 저자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이 사고하는 일(Writing is Thinking)’이며, ‘글쓰기는 다시 쓰기(Writing is Rewriting)’라는 신념을 가지고 집필했기에, 독자들을 우리글에 대해 깊이 생각하도록 이끈다. 우리글을 정확하고 품격 있게 쓰려고 할 때 우리 일과 삶도 올곧게 세워지리라. 우리글쓰기의 기본원리를 생각하게 하는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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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을유문화사, 2015) | 리뷰 카테고리 2015-08-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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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

권오길 저
을유문화사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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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권오길 선생은 우리 주변의 생명들이 펼치는 삶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분이다. <권오길이 찾은 발칙한 생물들>에서 ‘원숭이도 읽을 수 있는 쉬운 글’을 쓰고자 했던 저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생물들의 이야기를 자세하면서도 구수하게 들려준다.

 

예를 들어, 갈치에 대해 “대짜배기는 체장이 2미터까지 나가며 무게가 5킬로그램에 달한 것이 최고 기록이라 하고, 15년을 산 것도 흔하지 않게 본다고 한다 … 눈은 또렷한 것이 매우 큰 편 … 아가미 뚜껑이 발달하였고, 콧구멍은 1쌍”(p. 75)이라고 설명할 때는 마치 이웃집 할아버지가 바닷가 어시장에 누워있는 갈치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거기다가 관련 속담까지 언급한다. “갈치가 갈치 꼬리 문다” “갈치 배” “갈치 잠” “값싼 갈치자반” 등등.

 

문어를 소개할 때는 “다리도 제멋대로, 머리도 제멋대로”라고 하면서 대기업의 문어발 경영도 꼬집는다. 그리고 우리가 보통 ‘문어 머리’라고 하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먹통 등의 내장이 든 ‘몸통’이라고 알려준다. 아무튼 ‘문어 머리에 먹물이 들었으니 글도 잘할 것이라’하여 ‘문어(文魚)’란 이름이 붙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이런 식이다. 이 책은 분명 예쁜 우리말에 학명까지 꼼꼼히 챙겨 실어 놓고 곱게 그린 세밀화까지 곁들인 친절한 생물책이다. 하지만 고등학교 시절 시험을 보기 위해 억지로 암기했던 생물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각 챕터(chapter)의 제목부터가 관심을 유발한다. ‘작고 별나지만 지혜로운 미물들’이란 제목 아래 책벌레, 쌀바구미, 사마귀, 메뚜기, 진드기, 흰개미의 삶을 이야기한다. ‘바다를 벗 삼은 생존의 달인들’에서는 갈치, 문어, 넙치, 해파리, 청어, 복어, 양미리의 생존 기술을, ‘말없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괴짜들’에서는 여러 식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인용한 것처럼 “가까이 보면 예쁘고, 오래 자주 보면 사랑스럽다”는 말처럼 이 책을 읽어가면서 너무나 작아 ‘미물’이라 칭하는 생물체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안에 있는 동식물에 대한 호기심이 마구마구 발동했다. 소파에 비스듬이 누워 이 책 이곳저곳 눈길 닿는 곳에 머무른다. 작은 벌레부터 바다에 사는 생물들, 인간을 비롯해 걸어 다니는 육지 생물들, 괴짜(?) 식물들의 이야기에 푹 빠져 유난히도 더웠던 올해 여름을 시원하게 보냈다. 기회가 되는대로 <권오길의 괴짜 생물 이야기>도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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