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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한밤의 미술관」 (혜다, 2018) | 리뷰 카테고리 2018-08-1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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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밤의 미술관

이소라 저
혜다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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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지속된 폭염과 열대야로 심신이 지쳤다. 휴가기간에는 숙소에서 느긋하게 한 두 권의 책을 뒤적였는데, 올해는 가져간 책 표지도 열지 못했다. 그 중에 한 권이 <한밤의 미술관>이었다. 휴가에서 돌아와 열대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에도 집 거실에 에어콘을 켜 놓고 책상을 내놓았다. 덕분에 늦은 밤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한밤의 미술관>과 함께 미술관의 뜨락을 거닐 수 있었다. 적지 않은 화가들의 삶을 엿보았고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세계의 여러 미술관들도 소개 받은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 책,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든다. 우선 저자의 글 솜씨가 뛰어나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화가의 삶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어찌나 담백하면서도 흥미롭게 들려주는지 그만 화가의 감정에 푹 빠져버린다. 작가는 첫 번째로 브와디스와프 포드코빈스키와 그의 작품 <광분>을 소개한다. 3미터가 넘는 대작인 이 작품은 대중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지만 화가가 기대한 값에는 팔수가 없었다. 화가는 갤러리로 가서 칼로 자신의 그림을 찢어버렸다. 공교롭게도 칼로 찢긴 부분은 말 위에 올라탄 여자였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전시가 끝나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화가는 폐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또 한 명의 화가 이야기가 아련하게 다가왔다. 존 윌리엄 고드워드! 신고전주의에 매료된 그는 당시 유행하는 미술사조에 눈을 돌리지 않고 신고전주의 화풍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고전주의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에서조차도 그의 그림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그의 유서에는 “세상은 나의 그림과 피카소의 그림을 모두 받아들일 만큼 크지 않다.”고 쓰여 있었단다. 이소라는 이렇게 덧붙인다. “고드워드가 캔버스 위에 그려낸 아름다움은 마치 고난의 시절 한가운데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달콤한 시어(詩語)같다.”

 

이외에도 소개된 화가와 그들의 작품은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하게 한다. 비비안 마이어나 에곤 실레, 이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모델에서 화가로 인생을 바꾼 빌리동, 그녀는 아들의 친구와 연인관계로 살았다. 그녀는 그림뿐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금기와 경계를 넘나들었던 것이다. 이런 그녀의 삶과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 우울감과 불안 속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던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작품은 오히려 강렬한 생명력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소개하는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자극을 주는 좋은 기획이다. 미술애호가들은 책이나 사진에서 볼 때와 실제 미술관에서 볼 때 작품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다른지 알기에 소개받은 그림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 이 책이 그런 마음에 불을 지핀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화가와 작품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무더운 여름밤 때로는 마음의 위로를 얻고 삶의 의지를 다잡아 본다. 이 책 덕분에 살인적인 폭염의 2018년 여름밤을 미술관의 뜨락에서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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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 「학문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 대학 중용」 (일상이상, 2018) | 리뷰 카테고리 2018-08-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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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학문의 시작과 끝을 여닫는 대학·중용

주희 저/최상용 역
일상과이상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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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최상용이 옮긴 <도덕경>을 재미있게 읽었다. 출판사 ‘일상과 이상’에서 기획한 ‘옛글의 향기’ 시리즈였다. 이런 경험 때문에 그의 또 다른 번역서 <대학, 중용>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주희(朱熹)의 주석이 달린 대학, 중용을 담백하게 번역했다는 것이다. 자질구레한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원전을 그대로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리고 각권 마지막에 한자어원풀이를 해 놓았다. 또 다른 장점은 가독성이다. 굵은 글씨체로 공자의 <대학>과 <중용>를 번역하고 아래에 원문을 실었다. 그리고 다시 주희의 주석을 충실하게 번역해 놓고 아래에 주석 원문을 실었다. 또 각 권 끝에는 ‘한자어원풀이’도 실었는데 참으로 유용하다. 나에게 가장 큰 유익을 준 것은 주희가 달아놓은 ‘대학장구서’(大學章句序)와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다. 이 서론들을 통해 대학과 중용의 역사적 위치와 그 의의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주희의 서론에 따르면, <대학>은 옛날 태학(太學)에서 사람들을 가르치던 법이었다. 하은주 3대가 융성할 때 수많은 학교가 세워졌고 태학에서는 이치를 궁구하게 하고, 마음과 몸을 닦고, 사람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쳤다. 주나라가 쇠퇴하면서 가르침은 많이 침체되었다. 공자(孔子)는 홀로 선왕(先王)의 법을 후세에 전했고, 이 가르침은 증자(曾子)와 맹자(孟子)로 이어졌지만, 아는 이가 적었다. 그래서 백성들은 도교의 허무주의와 불교의 적멸사상, 그리고 제자백가의 가르침에 현혹되었다. 후에 송나라가 융성해지면서 하남정씨 두 형제(명도와 이천)이 맹자의 전통을 이었다. 주자는 성현들의 가르침을 백성들에게 교화하기 위해 이 책을 주석 보충해서 내 놓았다. <대학> 내용은 3강령 - 명덕(明德), 신민(新民), 지선(至善) - 과 8조목 -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주희의 서론에 따르면, <중용>은 요임금이 순임금에게,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전수한 것이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 때 사람들이 성인의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져서 자사는 <중용>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것이 맹 씨에게 전해졌고, 후에 주희가 연구하여 여러 사람의 해설을 모아 장구(章句은) 한 편을 책정하였다. 중용의 중(中)은 치우치지 않고 기울지 않으며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함이 없다는 뜻이고, 용(庸)은 평범하고 떳떳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중용>은 인간의 삶은 어떤 우주의 원리에 근거해서 살아가는지를 묻는다. 매우 인식론적인 내용이다. 특히 20-19 ‘널리 배움’이 마음에 남는다. “널리 배우며(博學之), 자세히 묻고(審問之), 신중하게 생각하며(愼思之), 밝게 판단하고(明辯之), 도탑게 행해야 한다(篤行之)” 더 많은 시간을 내서 주희의 <대학, 중용> 원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싶다. 그렇게 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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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아더 「하나님이 전해주신 복음」 (KOREA.COM, 2018) | 리뷰 카테고리 2018-08-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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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나님이 전해 주신 복음

존 맥아더 저/서경의 역
코리아닷컴(Korea.com)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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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맥아더는 미국 보수주의 교회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목회자요 성경해석가다. 그의 성경해석은 언제나 철저하고 집요한데, 이 책 <하나님이 전해주신 복음>에서도 이사야 53장의 ‘여호와의 종(에베드 야웨)’이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임을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다. 세계 역사에 대한 이사야 예언은 언제나 고등 비평학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다. 왜냐하면 수백 년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이사야의 예언이 너무나 정확하기 때문이다. 이사야52~53장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완전히 성취되었음을 증명해야 성경이 초자연적 계시임을 보여줄 수 있다.

 

이사야에는 ‘여호와의 종의 노래’기 네 편 실려 있다. 42장 1~9절(세상에 정의와 구원을 가져오는 택함 받은 메시야), 49장 1~13절(이방까지 다스리는 메시야), 50장 4~11절(고난 받는 종으로서의 메시아), 52장 13절~53장 12절(죄를 대속하기 위해 속건 제물로 죽는 메시아)이 그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노래에 집중한다. 부활하신 예수가 엠마오로 내려가는 제자들에게 구약 성경을 가르쳐주셨는데(눅24:27), 가르치신 성경구절이 이사야에 나오는 네 번째 ‘종의 노래’라고, 맥아더 목사는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리고 후에 열 한 제자들에게 나타나 성경을 가르치실 때도(눅24:44~45) 이 노래를 자신에 관한 것으로 해석하고 풀어주셨다는 것이다. 이사야의 예언은 이렇게 명약관화한데 유대인들은 어째서 이 예언을 해석하는 데 감도 잡지 못했을까? 그들은 죄를 짊어질 구세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사야 52장 13절에서 53장 12절은 이스라엘과 세상을 향한 종의 사역에서 각기 다른 특징을 보여주는 다섯 개의 연으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이 내용을 자세하게 살펴본 뒤 이사야 53장을 요약하는 일곱 개의 중요한 질문들을 던진다. 첫째, 이 장의 주제는 무엇인가? 고통스러운 고난이다. 둘째, 그는 고난 받을 만 했는가? 아니다. 여호와의 종은 의로운 자로 고난 받을 이유가 없다. 셋째, 하나님은 종을 고난으로부터 보호하려 하셨는가? 아니다. 오히려 고난을 받게 하셨다. 넷째, 죄 없는 종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하나님의 의로운 본성과 합치하는가? 그렇다. 종의 고난은 백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왜 주의 종은 아버지의 뜻에 기꺼이 복종하는가? 의로운 종은 기꺼이 남을 대신하여 고난 받으셨다. 여섯째, 그가 고난 받은 결과는 무엇인가? 그의 고난으로 많은 사람을 의롭게 하실 것이다. 일곱째, 고난을 기꺼이 받아들인 이 종은 과연 누구인가? 단연코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성경에서 이사야 52장보다 더 중요한 진리는 없다. 챨스 스펄전의 말처럼, 이사야 52장은 성경의 지성소며, 축소판이다.

 

이 책 제 2부는 선지자 이사야의 삶과 시대를 조망해줌으로써 이사야 53장의 중심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또한 부록으로 실려있는 찰스 스펄전의 설교 “간고를 많이 겪은 자”는 고난받은 여호와의 종으로서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베푸신 구원의 사랑과 은총이 얼마나 놀라운지 뚜렷이 보여준다. 그런 주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경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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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정 「시의 이해」 (GIST PRESS, 2018) | 리뷰 카테고리 2018-08-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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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의 이해

이수정 저
GIST PRESS(광주과학기술원) | 2018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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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집을 한 두 권 접해 보았지만 이해도 잘 되지 않고 감동도 별로 없었다. 시는 저 하늘 어디엔가 존재하는 별난 세계처럼 느껴진다. 이런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의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 책은 문학비전공자가 볼 수 있는 시론 입문서라 할 수 있다. 기대 이상으로 유익한 내용들이 가득 담겨있다.

 

1부는 시의 본질을 다루고 있다. 고대 그리스나 중국에서 시는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알려준다. 특히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를 어떻게 인식하였는지를 살펴보니 시란 도대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한 번도 접한 적이 없는 내용이라 더욱 흥미로웠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시에 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수많은 시들을 제시해서 직접 감상하고 즐길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시를 해석함에 있어서 다양한 관점들,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등을 역사적으로 잘 개진한다. 그리고 그런 해석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시들을 제시하고 그 작품의 작가들의 삶까지도 소상하게 알려준다. 이 책 덕분에 정지용, 박목월, 윤동주, 이상화, 김소월, 천상병, 백석, 유치환, 이상 등, 한국의 시인들에 관해 많이 알게 되었고, 그들의 시가 훨씬 친근하게 다가왔다. 이 책은 한번 읽는 것으로 끝낼 책이 아니다. 시를 읽을 때마다 옆에 두고 자주 들추어 봐야 할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2부는 직접 시를 읽어보기다. 먼저 예이츠나 김소월의 시를 통해 운(韻, rhyme)과 율(律, meter)을 확인하고 시의 음악성을 이해하게 된다. 다음은 시에 담겨있는 다양한 이미지들이다. 시에서 시각, 청각, 촉각, 후각의 이미지를 발견하면 시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은유에 대해서도 깊이 다룬다. 저자 이수정은 은유를 일종의 함수라고 말한다. 치환 은유, 병렬 은유, 병치 은유 등 이름만 들어도 골치가 아플 것 같은데, 실상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이런 것들을 즐기게 된다. 시의 상징과 아이러니 기법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런 단어들을 들으며 골치 아프다고 생각하는가? 이 책을 직접 읽어보라. 어느새 시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시의 세계에 관한한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이 책을 읽은 후의 나로 구별할 수 있다. 나를 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한 이 책, 나의 애장 도서 목록에 올려놓고 모든 이에게 널리 알리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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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행 「질문하는 소설들」 (이비락, 2018) | 리뷰 카테고리 2018-08-04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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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질문하는 소설들

조현행 저
이비락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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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조현행은 프롤로그에서 인문학(liberal arts)을 ‘자유롭기 위한 기술’이며, 인간이 자유로우려면 ‘생각하는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독서는 궁극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며, 생각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것은 좋은 질문이다. 문제적 작가들인 프란츠 카프카, 알베르 카뮈,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통해 질문하는 일을 확장시켜간다는 것,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나는 프란츠 카프카하면 <변신>이 떠오른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주인공이 벌레로 변한 이야기가 기이하게만 여겨졌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던 그레고르가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 가족들에게 구박받고 결국 죽는, 그리고 그가 죽자 가족들이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조현행은 인간을 벌레로 설정하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자아상실, 완전히 소외된 존재임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잘 지켜나가고 있는 것일까? ‘깊이 읽기 위한 질문’은 소설을 다시 생각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그레고리가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심한 부상을 당해 결국 죽게 되는데, 그레고르가 죽음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는다. 주인공의 벌레 변신으로 상징되는 자아 상실, 이것은 이미 죽은 것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그러기에 ‘그 벌레’가 죽었을 때 가족들은 오히려 홀가분한 기분으로 여행할 수 있었다.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 <전락> 이 세 작품 모두 읽어보았지만, 그 중 <이방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뜨거운 태양 때문에 사람을 죽었다고 주장하는 주인공 뫼르소, 그는 ‘부조리의 인간’이다. 조현행은 카뮈에게 있어서 ‘부조리한 인간’과 ‘부조리의 인간’은 다르다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부조리의 인간’은 반항하는 인간, 스스로 이방인임을 느끼며 세계와 불화하는 존재다. 반면, ‘부조리한 인간’은 ‘부조리의 인간’ 반대편에서 ‘부조리의 인간‘에게 죄를 묻는 존재다. 카뮈는 ’부조리의 인간‘에게서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부조리의 인간’은 고뇌하는 시시포스처럼 포기하지 않는 인간으로 깨달은 자이며 자각한 자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밀란 쿤데라의 작품들이다. 세 작가 중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다. 그의 책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정체성>, <무의미의 축제>, 그리고 <커튼>을 읽었다. 그는 “이제껏 알려지지 않은 존재의 부분을 찾아내려 하지 않는 소설은 부도덕한 소설”이라고 말한다.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너무 가볍거나 무겁다. 그들의 인생에 우연이 끼어들고 충동이 끼어든다. 삶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쿤데라에 따르면 그 무의미한 인생 속에서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때 인생이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사랑하고 그것들이 지닌 의미를 발견하는 눈을 가질 때 자신의 삶을 빛낼 수 있다.

 

이 책에게 계속 던지는 각 작품과 관련된 질문들은 문제적 작가들의 작품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유명한 작가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내게 만드는 너무 멋진 참고서다. “책이란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카프카의 문장을 제대로 경험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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