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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융 「반야심경 마음공부」 (유노북스, 2021) | 리뷰 카테고리 2021-05-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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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야심경 마음공부

페이융 저/허유영 역
유노북스 | 2021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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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유명한 <반야심경>, 이름만 들어봤을 뿐 내용은 하나도 몰랐습니다. 이전에 페이융의 다른 책을 통해 불교에 관해 조금 알게 되었는데, 이 책이 불교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전문과 우리말 번역과 해석이 눈에 들어옵니다. 해석을 꼼꼼히 읽어보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1장으로 들어가 봅니다. ‘반야(般若)는 사물 본연에 대한 비범한 깨달음이며, 바라밀다(波羅密多)는 피안에 도달한다는 뜻이랍니다. 저자는 육바라밀을 차분하게 풀어 설명합니다.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반야(般若)의 의미가 하나씩 이해됩니다. 그러니까 반야심경 첫 구절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관자재보살이 불교에서 말하는 육바라밀을 수행할 때라는 의미군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반야심경 전문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페이융은 정말 탁월한 불교학자입니다. 이 책에는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표현하는 육바라밀(六波羅蜜), 오계(五戒), 오온(五蘊), 십이인연(十二因緣), 사체(四諦). 등과 같은 개념을 아주 친절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 한 권이면, 반야심경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결국 불교 가르침의 핵심은 세상에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다 변하니(색즉시공, 色卽是空) 나에게 닥치는 모든 상황을 온전히 나의 인생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렇게 쉽게 정리합니다. “진정으로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모든 상황을 온전한 인생으로 받아들이고 누려야 한다. 맑은 날에는 햇볕을 누리고, 비 오는 날에는 비바람을 누린다면 불행함도 사라질 것이다”(p. 147). 그런데 이런 삶의 태도를 견지하는 게 어디 말처럼 쉽습니까?

 

저자는 마음이 지치고 심란할 때 반야심경을 외우라고, 슬쩍 불교 수행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는 신비한 힘이 있는 주문(呪文)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인간의 원초적 언어로 부처가 우리에게 알려 주는 깨달음이며 고통을 없애는 진실한 말이라고 주장합니다. 글쎄요. 불교의 가르침에 딴지를 걸 마음은 없습니다만, 이런 주문이 고통을 없애준다는 말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불교는 깨달음과 마음공부를 소중히 여기는 종교입니다. 번뇌를 느낄 때 마지막 주문만 외울 것이 아니라, 반야심경의 내용을 깊이 생각하며 체화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반야심경(般若心經)’이란 반야(般若) 초월적 혹은 오묘한 지혜의 정수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불교 가르침을 이해하고 싶은 분들은 페이융의 <반야심경 마음공부>를 읽어보길 권합니다. 불교의 정수에 대한 탁월한 설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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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일 「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추수밭, 2021) | 리뷰 카테고리 2021-05-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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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치, 인간과 괴물의 마음

이창일 저
추수밭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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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박사이자 상담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이 책에서 수치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갑니다. 1부에서는 수치라는 감정을 과학의 언어로 탐색하고, 언어학의 관점에서 수치와 관련된 단어들을 설명합니다. 특히 부끄럽다의 어원인 ㅂㆍㄺ붉다와 관련 있을 뿐 아니라 나체를 뜻하는 벌거숭이와 관련이 있다는 설명(pp. 70~71)이 흥미롭습니다. 나는 이 설명을 읽으면서 아담과 하와가 벌거벗었으나 부끄러워하지 않았다는 성서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부끄러움과 관련된 한자 표현을 설명하면서 소개한 <시경> 한 구절도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대가 홀로 방에 있을 때에 방안 귀퉁이에도 부끄럽지 않게 할지니,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도 나를 보는 이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p. 79). 그렇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 인간 윤리의 근간을 이룹니다. 시인 윤동주도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고 노래했습니다. 마침, 이 책 5부에서도 윤동주를 소개하고 있군요(pp. 306~310). 우리 말을 쓰면 불이익을 당하는 일제시대에 시인은 부끄러움이 없는 삶에 대한 탐색을 우리말로 잘 표현했습니다. 그의 시에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줄 몰랐습니다. “어렸을 적처럼 부끄러워지나니”(<코스모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별 헤는 밤>), “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 /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든가”(<참회록>), “인생을 살기 어렵다는데 / 시가 이렇게 씌여지는 것은 / 부끄러운 일이다”(<쉽게 씌여진 시>). 

 

이 책은 수치와 부끄러움의 두 얼굴을 깊고 예리하게 탐색합니다. 수치 혹은 부끄러움은 아래로 향하는 얼굴과 위로 향하는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로 향하는 얼굴은 성서 이야기를 통해, 위로 향하는 얼굴은 유교의 가르침을 통해 풀어냅니다. 노무현 전직 대통령의 고백과 참회록의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pp. 315~323). 지금은 후안무치(厚顔無恥)’가 판을 치는 시대입니다. ‘후안무치뻔뻔스러워서 부끄러워해야 할 때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이런 점에서 후안무치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수치는 아래로 향하는 얼굴로 인간성을 파괴할 수 있는 가장 어두운 감정이고, ‘부끄러움은 위로 향하는 얼굴로 인간다운 인간으로 완성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의 자세입니다. 저자가 제안한 정당하게 수치 주기는 인간답게 만들기 프로젝트(?)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시대는 부끄러워할 것이 너무 많게 됩니다. 부끄러움을 느끼는 양심이 사라지면, 인간은 짐승으로 전락해 더욱 포악해지고, 세상은 더욱 삭막해질 것입니다.

 

이 책은 과학, 언어학, 신화학, 심리학, 철학으로 수치와 부끄러움을 가장 방대하고 깊이 있게 고찰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워할 줄 몰라 부끄러운 일이 많은이 시대에 가장 적절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읽어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과 윤리에 관해 많은 통찰력을 얻을 것입니다. 강추 또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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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 퍼킨스 길먼 「누런 벽지」 (내로라, 2021) | 리뷰 카테고리 2021-05-1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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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런 벽지

샬롯 퍼킨스 길먼 저
내로라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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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런 벽지>는 미쳐가는 한 여인이 쓴 열한 번의 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사인 남편 존은 신경쇠약증에 걸린 아내를 위해 유서 깊은 저택에서 여름 한 철을 보냅니다. 주인공은 글을 쓰거나 생각을 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집니다. 그녀가 머무는 넓은 이층 방은 아라베스크 무늬의 누런 벽지로 발라져 있습니다. 하는 일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 그녀는 벽지의 무늬를 들여다봅니다. 네 번째 일기에서 그녀는 벽지 안에 자신만 알아보는 무언가가 있다고, 다섯 번째 일기에서는 벽지의 앞 무늬와 뒷 무늬가 움직인다고 말합니다. 결국 증상은 심해져, 누군가가 무늬를 흔들기도 하고 때로는 벽지 밖으로 나와 기어 다닌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창문마다 기어 다니는 여자를 봅니다. 아마도 기어 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타자화한 듯합니다. 그녀는 급기야 손이 닿는 모든 벽지를 다 뜯어 버립니다. 이 광경을 보고 기절한 남편을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그녀는 계속 기어 다닙니다. 벽지를 다 뜯어냈으니 아무도 자신을 다시는 가두지 못할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하며, 기절한 남편 몸을 기어서 넘어갑니다.

 

이 작품의 분위기는 다소 기괴합니다. 저자가 직접 쓴 누런 벽지를 쓴 이유를 읽으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겠다 싶습니다. 저자 샤롯 퍼킨스 길먼도 우울증과 신경쇠약으로 고생했지만, 당시 신경 질환 전문가들이 내린 처방은 두뇌활동을 하지 않고 최대한 가정적인 삶을 사는 것입니다. 저자가 그 처방을 따랐을 때 정신적으로 더 피폐해졌습니다. 그녀는 전문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일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힘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단편을 통해 광증으로 떠밀려 가는 사람들을 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소설에서, 남편의 친절한 보호는 실상 아내에 대한 억압이었고, 억압받는 아내는 결국 정신적으로 스러져갔습니다. 이 소설은 당시의 잘못된 치료법을 신랄하게 드러낸 페미니즘 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자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서 이런 소설을 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칭송받을 만합니다. 샤롯 퍼킨스 길먼은 여성 인권 신장을 이끈 미국의 선구적 페미니스트입니다. 그녀는 이혼이 금기시되던 시대에 법적으로 이혼했습니다. 그녀는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지려면 여성들이 경제적으로 독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내로라 출판사는 이 작품을 영한대역으로 출간했습니다. 19세기 미국 작품인데, 영어 문장은 쉽고 명쾌하며 한글 번역은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성 갈등이 첨예화하며 남성과 여성 모두 서로에 대해 혐오의 발언을 쏟아냅니다. 이런 때에 이 책을 한 번씩 읽으며, 남자와 여자 모두 독립된 인격체로서 당당하게 살아가며 서로를 존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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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쿠스 가브리엘 「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타인의 사유, 2021) | 리뷰 카테고리 2021-05-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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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마르쿠스 가브리엘 저/오노 가즈모토 편/김윤경 역
타인의사유 | 2021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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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가>, 책의 제목이 눈길을 확 사로잡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세계는 국가 간의 엄청난 갈등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19세기 냉전 시대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은 포플리즘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펴서 세계는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져 있습니다. 왜 이 지경까지 왔나요?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요?

 

새로운 철학의 기수 독일의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신실재론(New Realism)’을 바탕으로 격변하는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를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세계는 지금 국민국가(문화, 언어, 종교 등에서 공통의 정체성을 지닌 공동체)의 부활이 일어나고 있다고 저자는 분석합니다. 우리는 실리콘 밸리하면 미국 사회의 주류 계급인 앵글로 색슨계 백인 신교도(WASP)와 연결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재로 실리콘 밸리에는 WASP와 무관한 다양한 부류들이 존재하는데도 말이죠. 지금 세계는 다원화되어 있습니다. 현실은 복수이고 현실을 바라보는 시점(perspective)도 복수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 다릅니다. 모두가 자신의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는 점에서 모두 실재하는 현실입니다. 이것을 인정할 때, ‘의미장’(意味場)이 생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이 올바로 사고한다고 믿습니다. ‘이것이 올바른 생각이다라는 생각 없이 생각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믿는 것으로는 자신을 바로 잡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스스로를 바로잡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과 다른 시점을 갖는 일”(p. 213)입니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 신실재론입니다.

 

저자가 진단한 현대 사회의 다섯 가지 위기는 동의할 수밖에 없는 현재 실재하는 현상들입니다. 지금 사람들은 탈진실(Post-Truth)을 말합니다. ‘탈진실이란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형상을 의미합니다. 탈진실의 사회에서는 가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자본의 위기, 테크놀로지의 위기가 찾아옵니다. 그리고 이 네가지 위기는 표상의 위기로 집약됩니다.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보고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미지가 실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지는 아주 쉽게 조작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은 진실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남들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를 추구하지 말고 자신의 인생이 실제로 행복을 누리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남들이 나의 인생을 어떻게 보느냐에 초점을 맞추면 표상의 위기가 옵니다.

 

이 책은 일본의 PHP Institution 편집부에서 마라쿠스 가브리엘과 인터뷰한 것을 기초로 제작된 책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신실재론은 설명하기가 쉽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신실재론은 다양한 관점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관한 진실을 추구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실재론은 절대적 진실은 없다고 생각하는 포스트모더니즘(postmodernism) 시대의 위기를 돌파할 출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작은 책을 통해 마르쿠스 가브리엘의 신실재론을 알게 되어 보람을 느낍니다. 시대를 바라보는 좋은 눈을 뜨게 해주는 책입니다.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올바른 관점으로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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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철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 (J&jj, 2021) | 리뷰 카테고리 2021-05-04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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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오페라, 미술을 만나다

한형철 저
제이앤제이제이(J&jj)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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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페라 공연을 직접 공연장에서 한 번도 관람하지 못한 그야말로 오페라의 문외한입니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 <오페라, 미술을 만나다>를 접하는 순간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읽고 싶었습니다. 나는 미술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거든요.

 

1장을 여니,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가 나오네요. 이 작품은 <외투>, <수녀 안젤리카와 함께 푸치니의 3부작 <일 트리티코> 중 하나라는 설명과 함께 주요 등장인물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오페라의 내용을 전개합니다. 핵심을 잘 찌르는 간결하고도 쉬운 설명 덕에 이 작품에 빠져들게 됩니다. QR코드(p. 25)를 찍으니, 아름다운 노래가 흐릅니다.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아름다운 선율에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유명한 곡이 <잔니 스키키>에서 주인공의 딸 라우테나가 부른 것이라니, 너무나 반가워 깊은 쾌감을 느낍니다. 이 오페라의 내용에 조금은 씁쓸했습니다. 유언장을 위조해 재산을 차지하려는 유족들의 탐욕을 통쾌하게 농락하며 주인공 자신이 제일 값나가는 재산을 독차지한다는 줄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우리네 물욕이 부질없는 것임을 깨우치도록 교훈을 준다”(p. 28)는 이 책 저자의 해석에 마음이 뜨끔합니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요.

 

저자는 이어서 보티첼리의 <>,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미켈란젤로의 <() 가족>을 소개합니다. 푸치니의 <잔니 스키키>와 위의 세 화가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요? <잔니 스키키>의 원전이 단테의 <신곡>이고, 초기 르네상스를 구현한 인물 단테가 피렌체 출신이라는 것, 피렌체는 메디치가의 영향 아래 있었다죠. 따라서 저자 한형철은 로렌초 데 메디치가 적극적으로 후원한 르네상스의 세 거장의 작품을 소개한 것입니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연결이지만, 각 작품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열한 가지 오페라 작품과 로즈만 브릿지라는 소제목하에 소개하는 다양한 미술작품들은 독자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예술은 고상한 이념이나 이상적인 환경이 아니라, 매일매일의 일상에서 우리에게 기분 좋은 느낌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한다”(서문, ‘산책을 시작하며중에서)는 저자의 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술이나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쏙 드는 책입니다. QR코드를 통해 즉각적으로 오페라의 곡들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오페라와 미술을 융합시킨 이 책, 코로나 시대에 제격입니다. 이 책으로 오페라와 미술의 매력에 풍덩 빠져보세요. 이 책을 즐긴 독자로 자신있게 추천합니다. 나는 오페라 해설가 한형철의 블로그를 해놓고 그가 소개하는 오페라들을 조금씩 배우며 감상하고 있습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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