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나들이 갔다가 큰 아들이 고른 책이다. 그리고 하도 열심히 읽고 있길래 '우리 아들이 열심히 보는 책인데 아빠도 한번 봐야겠네' 하고 지나가듯 말했는데 다 읽고 정말 내게 갖다 주었다. 재밌게 봤단다. 받아보니 책 표지에 '어른들은 모르는 청소년들의 성이야기'란 문구가 달려있다. 큰 아이가 열심히 읽은 이유를 오해한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읽고 보니 그게 아니다. 오히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읽어야 할 필독서였다. 함께 읽고 생각해야 할 문제들을 다뤘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니 '전편 줄거리'가 나온다. 이 책 읽기 전에 봐야 할 전편이 있었던 게다. 알고 보니 고정욱이란 작가가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로 낸 책 중 한 권이었다. 일단 전편 줄거리를 읽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만 익히고 읽어 보기로 했다. 굳이 전편 이야기를 읽지 않아도 이 책 한 권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참 잘 쓴 소설이란 생각을 하며 읽었다. 고정욱이란 작가에 대해 알게 된 계기도 됐다. 이 책 소개만 보면 220여권의 저서를 낸 분이고 그 중 청소년 소설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청소년의 성과 이성교제에 대한 것이 이 책의 주된 주제지만 자기계발서 관점에서도 아이들이 주목할 만한 문장들도 보인다. 주된 스토리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하게 된 여학생 문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아라 낙인 찍힐 아이가 바로 내 친구인 경우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이다. 부모 입장이라면 부정적으로 볼 만한 이성교제, 임신, 미혼모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른 관점을 만난다. 아이들 입장에서 다시 보는 것이다.
청소년들 세계를 다룬 책들은 부모님들이 함께 읽는다면 무척 유익하다. 부모가 절대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 속으로 들어가볼 수 있는 통로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대화가 되려면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알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부모 자식 간의 관계를 보면 통상 일방적이기 마련이다. 부모는 부모 입장에서만 아이들을 이해한다. 아이들은 미숙해서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만 여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도 아이들 나름의 생각과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걸 인정해주지 않으면 대화는 서서히 물 건너 간다.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 개성을 가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데 각자의 개성이 모두 발휘된다. 거기에 맞는 미래의 꿈들이 있다. 책을 읽고 나서, 꿈을 가진 아이들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고, 꿈이 좌절된 아이들은 빨리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부모와 어른들의 역할임을 새삼 다시 깨달았다. 문제 아이들은 없고, 단지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들 문제에 지혜롭게 대처하는 방법도 고민해 보게 된다. 이 책을 부모님들이 함께 읽어봐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