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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책읽는 섬, 2017) | 리뷰 카테고리 2017-01-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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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법정 저/현장 편
책읽는섬 | 2017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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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스님, 기독교인인 나는 그를 스님으로가 아니라 작가로 사랑했다. 30여 년 전 그가 쓴 수필집 <서 있는 사람들>을 읽고 그에게 매료되었다. 시대적 아픔과 부조리를 압축된 언어로 풀어내며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 들려주는 책이었다. 그후 그의 수필들을 읽으면서 깨끗함과 향기로움을 맛보았다. 종교를 초월해서 법정 스님에게 매료된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그 중 법정 스님이 ‘구름 수녀’라고 부른 이해인 수녀가 있다. 나는 이해인 수녀의 시집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수녀님의 글에서도 맑음과 향기로움을 맡을 수 있었다. 불교계에서는 현장 스님이 있다. 그는 한 때 <맑고 향기롭게>의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누구보다 법정 스님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능하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삶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나온 책이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인 것이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강론, 종교교류에 힘쓴 활동과 생각, 그가 애송한 시, 그가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묶어놓았다.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사진들과 법정의 ‘붓장난’이 어쩜 이렇게 다정하게 다가올까. 마치 법정 스님을 보는 듯하다.

 

현장 스님은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을 녹음한 CD를 어렵사리 구해 이 책 앞부분에 수록해 놓았다. 나는 법정 스님이 천주교인들에게 종교를 초월해 들려준 내용이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대량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는 천박한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곡을 찌르는 말씀을 했다. 풍요로움 속에서 무엇이든지 쉽게 버리는 습관 속에 인간의 고귀한 덕성까지 버렸다고 일갈한다. 가난하지 않고는 진리에 대한 각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법정 스님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주어진 가난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맑은 가난은 삶의 미덕이란다. 그러면 어떻게 청빈의 덕을 쌓을까? 법정 스님은 따뜻한 가슴과 만족할 줄 아는 마음, 간소한 삶의 방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순례자와 나그네처럼 인생길을 걸으라는 그의 가르침을 마음 깊이 담아본다.

 

법정 스님이 애송한 짧은 시(“입 안에 말이 적고 / 마음에 일이 적고 / 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 / 이 세 가지 적은 것이 있으면 신선도 될 수 있다”)처럼, 나도 입에 많은 말, 마음에 많은 일을 접고 욕심도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의 길을 ‘무소의 뿔처럼’ 가려 한다. “맑고 향기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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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구, 김장경 「70일간의 마음공부」 (싱긋, 2016) | 리뷰 카테고리 2017-01-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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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70일간의 마음공부

송석구,김장경 공저
싱긋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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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종교는 탐욕을 버리고 낮아진 마음과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만드는 반면, 거짓 종교는 신의 능력을 빌려 자신의 욕망을 채우라고 부추긴다. 잘못된 마음으로 기도하면 기도할수록, 종교적 수행을 하면 할수록, 더욱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존재가 되고 인생은 더욱 피곤해질 뿐이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불교의 ‘마음공부’에도 관심이 많다. <70일간의 마음공부>라는 책의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정신없이 살다보니 마음 줄을 놓칠 때가 많다. 어느새 TV 앞에 멍하니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래서는 안 되지 싶다. 그리고 책을 펼친다. 마음공부에는 독서가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백유경>이라는 불교 경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백유경>이란 ‘백가지 비유를 담은 경전’이란 뜻인데, 실제로는 98가지 비유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비유 이야기를 통해 부처님의 말씀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70일간의 마음공부>는 <백유경>에서 현대인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70가지 이야기를 뽑아 네 가지 풍경으로 나누고 해설까지 덧붙였다. 첫째 풍경은 욕망과 허상, 둘째 풍경은 지혜의 선물, 셋째 풍경은 번뇌의 거울, 넷째 풍경은 깨달음과 수행에 관한 비유다.

 

첫 번째 이야기 ‘꿀맛에 취한 사람’를 접하고는 깜짝 놀랐다. 교회에서 목사님이 설교 중 예화로 하신 말씀인데, 이것이 불교경전의 일부였던 것이다. 본래 제목은 ‘안수정등(岸樹井藤), 즉 ’낭떠러지 언덕의 나무와 우물가의 등나무‘다. 인생은 욕망과 분노, 어리석음으로 고통 받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감각적 쾌락을 좇아 산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리석은 삶인가! 그렇다면 참 자유는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불교에 따르면 마음공부와 수행을 통해서다. 기독교는 주님을 믿고 말씀대로 사는 것을 통해서다.

 

‘부자의 닭고기’(pp. 31~34)이야기는 인간들이 얼마나 욕심 사납게 사는지를 보여주며, 그 결과 세상은 아귀지옥과 다를 바가 없이 되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아귀지옥에는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는데 모두가 눈이 퀭하고 깡마른 몸에 허기가 들었다. 이유는 1미터나 되는 기다란 수저로 자기 입에 음식을 넣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도 목사님의 설교에서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욕심을 버리고 서로를 챙기고 섬기면 천국과 같은 행복이 찾아오지만 제 욕심만 부리면 지옥과 같은 불행만이 있다는 가르침에는 불교나 기독교나 동일하다.

 

불교 용어 ‘방일(放逸)’은 오염된 성품을 씻어서 청정한 성품으로 만드는 일에 게으른 마음을 일컫는다(p. 190). 소젖을 날마다 짜지 않고 잔칫날 한꺼번에 짜려고 했던 어리석은 사람 이야기를 통해 청정한 마음을 얻기 위해 매일 정진해야 함을 가르친다. 그렇다. 성경에도 같은 권면이 나온다. 잠언 4장 23절에 따르면,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네 마음을 지켜야 한다. 왜냐하면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나기 때문이다. 불교경전이든 기독교성경을 통해서든 진지하게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탐욕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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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주 「이덕무를 읽다」 (다산초당, 2016) | 리뷰 카테고리 2017-01-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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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덕무를 읽다

한정주 저
다산초당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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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명문장가, 간서치(看書癡) 이덕무(李德懋)의 명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지만, 그의 글들을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다. 고전연구가 한정주가 이덕무의 글에 매료되어 그의 삶과 철학, 문학을 온전히 되살려냈다. 한정주는 이덕무의 저술 총서인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를 재구성해서 현재적 관점에서 읽어내려 노력했다. 인문학에 열광하는 나 같은 자에게 이런 책은 꼭 읽어봐야 하는 것이다. 사실 나는 서양 역사와 철학, 신화와 신학, 문학과 예술에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어냈지만, 우리나라 인문학 책들은 소홀히 했다. 서양이 엄청난 기술의 발전을 토대로 세계를 제패하고 있을 때, 조선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움츠리고 있었다.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이순신의 거북선, 외에는 크게 자랑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의 인문학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내가 우리나라 조선시대의 인문학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무지했는지, 이 책을 통해 통감했다.

 

한정주는 머리말에서 조선의 18세기를 ‘위대한 백년’, ‘조선 인문학의 르네상스’였다고 말한다. “성리학 질서가 절대적으로 지배하던 시대에 온갖 분야의 지식을 학문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혁신을”(p. 6) 이룬 사람들로 성호학파(星湖學派)와 북학파(北學派)를 언급한다. 그리고 이덕무가 북학파 또는 백탑파(白塔派)의 핵심 인물 중 하나였다고 소개한다. 한정주는 이덕무의 독서관과 그 지식탐구의 열정, 새로운 세계에 개방적인 태도, 사소하고 일상적인 것에 대한 비범한 관심, 그의 개성과 자의식, 이 모든 것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에 푹 빠졌다. 나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이덕무의 글뿐 아니라 그의 인간됨에 대해 깊이 매료되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독서가, 문장과 비평가로서 이덕무의 모습을 볼 수 있고, 2부에서는 민속학자, 박물학자, 사상가로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특히 1부에서 많은 감탄을 하며 밑줄을 긋고 모르는 내용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다시 찾아보고 확인하는 작업을 했다. 이덕무는 자신의 시문을 모아 ‘영처고’(嬰處稿)라고 이름을 붙였다. 여기에는 이덕무의 삶과 글쓰기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처녀의 순수함, 가식이나 인위가 아닌 진실함으로 글을 쓰고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그리고 이덕무의 삶, 그의 됨됨이와 학문이 어떠한지 느낄 수 있었다. 이덕무와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그리고 초정(楚亭) 박제가(朴齊家)의 관계도 알게 되었다. 1부 마지막까지 감탄하며 읽어 내려갔다. 만일 내가 덥석 <청장관전서>부터 잡았다면 얼마 읽지 않아 손을 놓았을 것이다. 한정주가 쓴 <이덕무를 읽다> 덕에 이덕무와 친해졌다. 이제 나는 이덕무를 알고 싶은 사람은 반드시 먼저 한정주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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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제임스 「정서적으로 건강해지는 법」 (프런티어, 2016) | 리뷰 카테고리 2017-01-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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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학교 정서적으로 건강해지는 법

올리버 제임스 저/김정희 역
프런티어 | 2016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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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으로 건강하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건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느끼며 누리는 것이 아닐까? 오스카 와일드는 “살아있는 사람은 드물다. 대다수는 그저 존재할 뿐이다”라고 갈파했다. 이 책에 따르면, 정서 건강은 유전자와 관련이 없다. 반면 살아온 삶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아기 때 사랑과 보살핌을 받았는지, 어릴 때 누군가의 도움과 지지를 받아 시련을 극복했는지, 성년기에 극적인 경험으로 삶 자체를 선물로 여기게 되는 경험이 있는지, 마음 깊은 곳에서 영적 경험이 있는지가 정서 건강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 올리버 제임스는 정서 건강을 위해 다섯 가지 요소를 다룬다. 첫째는 마음 챙김(Insightfulness)이다. 사람은 어렸을 때 형성된 사고방식과 감정패턴을 따른다. 따라서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현재 속에서 과거를 정복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다. 둘째는 현실에 충실한 삶(Living in the Present)이다. 취미생활이든 어떤 일의 프로젝트든 시간과 관심을 쏟아야 하는 활동은 정서를 건강한 방향으로 이끄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는 쌍방향 관계(Fluid, Two-Way Relationships)다.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거나 반대로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아야 한다. 상대방을 변화시킬 수는 없어도 자기 자신은 바꿀 수 있다. 넷째는 일의 진정성(Authenticity in our Careers)이다. 자기의 일에 만족할 줄 알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대개 평범하게 사는 자들이 크게 성공한 사람보다 정서적으로 훨씬 건강하다. 저자는 스칸디나비아 반도 나라들의 문화적 관습을 소개한다. 그것은 ‘얀테의 법칙(Law of Jante)’으로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는 것이다. 다섯째는 육아 활동에서의 놀이성과 쾌활함(Playfulness and Vivacity in Parenting)이다. 자녀들을 양육할 때 놀이와 쾌활함을 심어주면 그들은 정서적으로 건강해서 활기와 기쁨의 관점에서 삶을 바라보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정서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 돌아보았다. 그리고 정서 건강을 위해 힘쓰는 일이 삶을 의미 있게 만든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렇다. 성공의 목표를 너무 높게 세우지 말아야 한다. 행복을 삶의 목표로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도 많이 겪고 인간관계에 힘들어 할 수도 있다. 그런 것들이 문제가 아니라 나의 정서 상태가 문제인 것이다. 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면 잘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몇 배 힘들 과정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정서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이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내가 걸어온 정서 나무 위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아야겠다. 저자도 영적 훈련, 건강한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수면이 정서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한다. 어째든 정서건강은 모든 개인이 풀어야 할 숙제임이 분명하다. 이 책에서 추천하고 있는 도서 중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이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에리히 프롬의 <소유나 존재냐>와 <건전한 사회>를 찜해 놓는다.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시리즈의 책들을 여러권 읽었다. 삶의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고마운 책들이다. 이 책도 정서적으로 건강해지는 실제적인 방법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아주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책 말미에 있는 ‘찾아보기’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단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를 원하는 자들은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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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 (샘솟는 기쁨, 2016) | 리뷰 카테고리 2017-01-1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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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사용설명서

이영진 저
샘솟는기쁨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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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란 무엇인가? 나는 교회에서 동물은 육체만 있고 영혼은 없는 반면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특별한 존재(이분설)라고 배웠다. 청년시절에는 인간을 육과 영과 혼으로 나눌 수 있다는 주장(삼분설)도 접했다. 도대체 영과 혼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가? ‘혼’은 인간으로서 독특한 활동을 하는 정신적 영역이며, ‘영’은 신(神)과 만나는 특별한 존재영역인가? 성서는 이분설과 삼분설, 그 어떠한 주장도 명쾌하게 지지하지 않는다. 항상 궁금했던 차에 이영진 교수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영혼에 관하여)>를 부분 발췌하여 해석하고 설명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를 알게 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제자로서 스승의 이원론을 겨냥해 이 책을 썼단다. 관념론의 창시자 플라톤은 비물질적이고 절대적인 참 실재로서의 ‘이데아’와 물질적이고 상대적인 이데아의 그림자인 ‘모상’을 나누었다. 그런데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원론에 해체당한 영혼의 진정한 형상을 복원하려고 했다. 그는 영혼(프쉬케)을 일종의 기능으로 이해하였다. 영혼이 있기에 운동능력, 욕구 능력, 사고능력, 상상능력, 윤리능력 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혼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성서는 ‘살아있는 영혼’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네페쉬 하야’를 인간뿐 아니라 동물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인간에게만 있는 영혼의 기능은 아마도 윤리능력일 것이다.

 

이영진 교수는 <데 아니마>에서 영혼의 다양한 기능적 능력을 하나씩 발췌하여 설명한 뒤 이원론, 유물론, 유심론, 일체론, 심리론, 뇌이론 등 다양한 심신 이론들을 소개한다. 자연과학적 사고에 젖어있는 현대인은 너무 쉽게 이런 세계관들을 전제로 모든 사물을 바라본다. 이런 이론들은 플라톤의 이원론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들이다. 이것들은 ‘정신은 육체와 분리된 것인가 합한 것인가’라는 틀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능적 영혼 이론은 ‘정신은 육체의 결과인가 아니면 육체가 정신의 결과인가’라는 인과의 틀로 돌려놓았다. 그래서 이영진 교수는 마태복음22장 37절을 “네 심장을 다하고 영혼을 다하고 마음을 다하여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고 사역(私譯)한다. 그리고 “심장, 영혼, 마음, 힘을 사랑으로 향하는데 있어 그 장소로 결코 특정 지을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영+혼+육’ 혹은 ‘영혼+육’ 혹은 ‘영+혼육’을 잘라서 규정할 수 없었던 이유다”(p. 213)라고 단언한다.

 

내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데 아니마>를 통해 새롭게 배운 통찰은 무엇인가? 지금까지 너무 플라톤의 이원론에 함몰되어 사고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그래서 식물이나 동물을 영혼이 없는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함부로 대한 것은 아닐까? 또한 기독교의 구원에 관련해서 육신과 관련된 것들을 너무 무시한 것은 아닐까? 인간에게서 육체와 영혼은 과연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육체가 없는 영혼은 귀신이며 영혼이 없는 육체는 시체에 불과한 것으로, 그 어느 것도 결코 인간이 아니다. “플라톤이 제시하는 길은 고달프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길은 행복하다”(p. 223)는 이영진 교수의 평가에 동의한다. 몸과 영혼은 하나다. 이원론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게 여길 것이다. 이 멋진 책은 영혼에 관해 깊은 사유(思惟)를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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